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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환경 기관차 GE 에볼루션

이들은 펜실베니아 에리의 제너럴 일렉트릭 기관차 공장 외부의 시험 운행용 지선에서 선잠이 든 늙은 두 마리 사자처럼 식식거리며 놓여 있다. 불길하게 울려대는 이 소리는 양동이만한 피스톤들이 달린 24개의 실린더와 세탁기만한 터보차저, 직경 1.5미터짜리 교류발전기를 직접 구동하는 V12 엔진 두 대에서 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디젤 전기식 기관차인 GE 에볼루션은 내년에 발효되는 엄격한 Tier II EPA 기관차 배출규정에 맞도록 특별히 설계된 최신형 엔진들로 가동된다. 기관차에도 배기가스 방출 규정이 있는 걸 몰랐던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몰랐었으니까. 이 207톤짜리 바퀴달린 무쇠 고릴라는 무엇이든 잘 해치웠다. 하지만 새로운 Tier II 표준안에서는 산화질소와 특정 물질 배출을 대폭 줄이도록 요구해 세계 주요 기관차 제조업체인 GE에서는 이 규정에 부합하는 새 엔진을 설계했다.

공랭식 터보차저 중간냉각기가 있어 유도 공기의 온도를 대기보다 약간 높은 온도까지 낮추어 유해 가스 방출을 줄이고 출력을 높여 준다. 신형 GEVO 12 4행정 디젤엔진은 이전 제품보다 청정도는 40%, 연료효율은 3%가 더 높다. 일견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은 엄청난 수치이다. 연비를 0.5% 개선하면 기관차 판매시 유리하다. 기관차 한 대당 연간 30만 갤런을 소모하니까 엔진 한 대당 9천갤런을 절약하면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된다.

출발시 교류발전기로 구동
현대식 기관차는 복합형이라 디젤엔진이 기관차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교류발전기를 돌려 6개의 대형 전기 견인 모터들에 동력을 공급하면 이것들이 기관차의 바퀴를 회전시킨다. 각 모터는 한 쌍의 구동 바퀴 사이로 가로질러 장착되어 있다. 에볼루션의 경우 출발시 이 전기 모터들이 피트당 거의 6만 파운드의 회전력을 발휘하는데, 이는 페라리 엔조 약 120대의 추진력과 맞먹는 것으로 화물 비적재시 불과 45초만에 시속 60마일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다. 하지만 1만7천톤의 석탄 열차를 끌기에는 다소 긴 시간이다. 견인 모터는 제동 기능도 한다. 운전자가 기관차의 속도를 줄이고 싶으면 모터를 발전기 내부에서 돌려 역상으로 바꾸면 전기를 소모하는 게 아니라 생성함으로써 자기력으로 바퀴의 회전에 저항하게 된다. 이 방식은 화물열차처럼 무거운 기차를 제동할 경우 금방 닳는 브레이크를 교체해 쓰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바퀴의 브레이크는 저속 운행시 기차를 완전히 멈추게 할 경우에만 사용된다.

과다 전류는 송풍기로 냉각되는 대형 “다이내믹 브레이크 그리드”들에 의해 분산된다. 세계 최대의 헤어드라이기에 견줄만한 이 장치는 차체 상단 부분에서 뒤쪽을 향해 설치되어 있다. 이 그리드가 실제로 달아오르는지 시스템 엔지니어인 마이크 쉘에게 물어보았다. “불이 붙으면 그렇겠죠”라며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하지만 이 송풍장치가 가동된다 해도 이 그리드가 있는 칸에서 버티기는 어렵다. 기관차 조종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별로 재미있지 않다. 기관차에는 기관사 감시 장치가 있고 멀리 떨어진 본부에서 이 기계를 감시한다. 보통때는 2분마다, 시속 50마일 이상으로 달릴 때는 30초마다 “기관사 조정 요망”이라는 대형 적색 경고등이 기관차 계기판에서 점멸한다. 기관사는 25초 이내에 노란색 확인 버튼을 눌러 자리를 잘 지키고 있음을 확인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력이 줄어들면서 제동장치가 강하게 걸린다. 현대판 비상 제어 장치인 셈이다. 기관차 사고에 대한 두려움은 기관사들이 요즘처럼 안전한 기관실 깊숙한 장소가 아니라 기관차 맨앞에 앉아 운행하던 시절부터 비롯되었다.

앞쪽에 앉아 기관차 앞 배전기 밑으로 달려드는 철로의 침목을 바라다 보게 되는 기관사들은 최면에 걸린 듯한 현기증을 느끼곤 했다. 경비행기 조종사들도 공회전하는 프로펠러 날개를 통해 밝은 빛을 볼 때 이와 유사한 현기증을 체험한다.



기관차 급 제동 대처능력
철도회사의 회계원들은 특히 급제동으로 인해 파손된 철로를 교체하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매일 전국의 경사진 철로가 만나는 어디에선가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 그런데 기관차 맨앞의 좁은 공간에 있는 기관사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기관차의 빠른 속도가 아니라 새벽 3시에 철도건널목을 무단횡단하는 술취한 트럭 운전수이다. “사람들은 기차가 자동차처럼 쉽게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하죠”라고 GE 생산라인 책임자인 피터 로손이 말한다. 분명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화물을 적재한 기차가 급제동하면 0.5마일까지 밀려갈 수도 있다.
철도를 완전히 차단하는 4단 건널목 차단기는 표준 2단 차단기보다 거의 두 배 가량 비싸기 때문에 철도회사들은 이를 설치하려 하지 않는다. 사실 시골의 대부분 건널목들은 차단기조차 없기 때문에 기차는 운전수의 조수가 차에서 내려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하도록 멈춰야 한다. 기관사가 열차 시각에 맞추기 위해 급히 달리는 경우에는 건널목 가까이에서 경적을 울리는 수 밖에 별 도리가 없다. 그런데 점차 많은 시당국들이 자정 이후에 경적을 울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속수무책인 셈이다. 수천 톤짜리 기관차가 4톤짜리 픽업 트럭을 들이받으면 트럭만 산산조각나지만 폭발이 발생할 경우 기관차 앞쪽은 결코 바람직한 장소가 못된다.

에볼루션의 기관사는 유리로 된 조종실에 앉은 채 2대의 대형 CRT 모니터를 통해 장비와 계기, 그래프와 정보들을 볼 수 있다. GE는 엔진의 상태를 다각도로 파악하며 엔리 공장과 연결된 GPS와 고속 통신망을 통해 대부분의 기차들을 원격지에서 모니터 할 수 있다. 원격측정법으로 결함을 찾아내 가장 가까운 정비소로 자료를 전송해 기술자들에게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들은 긴급한 문제가 발생하면 승무원들에게 기관차를 멈추도록 경고한다. 승무원들에게 가장 어려운 임무는 수많은 석탄을 끌고 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건널목 차단기가 없는 곳마다 정차한 채 기관차에서 내렸다 탔다 반복하며 교통을 정리하는 일이 가장 고되다. 게으른 기관사가 200만 달러짜리 엔진을 함부로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고 쉘은 말한다. “엔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다양한 보호 및 경보 장치가 갖춰져 열과 압력, 냉각수, 기름 등 모든 것을 관장합니다. 엔진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은 보수를 제대로 안한 철로 뿐입니다.” 하지만 경보기 버튼을 누르는 사이 기관차의 통제력을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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