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용품 1백개 삼키기 훈련
그들은 1kg 또는 2.2 파운드 가량의 마약을 운반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빌려주는 마약 밀수꾼, 일명 “swallowers”를 사냥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보디 패킹(신체 포장)은 오래된 트릭이지만 그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보다 정교해지고 있다. 강화된 공항의 보안 때문에 몇몇 마약 기업 연합은 운반의 주요 수단으로 휴대수하물을 이용한 방법에서 벗어나 좀 더 수색하기 어려운 뮬(mule, 마약 중간 수입업자)의 내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트로전과 그의 파트너는 “실례합니다, 선생님. 잠시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요?”라는 식의 일종의 특별한 거리 인터뷰를 시작할 로커웨이 대로로 향했다. 이러한 인터뷰는 종종 공항 주변 지역에서 접선을 시도하는 중앙아메리카나 남아메리카에서 온 헤로인 밀수업자들의 체포로 이어지곤 한다.수색 및 압수에 관한 법에 의하면 용의자는 수사관에게 자신의 가방 안을 보여 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트로전은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보통 가방 안을 보여 줍니다. 제 생각에는 만일 응하지 않을 경우 죄가 있는 것처럼 보일까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마약 정제 센터에서 마약 연합은 중산층 노동자, 여자, 심지어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불특정 다수를 타겟으로 삼아 아침 식사용 소시지처럼 생긴 포장품 100개를 삼키는 훈련을 시킨다. 보통은 포도나 꼬마 당근 같이 연속적으로 점점 더 큰 물건을 가지고 연습을 해서 준비를 하는 반면 몇몇 swallower들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경우도 있다. “신체적인 조건보다도 심리적인 면과 더 관련이 있습니다.” 자신의 체구에 두 배나 되는 남성의 신체 내에서 발견된 물건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건을 운반한 작은 체구의 여성을 체포한 경험이 있는 트로전의 말이다.
90년대 이전 콘돔 2개로 포장
일단 포장이 되면 밀수자들은 의심을 받지 않고 슬그머니 공항 세관을 빠져나와 물건이 저절로 몸밖으로 배출되기 전에 그들의 밀수 조직과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서는 생리적 현상이 시간표를 결정하는 셈이다.
수사관들은 종종 용의자가 화장실을 떠날 때 체포를 하곤 한다. 때로 그들은 이미 밖으로 나온 물건을 주머니, 여행 가방, 쇼핑 백 등에 넣기도 하기 때문이다.마약을 삼켜서 운반하는 이 방법은 70년대 중반 한 swallower가 장애(intestinal blockage)를 호소하면서 토론토 응급실로 실려 오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90년대 이전만 해도 콘돔 두개를 사용해 2중으로 포장하던 전통적인 방식이 가장 폭넓게 이용되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약이 새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90년대 들어서는 기계로 튼튼하게 만든 펠릿을 이용하는 것으로 그 방식이 변화했다. 각각의 펠릿은 8-12 그램의 마약 - 대부분이 헤로인이며 가끔 코카인이나 암페타민 -이 담긴 라텍스 장갑의 봉인된 손가락 부분으로 만들었으며 하드 왁스로 코팅되어 있었다. 마약 단속반(DEA)는 최근 유압잭으로 만든 제작기 중 하나를 발견했다.
적어도 몇몇 연합에서는 이제 이런 펠릿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기계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 일치가 되고 있다고 트로전은 전한다. 대략 길이 3.8센티미터 직경 2센티미터의 펠릿의 왁스코팅을 절단하면 비닐포장지, 투명테이프, 카본지 등으로 이루어진 층이 나타는데 이는 X-레이 검사에 걸리지 않기 위한 작은 트릭이다. 비록 이런 속임수가 100% 성공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약 생산자 혹은 그들의 의학 컨설턴트 측에서 방사선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트로전도 고유한 의학 컨설턴트 팀이 있다. 2000년 말부터, 그는 마약을 신체 포장한 용의자를 맨해튼 동부의 벨리뷰 병원에 데려가기 시작했다. X-레이 및 용의자에게 꼭 필요한 검사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JFK 공항이 훨씬 편리하지만, 트로전은 응급실 직원에게 상황의 미묘함과 긴급성을 설명할 때면 약간의 동정심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제게 대기실과 줄의 맨 끝을 가리키지요.” 그곳에서 그는 비명소리, 유혈과 구역질 소리 한가운데에 앉아서 바지 속 저 안쪽으로 마약이 통과하고 있는 마약 밀수꾼에게 수갑을 채워야 하는 것이다.
포장된 마약 인체내서 유출
트로전이 벨리뷰에 데려간 첫 번째 swallower는 즉각적인 관심과 주의를 불러 일으켰다. “의학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 들은 항상 환영이죠.” 당시 근무 중이었던 벨리뷰 독물학자인 스테판 트라웁은 말한다. “그리고 이 환자들은 제가 본 환자들 중에 가장 슬픈 환자들이라고 할 수 있죠.” 트라웁은 독물학자로서 다른 응급실 의사들이 둘러대는 경향이 있는 의학적 위험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기계로 포장한 펠릿이 그냥 콘돔으로 질끈 묶은 것보다는 신체 내에서 과다한 마약 섭취로 이어지는 위험이 적기는 하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포장지가 소장 같은 기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의사들이 환자를 경찰에게 맡겨두면 펠렛이 약화되고 내용물이 유출되게 된다. 트로전은 의사들처럼 용의자 대부분에게 동정심을 느끼곤 한다. “이런 경우는 상습범인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일단 이들을 체포하면 가능한 최선의 의료 간호를 받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이렇게 4년쯤 전에 병원에서 처음으로 인연을 맺게 된 트로전과 트라웁의 관계는 점점 돈독해졌고 서로에게 득이 되는 업무 관계로 발전했다. “그들은 저희에게 최고 대우를 해 주고 저희는 대신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연구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죠.” 트로전의 말이다.
X레이로 신체 내장속 확인
작년 9월 트로전과 트라웁은 시카고에서 열린 북아메리카 임상 독물학자 협회 연간 회의에서 “보디 패커 신드롬”을 발표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트라웁과 벨리뷰의 동료인 로버트 호프만, 그리고 루이스 넬슨은 이 신드롬에 관한 과학 논문을 몇 편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보디 패커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가장 최신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뉴잉글랜드 의학지’의 최근 리뷰 기사도 포함되어 있다. 이 기사에는 라텍스 포장 끝의 매듭 주름 안쪽에 생기는 작은 공기 방울들을 나타내는 별 모양의 “로제트”와 같이 X-레이 패턴을 판별하는 가이드라인 등이 기술되어 있다. 전형적인 마약 포장은 그 사이에 있는 공기 때문에 소시지 모양의 윤곽이 잡힐 수도 있다. 복부 X-레이에서 이러한 패턴이 반복된다면 의사는 환자가 어제 저녁에 먹은 음식이라 판단하기 보다는 제작된 마약을 가졌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벨리뷰 의사들은 이 새로운 분야에 대해 그들이 더 연구를 강화해야하는 강력한 이유를 제시했다. “만일 누군가 소수정예의 생화학 테러리스트를 국내에 침입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바로 이 방법이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죠.” 호프만의 말이다.단 하나의 펠릿일지라도 10그램의 용량을 가졌기 때문에 탄저균, 리신 또는 기타 치명적인 생화학 분말을 국내에 들여와 대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제가 우둔한 의사라 잘 모르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요,” 호프만이 말을 이었다. “마약 수익이 테러리스트 활동에 많이 투입되고 있고 그 사람들이 이러한 생각을 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미연방 관세청도 이러한 위협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고 케네디 공항 조사 부국장인 샘 스테빌은 인정했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물건을 삼키기로 결심한 정도의 사람들을 막는다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위협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설인 반면, 마약 연합은 실제로 보디 패킹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응용하고 있다. 그들은 swallower에게 똘똘 말은 화폐로 가득 찬 펠릿을 운반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조사관들의 직감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검사법은 X-레이도, 신체검사도 아닌 바로 우리 조사관들의 직감입니다.”라고 스테빌은 말한다. “조사 활동과 관련해 우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입국자의 입국사유에서 뭔가 모순된 점을 간파해내는 것입니다.
9/11 테러 이전에 우리들은 이러한 전문 기술을 마약 대응책으로 습득했습니다만 지금은 테러 대응에도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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