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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콘티넨탈 GT 제작비밀

1998년 폭스바겐 그룹은 BMW와의 치열한 매입 경쟁 끝에 롤스로이스사와 자회사인 벤틀리를 7억5천만달러에 사들였다. 그러나 몇 달 후 BMW는 6천5백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롤스로이스 브랜드 사용권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롤스로이스라는 이름은 폭스바겐이 매입한 이 회사에서 그래도 유일하게 가치 있는 자산이었다.

결국 폭스바겐은 그 엄청난 금액을 들여 크루와 잉글랜드에 위치한 낡은 롤스/벤틀리 공장, 그리고 벤틀리라는 2류(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브랜드를 사들인 것이다(벤틀리는 엔진 방열판 말고는 다를 바가 없는, 말하자면 롤스로이스의 짝퉁일 뿐이잖은가?).난 이 거래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나처럼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었던 기업과 자동차 관련 잡지에서는 폭스바겐 CEO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BMW에게 당했다고 조롱했다. 피에히는 무례하고, 거만하고, 고집 센 허풍쟁이이며 못말리는 바보라고 알려졌다.

73년만에 레이스 우승
하지만 우습게도 BMW는 롤스로이스라는 이름으로 시장에서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 2003년 초 BMW는 독일제 롤스로이스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들이 선보인 팬텀 시리즈의 새로운 모델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자동차였다.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작은 탁자 크기의 엔진 방열판을 당당하게 앞으로 내밀고 있지만 왠지 품위가 떨어졌고, 고압적인 경영자들이 제안한 스타일은 결함 투성이였다.한편, 폭스바겐은 뒤늦게 문을 나서고 있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낡은 크루 공장을 개조하고 벤틀리의 구식 아나지를 현대적으로 바꾸었다. 폭스바겐은 서스펜션 기술과 터보 차징 기술을 도입하여 이 소형 세단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그동안 폭스바겐은 벤틀리의 경주용 자동차 스피드 8에 수백만 파운드의 예산과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2003 르망’ 내구 레이스에서 우승했다. 벤틀리로서는 73년 만에 최초로 맛보는 레이스 우승이었다.

그 경기 이후 4개월 동안 나는 경주복을 입고 왼쪽 운전자석에 앉아(영국 차이므로 당연히 운전석은 왼쪽에 있다) 스피드 8을 몰았다. 옆에는 팀 동료 톰 크리스텐센이 타고 있었다. 그는 36세의 덴마크인으로 브래드 피트보다 약간 더 잘 생기고 훨씬 더 빠른 남자였다. 크리스텐센이 속했던 팀이 르망 레이스에서 우승한 건 다섯 번이다. 우리 팀에서 다섯 번씩 우승한 드라이버가 두명이나 더 있었기 때문에 대단한 기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7번 참가해서 5번을 우승한 사람은 크리스텐센뿐이었다.

또한 4회 연속 우승 기록을 가진 드라이버도 크리스텐센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그저 빠르게 질주하고 장비를 잘 다루는 사람이 최고의 내구 레이스 드라이버로 여겨졌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지금은 24시간 동안 꼬박 전속력으로 르망 레이스를 질주해야 한다. 그리고 톰 크리스텐센이 600마력, 215mph의 스피드 8로 질주하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레이스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주행 시의 횡력은 그 어느 경우보다 고통스럽다.



단일 차종으로는 최고성능
어떤 전투기 조종사도 두세 시간 동안 지속해서 한쪽 옆에서 다른 쪽 옆으로 또는 앞에서 뒤로 빠르게 변화하는 횡력이나 수직압력을 받은 경험은 거의 없을 것이다.오늘날의 경주용 자동차에 있어서 가장 놀라운 점은 뛰어난 브레이크 제동력이다. 엔진은 상처 입은 호랑이처럼 울부짖고 가속도는 제어하기 힘들 정도인 상황에서 크리스텐센은 좁은 주행로가 시작되기 직전에 계속 코스를 수정한다. 하지만 정말로 경악할 일은 좁은 주행로에 들어서자마자 차 6대 길이 정도 앞에 150도 회전 코스와 90도 회전 코스가 있다는 점이다.이에 폭스바겐의 헤르 피에히는 벤틀리에 대한 중대한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선보인 계획은 2004년 벤틀리 콘티넨탈 GT를 어떻게 제작할 것인지를 잘 보여 준다. 이 멋진 자동차는 시장에 선보이는 단일 차종으로는 가장 높은 성능을 지닌 자동차이다.

벤틀리의 자동차? 과연 믿을 만할까? 먼저 콘티넨탈 GT는 2도어 쿠페형이면서 4개의 좌석이 설치된 자동차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지금까지 내가 타 본 어떤 세단도 콘티넨탈 GT만큼 넓은 뒷좌석과 안락함을 제공하지 못했다. 콘테넨탈 GT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4인승 세단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콘티넨탈의 내장을 살펴보자. 훌륭한 가죽 시트, 고품질의 나무 내장재, 그리고 무기의 재료로 사용되는 수준의 금속재를 사용한 콘티넨탈 GT는 12만 달러의 포르쉐 911 터보조차 양산형 자동차처럼 보이게 만든다.그물 모양의 엔진 방열판이 설치된 전면에서부터 품위 있는 뒷부분에 이르기까지 웅크린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GT의 외관은 흠잡을 데 없다. 이러한 장점과 552마력의 출력, 198mph의 속도, 그리고 정지 상태에서 4.7초 만에 60mph의 속도에 이르는 순간 가속력을 가진 자동차를 149,990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사실, 내가 생산된 콘티넨탈을 몰았을 때 이 자동차는 206mph의 최고 속도를 기록했지만 벤틀리사는 성능을 겸손하게 발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벤틀리의 성공전략
결론을 말하자면, 곧 우리는 롤스로이스를 시장에서 도태되어 21세기에 사라진 브랜드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BMW는 최고급 롤스로이스 세단이나 초호화판 롤스로이스 리무진, 또는 (용감하게) 4인승 쿠페를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경주용 자동차, 수퍼카, 로드스터, 쿠페, 웨건 또는 “저렴한” 저급 롤스로이스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벤틀리는 이러한 모든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SUV를 생산하여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물론, 리무진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벤틀리는 최근 영국 여왕에게 특수 리무진을 만들어 주었다. 이 리무진의 계기판에는 정확히 4mph의 속도(자동차 옆에서 뛰어가는 경호원들의 행진 속도)를 유지하는 자동 정속 주행 장치가 장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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