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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두 얼굴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쾌거 100년
여러 모습 가운데서 우리는 어떤 아인슈타인을 기려야 하나

1951년 그 날, 내가 그 현장에 함께 있었다면 카메라를 낚아채 필름을 빼 버렸을 텐데... 그랬더라면 20세기 최고의 과학자가 혀를 쭉 내밀고 있는 우스꽝스런 모습이 오늘날 포스터, 티셔츠, 커피잔을 장식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지만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을지 모른다. 결국, 오늘날 상품 마케팅에 자주 등장하는 노년시절, 백발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여러 모습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생전에 과학적 명성을 누렸던 아인슈타인이 1955년, 사망과 더불어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더 큰 명성을 누리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제 그의 얼굴은 갈고리 모양의 나이키 상표나 흘림체의 코카콜라 글자처럼 또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아인슈타인의 무분별한 상업화
그 결과, 자기도움서(Self-help book: 전문가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도 스스로 사고, 감정,행동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일으킬 수 있도록 구성된 책)에서부터 영재개발 상품 즉, 아이와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하는 부모들이 자기 위안을 삼는, 유아두뇌개발 DVD에 이르기까지 그의 얼굴과 이름을 내건 상품의 연간 시장 규모는 1억 7천만 달러에 이른다. 내 경우만 하더라도, 한 손에 분필을 들고 있는 8인치짜리 아인슈타인 인형이 책상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이름과 얼굴을 상품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인슈타인의 유언 집행기관인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이 내건 규정에 부합해야 한다.

그리고 전 세계 14개의 법률사무소에서 아인슈타인의 초상권 등 제반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 히브리 대학의 규정에는 담배나 여성위생용품(모니터링이 어느 정도 필요한 규정임), 주류 등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명기되어 있다. 하지만, 이를 교묘히 위반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텍사스주 케이티 소재의 ‘아인슈타인스 펍’이라는 한 술집에서는 홈페이지에 선원 모자를 눌러쓴 노년의 아인슈타인 모습을 올려놓았다. 그나마 메뉴판에 웜홀 윙스나 보스-아인슈타인 버거가 오르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또 최근에는 자사의 “스마티 팬츠”(똑똑함을 상징하는 말) 상품 마케팅의 일환으로, 캐나다 밴쿠버의 한 의류업체에서 아인슈타인의 얼굴이 도안된 남성용 속옷을 제작 판매했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살아있다면 얼마나 통탄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르네 데카르트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보라. 1650년에 사망한 데카르트도 몇 백 년이 지난 오늘날, 남성용 속옷(G-string) 디자인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나의 얼굴이 소비자제일주의에 반대한 괴짜의 대명사로 등장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기서 분명히 밝혀둘 사항이 있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아인슈타인이 종국에는 속옷 디자인에나 등장하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 아니라 속옷에 인쇄된 그런 모습이 아인슈타인의 진정한 모습을 오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사고를 바꾼 무명의 이론가
1905년, 6개월에 걸쳐 그전까지의 과학적 사고를 영원히 바꾸어놓은 4편의 논문을 발표한 무명의 이론가와 은발의 천재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후자에 해당하는 천재 물리학자는 대학의 종신 재직권까지 누리는 국제적인 명사였다. 과학사에 길이 남을 4편의 논문이 발표된 지 100년이 되는 올해, 우리가 기려야 할 아인슈타인은 그런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항상 단정한 옷차림과 말끔한 용모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겉으로 보면, 일반 사람들과 다름없는 아주 평범한 생활인이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과 동시대의 일반인들과의 차이점이라면 비록 박사학위는 받지 못 했지만 우리가 사는 이 우주의 원리를 밝혀낼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첫 번째 부인인 밀레바 마리에게 보낸 편지 속에 등장하는 아인슈타인은 과학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한 문단 이상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연구에 전념하는 청년이었다. 타고난 천재라기보다는 일반 직장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연인-그는 밀레바를 새끼 고양이, 악당, 마녀, 거리의 천사, 그리고 베란다(오역(誤譯)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아주 특이한 애완동물 이름에 해당함)라는 애칭으로 부르곤 했었다-에게 한창 사랑 고백을 하다가도 자연스럽게 제임스 클럭 맥스웰의 전기역학 논문으로 화제를 바꾸는 그런 인물이었다. 자신의 친구인 미셸 베소의 집 실내장식에 대해 평을 했던 편지의 내용을 보면, 놀랍게도 아인슈타인은 스타일 감각도 뛰어났다. 이러한 세부적인 면모는 일반 대중문화 속에 심어진 아인슈타인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모든 괴짜 교수 이미지가 자신의 재산을 늘리려고 일부러 만들어낸 일종의 마케팅 기법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어쩌면 실제로 프린스턴의 괴델 연구실로 찾아가 대통합이론에 관해 담소를 나누는 중간 중간에, 자신의 집 커텐에 대해 이야기하며 괴델을 괴롭혔을지 누가 알겠는가?



제2의 아인슈타인의 탄생을
실내장식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정작 상대성과 특수상대성이론(E=mc2)의 탄생에 대해 감사를 표해야 할 인물은 이 젊고 낭만적인 혁신가인데 우리는 왜 그렇게 70대 노년의 아인슈타인에 집착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주경야독하는 26세의 무명 과학자보다는 다소 멀뚱해 보이지만 사랑스러운 노교수의 모습에 더 많은 정감을 느낀다.”라고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털링 브랜즈의 마케팅 컨설턴트, 스테판 루트는 말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거둔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감안한다면 한번만이라도, 연거푸 커피를 마셔대며 연구에 몰두했던 무명의 혁신가를 기려야 한다. 겉모습이나 옷 입는 스타일 모두 일반 사람들과 똑같았지만 머릿속은 광속으로 질주했던 젊은 물리학자를 말이다. 이들 속에서 우리는 제2, 제3의 아인슈타인의 탄생을 목도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의 상품화
LA의 로저 리치만이라는 에이전시에서 아인슈타인 관련 상품을 관리 감독하고 있다.

* 고취 아인슈타인만큼 자주 인용되는 위인도 없을 것이다. 그의 명언록을 출판하기 위해서는 아인슈타인이 실제로 사용했던단어들을 그대로 써야 한다.
* 소장품 아인슈타인 인형의 특징은 바로 의상이다. 프로이드나 셰익스피어 인형보다 더 많이 팔린다. 물론, 예수상만큼은 아니지만...
* 광고 아인슈타인은 어린이 관련 제품에서도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빗질도 제대로 하지 않은 아인슈타인의 텁수룩한 이미지를 이용하여 더벅머리 손님을 끌어보려는 미용실들이 많이 있지만, 번번이 에이전시에 거절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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