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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메일 삭제 권한도 나에게 있다

나는 이메일로부터 자유로울 때가 거의 없다. 기껏해야 밤새 날아가는 야간 비행기 안이나 아니면 인터넷 서비스가 되지 않는 호텔에서의 하루 정도가 이메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나는 매일 약 2만여 통의 이메일을 받는데 그중 1만 9천 5통 가량이 스팸 메일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정크 메일을 정기적으로 다운로드해서 삭제하지 않는다면 이메일함 정리에만 꼬박 며칠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보름 남짓한 휴가에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이메일부터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겨우 3통 뿐이었다. 항상 넘쳐날 정도로 쇄도하던 스팸메일이... 내게 수신되는 이메일을 인터넷 서버에서 스팸필터로 걸러내는 것을 원치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스팸차단 서비스는 여러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서 제공되고 있다. 심지어는 이용자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의적으로 걸러지는 경우도 있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내용은 곧장 스팸 메일함으로 보낼 뿐만 아니라 수신인이 보기도 전에 삭제해버리기까지 한다. 결국, 메일함에는 합법적인 메일과 스팸 필터를 교묘히 통과한 몇몇 스팸메일만 남게 된다. 여기에 귀가 솔깃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 메일함이 누군가 정한 알고리즘에 의해 분류된다고 생각하니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특히 무슨 내용인지 확인도 못 한 상태에서 스팸 메일로 처리된다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사무실이나 집으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정크 우편물이 배달된다. 그렇지만 내 앞으로 배달되는 우편물을 우체부가 마음대로 중요한 우편물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해달라고 요청할 마음은 없다.

스팸메일 차단시스템의 부작용
그런데, 위에서 말한 그런 작업들이 바로 AOL, 어스링크(Earthlink)를 비롯한 몇몇 거대 인터넷서비스업체(ISP)에서 행해지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자사의 스팸 메일 차단 시스템을 자랑하지만 그런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한다. 그렇다면 왜 이 모든 것을 비밀에 부쳐야 하는 것일까? 인터넷 서비스회사들은 스팸메일의 분류기준을 공개하는 것은 스팸 메일 발송업자들에게 차단 시스템을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 업체는 메일 수신자들에게 스팸 메일을 차단할 때마다 이에 대해 공지 메일을 보내는 것도 꺼리고 있다. 스팸 메일은 차단했다지만 그 때마다 처리해야 할 또 다른 메일이 생긴다면 스팸 메일을 삭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스팸 메일 발송자에게 앞으로는 메일을 보내지 말라는 즉, 수신거부 메일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지만, 이른바 ‘조 잡’(Joe Job)과 같은 비열한 속임수에 길을 터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수신거부 메일을 보낸 사람의 이메일 주소를 몇 백만 개에 달하는 스팸메일의 반송 주소로 스팸메일 발송자가 몰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메일 서버가 아닌 제3자의 메일 서버가 쇄도하는 수신거부 메일로 다운되는 것을 유유히 즐긴다. ‘조 잡’이라는 명칭도 그러한 속임수의 첫 피해자였던 조 돌(Joe Doll)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것이다. 1996년, 웹호스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던 조는 스팸 메일 발송업체로 알려진 웹페이지를 폐쇄해버렸다. 그러자 그에 대한 앙갚음으로 스팸메일업자는 이런 속임수 공격을 개발했다. 나도 한 달에 두 번꼴로 이런 속임수에 당하고 있다. 그리고 뒤이어 몰려드는 수신거부 메일은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하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이런 이유를 내세워, 스팸 차단 시스템 작동법을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옹호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이 스팸 메일과 바이러스 격퇴에 상당히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기계적인 조직화의 결과, 모든 이메일이 전송가능과 전송불가로 나뉘고 또 이런 분류가 언제나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정치단체의 반감
개인 및 단체들이 스팸 필터라는 블랙홀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어디에도 도움을 호소할 만한 데가 없다. 한번, 정치단체의 경우를 살펴보자. 스팸 차단 시스템의 규칙이 비밀로 유지될 경우, 이 정치단체가 긴급하게 보내야 할 캠페인 이메일이 다시 되돌아온다면 그 이유가 엄격한 스팸차단 시스템 때문인지, 또는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누군가가 이 정치단체에 반감을 가지고 고의적으로 차단하는 것인지, 이것도 아니면 수신인이 너무 게을러서 이 정치단체의 메일을 스팸 목록에서 삭제하지 않아 계속 스팸 메일로 인식해서 그러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당연히 알 수 없다. 나는 홈페이지 상단에 스팸 차단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 메시지를 띄워놓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며 그런 메시지에 코웃음 친다. ‘제 이메일이 걸러지고 있다구요? 저는 이메일을 모두 받고 있는데요. 스팸메일까지 말이예요.’” 라고 초창기 다이얼업 인터넷서비스업체중 하나인 리틀 가든의 설립자, 존 길모어는 말한다.

무슨 음모론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모두 실제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무브온닷컴(MoveOn.org)에서는 선거관련 기금모금 및 회원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자신들의 이메일이 정기적으로 차단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아챈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메일주소를 블랙리스트에서 해제하는 데에만 몇 날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경우, 정작 중요한 쟁점이 논의 타이밍을 놓쳐 시들해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이와 유사한 일이 공화당 단체들에게도 일어났다. 그리고 일렉트로닉 프론티어 파운데이션이 매주 발송하는 이펙터(EFFector)를 비롯하여 모든 형태의 이메일 목록에서 정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팸메일 분류착오가 이처럼 빈번하게 발생하다보니, 인터넷 서비스업체들도 이런 식의 차단 방법은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자신이 보낸 이메일이 스팸메일로 처리되어 계속 반송되어 온다며 소비자 센터에 걸려오는 항의전화 응대비용이 이메일 전송에 필요한 대역(帶域) 및 저장 비용보다 더 많이 든다.” 라고 클라우드마크의 설립자인 바이펄 비드 파라카시는 말한다. 이 업체의 스팸차단 소프트웨어는 페이팔(PayPal)과 같은 네트워크 운영업체 수천 곳에 납품되고 있다.

스팸 여과장치 설치
그렇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는 것일까? 물론 있다. 우선, 모든 내용을 사용자가 볼 수 있도록 스팸메일 여과작업이 이메일 사용자들의 컴퓨터나 인터넷 이메일 계정 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과거에 분류했던 메일을 인식하고서 그 내용을 수신된 이메일에 적용할 수 있는 스팸 차단기가 필요하다. 내가 발송한 이메일에 여러분이 답장을 보내면, 이 스팸차단 프로그램은 내가 스팸메일 발송자가 아님을 인식한 후 스팸 메일함을 뒤져서 과거에 보낸 적 있는, 폐기처분된 메일을 전부 찾아내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용량의 스토리지가 필요하겠지만, 사실 스토리지 장비 비용은 그렇게 비싸지 않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모르다면, 자동으로 걸러지는 스팸메일 속에 잘못 분류된 메일을 집어넣는 실수를 계속 저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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