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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문화 속에서 왜곡 전파되는 과학

살아움직이는 만화들
덱스터의 래보러터리 앤드 지미 뉴트론 같은 쇼들 덕분에 전자기기에 밝은 베이비시터들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고 있다.

몇 달 전 7살짜리 조카로부터 위성통신 장치를 만드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는 보이스 메일을 받았다. 조카애는 은박지와 철사, 전선과 AA 배터리들을 포함해 필요한 부품은 모두 갖췄다고 말했다. 이제 라디오나 리모콘만 있으면 됐다.

결국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지만 조카애의 풍부한 상상력을 접하며 도대체 이런 발명 욕구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 애 누나가 시리얼에 뭔가를 넣었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아서 클라크의 S.F를 읽어 준 것일까? 조카애를 만나 직접 물어보니 지미 뉴트론의 모험:천재 소년이라는 만화에 나오는 열 살짜리 애가 토스터기로 인공위성을 만드는 걸 보고 따라 한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텔레비전이 과학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높여주고, 만화가 효과가 있을까? 조카애들과 7살짜리 아이와 만화를 많이 보는 한 편집자의 도움을 받아 한 번 알아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만화를 보게 되면서 20년만에 처음으로 토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했다.

원자로와 초강력로봇의 결합
그런데 TV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카툰 네트워크와 니켈로디언에는 꼬마 에디슨 같은 어린 과학자들이 판을 치며 돌아다니면서 하이젠베르그나 아인슈타인을 자처하고 있었다. 본인이 과학자가 아닌 아이들은 부모가 과학자인 경우가 많다. 10대 로봇의 인생에 나오는 인조인간 제니의 자상한 엄마 웨이크먼 부인이라든가 파워퍼프 걸스에서 자신의 과학적 지식을 활용해 꼬맹이 딸이 범죄와 맞서 싸우는 것을 돕는 유토니엄 교수가 대표적인 예이다.

덱스터의 래보러터리에 등장하는 꼬마 주인공은 원자로와 초강력 로봇을 결합하는가 하면 휴식 시간에는 재미로 읽는 양자 과학 같은 책을 본다.

반면에 지미 뉴트론은 야구를 잘 하는 일이든 악당을 혼내주는 일이든 늘 기술적인 해결책을 알고 있다. 한 만화에서 그는 자기가 지은 다음 시가 경쟁상대인 다른 애의 시보다 못해 고민한다. “장미는 낮은 파장, 바이올렛은 높은 파장. 하지만 신디는 이걸 옹스트롬 단위로 표현하지 못하지. 나만큼 똑똑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그는 인공지능 칩을 나노로봇에게 심고는 자기 시를 고치도록 한다.

어른들의 변덕에 휘둘리기 쉽상인 아이들에게 이런 능력은 늘 동경의 대상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에 맞게 지식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물론 계획대로 안 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한 번은 덱스터가 현미경으로 사용하려고 장치를 만들다가 누이가 돈벌이가 될 거라고 하자 누이에게 모자로 팔라고 한다. 이 제품을 산 손님들은 머리가 점점 커진다. 한편 지미의 나노로봇들은 시를 잘못 해석해 모든 인간을 없애기 시작한다. “이 사건의 교훈은 열 살짜리나 집중력이 극히 낮은 사람이 뭔가를 하면 잘못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라고 지미 뉴트론을 만든 존 데이비스가 말한다.



애완용 거북이의 돌연변이
한편 부모의 연구실에서 실수로 자기 몸을 유령으로 바꾸어 놓는 아이가 등장하는 만화 데니 팬텀에는 유사과학 사례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하지만 옥스퍼드대학 유전학자인 리처드 도킨슨이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엑스파일에 대해 비판했듯 TV에서 비정상적인 것들이 이성적인 것들보다 항상 우세하지만은 않다.

호수에 괴물이 등장해 지미네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자 지미는 자기 아빠가 연구실에서 유독성 폐기물을 호수에 버려 애완용 거북이가 돌연변이해 괴물이 된 게 아닌지 조사해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비현실적인 얘기이지만 지미의 접근 방법은 과학적으로 올바른 방식이다.

어떤 경우든 중요한 건 사실적인 정확성이 아니다. 만화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려는 건 지미가 친구들을 데리고 수성에 가서 골프를 칠 경우 500℃나 되는 일교차 때문에 꽁꽁 얼거나 통닭이 될 거라는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지미는 모든 아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가 꼬마 과학자로 변해 시청자들에게 자주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제 지미의 창시자가 의도한 바를 알 것 같다. 한 번은 지미가 직접 공영 TV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내용이 너무 지루해 교장이 그의 경쟁상대인 신디 볼텍스에게 일부 운영권을 넘기도록 했다.

이 쇼의 제목은 곧 지미와의 과학에서 과학을 곁들인 펑키 잼 댄스 파티로 변경되었고, 지미가 전자의 원자가 궤도에 관해 입도 떼기 전에 공동 진행자인 신디가 다음과 같은 새 주제곡을 틀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빼앗아 갔다: “제 비이커가 되고 싶으세요? 제 화학 약품을 섞어주고 싶으세요? 제가 당신의 시험관 아기가 되어 드릴게요. 펑키 잼 댄스 파티에서요.”

과학과 대중문화
여동생에게 지미 뉴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자기 아들이 뭔가를 배워서 좋다고 하다가 표현을 바꾸어서는 “아이한테 영감을 줘서 좋아요”라고 했다. 지미는 늘 집안의 물건들로 뭔가를 만드는데, 아마도 조카가 이걸 보고는 자기도 폐품들로 위성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 모양이다. 과학 교육은 교실에서 진행되지만 그 이전에 우선 아이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이 점에서 지미와 덱스터, 파워퍼프 걸스에 등장하는 중년의 교수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들은 과학이 좀 더 친숙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꼬마 뉴트론의 주장대로 “엔리코 페르미의 정신으로 과학이 다시는 생각없는 대중 문화의 뒤켠에 잠자코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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