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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로 끝나버린 로켓 발사!

화창한 7월의 토요일 오후에 뉴욕 북부 들판에 차를 세운 방문객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게 4-H 클럽 이벤트인지 3차 대전용 무기 바자회인지 어리둥절해 할 만도 하다. 전국 박람회 같은 분위기 속에서 빠른 어조의 안내 방송이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고 아이들은 아이스크림과 핫도그를 먹고 있지만 심사위원단석으로 상패를 들고 가는 여자애들은 보이지 않고 참가자들 모두가 군용 미사일 복제본(미국제, 러시아제, 중국제 등)을 들고 안전담당관에게 가서 최종 발사지를 배정받는다. 가장 육중한 미사일 소유자들은 이 대회의 BFR(대형 불발 로켓) 위원회에 사전 점검을 받아 놓고 있다. “가져만 오면 확실히 날려버리겠습니다”라고 사회자가 말한다.

7월 4일 주말까지 연장된 6일 동안 제네세오 대학촌 외곽 들에서는 대형 위험 로켓 발사 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이 대회는 1980년대 말 이후 매년 장소를 바꿔가며 개최되어 왔다. 그당시 꽤 많은 아마추어들이 “모형 로켓”이라고 하기에는 크기가 크고 강력한 발사체인 “고화력” 로켓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곳과 같은 동부 해안 발사장들은 비행 항로나 인구 밀집 지역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 참가자들은 로켓을 12,000피트 상공까지만 날릴 수 있다. 하지만 서부의 사막 지역 발사장에서는 고도 제한이 없다. 작년 5월 네바다주 블랙 락에서는 전직 헐리우드 스턴트맨인 카이 미켈슨이 높이 6미터의 350kg짜리 고 패스트라는 로켓을 지구 대기권 외곽지역인 70마일 상공까지 쏘아 올려 이전의 비공식 아마추어 기록보다 20마일이나 더 높은 기록을 세웠다.

이곳에서는 23회차 연례 대형 위험 로켓 발사 대회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소풍나온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아이들과 가족들이 비교적 작은 조립형 로켓들을 로켓광들과 나란히 자리잡고 발사하게 된다. 취미로 로켓을 발사하는 어른들은 높이 4.5미터에 무게가 100kg이나 되는 거대한 발사 나무나 마분지 통 안에 상용 모터를 설치해 수 개월에 걸쳐 로켓을 완성한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아이들과 여름 소풍 분위기가 사라지고 발사장은 실험적인 곳으로 바뀌면서 로켓 제작자들이 직접 혼합해 만든 고화력 추진체를 단 실험 로켓들이 하늘을 수놓게 된다.

예상치도 못했던 화창한 날들이 며칠간 계속되면서 축소판 케이프 케너브럴 기지가 온통 아수라장이 된 듯 매분마다 사방에서 로켓들이 발사된다. 소형 로켓들은 날렵하게 날아 돌아다니지만 대형 로켓들은 방심한 관중을 흠칫 뒷걸음질치게 만들 정도로 위력적이다. 굉음을 내며 발사대에서 솟아오른 이 로켓들은 조물주가 쏜 화살처럼 하늘을 가르면서 연기와 불꽃으로 된 궤적을 남긴다.

“이곳에는 온갖 크기의 로켓들이 있습니다”라고 투자 자문인 로이드 우드가 말한다. 그는 이 행사 주관처인 뉴욕 버펄로의 로켓 클럽 회장으로 주말의 로켓 발사대회 책임자이다. 우드는 체구가 커 조직위원들용 텐트 안의 접이식 의자에 앉지 못하게 되자 4륜 ATV를 타고 캔버스 모자를 쓴 채 분주히 돌아다니는데 마치 21세기판 식민지령 행정관이 관할 영토를 돌아보는 것 같다. 그의 업무는 주말로 예정된 1,700건 정도의 발사가 불발되어 한껏 고조된 분위기를 망치거나 발사 구역 주변에 있는 500명 정도의 관객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 이틀간 선보일 로켓들은 발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로이드와 그의 팀은 불을 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로켓들이 모두 발사에 성공하면 별 재미가 없을 겁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토요일 오후 플로리다 엔지니어 릭 보예트의 로켓 발사 시간이 다가오자 관중들이 술렁대기 시작한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우주에 위성을 쏘아 올린 차이니즈 롱 마치 2E 로켓을 1/17로 정밀하게 축소한 모형을 조립했다.

멋있게 복제해 넣은 진짜 중국어 어귀가 광섬유 몸체를 따라 내려갔다. “‘중국을 우주로’라는 뜻입니다”라고 보예트가 설명한다. “누군가에게서 들은 얘기죠.” 중앙의 대형 모터와 이를 둘러싼 채 고정된 4개의 추력 모터로부터 추진력이 발생한다. 클러스터형이라는 이 로켓은 제대로 발사시키기가 극히 어렵다.

추진기들이 동시에 똑같은 힘으로 발사되지 않으면 로켓이 똑바로 비행하지 못한다. 발사시 균형을 잃으면 로켓이 산산조각나 버린다. 보예트는 로켓 동호인들 사이에서 화려하고 야심차지만 기술상의 정교성이 다소 부족한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필자는 보예트를 따라 그와 그의 팀이 발사 전 일상적인 마지막 점검을 위해 돌아다니는 데 동행한다. “너희들 혹시 접착 테이프 가지고 있니?”라고 누군가가 묻는다. 로켓에 탑재된 두 개의 낙하산은 적절하게 접어서 안쪽으로 잡아당긴 다음 로켓 몸체에 케블러 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만약 롱 마치가 제대로 발사되면 시간 지연 장치나 고도계에 의해 작동하는 두 개의 낙하산들이 로켓이 최고점에 도달할 때 펼쳐지게 된다. 무거운 로켓 앞부분 때문에 착륙시 다른 부위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작은 보조 낙하산이 펼쳐지면서 낙하 속도를 줄여 준다.

반면 큰 낙하산은 로켓의 다른 부분이 부드럽게 지상에 닿도록 해 준다. 모든 게 잘 된다면 로켓이 흠집 하나 없이 착륙해 새 모터를 달고 바로 재발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예트가 롱 마치를 발사했다 망가져서 다시 고친 게 이미 세 번이나 된다.

45분이 지나자 보예트는 “준비가 됐다”고 발표한다. 모두들 규정대로 300미터쯤 물러나 건초더미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5, 4, 3, 2, 1...”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연기도, 환호성도 없다.” 조사해 보니 보예트의 로켓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행사 주최측에서 제공한 점화 상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었다.

급히 수리를 마치고 다시 발사할 준비가 되었다. 이번에는 발사가 순조롭게 이루어져 롱 마치는 엔진에서 밝고 요란한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아 올랐지만 몇 초간 뿐이었다. 300미터 가량 솟아오른 로켓은 공중에서 폭발해 부서지며 온갖 부품들이 파티의 폭죽 리본처럼 쏟아져 내린다.

보예트는 마치 뭔가 잘못되리라는 걸 예상이나 했듯 이상하리 만큼 침착해 보인다. “무슨 일이 일어난 지 모르겠어요”라고 그가 말한다. “로켓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더 높이, 더 높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마 너무 과다한 힘이 작용한 모양입니다.”

쓰레기 봉지 수거 작업이라는 이 과정에서 산산조각 나 땅에 떨어진 로켓 부품들은 자세한 검사를 받은 후 가장 가까운 쓰레기 폐기장에 묻힌다. 하지만 축제 도중 이런 식으로 발사에 실패한 로켓들이 줄을 잇는다.

어떤 경우에는 로켓이 점화도 되지 않은 채 고집불통 개처럼 발사대에서 꿈쩍도 않고 있는다. 또다른 경우에는 점화는 제대로 되지만 뜨거운 가스가 엔진의 연소실을 뚫고 나와 비교적 취약한 동체로 들어가면서 로켓이 발사대에서 폭발해 “로켓 배설물”이라는 것만 남게 된다.

이것이 “이륙 불발”이라는 CATO이다. 어떤 경우에는 로켓이 하늘로 잘 솟아오르지만 발생하는 힘을 동체가 견디지 못해 보예트의 로켓처럼 공중에서 부서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켓들은 지상으로 되돌아오는 중에 망가진다. 주 낙하산, 혹은 운이 나쁠 경우 보조 낙하산까지도 펴지지 않을 때 아나운서는 “로켓이 급강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시속 100-300마일로 땅에 떨어지는 로켓은 “잔디 표창” 또는 “벌레 단두대”라고 한다. 하지만 관객들의 시각에서 볼 때 가장 우려되는 종류의 로켓은 직진하지 않고 전속력으로 좌충우돌 돌아다니는 것이다.

만약 발사 안전 요원이 잘못된 계산을 모르고 지나치게 되면 집에서 만든 로켓이 이륙 후 통제력을 잃고 마구 돌아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연료가 소진되면서 무게중심이 변해 수평 방향으로 안정을 되찾아 제대로 비행하면서 단거리 크루즈 미사일 같은 모습을 보여 준다.

“로켓이 날아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올해 발사 위원회 위원인 중학교 과학 교사 듀안 윌키가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로켓을 피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이곳의 많은 사람들이 LDRS 19에서 잠깐 비행을 했고 이젠 “불타는 죽음의 피라미드”라고 알려진 삼각 로켓을 떠올린다.

그날 저녁 늦게 로체스터 호텔에서 개최된 연회에서 로켓 발사대회 구경을 안 한 대회 참가자들에게 보예트의 발사 얘기를 해 주었다.

“정말 멋지긴 했지만”이라고 하다가 말을 바꾸어 “릭이나 로켓에게는 그렇지 못했지만요...”라고 얼버무렸다. 한 사람이 내게 괜찮다고 했다. “일부러 설명하실 필요 없어요. 우리들 모두 그 때문에 이곳에 참가한 걸요. 우리는 로켓이 폭발하는 것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특히나 다른 사람의 로켓이 폭발하면 더 재밌죠.”

잠시후 화제의 주인공인 보예트가 멍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2번 추진기의 튜브 커플러 이음새에 문제가 있었어요”라고 그가 말한다. “다시 제작할 때 그곳에 본드를 넉넉히 칠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다시 만들 거에요.” 이 별것 아닌 것 같은 3미터, 35kg짜리 로켓에 보예트가 쏟아 부은 100시간과 2,000달러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른 시각 필자가 알기로 이 대회에 참가한 유일한 정신과 의사인 스테판 보이가 선과 고화력 로켓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들려 주었다. “놔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시간과 돈을 들여 열정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지만 그게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죠.”

관객들은 로켓이 멋지게 발사되는 걸 한두 차례 보다가 여러 번 보게 되면 흥분의 열기가 시들해진다. 하지만 로켓 애호가들에게는 매번 발사가 섹스에 비유할 만큼 스릴 넘치는 경험이다. 오랫동안의 사전 준비에 비해 클라이막스가 아무리 짧더라도 짜릿함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대회를 남성들의 과시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사회사업가인 제 아내는 남자들끼리 로켓 크기를 놓고 경쟁하는 유치한 놀이라더군요”라고 보이가 말한다. 그런 그가 대회에서 가장 큰 로켓인 오보이로 출전했는데 높이 5미터에 무게가 90kg이었다.

연회에서는 대회 참가자들이 긴장을 풀고 음료를 마시며 가벼운 대화를 나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몇 개의 또렷한 그룹으로 사람들이 몰려 든다. 그중에는 보예트처럼 실제 로켓을 정교하게 복제해 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색다르고 큼직하며 공기역학과는 거리가 먼 형태의 로켓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올해 대회에 선보인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비행접시형 로켓이나 로켓으로 변형한 공업용 의자, 보울링 공을 우주에 발사하기 위해 만든 로켓이 있다. 하지만 이런 컨셉형 로켓들 중에서 LDRS 22에서 고 패스트 페임 팀의 카이 마이클슨이 아우어 스팅킹 로켓을 발사했을 때만큼 관객들로부터 환호를 받은 것은 없었다.

이런 다양한 로켓 애호가들이 FAA에서 승인한 비교적 낮은 고도의 동부 해안에서 기계조립 전문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연회장에서 뉴저지 출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리치 크로보스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볼링 핀에 특이하게 얹힌 볼링 공 로켓으로 그런대로 인상적인 성능을 과시한 뒤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만드는 데 세 달 걸렸어요. 집사람이 많이 참아줬죠”라고 그가 말한다.

세 번째 부류의 로켓 애호가들은 자신들이 로켓 과학자라고 자랑하는 버튼을 단 채 발사장 주위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전문직 종사자들인 이들은 추진 연료 제조를 담당한다. 실제 항공 엔지니어로 휴일을 이용해 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위험한 화학 프로젝트에 매료되어 온 로켓광들도 있다.

이 그룹의 대표적 인물은 면역학자인 짐 리빙스톤과 그의 동료이자 의료 제품 제조회사 중역이었던 짐 리빙스톤이다. 노스 캐롤라이나 출신의 이 두 로켓 애호가들은 독특한 팀웍을 이룬다. 리빙스턴은 골프장을 소유한 골프광인 반면 휘트모어는 자신이 발행하는 “실험적 로켓 추진체의 성능 평가”지의 전문 필자이다.

두 사람은 휘트모어가 대형 엔진을 제작중이고 리빙스턴이 그에 걸맞는 로켓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다음 서로 힘을 합쳤다. 이 로켓은 이들이 지금까지 발사했던 것들 중 가장 큰 것이어서 두 사람 모두 흥분된 채 다소 우려도 하고 있다. “제 엔진만 위험한 게 아니라 짐의 로켓까지 잘못될 수도 있거든요”라고 휘트모어가 말한다. “친구의 로켓을 망가뜨리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필자가 만난 또 다른 실험적인 사람들은 데이브 웨버와 밥 어틀리인데 이들은 고화력 로켓 전국 연합회인 트리폴리 메릴랜드 챕터 출신의 친구 사이이다. 이들은 큰 준비없이 각자 과거에 여러 차례 발사했던 로켓들을 다시 발사한다. 토목 기술자인 웨버는 어린 아이였던 1960년대 이후 로켓에 푹 빠져들었다.

“보이스 라이프 잡지에서 모형 로켓 광고를 보고는 로켓에 매료되어 버렸죠”라고 그가 회상한다. 컴퓨터 기술자인 어틀리의 로켓 분야 경력은 보다 전형적인 과정을 따르게 된다. 어렸을 때 잠깐 관심을 가졌다가 “아이가 열한 살 때 다시 관심을 갖게 됐는데 아이도 흥미가 있어 했죠”라고 그가 말한다.

“제가 알고 있는 로켓광들처럼 제 아이는 중간에 흥미를 잃었지만 전 계속 빠져들었어요.” 웨버와 어틀리의 로켓들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추진연료로 추진될 것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로켓 연료 제조가 쿠키 굽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만들 때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모형 로켓의 크기는 당시 대표적인 추진 연료인 화약의 성능 때문에 제약이 있었다. 잘 부서지고 인화성이 높은 화약은 커다란 엔진에 주입하기에는 번거롭고 위험해 제조업체들은 굳이 대형 로켓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엔지니어들이 NASA에서 우주선의 추진 엔진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고체 혼합 연료를 이용해 모형 로켓을 날리는 방법을 알아내면서 이런 제약이 사라졌다. 고체 연료는 산화물과 연료의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산화물인 과염화 암모니아는 점화시 산소를 방출해 합성 고무 연소를 촉진한다.



이 고무는 곱게 갈아 가연성을 높인 알루미늄 입자들과 섞은 탄화수소 연료이다. 이 연료는 검은 화약에 비해 세 배나 강력하면서도 더 안전하다.

짐 리빙스턴은 우연히 올해 발사 대회지로부터 엎드리면 코닿을 만한 거리인 뉴욕 레이크 컨센서스에 여름 별장이 있는데, 바로 이곳에서 그와 휘트모어는 리빙스턴의 5.2미터짜리 바이퍼 로켓을 준비한다. 이 찌는 듯 더운 여름 오후에 휘트모어는 집에서 만든 이 연료를 검사중이다.

“이렇게 땀을 흘리면서도 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이렇게 많은 연료들이 주변에 있어서 흥분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라고 그가 말한다. 연료가 든 용기 가장자리를 알루미늄 케이스에 밀어 넣어 날개 바로 위의 로켓 몸체 안에 다시 넣기 직전에 그가 마지막으로 연료 냄새를 한 번 더 맡는다. “그래!” 그가 소리친다. “이게 바로 세상에서 제일 근사한 냄새지.”

로켓은 기본적으로 폐쇄된 용기의 한쪽으로만 연료가 점화되어 분사된다. 급속하게 팽창되는 기체와 연소하는 분말형 물질들이 연소실 내벽에 강하게 밀려 좁은 노즐을 통해 빠져 나가면서 에너지를 응집시켜 추진력을 발휘한다. 로켓의 시조인 벤허 본 브라운은 한때 이 과정을 고무 보트 뒤켠에서 연속으로 기관총을 발사해 반작용의 힘으로 배를 앞으로 추진시키는 현상에 비유했다.

이 단순한 메커니즘과 마감 부품에 유동성 부속이 없기 때문에 여름 별장에서도 큼지막한 로켓을 쉽게 조립할 수 있는 이유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휘트모어는 엔진을 로켓 추진기 안에 넣으려고 준비중이다. 그는 강철 압축 고리를 두 개의 복원 볼트에 끼워 넣어 이륙할 때 엔진이 로켓 머리쪽으로 밀리거나 아래쪽 노즐이 날아가지 않도록 한다. “제가 이 압축고리를 끼워넣기 시작하면 좀 비켜 서 있으세요”라고 그가 말한다. “만약 이것들이 튀어나가면 집에 총알이 박힌 것과 같으니까요.”

고화력 로켓의 제 1법칙에 의하면 “큰 것이 좋다.” 휘트모어는 로켓계의 전문 용어로 N 클래스에 해당하는 엔진을 제작했다. 이 엔진은 연소 과정에서 초당 10,240-20,480 뉴튼의 추진력을 낸다. 초당 1뉴튼의 힘은 1킬로그램의 질량을 초당 1미터 가속시키는 데 작용하는 힘이다.

글자가 한 칸씩 높아질수록 전체 힘은 두 배가 된다. 따라서 N급 엔진은 휘트모어가 최근에 제작한 M급 모터보다 두 배 더 강력하다. M급 모터는 LDRS에서 시선을 끄는 강력 모터의 표준 출력으로 작은 모형 로켓에 시용되는 A급 모터보다 8,192배 강력하다. “이렇게 큰 엔진을 다루다 보면 흥분이 됩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로켓 애호가들이 흥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규정 때문이다. 신기록을 수립한 고 패스트호의 발사 허가를 받기 위해 마이클슨은 2년 반 동안 정체가 모호한 상용 우주 교통청이라는 기관의 관료적인 작태와 투쟁을 해야 했다.

그의 로켓 발사를 1년간이나 유예시킨 공무원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불쾌해 하지 않다면 우리 기분이 별로죠.” 이에 대해 마이클슨은 전세계 고화력 로켓 애호가들을 대신해 이렇게 답했다. “당신들이 걱정을 하지 않으면 우리 기분이 별로 안 좋습니다.” 그러자 연방 정부가 개입했다. 2001년 가을 정부 기관의 두 요원이 휘트모어의 집에 찾아와 연료 저장 시설을 조사했다.

9/11 참사 이후 가정내 제조 화공약품은 의혹의 눈길을 받게 되었다. 관리들은 가정내 제조 로켓들이 테러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로켓 애호가들은 스팅거 지대공 미사일이나 렌트 트럭 또는 자살용 폭탄 조끼 대신 유도 장치도 없는 로켓에 치명적인 무기를 실어 나르려고 하는 어리석은 테러범은 없을 거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정부기관의 관리들은 고체 연료에 사용되는 산화물인 과염화 암모니아가 1970년대 이후 공식적인 폭발물 목록에 올라 있기 때문에 로켓 엔진을 규제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고화력 로켓 제작자들에게 엄격한 폭발물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는데, 이에 대해 로켓 애호가들은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

“이런 걸로 폭탄을 만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라고 트리폴리와 전국 로켓 협회 대표 변호사인 조 에간이 말한다. “하지만 매년 수백 개의 폭탄이 구하기 쉬운 화약으로 제작됩니다.” 로켓 애호가이자 취미 산업 컨설턴트인 더그 프랫은 이렇게 덧붙인다. “로켓 애호가들이 애국심에 상충되는 행위를 한다는 얘기에 기분이 안 좋습니다.” 유쾌해야 할 LDRS 연회 도중 잠시 모자를 돌려 변호사료를 모금하는 순간들이 있다.

고체 연료에 대한 연방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자 일부 로켓 애호가들은 액체 산화물을 이용해 고무와 플라스틱을 연소시키는 하이브리드형 엔진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엔진이 새로운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문제 해결책의 일환이었다. 9/11 참사 후 하이브리드 엔진은 연방정부의 감시를 합법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되었다.

하이브리드 방식에는 폭발물로 간주할 만한 것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정부의 어떤 부서에서는 로켓 애호가들을 괴롭히고, 다른 부서에서는 이 부서들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

NASA는 더그 프랫으로부터 교육용으로 두 대의 발사 장치를 구매했다. 프랫은 이 장치들을 지하실에서 만들어 시간이 날 때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

하이브리드형이 안전상 비교적 우수한 이유는 산화제로 주로 산화질소를, 연료원으로는 주로 PVC 플라스틱 덩어리를 사용해 두 가지 성분을 연소시키기 때문이다. 이 두 물질은 초고온만 아니면 화학적으로 불활성이다.

고화력 로켓업계 내에서 열정적인 몇몇 사람들은 하이브리드 엔진을 미래의 대세라고 보는 반면 아직 대다수는 이 엔진이 점화가 잘 안 되고 요란한 소음을 내기 때문에 썩 내켜하지 않고 있다. 사실 고체 연료 연소시 나는 소리는 없애기가 힘들다.

로켓을 실험해 볼 날이 탄식 속에 시작되었다. 휘트모어-리빙스턴 팀과 웨버-어틀리 팀들은 월요일에 발사할 에정이었지만 바람이 강해지면서 그날 내내 날씨가 엉망이었다. 화요일은 새벽에 구름이 끼었지만 아침이 밝아오자 로켓들을 충분히 발사할 만큼 하늘이 푸르게 개었다.

“잘 주무셨습니까, LDRS 23 참가자 여러분, 저는 데이브 웨버입니다”라고 즉흥적인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이번에 수퍼 투퍼라는 로켓이 여덟 번째 비행을 하게 됩니다. 엔진은 메릴랜드 델라웨어 로켓 협회의 보조 모터웍스에서 제작했습니다. 1,100미터까지 쏘아 올릴 예정입니다. 시계도 좋고, 하늘도 맑습니다. 발사 전 5, 4, 3, 2, 1 ...”

불길한 느낌이 들더니 수퍼투퍼가 발사대에서 30cm쯤 솟아오른다. “이렇게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면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라고 웨버가 말한다. 물론 불발이다.

엔진의 연소실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로마 양초 같은 불꽃이 머리와 노즐에서 뿜어져 나오자 웨버와 발사 조직위원들이 양동이에 물을 퍼 현장으로 달려가 잿더미가 된 잔해에 쏟아붓는다.

웨버의 동료인 어틀리는 어느 새 로켓과 발사 장소 사이에 서 있다. 그는 이라크전에서 포착된 러시아제 SAM 미사일의 뉴스 방영 사진을 보고 만든 호리호리한 신형 로켓을 발사대에 장착했다.

어틀리의 로켓은 불발로 끝난 수퍼 투퍼에 주입한 것과 같은 연료가 가득차 있다. 만약 수퍼 투퍼의 문제가 기계적인 것이어서 압력 고리를 잘못 조였다든가 하는 것이라면 어틀리의 로켓은 제대로 솟아오를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점검 중 거품이 생겨 표면적이 넓어지면서 연소가 가속되는 등 연료에 문제가 잇다면 어틀리의 로켓 발사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엔진을 가져와 시험 발사해 볼 수도 있엇을 겁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하지만 제 친구가 보는 데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버튼을 제가 눌러야만 했습니다.” 흔히 폭연이라고 하는 이런 폭발은 실제 발생하면 꽤 볼만하다. 큰 체구에 느긋한 어틀리는 짤막하게 말했다.

“어떤 일이 일너날지 미리 알고 있었어요.” 결국 그의 로켓 윗부분 절반은 다시 쓸 수 있어 그는 탄 흔적을 영광의 표식처럼 그대로 둔 채 나머지 부분을 다시 만들 것이다. 휘트모어와 리빙스턴의 발사는 나름대로의 이유 때문에 희비가 엇갈렸다. 휘트모어가 대회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틀 전 그의 아내 샐리가 긴급 복부 수술 때문에 병원에 실려간 뒤 그는 부인과 같이 있기 위해 서둘러 채플 힐로 되돌아갔다. N급 엔진은 타버려서 리빙스턴은 자기의 M급 엔진을 바이퍼 로켓에 거꾸로 넣었다.

대회가 불안하게 늦어지자 그는 초조해졌다. 그럭저럭 대회가 재개되었다. 지체없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순조롭게 로켓이 이륙했다. 엔진이 굉음을 내며 수직으로 로켓이 솟았다. 잠시 낙하산이 잘못되어 바이퍼가 근처의 2차 세계대전 참전 비행기들 한가운데로 떨어지려다 순전히 운이 좋아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LDRS 23은 곧 이어 막을 내렸고, 대부분의 로켓 애호가들에게 이제 내년 대회 계획을 세울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리빙스턴과 휘트모어에게는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일단 샐리 휘트모어가 회복하고 바이퍼의 재정비가 끝나면 두 사람은 자신들의 강력한 N급 로켓을 꼭 한 번 발사할 예정이다.

부인의 병상을 돌보는 동안 로켓에 관한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고 휘트모어가 전화로 필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8월이 되자 다시 제 취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죠”라고 그가 말한다. 휘트모어의 긴장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가 한 말이 생각난다. “로켓에는 사내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네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연기와 불, 소음, 속도와 비행이죠. 로켓이 발사될 때마다 그걸 타고 날아보고 싶어질 겁니다.”

결국 온화하고 화창한 작년 10월 어느날 오후 그와 리빙스턴은 노스 캐롤라이나에 있는 자택 뜰에서 로켓을 발사했다. “로켓을 함께 발사하니 아주 특별했습니다”라고 리빙스턴이 말한다. “시속 478마일로 1,750미터 높이까지 올라갔어요. 저희가 애타게 기다리던 순간이었죠. 소음도 엄청났습니다”라고 휘트모어가 말한다.

▲ 로켓 갤러리 - 출전 로켓들과 발사 결과

펌프식 모델
로켓 모스키토
제작자 MIT 학생 우디 호버그
디자인 어렸을 때 날린 호버그 모형 로켓의 확대판(높이 3m, 무게 60kg). 이륙용 대형 엔진 2개와 공중 점화용 소형 엔진 2개이 있다.
투자 300시간, 1,200달러
발사 로켓 앞부분이 터져 열렸고, 보조 낙하산은 찢어졌으며, 로켓은 주차된 차 두 대 사이에 화염에 휩싸여 추락했다.

하이브리드형 핫샷
로켓 제미노스
제작자 오하이오 출신
엔지니어 마틴 도로시악
디자인 2.2m, 12kg짜리 이 로켓에는 두 개의 하이브리드형 엔진이 달려 있다. 이 복잡한 장치들은 산화질소와 고체 플라스틱으로 추진된다.
투자 150시간, 1,190달러
발사 두 개의 엔진이 동시에 점화되지 않아 하나가 과열되면서 공중에서 폭발했다. 로켓은 900미터 고도까지 도달했다.

보울링 공 발사
로켓 무명
제작자 뉴저지 출신 컴퓨터 프로그래머 리치 크로보스
디자인 원형 핀 위에 놓은 8파운드짜리 볼링 공
투자 300시간, 88달러
발사 처음 공은 발사되지 않은 채 뒤집혔다. 두 번째 공은 볼링 공 기록에 1,400미터 못 미치는 500미터 높이에 도달했지만 이전에 실험해 본 적이 없는 디자인 치고는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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