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섬을 여행하다 발견한 48개의 둔갑 주문들
1930년 9월 3일 인도네시아 발리섬에 멕시코의 유명한 화가 미겔 코바루비아스씨가 사진작가 그레고 크라우서씨가 제작한 발리섬 사진북을 보고 감명받아 발리의 아름다운 해안가에 작은 숙소를 얻어 투숙한 일이 있었다.
오랜 시간을 배로 여행한 관계로 너무 지쳐 낮에 잠을 잔 미겔은 밤 10시경 잠에서 깨어났는데 밖을 보니 마을의 불은 이미 다 꺼지고 적막한 가운데 파도 소리만 들렸다.
밤하늘의 별을 구경하다가 먼 산등성이에 다채색 불빛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본 미겔은 파란색과 흰색을 섞어놓은 것 같은 색의 불빛들을 보고 혹시 다른 여행객들이 조명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숙소를 나와 불빛들이 움직이는 곳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불빛을 향해 가까이 접근하다가 그것이 지상이 아니고 높은 코코넛 나무 위에서 발산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5개의 불빛들 중 한개가 나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내려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문제의 불빛이 반딧불 같은 곤충이라고 판단해 잡아 보려고 했는데 괴 불빛이 가까이 오면서 크기가 사과만큼 커지는 것을 본 그는 불빛 중앙 부분에 흉악한 모습의 괴수얼굴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너무 놀라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대로 기절해 모래사장에 넘어졌다.
다음날 아침 주민들에게 발견된 그는 영어를 할 수 있는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전날 밤에 본 괴 생물체가 ‘리크 영혼’이라고 불리우는 둔갑 귀신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리크 영혼이 무엇인가 물었지만 주민들이 기겁하며 알려고 하면 리크 영혼이 쫓아온다고 했다. 그 후 마을 원로를 찾아가 자신이 화가임을 설명하고 통역을 통해 리크 영혼에 관해 물어본 그는 리크 영혼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원로는 리크 영혼들 중 대다수가 죽은 이의 영혼이지만 살아있는 이도 리크 영혼으로 둔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로는 오래된 두루마리 필사본을 꺼내와 오래전에 조상으로부터 전해 받은 리크 영혼 마법책을 보여주었다. 원로는 세상에 가지 수가 몇인지 모를 정도로 많은 둔갑술이 있지만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은 불과 48개 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원로의 양해를 얻어 리크 영혼 마법서를 일기장에 복사한 미겔은 두루마리 안에 기록된 내용이 48개의 둔갑 주문과 설명, 그리고 어떻게 하면 육신이 도깨비불이나 동물 또는 리크 영혼으로 바뀌고 다시 육신으로 되돌아 오는가에 관한 내용임을 알았다.
그는 인간이 단순히 주문을 세번 외치는 것 만으로 리크 영혼과 원숭이, 버펄로, 염소, 돼지 등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기록된 대로 실제로 둔갑이 되는지는 혹시라도 동물로 변한 뒤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나 겁이나 시도하지 못했다.
그 후 발리섬에 체류하면서 도깨비불을 밤마다 매일 목격한 그는 도깨비불들 중 일부가 흡혈귀 형태의 괴수로 변하며 지붕 위로 날아다니고 주민들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말을 들었다. 문제의 영혼들은 밤마다 고목에서 하나둘씩 나와 마을 주변을 돌아다녔다.
발리섬에서 난생 처음보는 동물들과 여러번 숲에서 마주친 그는 마을 주민들이 지나가다가 동물들을 만나면 이들이 동물로 둔갑된 리크 영혼일 가능성이 높으니 절대로 괴롭히거나 못살게 굴지 말라는 당부를 기억하며 그냥 지나쳤다. 그는 발리에서 많은 그림을 그리고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 여생을 보냈다.
위의 이야기는 미겔이 1957년에 사망한 후 그가 1930년대에 발리에서 기록한 일기장으로 공개됐다.
자료제공:딴지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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