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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인간의 미래

의약의 목적은 아픈 사람을 “정상”으로 만들어주는 것인데, 이것은 “다른 사람들과 거의 같은 병들에 걸리게 한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이번 특별호에서 본 것처럼 인류는 온갖 약물 덕분에 정상 이상의 능력을 가질 수 있는 세계로 힘겹게 나아가고 있다. 이것은 피터 크래머의 1993년작 프로작에 귀 기울이기에서 인용한 유명한 말이다. 현재 연구가 진행중인 생물학적 개선제들은 종류가 다양하다: 기억력을 높여주는 뇌기능 개선제, 특정 단백질을 억제해 근육 성장을 촉진하는 도핑 방법, 뇌에서의 뉴런 생성을 정상치 이상으로 자극하는 유전자 요법 같은 것들이다. 일반인들이 상상만 하는 동안 일부 과학자들은 이를 실천에 옮긴다. 나는 이 점을 잘 안다. 스탠포드 대학에 있는 내 실험실에서 학습 및 기억과 관련있는 뇌 내의 부위인 해마로 유전자를 운반하는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중인데, 이를 통해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기존처럼 인식이 손상되는 대신 더 잘 배울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얘기하는 건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는 것으로, 그러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보통 사람이 평균적인 수학 문제를 어려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비행기 여행이 자동차 여행보다 안전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행기 타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조종하기를 원하고,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남들보다 운전을 더 잘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의사들보다 본인이 더 낫다고 생각해 임상 연구 결과보다는 자신의 직감을 더 믿는 의사들도 있다. 그리고 수학적 사고력이 마비된 일부 사회 비평가들은 학교에서 평균 이상의 학생들만 배출해야 한다고 믿는다. 평균 이상의 사회를 만든다는 이상은 당연히 불운한 일이다.

하지만 공상과학 소설에 배어있는 상상력과 인류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는 뿌리깊은 믿음이 있기 때문에 과학을 통해 정상 이상의 삶을 사는 방법을 상상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래도 이런 인위적 조작이 좋은 일인지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연구원들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조작하는 데 대해 우려가 되는 점들을 일부 살펴본다.

>놀랄만한 개입이 실패로 끝나면 어떻게 될까?
“가만... 이 유전자 도입으로 인간이 광합성을 할 수 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느릅나무병에 더 취약해지고 말았잖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문제는 사실 가장 우려할 만한 일이다. 중세 의료 협회에서 기분이 안 좋을 때 거머리 복용을 추천한 예로부터 치명적인 면역성 질환 치료용으로 개발된 유전자 치료법이 알고 보니 백혈병 발병의 원인이었던 최근 발견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이런 실패 사례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엔 굉장히 조심하고 있습니다”라고 아무리 안심시켜도 사고는 줄지 않는다. 우리 과학자들은 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대상을 추구하다 보면 늘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만이 위험한 건 아니다. 과학적 개입이 계획대로 완벽하게 이루어져도 여전히 온갖 우려할 일들이 존재한다.

>어떤 재미가 있을까?
뒤영벌의 미토콘드리아를 어떤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에 넣어 음악
역사상 피아노 연주를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치자. 대단하기는 하지만 연주가 더 낫게 들릴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질문은 어떨까? 이번 시즌에 디트로이트 피스톤즈팀이 티타늄 섬유를 이식한 채 인공 앞팔 확장기로 스퍼스 팀을 이긴다면 어떨까? 누가 상관하겠는가? 가상 싱크로나이즈 수영 경기에서 PC팀이 Mac팀을 이기는 것만큼 재미있는 볼거리일 것이다.

>경계선은 어디인가?
정상 이상의 능력을 갖고 싶어한다고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내가 자주 듣는 경계선은 우리 뇌의 정상적인 화학 반응을 변화시키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나이든 남자의 방광을 유전자 치료법으로 고쳐 참을 수 있는 소변량을 늘림으로써 중년 남성들이 정오에 단 한 번 화장실에 가게 하는 것은 괜찮다. 이 “뇌의 신성함을 유지하는” 전략에서 문제가 되는 건 우리가 이미 뇌의 신경화학체계를 자주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전날밤 잠을 못잔 사람은 맥을 못추게 마련이다. 제때에 카페인이라도 한 잔 들이켜야 신경화학적으로 좀 나아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경고하는 또다른 경계는 유전이다. 즉, 유전자 변화로 고착되어 다음 세대까지 넘어가는 생식세포는 조작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만약 재미있는 네온 뿔 이식물을 자랑하고 싶다면 그건 본인에게만 국한되는 특권이다. 생식세포를 조작해 사슴 뿔 이식 성향이 아이들에게까지 유전되게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과학 기술로 세대간에 유전이 되서는 안될 질병을 결정할 수는 없을까? 뇌 안에 지질 찌꺼기가 쌓이면서 뇌가 손상되고 몇 년 이내에 아이가 죽는 선천성 질병인 타이-삭스병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정상이 아닌 질병 상태이므로 태아기에 관련 유전자를 없애 발병을 막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전자 제거로 생식세포를 조작하는 다른 아이디어들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건강한 아이를 낳는 것은 “정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 일부 지역에서라면 건강한 사내 아이를 낳은 것이 더 선호될 것이다. 시험관 기술을 통해 아기의 성별을 결정해 특정 유형의 정자만이 난자와 수정되도록 하는 게 옳은 일일까?

> 누가 초능력을 원하는가?
일단 누군가가 정상 이상의 능력을 갖게 된다면 그 능력으로 뭘 할까? 대형 제약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스트레스 상태에서 뇌 기능이 오히려 좋아져 사고력과 학습 능력이 향상되게 하는 인식 조절 뇌 기능 개선제를 개발한다고 하자. 어떤 점이 잘못됐을까? 이미 말했듯이 내 연구소에서는 이런 연구를 한다. 그래서 또다른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도록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 안전 작업자들에게 이런 약을 주는 게 좋은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학생이 SAT 시험 준비 때문에 이런 약을 사용하면 어떨까? 민간인 마을을 가장 효과적으로 인종청소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압감에 시달리는 특공대 사령관의 경우는 어떨까?



> 부자는 더 부유해진다. 그럼 정상인은 더 정상적이 될까?
서구 문명에서 기술의 가장 큰 미덕은 우리 모두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좋은 취지이기는 하나 제대로 실현되는 경우가 없다. 저서 도끼제작공의 선물에서 제임스 버크와 로버트 온스타인은 대부분의 기술적 혁신이 원래 의도와는 정반대로 작용해 소수의 손에만 권력을 집중시켜 준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이치가 의약에도 적용된다. 혁신적 의료 기술에 대해 가장 먼저 듣고, 가능성을 이해한 후 건강 보험이든 기존 재력으로든 이 혜택을 받을 만한 아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대기자 명단에 올리는 건 사회경제적 계층에서 상위에 속하는 사람이다. 과거 수십년간 미국은 전례없는 호황을 누려왔고, 생명공학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며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비율의 GDP를 의료부문에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민의 평균 수명 순위가 29위 밖에 안 되는 것은 양극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내 도시 빈민층은 60세에 심장병과 비만, 당뇨병으로 불구가 된 상태인데 반해 부유층은 스키 시즌이 가까워지자 인공관절 대치 수술을 받으러 가야 할지 고민한다. 최고의 생명공학 기술은 늘 혜택이 널리까지 퍼지지 않는다.

> 도대체 누가 정상인가?
인공 안구든 유전공학 처리된 대형 발가락이든 정상 이상이 되기 위해 무언가를 선택하기 전에 먼저 정상이란 게 뭔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정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나 개인이나 제대로 된 정의를 내린 적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1990년 초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이 소식에 흥분하면서 사회 전체를 위한 마법의 알약이 발견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렙틴 같은 약이 없어서 비만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렙틴 수치가 너무 낮아서 돌연변이가 생기는 사람들도 있다. 사이언스지의 한 기사에서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파키스탄의 세 가구 식구들을 “통통하다”고 묘사했다.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곧 렙틴 치료 팀이 투입되어 이들에게 인공 렙틴을 투여해 식욕을 억제하고, 살을 빼게 한 다음 선거에서 이겨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 하고, 상류계층 사람들과 함께 널리 알려진 행사들을 조종하고, 피플지 표지 인물로 나오는 식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알버트 슈바이처식의 박애주의가 통하지 않았다. 그 가족이 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통통한 게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문화권의 사람들이다.”라고 사이언스지는 보도했다. 이럴 경우 어이없게도 주류 문화의 기준에서 봤을 때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납득을 시켜야만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이미 코 수술이나 가슴 삽입술, 곱슬머리를 펴주는 미용 제품, 또는 일년내내 피부를 구릿빛으로 유지시켜 주는 피부관리샵 등으로 정상 이상의 삶을 살 수가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로 삶의 질이 기적처럼 바뀌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드러내기 싫어하는 불안감이나 수치심을 다른 사람들을 부추겨 억지로 포용하도록 하기 위해 과학 기술을 남용할 필요는 없다.

> 역설적인 결말
끝으로 이런 정상 이상의 기술들이 정말 필요한지 자문해 봐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설사 이들이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독하게 질투심이 많은 종이다. 일례로 심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어떤 사람이 월급을 한 배 더 받아도 이웃 사람이 두 배 더 받으면 결코 기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부자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부자가 되고 싶어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키가 꼭 커야만 할 이유는 없다. 사실 너무 키가 크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클 경우 사회생활에서의 이점은 상당히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반인들이 평균 개념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다. 최첨단 과학이 아무리 훌륭하고, 생명공학 연구원들이 아무리 기적같은 일을 이루어도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은 여전히 평균 이상의 키나 평균 이상의 지능, 평균 이상의 미모 등을 갖출 수가 없다. 의약 발달로 정상 이상의 능력을 갖는 다양한 상상을 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유전자 가공된 달팽이관이 있어서 수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멋진 새소리를 들을 수 있거나, 아가미와 날렵한 꼬리가 있어서 산호초를 좀더 간편하게 탐험할 수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가 과학의 힘을 빌어 사회에서 효력을 미치는 정상 이상의 능력을 가지려고 한다면 막다른 길에 봉착하게 된다. 그것이 평균적인 것보다 더 무서울 것 같다.

-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과학부 교수인 로버트 새폴스키는 맥아더 "천재상"수상자로서 왜 얼룩말은 위궤양에 걸리지 않는가를 비롯한 5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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