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모든 사람이 하루라도 빨리 예방접종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러한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데 그들 중 퍼듀대학 유전자치료연구소 소장인 슈레쉬 미탈교수는 전혀 다른 병원균을 통해 여기에 접근하고 있다. 미탈교수는 정부에서 160만 달러를 지원받아 소아와 성인에게 일반적인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는 일반 병원균인 아데노바이러스의 무해한 버전을 이용해 조류독감 유전자의 핵심 부분을 숨기는 백신을 개발 중이다. 변형된 바이러스는 근육내주사를 통해 인체 내부에 무해한 인플루엔자 유전자를 침투시켜 일반적인 독감 백신과 동일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이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시간이다. 일반적인 독감 백신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데는 최소 6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탈교수는 이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하면 약 1달 만에 전미국인이 사용할만한 백신을 생산해 낼 수 있다고 한다. 비결은? 계란이 필요 없다는데 있다. 일반적인 독감 백신에서 바이러스가 복제를 하려면 살아있는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제어하기 쉬운 매개물인 수정된 계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한다.
미탈교수는 계란 내에서 배양하는 과정을 없애고 세포배양을 통해 아덴바이러스 기반 백신을 배양하기 때문에 제약회사에서 짧은 시간 안에 대량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임상시험을 시행하지 않은 관계로 인간에게 이 백신을 사용하려면 최소 10월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한편 부시대통령은 국회에 71억 달러의 비상기금을 요청하고 주로 백신 생산에 이 기금을 할애할 계획이다. 현재 두 제약회사에서 좀 더 전통적인 방식으로 H5N1형 조류독감백신을 준비 중이다. 그 중 한 회사에서는 이미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태이지만 아데노바이러스 백신과 마찬가지로 두 회사 모두 이번 독감 시즌에 맞춰 출시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와 같은 시간 격차는 분명히 큰 문제가 된다. 미보건복지부에서는 미국 전역을 강타하는 주요 독감으로 인해 약 2백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만약 올해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미탈교수의 방법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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