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연비 수치에 현혹돼 수천 달러를 더 얹어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하지만 결국 도로 상에서의 mpg(mile per gallon; 갤런당 주행거리)가 표시된 수준에 못 미친다는 사실만 깨닫게 된다.
재래형 차량의 소유주들 역시 표시된 연비와 실제 연료 소비량의 차이에 대해 오랜 기간 불만을 토로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신차 구매를 위해 지난 1년을 대기자 명단에 올라 보내야 했던 사람의 경우 더욱 더 씁쓸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제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는 문제의 ‘mpg’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확실히 규명하려 한다. 이에 따라 재래형 및 하이브리드 차량 모두의 평균 mpg가 곤두박질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소비자, 환경보호 단체들의 압력이 거세진 가운데 지난 1월 EPA는 승용차, 트럭의 연비 판정을 위한 20년 된 테스트 제도를 마침내 개정키로 동의했다.
EPA의 존 밀렛 대변인에 따르면 “EPA는 3개의 신종 테스트를 도입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고 대부분의 운전 방식이 보다 잘 반영되도록 보완해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새로운 규정은 2008년 모델이 출시될 2007년 가을쯤에 단계별로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EPA의 신종 테스트는 미국 내
자동차의 전반적 연비 향상에
별반 기여하는 바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계획 중인 변화들로 인해 테스트 랩(lab)에는 몇 가지 요소가 추가된다. 즉 추운 날씨, 더 높은 주행속도와 가속력, 에어컨 사용 등의 요소가 추가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테스트 개정으로 오늘날의 엔진과 주행조건이 보다 잘 반영된, 좀더 정확한 연비 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EPA의 테스트 방법이 개정됐던 지난 1985년 당시와 비교해볼 때 오늘날에는 차량의 성능이 한층 더 우수해졌고 제한속도도 더 높아졌을 뿐더러 교통 체증도 더욱 심해졌으며 에어컨 장착도 일반화됐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EPA 테스트로 인해 ‘휘발유-전기’ 타입의 하이브리드처럼 소형 엔진이 장착된 고(高)연비 차량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의 프리우스(Prius)나 동종 차량의 경우 배터리가 차체 상에서 제2의 동력원 구실을 담당한다. 따라서 추운 날씨에서는 그다지 많은 동력을 생성해내지 못한다. 이 때 엔진은 이러한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해 더 많은 휘발유를 소모하게 된다.
또한 하이브리드 차량은 소형 엔진이 장착된 탓에 에어컨 사용에도 한층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연료 과소비 차량의 mpg가 종전의 20에서 18로 떨어지는 반면 하이브리드의 시내 주행시 산정치는 60mpg에서 42mpg로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또 다른 점은 새로운 EPA 테스트가 미국 내 자동차의 전반적 연비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교통부에서도 자동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연비기준 관련 산정제도 즉 ‘기업 평균 연비’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CAFE규정상 요구되는 승용차의 평균 연비는 27.5mpg에 불과하다. 시에라 클럽의 청정 차량부문 대변인 브렌던 벨은 이 기준치가 높아져야만 자동차회사들이 새로운 연비 기술 개발에 힘쓰게 될 것이라고 평한다.
벨은 EPA의 변화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유하고 있다. “진단 내용이 좀더 정확해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무 처방도 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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