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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수소자동차는 달리는 수소폭탄?!

안전성에 대한 왜곡된 정보 양산… 막연한 국민 불안감만 가중시켜

지난달 GS칼텍스는 연세대학교 서울캠퍼스 내에 수소충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를위해 GS칼텍스는 총 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올해말 착공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 중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한국가스공사, SK, 고효율수소에너지 제조쪾저장쪾이용기술개발사업단, 수소연료전지사업단 등이 국내에 수소충전소를 보유 또는 건설 중에 있지만 GS칼텍스의 경우 서울 시내 한복판에, 그것도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비교적 용이한 대학교 캠퍼스내에 충전소를 건설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수소경제에 한걸음 더 다가설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인 모습과 달리 이번 발표가 있기까지 GS칼텍스는 수소충전소 건설과 관련 연세대 내부에서 제기된 안전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한동안 애를 먹어야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연세대와 수소연료전지 등 미래에너지를 공동개발키로 하는 산학협력식을 개최하면서 수소충전소 설치계획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교내에 고압가스 설비를 설치하는데 대한 학생들의 안전문제가 대두되면서 5개월여간 진통을 겪었던 것.

수소와 관련한 이러한 불안감은 수소가 인류를 에너지 위기에서 구원할 ‘친환경에너지’의 이미지와 가공할 폭발력을 자랑하는 ‘수소폭탄’이라는 전혀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고압가스를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한 공공에너지로 광범위하게 사용한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불안감을 표명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소위 에너지전문가라 자처하는 인사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정말로 수소는 그토록 위험한 에너지일까.

대한민국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최우선 선결과제의 하나인 국민적 합의 도출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수소에너지의 안전성’. 그 진실과 오해, 명(明)과 암(暗)을 파헤쳐 보자. -편집자주

● 폭발시 파괴력, 천연가스의 4배

지난 2003년 5월13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풍동실험실에서 건물을 뒤흔드는 강력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연구실에 비치하고 있던 고압 질소용기가 갑자기 폭발한 것.

이 사고로 연구실에 있던 조모씨가 현장에서 숨졌고 강모씨는 두다리가 절단되는 등 참혹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질소가 불활성가스로서 폭발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정밀조사를 벌였고 용기내에 질소가 아닌 폭발성 수소가스가 충전되어 있었음을 밝혀냈다.

올해 3월에도 전북 군산시 월명경기장에 설치된 한 애드벌룬이 강한 바람을 타고 지면으로 내려온 후 폭발해 호기심에 다가갔던 어린이 5명이 얼굴 등에 2~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행법상 애드벌룬, 풍선 등 부양(浮揚)기구에는 불활성인 헬륨가스만을 사용해야 하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가격이 저렴한 수소를 넣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러한 사고들은 수소가 얼마나 위험한 물질이며 단 한번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도 수소는 강력한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는 가연성쪾폭발성 가스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에너지전문가들에 따르면 수소는 별도의 점화원(點火原) 없이 공기(산소)와 접촉하는 것만으로 폭발 또는 화재를 일으킬 수 있음은 물론 가스의 확산성이 천연가스의 4배, 가솔린 증기(gasoline fumes)의 12배에 달하기 때문에 폭발시 파괴력도 그만큼 강력하다.

이와관련 지난해 국내의 한 연구팀이 270리터와 20리터 고압용기에 수소와 공기가 혼합된 가스를 충전한 후 강제 폭발실험을 실시해본 결과, 수소화염의 전파속도가 무려 초당 337.2미터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팀은 또 직경 0.1미터, 길이 12미터의 배관에 수소-공기 혼합가스를 주입하여 폭발실험을 실시, 수소와 공기의 농도가 각각 50%로 동일할 때 폭굉(detonation)속도가 초당 2,120미터의 가장 빠른 속도로 전파됨을 알아내기도 했다.[표-1]

[표-2]와 [표-3]은 지난 1963년부터 2002년까지 39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수소사고의 사례를 나타낸다. 사고건수는 총 38건으로 연간 1건에도 미치지 않는다. 도시가스 및 LPG 사고가 연간 100건 이상 발생한다는 점에서 극히 낮은 수치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차이는 수소의 사용량이 도시가스나 LPG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적고 사용되는 장소 또한 상대적으로 협소하기 때문일뿐 수소의 위험성이 낮다고 단정지을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국내 수소가스 제조쪾공급업체인 덕양에너젠의 한관계자는 “수소사고는 산업체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사망사고로 이어지지 않는한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자체 은폐되는 사례가 많다”며 “공식집계에서 누락된 사고를 포함할 경우 실제 사고빈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향후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대량 사용하게 되면 지금처럼 한정된 분야에서 유통됐을때 나타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사고유형이 전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상용화되어 있지 않은 수소자동차, 수소버스, 수소연료전지 전자기기(노트북, 핸드폰 등), 수소파이프라인 등이 일반화되면서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은 일반대중들에 의해 막대한 량의 수소가 취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94년 12월 서울 아현동에서 발생했던 도시가스 폭발사고와 같이 지하에 매설된 수소 파이프라인에서 누출이 일어나 주변건물 및 지하공동구에 고농도로 축적된 후 폭발할 경우 상상을 뛰어넘는 메머드급 피해가 예상된다.

이같은 위험성은 분명 수소가 친환경에너지, 청정에너지, 미래에너지, 무한에너지라 표현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임에 틀림없다.

[표-1] 수소의 폭발화염 전파속도 폭굉압력:14~19㎏/㎠

● 수소-공기 혼합

수소농도(vol %) 20 30 40 50 55 -

폭굉속도(m/s) 1,680 1,760 2,030 2,120 2,020 -

● 수소-산소 혼합

수소농도(vol %) 20 30 50 60 70 80

폭굉속도(m/s) 1,650 1,830 2,320 2,630 3,070 3,530

[표-2] 국내 수소사고 분석 (취급장소별) (단위:건)

- 실린더 충전/이용

사고건수: 15
사망 : 9
부상: 7
사고원인: 취급부주의

- 애드벌룬/풍선

사고건수: 8
사망 : 2
부상: 39
사고원인: 취급부주의

- 석유화학공장



사고건수: 10
사망 : 3
부상: 11
사고원인: 침식 / 수소취성 /취급부주의 /부적절한 재질 선정

- 실린더 수송

사고건수: 4
사망 : -
부상: 6
사고원인: 취급부주의

- 배관 누출

사고건수: 1
사망 : -
부상: -
사고원인: 부식

[표-3] 국내 수소사고 분석 (사고형태별) (단위:건)

- 실린더 충전/이용

용기폭발 : 5
밀폐공간폭발 : 3
가스운 폭발 : 4
화재 : 3
산소결핍 : -

- 애드벌룬/풍선

용기폭발 : -
밀폐공간폭발 : -
가스운 폭발 : 8
화재 : -
산소결핍 : -

- 석유화학공장

용기폭발 : -
밀폐공간폭발 : 1
가스운 폭발 : 2
화재 : 6
산소결핍 : 1

- 실린더 수송

용기폭발 : -
밀폐공간폭발 : -
가스운 폭발 : 1
화재 : 3
산소결핍 : -

- 배관 누출

용기폭발 : -
밀폐공간폭발 : -
가스운 폭발 : -
화재 : 1
산소결핍 : -

천연가스 보다 안전성 확보 용이

수소가 이처럼 위험천만한 가스라면 모든 국민이 사용해야할 대중적인 에너지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될 수 있으며 어쩌면 700bar(약 10,000psi)에 이르는 고압 수소용기를 장착한 수소연료전지자동차가 ‘달리는 수소폭탄’으로 느껴지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수소 뿐만아니라 천연가스, 석유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연료가 폭발의 위험성을 안고 있어 취급에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전제로 생각하면 수소는 여타 탄화수소계 연료들보다 오히려 안전성 확보가 용이한 물질이라는 것이 수소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위에 언급한 수소의 강력한 확산성은 폭발력 증대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수소가 공기중에 누출됐을때 천연가스처럼 특정공간에 축적되지 않고 신속히 사라질 수 있음을 말하기도 한다.

이로인해 대량으로 누출되지만 않는다면 가스운(gas cloud) 형성이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며 자연발화 되더라도 순간적으로 화염이 일었다가 사라지는 플래시화재(flash fire)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연발화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수소의 자연발화온도는 약 575℃로 휘발유(500℃), 경유(345℃), 메탄(540℃), 프로판(460℃), 부탄(475℃) 등 보다 높다.

또한 이론적으로 수소는 천연가스에 비해 14배 적은 열 에너지로도 화재가 일어날 수 있지만 이는 이론에 불과할 뿐이며 천연가스가 정전기로도 불이 붙는 반면 수소는 그렇지 않다. 즉 건물내부와 같은 밀폐공간에 수소가 누출되더라도 천연가스 대비 2배 수준의 농도로 수소가 축적되지 않는 이상 화재를 넘어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수소 화염의 복사열(radiant heat)이 여타 탄화수소물질의 1/10 정도에 불과하므로 누출지점으로부터 일정거리만 유지하면 화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화염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이상 연기로 인한 질식의 우려도 전혀 없는 것으로 실험결과 밝혀졌다. 단지 낮시간대에는 수소의 화염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이를 진압하기 위해선 특별한 식별 장비를 착용해야하기에 소방대원들의 입장에선 그리 달가운 사고가 아닐 것이다.

이와관련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수소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가장 많이 꺼내드는 카드는 지난 1937년 미국 뉴저지에서 승객 36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일 힌덴부르그號 수소비행선 폭발사고이다. 그러나 이 사고 또한 외부로 알려진 것과 실제 사실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NASA(미국항공우주국)의 Addison Bain 박사는 “힌덴부르그호는 폭발이 아닌 화재사고였다”며 “사망자들은 모두 추락, 디젤연료에 의한 화상, 기체 파편 등에 의해 숨졌고 수소 화염(hydrogen fire)에 의한 사망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또 “대형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62명이 살아남을수 있었던 것은 기체에 충전된 수소가스가 승객들에게 직접적 위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수소가 아닌 불연성 헬륨이 충전됐더라도 피해규모에는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지난 1997년 힌덴부르그호 사고원인이 비행선의 인화성 외장재에 의한 것임이 공식 밝혀지면서 60여년간 이어졌던 수소의 억울한 누명이 벗겨졌다.

특히 [사진-②]와 [사진-③]은 지난 2003년 연료누출에 따른 화재발생시 수소자동차와 휘발유자동차의 화재전파 과정을 실험한 미국 BTI측 자료로서 운전자의 안전측면에서 수소자동차가 휘발유자동차에 비해 높은 안전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각 차량에 강제로 연료를 누출시켜 화재를 일으켜본 결과, 휘발유자동차는 1분만에 실내로 불이 전이되어 차제가 전소(全燒)되는 반면 수소자동차는 누출부위에서 순간적으로 높은 불길이 치솟지만 1분30초 후에 완전 연소되어 차량이나 운전자의 피해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와관련 수소연료전지사업단에 참여중인 한 연료전지 전문가는 “수소와 관련한 일부 모순되고 왜곡된 정보들은 수소에너지가 지닌 개념적, 기술적 비(非) 완벽성과 유통정보의 부족 등이 원인”이라며 “수소는 이미 개발된 안전관리 기술과 시스템으로도 상당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왜곡된 정보는 일반대중 보다 오히려 전문가 집단에서 많이 양산되고 있다”며 “이들의 경우 나름대로의 논리와 근거를 갖추고 있어 바로잡는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도 배가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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