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전쟁의 향기

군사훈련에 있어 가상현실을 이용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 3가지 주요 사실

1. 미군이 군사훈련에 가상현실시스템을 더욱 많이 사용하고 있다.

2. 최근 연구에 의하면 다른 어떤 감각보다 냄새가 우리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시키며 우리가 어떻게 학습하고 사건들을 떠올리는 지에 영향을 미친다.

3. 군부에서는 할리우드의 특수효과 전문가와 테마공원의 거물들을 초빙, 냄새가 나는 모의훈련 장치를 계발하고 있다.

군사훈련에 있어 가상현실을 이용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모의 훈련과정을 가장 실제와 가깝게 만드는데 빠진 것이 있다면? 바로 냄새다.

● 나는 특수작전을 수행중이다. 내 임무는 반군의 훈련 캠프로 몰래 다가가는 것이다. 정보가 맞다면, 이 지역은 적의 티커 브리게이드에 의해 지휘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라디오 송신장치를 심어 F-16 조종사들이 목표지점으로 바로 스마트 폭탄을 투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다만 여기가 맞는 장소인지, 그리고 반란군이 실제로 여기에 주둔하고 있는지만 확실히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작전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깜깜한 배수관을 기어 헬멧을 천장에 스쳐가며 통과한다. 벽에는 낙서들이, 발 아래로는 물구덩이와 쓰레기들이 보인다. 이곳은 축축한 흙냄새와 곰팡이가 핀 콘크리트 냄새가 나, 머리 위로 나는 박쥐와 발밑의 쥐가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고향의 부모님 집의 지하실 같기도 하다.

나는 밤에 강 옆의 우거진 숲으로 나온다. 공기는 상쾌하고 소나무향이 가득하다. 습기 찬 배수관을 지나온 터라 이 변화는 너무도 상쾌하게 느껴져 처음에는 저기 전방의 언덕 꼭대기에 있는 콘크리트 블록 건물을 못 보게 된다. 그 지붕 위에서 기관총을 들고 나를 똑바로 보고 있는 보초를 보지 못한다.

다행히도 난 지금 실제 전투 지역에 있지 않다. 바로 로스앤젤레스의 현대식 사무실 건물의 3층에서 칸막이가 된 발판 위에 서 있다. 내 머리에는 숲의 풍경을 입체적이고도 90도 각도로 펼쳐 보이게 해주는 가상현실 고글 안경이 씌워져 있다.

내 손에는 플레이스테이션 류의 제어장치가 있어 이것으로 나는 내 움직임을 지시한다. 그리고 내 목에는 지포 라이터 크기의 금속으로 된 모듈이 4개가 달린 파란색의 둥근 플라스틱이 씌워져 있다. 근처에 쌓여 있는 컴퓨터에 의해 무선으로 통제되는 이 모듈로 다른 때 같으면 평범한 군사 가상 실험 장치가 변신을 한다. 즉, 시각적인 것과 음향과 함께, 이 훈련 장치에는 전쟁의 냄새도 같이 나오는 것이다.


군인들을 훈련시키는데 도움이 되도록 냄새를 사용한다는 생각은 어리석거나 또는 독창적인 것으로, 아니면 이 둘 다의 경우로 보일 수 있다. 이는 이 프로젝트가 탄생한 괴짜집단인 창조적인 기술 연구소(ICT)에게는 늘 겪는 일이다.

ICT에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할리우드, 테마공원 디자이너 그리고 미 국방부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냄새를 사용하여 가상현실이 좀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누군가 찾을 수 있다면, 바로 여기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는 원칙적으로는 간단하나 실제로는 아주 복잡한 아이디어다.

ICT에서는 영화 감독, 텔레비젼 작가 그리고 비디오게임 제작자들이 대위, 대령 그리고 대장들의 자문을 받으면서 스타트렉의 수석 세트 디자이너가 만든 사무실에서 함께 일한다.

연예 사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국방부의 돈을 받고 있는데, 상용화되기 수 년이 걸리는 기술을 만들어 내기 위한 목적으로 ICT가 생긴 1999년 이래 1억 4천 5백만 달러(약 1천 3백 7십억)가 투입되었다.

그리고 군 측에서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그 밖의 지역에 보내기 위해 모집하여 훈련해야 할 엑스박스 세대를 몰입하게 만들 방법을 아는 업체로부터 지혜를 얻었다. 왜 군측에서 냄새가 나는 모의 훈련 장치를 실험하고자 하는가를 이해하려면 전쟁 자체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전장은 장기판과 같아 고위급 지휘관이 전장에서 부대와 장비를 통솔하고 각각의 병사들은 명령을 따르는 장기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현대의 전장은 종종 도시의 지형에서 일어나는 작은 단위의 작전들로 그 특징이 규정된다.

중요한 전술적 결정은 명령의 가장 윗 단위가 아닌 가장 하부 단위에서 이루어 질 때가 빈번하다. ‘지구 저 반대쪽에 19살짜리 아이들이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와 어울리며, 전 세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면서 그렇게 길거리를 거닐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들이 어린 나이에 그들이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요?”라고 ICT의 책임자 데이비드 워드에이머는 말한다.

군에서는 늘 대형 화면용 정교한 전쟁 게임으로 냉전시대의 전략세우기와 같은 게임을 보유해 왔다. 이들은 탱크 운전이나 비행기 조종과 같은 기술을 습득하기 좋도록 버튼 하나, 다이얼 하나까지 모두 정확하게 갖춘 훌륭한 모의훈련 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지상에서 스트레스 상황 아래에서 결정 내리기를 가르치는 것은 아직은 새로운 영역이며 바로 이 부분에 ICT가 개입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모의훈련 장치를 위한 안은 훈련 받는 이들이 적군과 무고한 시민을 구별하고, 발포 명령을 내리는 것과 같은 임무를 연습할 수 있는 가상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총을 겨냥하는 방법과 같은 구체적인 사항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훈련받는 이들로 하여금 실제 전쟁처럼 보이고 느껴지는 상황에서 결정 내리는 법을 연습시키는데 있다.

후각이 관건이 될 수 있다. 연구자들 중 몇몇은 다른 어떤 감각보다 냄새가 감정, 기억 흥분상태를 즉각적으로 유발할 수 있으며, 이들 모두는 적절히 조정되면 몰입감에 도움이 되어 결과적으로 가상현실상 훈련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모의 훈련에서 냄새 사용 정도가 높을 수록 더 지혜로운 병사들을 배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저희는 인간은 시각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하는데서 출발했죠.”라고 신 모의 기술 입수를 담당하고 있는 육군 부서에서 수석 과학자로 일하고 있는 로저 스미스는 말한다.

그 다음으로 정교한 음향 체계가 나왔으며, 이제 군부에서는 냄새의 힘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흥분해 있다. “바로 다음 단계는 후각입니다.”라고 스미스는 말한다.

내가 지금 더듬더듬 통과하고 있는 모의 훈련 장치 견본은 다크콘이라 이름 붙여진 것으로 냄새를 내뿜은 장치는 향 칼라로 알려진 것이다.

이 둘 모두는 ICT의 연구자인 재키 모리가 착상한 것으로 그녀는 존경받는 틀에서 벗어난 기발한 사고자이자 이 곳에 상주하고 있는 광적인 아줌마로 통한다. 56세의 모리는 뉴욕시의 현대 미술 박물관 소장품 목록에 작품이 올라가 있는 컴퓨터 예술가이자, 1980년 대 후반부터 가상 세계를 만들어 온 가상 현실 부분의 개척가이기도 하다.

서민적인 날염과 공예 전시장의 장신구를 좋아하는 모리는 일요일에 시골의 장터에 서 있다면 아무도 그녀에게 두 번 눈길을 보내지 않은 만큼 평범하다. 그녀를 군부 내에 있는 사람으로 연관지어 생각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녀의 컴퓨터 그래픽과 시뮬레이션에서의 전문성으로 그녀는 할리우드의 시각 효과 연구소에서 일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육군과 해군 그리고 다른 국방부처의 일도 하게 되었다. 1990년대 중반 그녀는 ICT 설립을 이끌어낸 계기가 된 제안서를 작성한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ICT에서 개발해 낸 집중 모의 가상 기술의 다수는 육군 징집병 훈련을 위해 오클라호마의 포트실에서 사용하였다.

포트실에 있는 조지 더햄은 “중동 지역을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모의 훈련 장치에 대해 두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 그 장치가 아주 훌륭하고 현실에 가깝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전체적으로 너무 깨끗하고 냄새가 없다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내가 계속해서 다크콘 샘플에서 보초의 경계심 찬 눈길 아래 탁 트인 지형을 뚫고 나가는 것을 모리가 지켜본다. “그리 뛰어난 전방 관찰자는 아니군요”라고 그녀는 한 동료에게 말한다. 빌딩에 다다른 나는 라디오 송신장치를 어디에 떨어뜨릴 것인가를 판단하려 해본다. 유감스럽게도 내겐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다.

보초는 그의 경기관총을 발사하는 대신 다른 반란군을 주의 시키고, 주의 받은 그 반란군은 도베르만 핀셔를 풀어놓는다. 그 짐승은 이제 나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침을 흘리며 공격해 오고 있다. 스크린이 꺼지기 직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맡은 냄새는 뜨겁고 축축한 개의 입김 냄새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후각 가상현실의 새로운 용감한 세상이며 마치 1962년 당시와 아주 흡사하게 느껴진다.

1962년에 헐리우드는 센소라마를 선보였는데, 이는 아주 인상적인 3차원 오락용 샘플과 같은 것으로 여기에 나오는 이들이 뉴욕의 길거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누비는 동안 팬들은 피자냄새와 같은 향을 돌아다니며 뿌렸다.

아이젠하워 말년은 사실상 냄새를 넣은 미디어가 풍미하여, 1959년에는 Behind the Great Wall을 아로마라마에서 선보였으며 1960년에는 스멜오비젼(Smell-o-Vision)에서 Scent of Mystery를 내놓았다. 두 영화 모두 흥행에는 참패했다.

“베이징의 아름다운 노송 숲은... 소독하는 날의 지하철의 화장실 같은 냄새가 난다.”라고 타임지는 Behind the Great Wall에 대해 이렇게 썼다. 영화 제작자들은 그럴듯한 냄새를 구하여 이를 적시에 뿌리고 냄새들이 서로 섞이지 않게 바꾸는 기술적 문제에 봉착하였으며, 이는 오늘날 군측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쟁에서는 폭탄이 폭발하고 트럭이 불타며 거리에는 지하수가 흙탕물을 튀기며 흐른다. 참전용사들은 그 냄새를 결코 잊지 못하고 새로이 배치받은 군인들은 그 밀려드는 냄새에 압도당하여 당장 맡은 임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육군과 해군에는 병력을 준비시키기 위해, 이라크로의 배치 이전에 사실상 맡게 될 냄새를 모의 훈련을 통해 맡게 하는데, 유해한 냄새, 즉 녹는 플라스틱, 썩는 살 냄새에 병사들을 노출시킨다.

냄새로 훈련생들은 또한 구체적인 위험 상황을 알아차리도록 훈련 받는다. 예를 들어 모의 비행 장치에서 나는 타는 전선 냄새는 전기상의 문제가 있으므로 착륙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가상 정찰 시나리오에서 담배연기 냄새는 빈 건물을 적군이 점령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해 주는 것이다.

냄새 그 자체를 위해 군부에서는 매혹적인 샤넬향을 만들어 내고, 군침도는 빅맥을 만들어 내고 신선한 레몬맛이 나는 조이를 만들어 내는 수십억 규모의 맛과 향 업체에 의존한다.

● 영화 감독, 텔레비젼 작가 그리고 비디오게임 제작자들이 대위, 대령 그리고 장성들의 자문을 받으면서 스타트렉의 수석 세트 디자이너의 사무실에서 함께 일한다.

이 제조업체들이 연간 보고서에는 보고하고 있지 않는 사항이지만, 이들 향 제조 업체 중 몇몇은 이미 전장에 어울리는 냄새를 합성해 내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모리는 몇 업체로부터 다크콘에 쓸 샘플 몇 개를 입수하였다.

향 제조 기술과 과학에 궁금해 한 나는 ICT로 가기 전에 모리의 주 공급자 중 한 업체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모리에게서 임무까지 받아 둔 상태였는데, 그 임무는 다크콘의 배수관과 숲에 쓸 새로운 향을 입수해 오는 것이었다.

인터콘티넨탈 프레그런스의 본사는 휴스톤의 교외에 위치해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방문객들은 각종 향에 취하게 된다. 이 향은 볶은 커피-수박솜사탕향이라고 하면 가장 그럴 듯 할 듯하다. 리셉션 지역으로 온 마케팅 담당자인 마나 앨린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양해를 구한다. “오늘 저녁에 여길 떠날 때쯤이면 옷, 신발 모든 것에서 이곳 냄새가 날 겁니다.”

앨린은 푸른색의 대형 파일 캐비넷이 즐비해 있는 향 도서관으로 나를 안내하였다. 그녀가 한 서랍을 열자 그 안에는 작은 갈색 병이 수 백개 들어 있다.

그 중 하나를 꺼내든 그녀는 그 뚜껑을 열었다. 얇은 판지로 된 막대를 그 액체에 담근 후, 그 막대를 내게 건네주었다. 그 막대를 나는 코 밑에 쥐고 그 냄새를 들이켜 보았다. 숲 향으로는 꽤 괜찮은 편인데, 과일향이 좀 나는 듯 했다. 다음 막대는 더 나았다. 다섯 개 향을 더 맡아본 나는 어지러워 지기 시작했다.

“걱정 마세요. 모두 안전하니까요. 제가 여기서 일하는 동안 아이를 셋 가졌는데, 아무도 눈이 8개거나 팔이 10개거나 그렇지 않거든요.”라고 앨린은 말한다. 실제와 같은 냄새를 찾기란 어렵다고 마리는 내게 경고한 바 있다. 앨린 말대로 과연 그러했다.

몇 가지 적중하는 것도 있다. 숲 냄새 용으로 세 가지 향, 그리고 배수로용으로 아주 적합한 ‘젖은 흙’ 하지만, 없는 것이 아주 많다. 없는 것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상업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앨린은 설명한다.

향 산업체는 분명한 경제적 이유로 냄새가 좋은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을 지향하고 있으며 나쁜 향 심지어 실제 향과 같은 것은 만들어 내지 않는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는 과학적인 것에 있다. 실제와 같은 냄새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려운 것은 냄새 자체가 그야말로 정말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코는 적어도 만 가지의 뚜렷한 냄새들을 구별해 낼 수 있으며, 십 만가지 또는 그 이상의 냄새를 가려내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공기 중의 냄새 입자를 십 억개 당 몇 개의 단계별로 맡을 수 있다. 정확히 우리가 어떻게 듣는지를 알아내는 걸 밝힌 것에 대해 1961년 노벨상이 수여된 바 있다.

한편 “우리가 가진 감각 중 가장 풀기 힘든” 것이라고 말하던 노벨상 협회에서는 2004년에 와서 후각에 관해 상을 수여하였으며, 워싱턴 대의 린다 벅 교수와 콜롬비아 대의 리차드 엑셀이 공동 수상하였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후각은 다음과 같다.

도베르만의 입김을 느끼면 냄새입자들은 콧구멍을 타고 올라가 후각 상피를 장악하게 된다. 후각 상피에는 약 천 만개의 뉴론이 들어차 있고, 그 크기는 우표크기만하다.

이 뉴런의 끝부분에 있는 수용단백질은 냄새입자가 결합하는 곳의 역할을 한다. 사람에게는 최소 350가지의 후각 수용체가 있으며 마치 몇 개의 열쇠만 쓸 수 있는 자물쇠처럼 이들 각각은 몇 가지만의 냄새만을 처리한다. 수용체에 붙은 냄새 에너지는 뇌의 후각 피층으로 전달된다. 활성화된 수용체의 어떤 특정한 패턴이 어떤 냄새를 맡았는지를 알려준다.

이것으로 왜 텔레비젼이 여러 가지 면에서 화면의 냄새보다 훨씬 더 간단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칼라로 보는 것은 단일 매개 변수, 즉 빛의 파장에서의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말한다. 코가 약 350개의 수용체를 필요로 하는 것에 반해 눈은 색조를 구별하기 위해 단지 세가지 종류의 수용체만 필요할 뿐이다.



후각 가상 현실은 냄새에는 삼원색과 같은, 기본이 되는 세가지 구성요소가 없고, 심지어는 컴퓨터의 프린터기에 어떤 그림이건 인쇄해 낼 수 있는 것처럼 향 칼라에 넣어 어떤 냄새건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나마 다루기 용이하다는 50여개의 기본 요소조차 없다.

딸기향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300개 이상의 화학물질이 정확하게 상호작용하도록 해야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실제에 가까운 향은 아주 복잡하여, 향수 제조자들은 스케치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이들은 원래 냄새의 본질만을 좀 더 간결한 방법으로 잡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최종적으로 고른 향을 손에 들고 나는 앨린 곁을 떠나 향을 섞는 연구실로 향했다. 실험대에 앉은 흰 가운을 입은 향수 제조자들은 그들 주변에 쌓여 있는 수백 개의 병에서 꺼낸 액체들을 측정하고 있었다.

실험실 중앙에는 원 재료가 담긴 비이커들을 기계가 돌리고 있었다. 작업대 맞은 편에는 향수제조자 토드 뉴엔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나는 내가 들고 있는 병들 중 하나의 두껑을 열어 그의 코 밑에 갖다 대었다. “젖은 흙”이라고 그는 잠시 후 말한다.

그가 한 번 더 냄새를 맡아본다.

“주요 구조는 베돌이라고 미트향이 나는 축축향 냄새군요. 좀 더 건조한 향이 나는 패천도 있네요. 에트올 팬촌도 들어 있어요. 이런 해석법들이 모여서 당신이 원하는 흙 해석이 나오죠.” 그리고 그는 한 번 더 냄새를 맡아본다.

“흙냄새가 좀 더 강하게 나게 하기 위해 자작나무 타르를 넣을 수도 있죠, 바비큐 된 것이면 흔히 나는 탄 나무향이 나거든요. 또 숲의 향을 더 강하게 만드는 트라플랄도 있고, 버테넥스로 오존과 흙과 같은 냄새도 낼 수 있죠. 유지놀을 약간 넣어주면 향이 더해지면서 정향냄새가 나죠. 아주 괜찮은 해석법인걸요”라고 그는 말하면서 뚜껑을 닫았다.

뉴엔은 아주 비상하고 잘 훈련된 기술로 냄새를 분석하고 만드는 소위 향 산업에서 말하는 “뛰어난 코”를 가졌다. 그의 노력은 첨단 기술 장비, 특히 가스 크로마토 그래프와 분광계의 도움에 힘을 얻어 최근 몇 년간 아로마 제조에 변화를 가져 왔으며, 연구자들은 한 향의 성분을 수 십 억개 단위 수준까지 규정할 수 있게 되었다.

전통적인 향수제조업체에서는 원재료(장미꽃잎, 나무 조각)들을 삶고, 압착하고, 불리기도 하여 향을 이루는 기본 요소들을 이루는 중요한 오일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주요 향 연구소에 있는 새로운 기기들은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즉 공기 중에서 냄새를 머금고 있는 샘플을 채취한 후, 이를 실험실에서 분석한 후 과학자들에게 똑같은 냄새 입자를 종합적으로 구성해 보라고 주문할 수 있다.

이 공장 방문이 끝나감에 따라 나는 뉴엔의 연구소 동료에게 한 예로 먼지가 자욱한 티크릿 골목의 총포와 같은 냄새를 재현할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답하며, 수익이 날만한 요인이 아직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그럼 만들어 낼 수 있기는 할까? 물론이다.

어느 광량한 들판을 걷다 아주 가슴에 사무치게 좋은 냄새를 맡고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버린 그녀는 약 오 분간 움직일 수 없었다.

때는 1990년, 달라스에서의 일이나, 그녀는 여기서 잠시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모리는 그녀가 정확히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는 기억할 수 없고, 심지어는 아주 기본적인 묘사조차 할 수 없다. 그녀가 알고 있는 거라곤 그 냄새가 그녀가 갓난아기였을 때 맡은 것이며, 이 몸을 움직일 수 정도의 이 경험이 가진 위력에서 그녀는 가상현실이 진정 성공하려면 냄새가 있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된다.

이 같이 어떤 향이 어떤 특정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이야기로, 이는 감성적인 이야기일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개념은 문학에서 특히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있다.

이 책에서는 차에 적신 마드렌으로 과거를 회상하게 되고 이는 수천 페이지에 걸쳐 전개된다(하지만 먼 과거에서 아무것도 남게 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두 죽은 후, 모든 것이 깨어지고 산산히 조각 난 후, 그래도 맛과 향만은 그대로 남으리).

냄새쪾기억쪾감성의 연결은 군 모의훈련 전문가들에게 있어서는 어려운 부분이다. 냄새가 기억능력을 증강시켜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몇 있었다. 일부 연구에서는 냄새와 관련된 경험이 머리 속에 뚜렷한 기억을 남긴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믿을만한 특성은 바로 다름 아닌 프루스트적인 특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실들은 모리씨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내가 ICT를 방문하기 위해 갔을 때에는 모리씨의 연구 보조원이 조지아의 포트 베닝에서 병사들을 상대로 한 향 칼라 실험에 대한 보고서에 마지막 손질을 가하고 있었다.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냄새가 나도록 된 가상현실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적 흥분 상태에서 더 많이 학습하는 경향이 있다.

모리씨가 자신의 햇볕이 잘 드는 사무실에서 책상 위를 치우더니 향이 든 병 수 십 개를 꺼내 놓았다. 나는 그녀에게 새로운 향이 든 병을 건네 주었다. 그녀는 병의 뚜껑을 열고는 향을 맡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 숲 향은 더글라스 자작향이 충분히 들어가 있어 좋다고 그녀는 말한다; 두 번째 향은 한층 더 좋다고 말한다; 세 번째 향에 이르자, 감귤향이 너무 많이 나 아니라고 말한다. 바로 두 번째 향이 찾던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비장의 수인 ‘축축한 흙’향을 꺼냈다.

“이거 아주 맘에 들어요, 이전에 배수로용으로 썼던 것 보다 먼지냄새가 더 나는 군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모리는 유리 피펫의 절반 정도 양의 “축축한 흙”향을 꺼내 빈 병에 방울방울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배수로를 더 확실히 표현해 내기 위해 “박쥐 구아노”라고 라벨이 붙은 병에서 피펫의 1/4정도의 양의 액체를 꺼내 더하고, 여기에 피펫 1/8 정도의 “이슬”을 첨가하였다. 이 혼합물을 내게로 건네주었다. “괜찮은 걸요.”라고 나는 말했다.
첫 향 칼라 샘플이 완성된 것은 2002년이었다.

현재 모리가 갖고 있는 버전이 완성된 것은 2005년이었다. 만약 그녀가 추가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현재 그녀가 향 칼라용으로 비축해둔 자금은 올해 말이면 바닥난다) 그녀는 10개의 향 분사기 모듈이 달린 3차 버전을 개발해 낼 것을 희망하고 있다. 향 칼라에 달린 4개의 모듈에는 각각 저장소가 있어 여기에 모리는 향을 적신 심지를 넣는다.

각 모듈 안에는 작은 손잡이가 달려 있어 포트 두 개 모두, 또는 둘 중 하나를 열거나, 또는 둘 다를 열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어, 위 쪽에 있는 방으로 조절 가능한 양의 향을 내보낸다. 향 입자는 방을 지나 분출구을 지나 사용자의 코를 향한다. 더 강한 냄새를 원한다면 방 안에 있는 송풍기를 조절해 더 많은 넴세를 바람에 실을 수도 있다.

이 냄새는 사용자가 모의 훈련 과정에서 각각 다른 지점에 다다르면 배출된다. 소량의 정확히 원하는 양의 냄새를 내보냄으로써 향 칼라는 방과 극장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주요 문제인, 냄새를 재빨리 바꿔주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새로운 향을 내보내려 할 때 이미 있던 향을 없애는 어려움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였다.
모리씨가 베터리를 점검해 본다. 칼라는 시연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는 먼저 견학을 가고자 한다.

우리는 행글라이더를 타고 있다. 이 행글라이더는 소나무 향이 그윽한 공기를 가로질러 강의 협곡으로 급강하 하고, 따뜻한 태양빛을 받은 달콤한 감귤향이 가득한 오렌지 숲으로 지나, 상쾌하고 소금기를 머금은 공기를 타고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비행한다. 마침내 우리는 착륙하여 디즈니의 캘리포니아 어드벤처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곳은 공중으로 부양하는 좌석과 파노라마 스크린과 강풍과 파이프로 들어오는 냄새가 갖추어져 있다.

모리와 나는 공원의 향이 가득한 투어를 즐기는 중이다. 이 부근에서 최고의 후각 시뮬레이션을 갖추고 있는 이 곳 역시 취약한 점이 있긴 하여, 오렌지 숲은 꽃과 땅 냄새가 아닌 오렌지 주스 향이 났다.

캘리포니아 어드벤처를 나와 디즈니랜드 바로 그곳으로 들어가 우리는 “메인 가 U.S.A”를 걸어내려 갔다. 초콜릿, 캬라멜을 입힌 사과, 그리고 와플 콘 냄새가 우리를 감질나게 만들었다.

이 냄새들은 진짜 냄새일 수도 있고, 디즈니사가 소위 냄새제조기라 부르는 것에서 몰래 쏘아대는 냄새 폭탄에서 나는 가짜 냄새일 수도 있다. 모리씨에게 있어 디즈니랜드는 영감을 얻는 환경이자, 이미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1990년대 초에 그녀는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의 연구소에서 시뮬레이션과 훈련 관련 일을 했었다.

이 연구소는 군부와 밀접하게 일했으며, 디즈니 월드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그녀는 디즈니 월드를 자주 방문하곤 했다.

그녀가 직업을 바꾸어 디즈니 피쳐 애니메이션에서 컴퓨터 애니매이션 강의를 하게 되자 그녀의 사무실은 디즈니 월드 바로 그곳으로 옮겨가게 되었고,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은 종종 일을 하던 도중 새로 나온 놀이기구를 시험해 보는 자리에 불려가곤 했었다.

테마파크, 헐리우드, 군대를 넘나드는 모리씨의 행보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리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 센트럴 플로리다와 서든 캘리포니아 대는 군사와 연예계의 시뮬레이션에 있어 중심 위치에 있으며, 오락과 전쟁분야가 서로 기술, 아이디어 그리고 인력을 교류한다. “군-산업 복합, 바로 아이젠하워가 우리에게 경고했던 그거 아시죠? 현재 우리는 군-연예 복합체를 구축해 있습니다.”라고 공원 출구를 향하면서 그녀는 말했다.

ICT로 돌아와, 나는 고글 안경과 향기 칼라를 착용한다. 나의 첫 번째 순진한 임무는 도베르만을 공격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나의 두 번째 임무로 나는 배수로를 나와 왼쪽을 택하여 마른 강둑을 따라 전복된 차를 향해 달려갔다.

나는 그 차의 뒤쪽에 몸을 숨기고 보초를 흘깃 쳐다보았다. 몇 분 후 그 보초가 뒤로 몸을 기대더니 잠을 자기 시작한다. 나는 나무 사이를 지나 언덕 위로 뛰어 오른다. 나무 향이 난다, 내 주변엔 온통 나무들이다. 빌딩의 모퉁이에 다다랐다. 그 옆에는 한 반군이 발염장치를 사용하여 트럭 번호판을 지우려 하고 있다. 금속성 냄새가 진동한다.

어쩌면 나는 이 가상의 세계에 완전히 몰입해 있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칸막이가 된 발판에 완전히 있는 것도 아니다. 모리가 데모판을 설치했을 때 우선 나는 냄새 없이 이를 시험해 보았다.

그 때 이 데모판은 소위 말해 훌륭한 비디오 게임 같았다. 여기에 냄새가 가해지니 훨씬 더 실제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모리씨가 뭐라고 말을 하는데, 그녀는 아주 멀리 있는 듯 하다. 그녀가 하는 말을 겨우 알아듣는다 “그가 완전히 몰입해 있는 듯 한데요.”

전쟁에는 지독한 악취가 동반된다.

● 오늘날 군사 모의 훈련에 쓰이는 악취가 어떤 것인지를 가늠해 보기 위해 필자는 6가지 냄새를 직접 맡아보는 테스트를 감행했다.

△ 냄새 : 타는 고무

'그 냄새가 뭐죠?'에 대한 필자의 대답 : 아스탈트에서 회전하는 타이어와 같은 냄새가 남. 코를 찡그리게 함.

평가 : A

△냄새 : 탄 머리카락

'그 냄새가 뭐죠?'에 대한 필자의 대답 : 머리카락을 태운듯한 달콤하고 쾌쾌한 냄새가 섞여 있다고 표현. (그러나 달콤함에 많은 비중을 두고 설명)

평가 :B

△냄새 : 소총 화약

'그 냄새가 뭐죠?'에 대한 필자의 대답 : 숯과 같은 어둡고 향긋한 냄새가 남.

평가 : B

△냄새 : 썩은고기

'그 냄새가 뭐죠?'에 대한 필자의 대답 : 처음 맡아 보았을 때는 호박치즈케익 냄새가 나 그리 불쾌하지 않았으나 더 깊게 맡아보니 역겹고 숨이 막힐 듯한 냄새.

평가 : B

△냄새 : 차량 배기가스

'그 냄새가 뭐죠?'에 대한 필자의 대답 : 과일 썩은 냄새.

평가 : C

△냄새 : 구토물

'그 냄새가 뭐죠?'에 대한 필자의 대답 : 쓰레기에 위산을 얹은 아이스크림이 떠오름(정말 참기 힘든 냄새가 남)

평가 : A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