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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살만한 나라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로 부임해 온 편집장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로 부임해 온 편집장입니다. 첫 칼럼을 이처럼 편지글 형식으로 쓰는 것은 편집장의 일방적 생각을 전달하기 보다는 독자 여러분과 대화하는 칼럼을 추구하겠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요즘 살기가 무척 힘들다고 합니다. 우선 저부터 그러니까요. 교수신문이 지난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밀운불우(密雲不雨)’는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의 먹구름과 같은 답답함과 폭발 직전의 불만....

낭패는 이리의 형상을 한 전설상의 동물입니다. 낭(狼)은 태어날 때부터 뒷다리 두개가 없거나 아주 짧습니다.

반면 패(狽)는 앞다리 두개가 없거나 짧습니다. 이 때문에 어지간히 사이가 좋지 않고서는 넘어지기 일쑤며, 고집을 부리면 꼼짝없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왜 낭패 얘기를 꺼냈느냐 하면 요즘 우리나라의 상황이 이와 같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을 도모했을 때 잘 풀리지 않아 처지가 고약하게 꼬이는 것처럼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는 끝 모를 바닥을 헤매고 있습니다.

정치 얘기는 빼고 요즘 최고의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부터 보죠. 어디까지를 거품으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특히 거품이 빠지는 과정인 디버블링(debubbling) 프로세스가 과거 경험해보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연착륙이 바람직하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입니다. 환율, 유가, 북한 핵 등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외생변수입니다.

외생변수는 우리의 대응능력 밖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곤혹스러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여전히 대한민국은 살만한 나라라는 것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 상당수는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많이 얘기합니다. 전반적으로 치안이 좋고 거리는 깨끗합니다. 생활수준도 높은 편이죠.

프랑스 칸 영화제에 참석했던 어떤 분은 인터넷도 하기 힘든 프레스센터를 보고는 프랑스 역시 별 볼일 없는 나라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프랑스 하면 근대사는 물론 현대사에서도 손꼽히는 강대국인데 말이죠. 그 것은 아마도 자신이 성장해 가면서 예전에는 커 보였던 사물들이 점점 작게 보이는 현상 같은 것이겠죠.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말입니다. 한국은 지금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입니다.

한국이 어찌나 빨리 변하는지 외국에 3~4일 정도 나갔다 돌아오면 괜찮지만 1주일 정도면 적응하기 힘들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역동적이라는 것이죠. 우리 국민은 열심히 일하고 머리도 좋은 편입니다. 여기에 창의성만 가미되면 그야말로 강국의 타이틀을 붙여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재미와 흥미, 경이로움과 감탄을 선사합니다.

특히 창의적인 과학기술과 아이디어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에 이공계 학생이나 연구원에게는 중요 정보의 공급원이 되고 기업가에게는 각종 사업을 위한 영감과 비전을 제공합니다.

파퓰러사이언스를 보고 계시는 지금, 그리고 주변에 이 책을 권유할 때마다 독자 여러분은 ‘파워플 코리아’를 향한 돌탑에 돌을 하나 얹는 것이 될 것입니다.

정구영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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