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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첨단 사무기기

▒ 주머니 속의 도서관 신문만큼 보기 편하면서 종이처럼 둘둘 말리는 ‘e - 잉크 스크린’을 통해 회의 중에도 무선으로 필요한 서류를 받아볼 수 있게 된다.

통근 열차 안에서 펼쳐볼 수도 있고, 아니면 신문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폴리머 비전(Polymer Vision)이라는 독일 회사의 연구원들은 최근 낮은 온도에서 화면표시장치에 연결해 녹아내리거나 깨지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휘어지는 연성회로기판(flexible circuitry)을 개발했다.

현재는 가로 28cm, 세로 22cm의 고해상도 화면 기판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첨단기술이 급속도로 진보하면서 아주 일상적인 사무용품 및 사무기기의 면면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종이, 펜, 스테이플러…. 책상에 충분히 갖춰놓고 생활하는 사무용품이다. 차세대 사무용품을 개발하는 연구원들이 하고 있는 작업은 책상 서랍에 무언가를 추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신 이런 기존의 사무용품을 보다 유익한 방향으로 개선시키려는 것이다. 잃어버린 서류, 이러 저리 엉켜있는 전기 코드, 깜박 잊은 약속 등 온갖 사소한 골칫거리들을 날려버림으로써 차세대 사무용품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 모든 물질 위에 써지는 만능 펜 독일의 필기구 전문 업체인 스테들러(Staedtler)는 거의 모든 물질 위에 써지는 펜을 최초로 개발했다.

어떠한 표면에도 거기에 맞춰 화학적 순응 작용을 하는 차세대 잉크를 사용한 것이다. 스테들러는 분자 결합을 표면에 맞춰 최적화 시켜주는 학계의 스마트 잉크 연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쩌면 흘러내리지 않는 잉크의 등장은 종이, 빨리 마르고 쉽게 닦아낼 수 있는 물질의 출현은 화이트보드가 촉발한 것일 수 있다.

▒ 무선 전원 공급 장치 책상 위에 아직도 전선이 흩어져 있다면 싹둑 잘라 버려라. 펜실베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파워캐스트(Powercast)가 개발한 이 무선 전원 공급 장치(power strips)는 라디오 전파처럼 송출장치에서 에너지를 전송한다.

반경 몇m 내에만 들어오면 저 전력장치에 사용되는 부가 칩이 그러한 전파를 전기로 전환해준다. 이 제품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다.

▒ 위치 추적 가능한 서류 보관 장치 스테이플러는 머지않아 종이를 한데 묶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절대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확실하게 보관해주는 역할까지 담당할 것이다.

전파 식별 장치인 RFID 태그 크기 및 가격의 소형화, 하향화 추세 속에서 스윙라인(Swingline)이라는 업체가 이 태그를 스테이플러에 내장해 서류를 분실하더라도 전파를 통해 위치 추적이 가능하도록 제작할 계획이다.

▒ 주인 여부 식별하는 잠금장치 앞으로는 더 이상 비밀번호, ID 카드, 열쇠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5년 정도만 지나면 얼굴만 보고 책상의 주인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장치가 선보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장 카메라가 걸어오는 사람 모습을 촬영해 그 결과를 사용자의 데이터와 비교한 후 컴퓨터, 문, 개인 데이터의 잠금 상태를 해제하게 된다.

새로 기른 수염이나 어두운 불빛에 시스템이 오작동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테네시대학 연구원들 및 관계자들은 한번 형성되면 잘 바뀌지 않는 골격 구조에 초점을 둔 3차원 영상을 연구 중이다.

▒ 유리창처럼 투명한 모니터 미래에는 유리창처럼 투명한 모니터가 등장할 것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라고 불리는 초박형 전계발광 필름 덕분에 투명 모니터 제작 기술 수준이 이미 75%에 육박한 상태다.

뉴저지 주의 유니버셜 디스플레이 코퍼레이션(Universal Display Corporation)을 비롯해 여타 업체에서 100% 투명 모니터로 나아가는데 마지막 걸림돌인 회로 그물(전기를 픽셀에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함)을 대체할 투명 전도성 물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똑똑한 휴대폰 휴대폰이 근처에 있는 사무실 카메라를 이용해 회의 개최나 통화 약속 일자, 그리고 시간을 찾아낸다.

그런 다음 자연 언어 소프트웨어가 ‘회의’ 같은 단어들을 찾아내 캘린더에 자동으로 기록해 준다. 현재 이 같은 프로젝트가 캘리포니아의 팔로 알토 연구소(Palo Alto Research Center)에서 진행되고 있다.

프록터 앤 갬블(P&G)의 ‘가상 조종석(virtual cockpit)’ 은 조종사가 조종석에 있는 장비들을 점검하듯 직원이 회사의 운영 상황을 한 눈에 점검할 수 있게 해 준다.

가정용품 제조업체 P&G의 특별한 사업

미국 최대이자 최고(最古) 기업 중 하나인 프록터 앤 갬블(P&G) 내부에서는 현재 어느 부서에도 속하지 않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미래의 최첨단 업무공간을 개발 중이다.

마치 비행기의 조종석처럼 실시간 사업 데이터, 디지털 문서,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미래의 일터와 관련된 첨단기술을 선보일 업체 5곳을 꼽으라고 했을 때 퍼뜩 P&G를 떠올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제품에서부터 직원에 이르기까지 170년 역사를 지닌 소비재 생산업계의 거목인 P&G는 대기업 가운데 9시 시작 5시 종료(9 to 5)를 정착시킨 선두주자다.

P&G는 또한 적정 가격으로 감투상을 수상한 바 있는 클레오롤(Clairol), 폴거스(Flogers), 올드 스파이스(Old Spice) 같은 슈퍼마켓 제품들을 생산하는 업체다.

그런데 팸퍼스와 프링글스 같은 P&G 제품의 미래를 점치는 연구가들은 무수히 많지만 한 무리의 미래 지향적 사상가들이 P&G 안에서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마치 비행기의 조종석처럼 실시간 사업 데이터, 디지털 문서,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존경 받는 대기업들이 거대한 구식 컴퓨터 시스템으로 벌이는 그런 종류의 사업이 아니다.

그리고 시장의 선도업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지금 P&G가 내부적으로 벌이는 사업은 그것이 무엇이 됐든 몇 년 후에는 기존의 여타 업체들 사이의 표준 관행을 결정하는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자사 브랜드를 22개나 거느린 세계 최고의 가정용품 제조업체인 P&G는 그 브랜드 가치만도 최소 10억 달러가 넘는다.

그런 만큼 이 정도의 영향력과 전통을 지닌 기업이 미래에 대해 무언가 사업에 착수했다면 분명 다가올 앞날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거대 소비재 기업이 再조직한 IT 부서

정보기술(IT) 종사자들은 일반 직원에 비해 두 배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생활한다.

회사의 복잡하게 뒤얽힌 데이터 관리 및 낡은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누구 하나 정통한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현장에서 근무하는 IT 종사자들과 전체적인 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고위층 관리들이 현장 종사자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P&G는 다르다. P&G는 지난 2003년 자사의 IT 부문 절반가량을 휴렛 패커드(HP)에 넘겨주었다.

그리고 2년 만에 P&G는 IT 종사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회사로 변모했다. 남아있는 4,000여명의 IT 인력을 정보 및 의사 결정 솔루션(IDS) 포스로 개편한 후 필리포 파세리니를 그 책임자로 임명했다.

로마 출신인 파세리니는 IT 종사자들 사이에서 이상적인 리더로 꼽히는 사람이다. P&G에서만 25년간 근무해온 그는 대부분 유럽, 중동 및 중남미 지역에서 IT 운영 관리를 담당했다.

그는 IT 종사자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살 만큼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할 뿐 아니라 뜨거운 악수와 몇 마디 말로 처음 보는 사람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버릴 만큼 정치력이 뛰어나다.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교양과 언변은 물론 3개 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이탈리아인을 보호자로 갖게 된 셈이다.

P&G도 파세리니처럼 회사의 고삐를 단단히 죄고 비용을 절감하고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하루하루를 5분 단위로 쪼개 일하는 ‘일벌레’가 필요했다.

치약, 방향제, 세제를 만드는 회사에서 스위퍼(Swiffer)와 같은 최신 청소용품을 단 며칠이라도 경쟁사에 앞서 출시한다는 것은 곧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파세리니는 IDS 포스의 20%에 해당하는 약 400명의 직원들에게 P&G의 미래를 책임질 IT 기술 개발이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현재 IDS 포스 직원들은 몇 개의 팀으로 나눠 작업하는데, 그 중 한 팀은 고난도 문제에 참신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프로토타입을 보다 신속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똑 같은 일을 두 번씩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을까.

다운된 서버를 놓고 고민하는 대신 IDS 직원들은 서버 상태를 개선시킬 방법을 강구한 다음 그런 해결책들을 한데 연결한다.

포레스트 리서치의 IT 리더십 관련 수석 분석가인 루이스 카딘은 “미래의 첨단기술 개발에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는데 P&G는 나름의 독특한 방식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2007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만 운영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파세리니가 조직한 미래 연구팀은 다른 대기업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문제들까지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파세리니와 그의 직원들이 현재 매달리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지 못 한 기업들은 반드시 그런 문제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카딘은 지적한다.

무슨 열성적인 신생 기업의 사례처럼 들리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직원 30여명의 소규모 닷컴 기업이 아니다. 무슨 일이든 고강도의 법적 및 조직 차원의 조사와 감독을 거쳐야 하고, 그 엄청난 규모(전 세계 80여개 국가에 총 14만 여명에 달하는 직원)를 감안했을 때 P&G가 추진하려고 하는 일은 대담해보이기까지 한다.

보고서와 데이터를 실시간 디지털화

P&G 같은 거대 기업에게 정보는 육지로 밀려드는 파도와 같다. 바위에 부딪치고, 석호와 둑의 틈새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어떤 것은 남아있지만 어떤 것은 영원히 잃기도 한다.

토론토에 있는 P&G 마케팅 직원이 자신의 상사에게 캐나다에서 지난 주 판매된 크레스트(Crest) 튜브의 개수와 관련해 문제점을 한번 지적하려고 하면 그는 이메일, 서신, 전화통화, 회사 내부 및 외부 보고서 등에서 데이터를 전부 수집해야 한다. 며칠에 걸쳐 파고들어야만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그러면 상사의 책상 위에는 또 하나의 보고서가 놓이게 될 것이다. 주간 보고서, 분기 보고서, 연간 보고서 등 무수히 많은 보고서들이 산더미 같이 쌓인다. 그것은 오늘날 용인되고 있는 사업 관행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IDS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은 이처럼 쉴 사이 없이 밀려드는 온갖 보고서와 회의를 정리 정돈하여 집중화하고 디지털화 하는 것이다.

위에서 말했던 마케팅 담당자가 자신의 컴퓨터 화면 왼쪽 하단 모서리에 있는 노란색 동그라미를 언제라도 볼 수 있고, 동그라미 크기를 통해 크레스트의 판매 실적을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것을 보는 동안,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에서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고객들이 크레스트를 구매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P&G는 '의사 결정 조종실(decision cockpit)'이라는 개념을 통해 그와 같은 시스템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P&G 브랜드 매니저들이 파세리니와의 점심 식사에서 언급한 바 있는 온갖 보고서들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데이터를 주고받는데 시차가 생긴다는 점이다.

아주 간단한 데이터 요청에도 기본적으로 2주 정도의 시차가 생긴다. 또 그렇게 해서 온 보고서를 읽고 파악할 시간도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조종석에 앉은 조종사가 장비를 점검할 때처럼 P&G도 그렇게 실시간 데이터를 시각화 하려는 것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고도로 정교한 OSD(Onscreen Display)를 통해 제품의 국가별, 도시별, 심지어 상점별 판매 현황을 막대그래프 같은 것으로 제공하거나 제품을 해외로 운송하는 항만의 창고에서 나오는 컨테이너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화면상에 가장 유익한 정보가 강조될 수 있도록 직원들은 모니터에 나타난 내용을 재빨리,그리고 손쉽게 조정할 수 있다. 그런 다음 포장 상자나 제품 자체에 붙인 RFID 태그를 통해 회사의 다양한 유통 채널을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월마트 같은 업체들이 자사의 재고 상태를 아주 훌륭하게 추적하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기업의 총체적 자각을 실행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그런 상호 접속성이 될 것이다.

다른 기업들(P&G는 BP, 엑손, IBM을 꼽는다) 역시 이러한 개념을 실험하고 있지만 P&G는 그와 같은 개념을 전례가 없을 정도로 대대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초기 모델은 이미 CEO인 알랜 래플레이를 비롯해 3,000명의 직원들에게 선보였다.

P&G는 앞으로 2년간 사용 대상을 3만명 정도 추가할 방침이다. 그리고 IDS 디자이너들은 방 하나 크기의 화면에 가상현실을 담을 수 있게 될 날을 고대하고 있다. 직원들이 문을 닫고 들어가 자신의 업무를 아주 세부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그런 방 말이다.

시공간적 장애 없는 가상 테스트

P&G에게는 포커스 그룹의 높은 점수가 가장 중요하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P&G의 여러 연구소 중 어느 한 곳에서는 항상 누군가가 새로운 데오드란트 제품의 후각 테스트를 하고 있거나 조심스럽게 스틱형 껌을 씹어볼 것이다. 그러는 한편 연구원들은 클립보드에 부지런히 메모를 하고 있을 것이다.

각각의 포커스 그룹별로 P&G는 제품의 몇 가지 샘플을 제공한다. 그런 다음 제품을 좀 더 다듬어 다시 테스트를 실시하게 된다. 모든 소비재 업체들이 이런 의견 교환식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P&G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려고 한다. IDS가 기저귀를 찬 채 앉고, 기고, 아장아장 걷는 가상 유아의 3차원 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IDS의 생활건강 연구개발팀 부장인 키스 캐서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기저귀가 뭉치면서 불편해지지는 않는지, 또 새지는 않는지 테스트해 본다”고 말했다.

파세리니는 “그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당장 그 날 기저귀에 대한 수정 작업을 벌이게 된다”면서 “몇 주가 아닌 단 몇 시간 만에 기저귀 테스트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캐서타가 지적했듯이 이러한 가상 테스트는 물리적 이동에 따른 시간 지연과 번거로움 없이 전 세계에 있는 연구원들과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프로젝트가 끝나면 실제 제품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만 들이면 된다.

현재 P&G는 이렇듯 가상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고 3차원 영상으로 작업하는 이른바 '동굴(caves)' 연구실을 일본, 영국, 스위스, 미국 신시내티 네 곳에 설치했다.

검은색 방 안에 마련한 각각의 동굴 연구실은 흰색 패널로 만들어진 약 30㎥ 크기의 정육면체 공간으로 윗부분과 한쪽 면이 트여 있다. 또한 고성능 입체 프로젝터를 사용해 세면의 벽과 바닥에 영상이 투사된다.

이 곳의 방문자들은 특수 플라스틱 유리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서 영상이 투사된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유아 탈의실, 교외 주택의 부엌, 월마트 통로 등 정말 그 안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손에 쥔 조절기로 방 안의 배경을 스크롤 할 수 있다.

오늘날 해변에 접해있는 상가들은 모두 가상현실 게임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상 현실 세계는 수요, 공급, 분배 법칙은 물론 회사의 이곳저곳에서 부과되는 온갖 물류상의 제한 등을 감안해 실제 현실보다 훨씬 더 실제적이어야 한다.

P&G 엔지니어들 역시 제조공장 및 조립라인의 구획 디자인에 이 곳을 활용한다. 미래 P&G 연구원들은 방정식까지도 3차원으로 세우고,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위해 데이터 안을 걸어 다니게 될 것이라고 캐서타는 말한다.

조직 투명성 강화하는 기록의 동시성

상사가 별로 내키지 않는 프로젝트를 건넨다면 ‘왜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되나’ 하는 의구심이 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도 이미 했다는 것이 대답인 경우가 많다. 대기업 같은 곳에서는 업무가 중복되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P&G도 자사의 전체 연구 업무 가운데 15%가 중복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로 인한 낭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총 8,000명의 P&G 연구원들 가운데 연구실 필기장에 실험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기록하는 사람은 약 5,500명에 달한다.

각기 주당 평균 10시간 정도를 기록하는 일에 쓰고 있는 것이다. 법적인 이유 때문에 P&G는 모든 실험 기록을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한 실험은 몇 톤의 서류에 파묻혀 버리고 만다. P&G 연구원의 입장에서도 예전에 했던 실험 내용을 찾아 서류 더미들을 파헤치기보다 차라리 실험을 다시 하는 편이 더 수월할 정도다.

P&G는 이렇듯 실험 내용을 쉽게 추적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이른바 '전자 기록'을 지시했다.

그 결과 연구원들이 기록 업무로 허비하는 시간을 주당 2시간씩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여기서 전자 기록이란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200명의 연구원들로 이루어진 테스트 그룹은 매일같이 진행되는 자신의 업무를 여기에 기록하게 된다.

일단 입력이 완료되고 나면 해당 데이터는 동결되고, 수정 사항은 전부 추적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해 둠으로써 누가, 언제, 무엇을 개발했는지 합법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P&G에서는 지적 재산권 문제가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회사는 오는 9월까지 이 시스템의 사용자를 1,000명으로 확대하고, 3월경에는 텍사스 주 플라노(Plano)에 본사를 둔 UGS와의 제휴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손으로 적은 메모를 디지털 텍스트로 전환해 컴퓨터로 전송해주는 특수 펜과 결합된 이 시스템은 직접 쓰는 것만큼이나 편리하며, 단어 하나까지도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시스템은 조직의 투명성과 상호 접속성이라는 파세리니의 비전을 향한 첫 걸음이다. 파세리니는 “생각해보면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직원들을 붙들어 매 두는 것은 바로 파일 캐비닛”이라면서 “디지털 세상이 물리적 공간에 대적하지 못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하고 되묻는다.

현재 IDS는 프로토타입 동굴과 유사한 첨단기술을 사용해 가상 파일 캐비닛 개념을 개발 중이다. 손가락 접촉이나 목소리 지시를 통해 직원이 마치 실제 파일 캐비닛을 살피듯 기밀 서류들을 훑어본 다음 필요한 서류를 그래픽으로 처리해 뽑아내는 것이다.
보류중인 작업에서 관련 서류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 관련 키워드, 영상, 프로젝트 명칭들을 계속 탐색하며, 다른 직원들이 이미 완료한 유사 작업을 모두 불러 모은다는 점이다.

거대 공룡기업에서 근무하다 보면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일상에 파묻히기 쉽다. 그러나 파세리니는 P&G에 새롭고 보다 역동적인 가상 인터페이스를 도입함으로써 심지어 아주 복잡한 미래 첨단기술마저도 자연스럽게 유용한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포커스 그룹에 테스트를 해본 후 다시 제작하는 대신 P&G는 가상 제품으로 테스트 작업을 한다.

IDS포스가 하는 일은 P&G의 엄청난 서류 작업과 회의를 집중화, 디지털화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록
업무를 위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가상 파일 캐비닛은 과거에 했던 실험을 또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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