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미래의 특급전사, 전투형 휴머노이드 로봇

오는 2035년이 되면 인간처럼 걸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휴머노이드 전투로봇이 치명적인 살상무기들로 무장한 채 인간을 대신해 전투현장에서 적들을 섬멸하게 될 것이다.

이들 전투로봇은 24시간 먹지도 자지도 않으며, 두려움이나 무서움도 전혀 없다.
이들의 활약으로 아군들의 인명피해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며,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기계에 불과한 로봇에게 인간의 생사를 결정지을 권리를 부여한다는 게 타당할까. 자칫 너무 똑똑해진 로봇들이 인간의 명령에 반기를 들고 이 세상을 지배하려든다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우려는 없는 것일까.

지난달 9일 미군 당국은 전장에서 부상 또는 납치당한 병사를 구조하기 위한 전쟁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프로토타입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전쟁구출로봇(Battlefield Extraction and Retrieval Robot)의 약자를 따 ‘곰 로봇(BEAR Robot)’으로 명명된 이 로봇은 미 정부와 육군에서 210만 달러(21억원)를 지원받아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베크나 테크놀로지사에 의해 개발됐다.

기술보완을 거쳐 향후 5년 내 실전 배치될 곰 로봇의 특징은 정밀한 다관절 팔과 함께 궤도형 바퀴 2개를 연결한 이중구조의 다리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

이를 통해 180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무릎을 굽히듯 쪼그려 않아 최대 140kg 중량의 부상자를 들어 올린 후 위험지역을 신속히 빠져나올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곰 로봇의 출현을 보며 단순히 새로운 종류의 로봇이 만들어졌다는 것 이상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동안 가정용 로봇에 국한됐던 휴머노이드가 군 분야로 진출한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곰 로봇을 필두로 다양한 용도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속속 전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며, 결국에는 이 같은 노력들이 각종 첨단무기들로 무장한 전투형 인공지능 휴머노이드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전투형 휴머노이드는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만들어졌던 1921년부터 인류가 오랜 시간 꿈꿔왔던 궁극의 로봇이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천하무적의 전투로봇이 과연 영화라는 무대를 박차고 현실 세계로 뛰쳐나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말을 빌자면 그 꿈이 실현될 날이 생각만큼 멀지 않았다.

펜타곤의 미래전투시스템(FCS)

전투형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의 선봉장은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인 미국. 미국은 지난 2003년 ‘미래전투시스템(FCS, Future Combat System)’ 프로젝트를 발족하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수년전부터 지능형 군사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FCS는 명칭에서 느껴지듯 미래의 전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군 첨단화사업의 하나다.

오는 2015년까지 모든 군용 차량과 비행기의 3분의 1을 무인 자율로봇 차량 및 비행기로 전환하는 등 군 장비의 무인화·자동화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 투입될 자금만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1,270억 달러(117조6,400억원). 이는 미군이 진행한 기술개발사업 중 역사상 최대 규모로서 이중 100억 달러(9조2,600억원)가 바로 전투형 휴머노이드의 연구개발에 투자된다.

미군의 최종 목표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걷고, 바라보며, 반응하는 이족보행 전투로봇의 개발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로보틱 테크놀로지사의 로버트 핀켈스타인 사장은 “로봇 병사는 펜타곤이 지난 30여년 동안 이루고 싶어 했던 ‘드림 솔저’”라며 “초기에는 인간에 의해 무선 조종되는 장난감 자동차와 유사한 모습을 띠겠지만 기술발전에 따라 겉모습은 물론 인공지능까지 갖춘 인간형 자율 전투로봇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펜타곤 측도 FCS에 힘입어 오는 2015년 내에 로봇이 미군의 핵심 전투병력으로 편입될 것이며, 단순히 사람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전장에서 직접 적군을 찾아내 사살하는 보병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출범한지 3년이 흐른 지금 이 같은 전망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물들을 내보이고 있다.

포스터-밀러사의 ‘테일론-SWORDS’를 비롯해 지난해부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지역에 본격적으로 파병되기 시작한 전투·수색·탐지·관측용(SWORDS) 로봇들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지난해 말 삼성테크윈이 개발해 낸 지능형 경비로봇 ‘SGR-A1’은 현재까지 개발된 인명살상용 전투로봇 중 가장 진보된 모델로 손꼽힌다.

올해 말 비무장지대(DMZ)에도 실전 배치될 예정에 있는 이 로봇은 4km 이내의 목표물 탐지·추적 기능, 야간 열 추적 탐지 기능, 암구호 인지 기능 등을 갖추고 있으며 S&T 대우(舊 대우정밀)에서 만든 K3 기관총을 장착해 실질적인 전투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현상은 전투로봇의 등장 이후 이들에 대한 군인들의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우주해군전쟁시스템사령부센터(SPAWAR SSC)의 로보틱스 부문 기술책임자 바트 에버렛은 “이라크에 파병된 병사들은 폭발물 탐지·제거(EOD) 로봇과 SWORDS 로봇 없이 부대 밖에 나서길 꺼려한다”며 “로봇에 대한 군인들의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유명 보안정책 분석가인 존 파이크는 이를 놓고 “과거에는 오직 인간의 힘으로 전쟁이 수행됐지만 지금은 인간과 로봇이 공조하고 있다”며 “미래의 전쟁은 인간이 사라진 로봇들만의 격전장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먹지도, 자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소형 탱크, 소형 트럭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현재의 전투로봇들이 언제쯤 인간의 모습과 지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전사로 진화하게 될까. 펜타곤 연합군사령부(JFCOM)는 그 시기를 약 2035년쯤으로 보고 있다.

JFCOM의 댄 데이븐포트는 “보병사단에 소속된 인간 병사들은 어찌 보면 로봇 병사로 가기 위한 일종의 프로토타입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며 “기술적 관점에서 직립형 이족보행 전투로봇은 절대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휴머노이드 전사의 현실화를 결정할 핵심 요소인 이동성(자율이동), 균형성(이족보행), 인공지능, 손재주, 전원공급 장치, 소형화, 무기시스템 등과 관련해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들만으로도 로봇은 이미 몇몇 부분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상황이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 달러 이상의 연구비가 투자되면서 로봇의 센싱 능력 또한 인간과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삼성의 ‘SGR-A1’, 혼다의 ‘아시모’, 샌디아국립연구소의 ‘M2’, 인사이드테크놀로지의 ‘레드아울’,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빅독’, 존스홉킨스대학의 ‘로바트-III’ 등이 그 실례로 인간보다 강하고, 위험하며, 생존력도 월등하다.

즉 휴머노이드 전투로봇은 정말로 만들 수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보유하게 될지의 문제인 셈이다.

펜타곤의 숙원이 이루어져 영화 터미네이터나 아이로봇에 등장하는 초강력 휴머노이드들이 탄생할 경우 군대와 전쟁, 전술과 전략의 개념은 완전히 뒤바뀐다.

인간과 달리 로봇은 먹지도, 자지도 않으며 결코 지치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죽음, 부상, 생포 등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바로 옆에서 동료 로봇이 쓰러져도 찰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생명이 끊어질 때까지 최상의 전투능력을 발휘하며 명령을 수행할 뿐이다.

또한 로봇은 심각한 고장으로 폐기처리 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제대하지 않으므로 병력 부족 문제도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특히 펜타곤은 로봇 병사의 최대 메리트로 비용 문제를 들고 있다.
데이븐포트는 “군인 1명이 입대해 제대할 때까지 평균 400만 달러(약 37억원)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전투로봇은 이의 10% 미만으로 운용할 수 있다” 며 “탁월한 임무수행 능력과 용맹함을 갖춘 병사를 값싸게 쓸 수 있다면 로봇이라고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물론 절대 돈의 가치로는 평가할 수 없는 인간(아군)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로봇병사의 도입으로 얻게 될 가장 커다란 이점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과거의 전쟁은 오직 인간의 힘에 의해 치뤄졌지만 지금은 인간과 로봇이 공조하고 있다. 미래의 전장에서 인간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로봇이 인간을 지배?

어쨌든 이러한 전투형 로봇이 무선 조종 로봇에서 자율형 로봇인간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해선 반드시 인공지능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적어도 일반 성인과 동등한 수준의 사고능력을 확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휴머노이드 자율 전투로봇은 영원히 상상의 산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인공지능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이전에 로봇에게 자율 판단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정용과 달리 전투형 휴머노이드는 로봇의 판단에 사람의 생사가 달려 있는데, 로봇과 사람의 판단 내용이 달랐을 때에는 그 결과를 되돌릴 수도,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로봇이 내린 결정을 이의 없이 수긍할지에 대해서는 펜타곤 등 전투형 휴머노이드 개발자들조차 아직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테러리스트가 40여명의 어린이가 타고 있는 스쿨버스를 탈취한 뒤 소형 핵폭탄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전투로봇이 더 많은 인명을 구하기 위해 스쿨버스에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기서 알 수 있듯 로봇에게 인간의 이성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가르칠 수 없는 이상 자율권 부여의 문제는 결코 쉽게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설령 인간의 두뇌보다 뛰어난 인공지능 시스템을 우리가 완성해냈다고 해도 말이다.

만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로봇에게 뛰어난 성능의 인공지능을 제공할 경우 또 다른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개연성이 있다.

너무 똑똑해진 로봇이 인간의 비이성적인(?) 명령을 거부 또는 무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먼 미래에 인간과 기계와의 전쟁, 다시 말해 터미네이터 영화에 나왔던 ‘심판의 날’이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두 가지 문제는 우리가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과는 상관없이 적어도 전투형 로봇에 한해선 이들의 지능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자율로봇이지만 절대로 인간의 통제력을 벗어날 수 없는 ‘제어 가능한 자율’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30여년간 군사로봇 분야에 몸담아 온 로보틱테크놀로지사의 핑켈스타인 박사는 “개발자들이 통제 가능한 인공지능의 마지노선을 정확히 찾지 못한다면 인류에게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며 “로봇에게 가능한 많은 양의 위험하고, 어렵고, 복잡한 임무를 부여해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아예 주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FCS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프로젝트 알파(project alpha)’의 책임자였던 러스 리차드는 이처럼 많은 장점과 단점이 혼재된 전투형 휴머노이드에 대해 얼마 전 비교적 명쾌한 답을 내린바 있다.

“인간 병사를 로봇으로 대체하고 로봇에게 인간의 생사 여탈권을 부여하는 데 대한 반대자들을 침묵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전투로봇의 등장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그 필요성은 미국 이외의 국가들로 파급될 것이 자명하다.

이때 미국은 이 논란의 선봉에 설수도 있지만 한발 뒤로 물러나 다른 나라의 움직임을 관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던 미국이 어느 날 갑자기 치명적인 무기를 장착한 로봇병사의 도입에 반대할 지도 모를 일이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