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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과 다이어트의 과학

왜 같은 양의 식사를 하는데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살이 찌지 않는 것일까.
왜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양의 운동을 하는데 운동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까.

몸매가 드러나는 옷차림이 많아지는 계절이 되면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살을 빼는데 최고라는 각종 다이어트 비법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보자.

다이어트(diet)란 체중을 줄이거나 건강의 증진을 위해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식이요법, 또는 덜 먹기 등으로도 표현될 수 있지만 한마디로 음식조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이어트에 대한 욕구, 특히 여성들의 관심은 식이장애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크다.

식이장애란 체중 증가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나 마른 몸매에 대한 강한 욕구, 계속 굶거나 약을 먹는 부적절한 체중 조절 행위 등 다이어트에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이는 질환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다이어트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지난 2006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다이어트 산업의 시장 규모는 연간 3조원에 달한다.

이렇듯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다이어트를 가장 효과적이고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식욕의 과학(The Science of Appetite)’이라는 건강관련 기획 기사를 실었다.

우리 신체가 음식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왜 식욕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살이 찌고 빠지는 과학적 원리가 무엇인지를 설명한 것이다.

식욕이 발생하는 이유

타임은 식욕이 발생하는 이유를 7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사람마다 정해진 시간에 먹도록 몸에 배어 있는 ‘식(食) 습관’. 아침ㆍ점심ㆍ저녁 등 누구나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배가 고파지는 신체 메커니즘이 식욕을 발생시키는 요인이라는 것.

사람에 따라 음식물을 보고 뇌가 다르게 반응하지만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면 먹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하는 ‘시각’도 중요한 요소다.

다음은 음식의 ‘다양성’. 고기를 먹고 난 뒤 배가 불러 더 이상 못 먹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케이크와 같은 디저트 음식이 더 들어갈 배는 따로 있다.

음식물의 ‘냄새’도 시각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이다. 일단 음식의 냄새를 맡으면 몸속의 인슐린이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몸에 내보낸다.

‘알코올’과 ‘낮은 온도’ 역시 식욕을 자극한다. 알코올이 식욕을 자극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지만 너무 많은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음식을 자제하겠다는 판단력을 흐리게 해 더 많은 음식을 먹게 한다.

또한 추워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음식을 먹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레스토랑들은 실내 온도를 낮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혈당량’. 정제된 탄수화물, 파스타 등은 체내 혈당량을 떨어뜨려 더 많은 음식을 먹게 유도한다.

음식물에 포함된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적게 먹는 등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이 있지만 살을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섭취한 칼로리보다 더 많은 양을 소모하는 것이다.

어떠한 다이어트도 열역학의 제1 법칙인 ‘에너지 불변의 법칙’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사실 다이어트의 효과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다이어트를 할 때 같은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그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임은 다이어트에서 성공하기 위한 게임의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는 인슐린(insulin)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인슐린은 일반인들에게는 당뇨병과 관련이 있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슐린은 체내에 흡수된 당분을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사용하고 남은 당분을 지방세포로 운반하는 역할도 한다.

혈당을 급격하게 상승시키는 음식을 먹을 경우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돼 지방세포로 당을 많이 운반하기 때문에 살이 찌게 된다.

따라서 몸속의 인슐린 분비량을 조절하면 체중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슐린과 다이어트의 관계

음식물을 먹으면 우리 몸속에서는 음식물 중의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이 포도당은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운반된다. 이때 혈액 속의 당분을 수치로 표시한 것을 혈당량이라 고 한다.

음식물을 통해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량은 상승한다. 혈당량이 올라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인슐린은 올라간 혈당량을 낮추어 정상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인슐린은 쓰고 남은 당분을 근육이나 간에 글리코겐이라는 물질로 축적하는 역할도 한다.

혈당량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고, 이는 지방 축적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인슐린은 포스포디에스테라제 효소의 활동을 돕기도 한다. 이 효소는 체지방이 분해돼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것을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살을 빼기 위해서는 혈당량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 인슐린의 분비량을 적게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시 말해 인슐린의 분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혈당량을 급격히 상승시키지 않는 식(食)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저(低) 인슐린 다이어트’다. 이 다이어트의 핵심은 혈당량이 낮은 음식을 골라 먹음으로써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인슐린 분비와 가장 관련이 높은 영양분은 탄수화물이다. 음식 속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의 양이 혈당의 수치를 높이는 속도를 숫자로 표시하는데, 이것을 당 지수(GIㆍGlycemic Index)라고 한다.

즉 포도당 100g을 먹었을 때 혈당치의 상승도를 100으로 정해 각 음식 100g이 가져오는 혈당치의 상승 정도를 지수로 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GI 수치가 낮은 식품일수록 혈당 상승 속도를 낮춰 인슐린 분비가 억제되는 것이다.

GI 수치는 식품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육류나 야채는 당 지수가 낮지만 탄수화물은 당 지수가 높다.

따라서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는 잘 가려 먹어야 한다. 가능하면 가공과정을 덜 거친 탄수화물이 좋다. 백미보다는 현미, 흰 밀가루보다는 통밀, 빵이나 과자보다는 밥의 당 지수가 낮다.



GI 수치가 낮은 식재료는 날것으로 먹을 수 있는 것, 조리를 거의 하지 않는 것, 딱딱한 것, 정제하지 않은 것, 식이섬유가 풍부한 것 등이다. 구체적으로 야채류, 버섯류, 해조류, 견과류, 콩류, 육류, 생선, 유제품, 달걀이 저(低) GI 식재료다.

이런 식재료는 소화 흡수돼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혈당치가 천천히 상승한다. 덕분에 인슐린 분비를 낮추어 좀처럼 체지방이 쌓이지 않고 살이 빠진다. 식후 포만감이 오래 가는 것도 저(低) GI 식재료의 특징이다.

이처럼 저(低) 인슐린 다이어트는 식사를 거르지 않으면서도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단식을 하면 금방 몸무게가 줄지만 지방보다 근육을 먼저 줄여 결국 요요현상을 불러오고, 스트레스도 심하다. 탄수화물 섭취가 60%를 넘는 한국인들의 식 습관에서는 무엇보다 탄수화물을 가려먹는 것이 중요하다.

인슐린과 앳킨스 다이어트

저(低) 인슐린 다이어트는 국내에서 일명 ‘황제 다이어트’로 불리는 앳킨스 다이어트(Atkins diet)와도 관련이 깊다.

앳킨스 다이어트는 지난 1960년대 미국의 심장전문의 로버트 앳킨스 박사가 제안한 것으로 저(低) 탄수화물 다이어트로도 불린다.

1972년에 펴낸 책 ‘앳킨스 박사의 다이어트 혁명(Dr.Atkin’s New Diet Revolution)’은 첫 2주에만 수백만 부가 팔린 슈퍼 밀리언 셀러로 이후 많은 다이어트 방법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는 로카브(low-carb)라는 다이어트 역시 저(低) 인슐린 다이어트의 한 종류다.

로카브는 탄수화물이 적게 든 식품이나 음식을 일컫는 말이다. 탄수화물이 살찌는 원인 중의 하나로 알려지면서 탄수화물이 적은 식품을 골라 먹는 다이어트가 한창 유행하고 있는 것.

저(低) 탄수화물 다이어트의 가장 큰 장점은 초기에 체중 감량이 쉽다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3~4㎏, 때로는 그 이상도 빠진다.

탄수화물의 공급이 중단돼 체지방이 분해되면 핏속의 케톤(ketone)이 상승한다. 케톤은 굶거나 탄수화물이 적어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이용될 때 생성되는 물질이다. 몸속에 케톤이 쌓이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소변 양이 늘고 수분이 빠져나간다.

하지만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지나치게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면 속이 메슥거리고 식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수분이 과다 배출되면 영양 밸런스가 무너지고 나중에는 포도당 부족으로 인해 두뇌활동까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장기간 저(低) 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할 경우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다이어트가 끝나면 요요현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편식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비타민 등 영양제를 복용하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개량형의 ‘뉴 앳킨스 다이어트’도 등장했다.

다이어트와 체질

음식조절과 함께 다이어트의 또 하나 필수적인 요건은 운동이다.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운동보다는 혈당량을 급격히 상승시키지 않는 식생활이 우선이다. 인슐린의 과잉 분비를 조절하는 것은 비만, 당뇨, 성인병 예방 및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식사량은 많지 않지만 체중이 늘고 살이 쉽게 빠지지 않는 체질이 있다. 체질적으로 살이 잘 찌는 사람의 경우 인슐린 분비가 활발해지는 식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인슐린 분비를 활발히 하는 식생활로 혈당량이 내려가지 않아 살이 찌고, 살이 찌기 때문에 더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는 체질이 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이런 사람들에게는 저(低) 인슐린 다이어트가 효과적이다.

운동을 그만두면 살이 찌는 체질도 있다. 운동하던 사람들은 에너지 확보를 위해 많이 먹는 버릇이 있는데, 운동을 그만두면 에너지를 연소시켜주는 근육량은 줄어드는 반면 먹는 양은 줄지 않아 비만이 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저(低) 인슐린 다이어트를 최소한 보름 이상 꾸준히 해야 효과적이라고 얘기한다.

다이어트는 특별한 비법이 없다는게 딜레마다. 체질에 맞게 조금씩 덜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게 상책이다.

보름 정도 지나면 살이 빠지는 것 외에도 변비가 없어지거나 피부가 맑아지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또한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비만 때문에 생기는 병까지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다이어트가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속적으로 실천하지 못해서 그렇다. 특정 음식을 계속 먹지 말아야 하는 고통, 배고픔, 상대적 박탈감 등이 장애물로 작용한다. 꾸준함이 없으면 다이어트의 실패는 반복된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의생태학ㆍ영양학 교수인 월터 윌릿은 “다이어트를 한다고 극단적 방법을 쓰면 거의 모든 식품 섭취를 배제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평생 그런 식으로 살기는 곤란하기 때문에 결국은 실패하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 찾아야

전문가들은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런 저런 다이어트가 단기간 체중 감량에 효과를 주었다고 할지라도 장기적인 효과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는 무리한 다이어트는 피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저(低) 인슐린 다이어트 역시 사람의 체질에 따라 나타나는 효과는 다르다. 한마디로 살 빼는데 특별한 비법은 없다는 게 다이어트의 딜레마다.

그렇다고 다이어트를 포기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가능한 덜 먹고, 먹은 것 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는 고전적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체질에 맞게 조금씩 덜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것이 다이어트의 비법 중 비법인 셈이다 .

김정곤 서울경제 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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