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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감시기술의 미래

침입자로부터 도시를 보호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는데, 국가 요충지에 해당했던 상업 중심지들은 단 한 곳의 예외도 없이 높은 성벽과 첨탑으로 보호됐다.

과거 보다 수천 배 더 커진 오늘날의 도시 환경에서 온갖 위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 같은 보안의 문제는 더 이상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자료제공: 지멘스

도시 전체를 한 눈에 아우른다

한 도시의 명성은 도시 내에 거주하는 시민들과 외부의 방문객이 얼마나 안전함을 느끼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관점에서 런던은 오래전부터 상당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도시로 꼽힌다. 런던의 경우 그동안 공공장소의 감시(?)를 위해 무려 50만개의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했으며, 시민들 역시 감시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함으로서 보안시스템 작동이 원활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물 감시망은 지난 2005년 7월 벌어진 런던 연쇄폭탄 테러에서 그 효용성이 여실히 증명됐다. 당시 영국 당국은 비디오카메라에 기록된 인물들을 분석, 신속히 테러리스트를 색출·추적할 수 있었다.

전 세계에 충격을 가져다준 9.11 사태와 스페인 마드리드의 열차 폭탄테러 등을 겪으면서 서구 산업국가의 주요 도시들이 앞 다투어 보안시스템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0년경에 이르면 도시 및 각종 국가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시스템 시장 규모가 무려 1,060억 달러(98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생기는 법. 보안관련 업체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각종 첨안 보안감시시스템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독일의 지멘스(Simens). 이 회사는 보안시장 확대에 맞춰 지난해 말 미국의 비스타스케이프사를 인수하고 카메라, 센서, 레이더, 초음파 등의 장비로 수집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대도시의 안전을 확보하는 첨단 보안시스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지멘스를 비롯한 보안시스템 개발업체들이 궁극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은 이와 같은 보안플랫폼을 활용, 특정 지역을 오가는 모든 보행자와 차량들을 3차원(3D) 지도 위에 표시하고 이들의 크기와 이동방향, 이동속도 등을 한눈에 확인 할 수 있는 ‘자동 이미지 처리시스템(AIPS)’의 개발이다.

AIPS의 특징은 각각의 감시카메라가 각기 다른 영상을 보여줬던 과거 방식과 달리 지상의 모든 카메라를 하나의 시스템에 통합하고 항공사진까지 활용해 공항이나 항만과 같은 넓은 지역 전체를 하나의 큰 그림으로 감시할 수 있는 일종의 컨버전스형 시스템이라는 것.

쉽게 말해 A라는 국제공항에 100대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했을 때 지금은 각 카메라가 전송한 화면을 100개의 모니터로 일일이 확인해야 하지만 AIPS를 사용하면 단 하나의 3차원 영상으로 100개 카메라의 정보를 모두 볼 수 있다.

하지만 AIPS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이라는 커다란 벽을 넘어야 한다.
비행기, 선박, 자동차 등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일률적으로 계량화된 알고리즘으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자유분방하고 변화무쌍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AIPS의 성공여부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아군과 적군을 정확히 선별해낼 수 있는 새로운 알고리즘의 개발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를 위해 각 보안업체들은 인파의 평균 속보보다 빨리 움직이는 개인, 갑자기 이동방향을 바꾸는 그룹, 혼자 멈춰있는 사람 등 특이한 행동에서 관련정보를 필터링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물론 이 또한 인파의 밀도에 따라, 주변 상황에 따라 동일한 행동을 놓고도 위험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려져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상존한다.

위험에 스스로 대처하는 빌딩

어쨌든 보안업체의 바램대로 인간의 행동 분석이 가능한 알고리즘이 개발된다면 카메라, 센서, 레이더 등의 정보수집 장치에 무선 랜(WLAN) 시스템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AIPS는 단순한 감시의 영역을 넘어 돌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스마트 비디오 모니터링 플랫폼(SVMP)’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다.

외진 곳에서 땅바닥에 일정시간 이상 누워있는 사람을 감지하면 현장에 가장 인접해 있는 응급의료대원의 무선송수신 장치에 출동명령을 내리는 등 재난구조 및 비상상황 대처능력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다.

타이페이의 101빌딩, 두바이에 건설 중인 700m 높이의 버즈 두바이 등 전 세계의 초고층 빌딩에 이 플랫폼이 채용됐을 때 얻어질 효용성은 실로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SVMP의 초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지멘스의 ‘화재방지 및 개인 안전관리시스템’은 화재가 일어나 발생하는 열, 연기, 불꽃 등을 자동으로 감지해 소화설비, 제연설비, 경보설비 등의 방재설비를 자동으로 동작시킨다.

지멘스의 이 시스템은 현재 세계 5위의 마천루인 중국 상하이의 진마오 빌딩에 설치돼 탁월한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비행기, 선박, 자동차 등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일률적으로 계량화된 알고리즘으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자유분방하고 변화무쌍한 존재다.

지멘스 빌딩자동화사업부의 란스 류티만은 “고층빌딩 화재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며 “88개 층에 설치된 약 4,500개의 화재감지기가 화재 징후를 보고하고 그 위치를 파악한 뒤 해당정보를 신속하게 대응 팀에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보안업체들은 화재에 직면한 사람들의 침착한 대피를 유도하기 위한 첨단 음성경보시스템의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 장치는 예상 가능한 모든 종류의 화재 시나리오에 맞춰 사전 녹음된 메시지가 송출된다는 것이 특징으로 위험지역에 위치한 사람들에게는 안전한 대피경로를 알려주고 다른 이들에게는 화재 상황에 대한 최신 정보를 지속적으로 알려준다.

란스 류티만은 “사람들은 단순한 경고음을 들으면 당황하지만 음성안내에는 침착하게 대응한다”며 “음성경보는 잘못된 상황판단과 부적절한 대처에 의해 야기될 수 있는 불의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층빌딩에 더해 대도시의 터널에서도 화재감지 및 위치 파악, 소화장비 가동, 차량진입 폐쇄, 음성경보 작동 등을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SVMP 기반의 다기능 화재방호시스템은 필수적이다.

실험결과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지는 초기진압, 유독가스 배출 등이 소방관의 화재진압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단지 길이가 긴 터널에서는 짙은 연기와 최대 10m/s의 강한 바람에 의해 화재경보기의 고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장 및 오작동 개연성이 거의 없고 뛰어난 감지능력을 갖춘 광센서 케이블을 사용한다.

이 광센서 케이블은 정확한 화재 위치 뿐만 화재의 온도와 크기, 진행 방향 등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하므로 한층 완벽한 시스템 운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미 베이징, 방콕, 홍콩의 지하철과 함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터널에 사용돼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방재시스템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많은 신규 고층건물들이 건물 외부에 별도의 백업(back-up) 방재센터를 설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9.11 테러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건물 내부의 메인 방재센터가 손상을 입거나 파괴됐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엄청난 혼란을 막기 위한 방어막인 것이다.

테러를 막아주는 항구

보안시스템의 성능은 불순한 의도를 품은 사람을 얼마나 정확히 선별해 감시·통제하느냐에 달려있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FBI, CIA, MI6, FSB 등 전 세계 정보기관들은 최근 들어 보안기술, 특히 테러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보안기술의 핵심 타깃을 사람에서 화물 쪽으로 돌리고 있다.

대도시는 시민들의 거주지역이기도 하지만 도로와 교통, 경제와 상업의 중심지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을 오고가는 화물들을 완벽하게 감시할 수 있다면 대형 테러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즉 사람을 대상으로 한 보안기술의 허점을 상대적으로 감시가 용이한 폭약, 핵물질, 화학물질 등 테러무기를 통제하여 보완하겠다는 셈이다.

세계에서 7번째로 큰 항구도시인 로테르담에 설치·운용되고 있는 첨단 핵물질 감지시스템은 이같은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이자 로테르담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구로 만들어준 일등공신이다.

이곳에는 최첨단 방사성 동위원소 탐지장치가 탑재된 35개의 게이트가 마련돼 있으며, 항구를 오고가는 모든 선박들은 반드시 이 게이트를 통과해야만 입·출항이 가능하다.

또한 각 게이트에는 시속 16km 이내로 지나가는 컨테이너의 내부를 디지털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엠프티 뷰(Empty view)’가 채용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핵물질 유입 방지는 물론 불법무기, 밀입국자 등을 적발할 수도 있다.

특히 로테르담 항은 게이트 도입 이후 수화물 검사의 80%가 자동화됨으로서 각 선박들의 보안검사 시간이 평균 1분 이내로 낮아져 화물 처리량 증가와 보안 효율성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로테르담의 방식이 항구 보안의 궁극적 지향점은 아니다. 미래의 항구는 전 세계 모든 항구를 네트워크화 함으로서 수화물의 적재에서 하역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통제·감시하는 철통보안지대로 거듭나게 된다.

전세계 보안기관들은 테러방지를 주목적으로 하는 보안기술의 핵심타깃을 사람에서 화물로 돌리고 있다.

삼성물산과 미쓰비시, GE, 지멘스 등이 공동 개발한 ‘커머스 가드(Commerce guard)’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RFID(무선인식) 방식의 신개념 화물감시시스템으로 각 컨테이너 내부에 RFID 칩을 부착, 운송도중 컨테이너의 문이 임의적으로 열렸을 때 이를 체크할 수 있다.

이 정보는 도착지 항구의 판독장치를 통과할 때 컨테이너 ID, 화물목록, 도착지 정보 등과 함께 보안서버에 전달돼 화물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을 체크한다.

앞으로 RFID 칩 대신 센서가 부착될 경우 그 활용도는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을 토대로 오늘날의 대도시는 과거의 도시와 차별화된 강력한 보안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

머지않아 전 세계 도시들은 시민과 사회간접시설, 빌딩뿐만 아니라 국가와 도시 사이에 수송되는 화물들까지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양철승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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