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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보내온 편지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에 대한 국내 인기가 엄청나더군요. 저도 시간이 나면 보는데,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요인은 크게 2가지로 나뉘더군요. 하나는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 (스코필드 역) 개인에 대한 관심, 다른 하나는 독특한 극의 전개 방식이죠.

독일, 영국 등 다국적 혈통의 소유자로 다른 백인과는 구별되는 신비한 매력을 지녔다는 그는 드라마 속에서 따뜻한 인간애와 함께 냉정한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탈출을 위한 스코필드의 기상천외한 작전을 축으로 하는 극의 전개 역시 보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품어 냅니다. ‘미드폐인(미국 드라마 마니아)’이라는 말이 나올만하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교도소라는 특수한 환경입니다. 제가 편집장을 맡은 이후 가장 많은 편지를 받은 곳이 바로 교도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재소자들이 파퓰러사이언스를 언제, 어떻게 읽으며 편지는 어떻게 보낼까 하고요.

사실 저는 교소도, 특히 그 곳의 환경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습니다. 이진수가 쓴 장편소설 ‘뼁끼통’, 혁명시인 김남주와 약혼녀 박광숙이 10년 동안 교도소를 사이에 두고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와 같은 책을 통해 단편적인 분위기만 엿볼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한 번은 시간을 내 전문가의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교도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법무부 교정국장을 역임했던 이순길의 ‘교도소 사람들’이 그것입니다. 지난 2003년 8월에 초판이 나왔으니 글을 쓸 당시와 현재의 차이는 크게 없어 보입니다.

‘재소자의 하루’라는 편에 보면 재소자의 하루는 아침 7시 기상나팔과 함께 시작됩니다. 침구 정리가 끝나면 공동 세면장에 가서 세수를 하고 아침식사 준비를 합니다.

밥은 쌀 8할에 보리쌀 2할의 건강식이라고 합니다. 옛날에는 콩과 쌀, 그리고 보리를 2대 3대 5로 섞어 급식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교도소 가는 것을 콩밥 먹는다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재소자들의 본격적인 하루 일과가 시작됩니다. 미결수의 출정을 제외하면 재소자들은 모두 같은 일과를 거친다고 합니다.



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작업하다가 접견을 갔다 오거나 모욕과 이발을 다녀온답니다. 물론 운동도 하고요.

그 외에 학과 공부, 컴퓨터 공부, 교화 행사, 종교 행사 등에 참석하며 각종 시험 준비도 한다고 합니다.

특히 저녁식사가 끝나고 취침시간 전까지는 음악을 감상하거나 TV를 보며 작가 지망생은 원고도 쓴다고 하더군요.

아마 파퓰러사이언스는 이 때 읽히고, 저에게 매달 오는 편지들 역시 이 시간에 쓰여 지는 것 같습니다.(참고로 말씀드리면 재소자 분들의 글씨체는 너무나도 정갈한 편입니다.)

청송교도소에 계신 박정선씨는 특허와 실용신안에 골몰하고 있는데 파퓰러사이언스만큼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며 정기구독을 요청해 오셨습니다.

그 것도 저희 회사 회장님 앞으로 말이죠. 같은 교도소의 고경조씨는 수인 생활을 하는 동안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하기에 발명을 통한 사업 준비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 같다며 같은 취지의 글을 보내셨습니다.

하나만 더.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인 무기수 이태오씨는 한 달에 2만원 정도의 수입이 생기는 형편에 구독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하소연하더군요. 이분은 자신이 감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더군요.

저는 최근 법무부에 이 같은 상황을 말씀드리고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현재 교정국에서 논의하고 있다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구영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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