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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과학기술] 바이러스와 생화학무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대규모 피해, 생화학무기에 의한 위협 등은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단골 메뉴다.

실제 일부 SF영화나 액션, 스릴러물 등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창궐, 범죄 집단이나 국가 기밀부서에 의한 생화학무기 오용은 물론 이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그리고 있다.

최근 개봉된 인베이젼은 미지의 바이러스가 인간의 신체를 강탈해 정신세계를 바꾸어 버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28주 후는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전쟁 등에 생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은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지난 1972년 공격적 생물무기의 연구·개발·생산을 금지하는 생물무기금지협약(BWC)이 체결되고 미국, 소련 등 143개국이 비준해 1975년부터 발효됐지만 별반 효과는 없는 상태다.

실제 각국에서 생화학무기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으며, 생화학무기의 사용 역시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과학적 측면에서 오류 많아

범죄 집단에 의한 생화학무기 사용 위협을 다룬 대표적 영화로 007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인 ‘여왕 폐하 대작전(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1969)’을 들 수 있다. 꽤 오래된 영화다.

초대 제임스 본드인 숀 코널리의 뒤를 이어 조지 라센티가 주인공으로 나온 이 영화는 ‘오메가 바이러스’를 전 세계로 퍼뜨리려는 범죄 집단의 음모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007 시리즈 영화와 마찬가지로 만화적인 요소들이 많고, 여러 가지 상황 설정 역시 과학적인 측면에서 무리가 많다.

범죄 집단의 연구소에 신분을 위장해 들어간 제임스 본드가 미녀들의 화장품에 의해 바이러스를 세계에 확산시키려는 계획을 알아낸다거나 범죄 조직 두목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2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조지 라센티는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이후의 시리즈부터는 다른 배우로 교체됐다. 007 영화로도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1996년에 나온 ‘더 록(The Rock; 1996)’은 거장 마이클 베이 감독에 숀 코너리, 니콜라스 케이지, 에드 해리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특수부대원들에 대한 처우에 불만이 많았던 하멜 장군(에드 해리스 분)과 그를 따르는 대원들은 독가스(일종의 신경작용제)가 장착된 미사일을 군부대에서 탈취한다.

그들은 감옥이 있는 미국의 외딴섬 알카트라스에 잠입, 관광객을 인질로 잡고 거액의 돈을 요구하며 미국 정부 당국과 대치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독가스 미사일을 샌프란시스코로 발사, 수많은 사람들을 떼죽음으로 몰고 가겠다고 협박한다.

정부 당국은 대책을 논의한 끝에 특공대를 알카트라스에 침투시켜 폭탄을 분해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생화학무기 전문가인 스탠리 굿 스피드(니콜라스 케이지 분)를 파견하는데, 감옥에 잠입하기 위해 과거 영국 정보부 출신인 일급 죄수 존 메이슨(숀 코너리)과 협조하게 된다.

알카트라스 잠입에 성공한 특공대는 하멜 장군 부대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범죄 집단을 모두 사살하고 생화학무기도 파괴해 대형 참사를 막는다.

이 영화는 생화학무기의 위협과 공포를 그럴듯하게 그리기는 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적 관점에서 보자면 몇 가지 오류가 눈에 띄기도 한다.

먼저 영화 속에서 사린가스로 언급된 독가스가 흰색 연기처럼 나타지만 사실 사린가스는 무색, 무취의 가스다.

이 정도는 ‘시각효과’를 위한 고심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신경작용제인 독가스에 노출된 병사 등이 피부가 녹거나 수포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또한 생화학 탄에 노출된 주인공이 해독을 위해 가슴 부근에 아드로핀 주사를 꽂는 장면은 허벅지 부근에 주사를 놓는 실제의 아드로핀 응급처치 방법과는 매우 다르다. 만일 그런 식으로 주사를 맞으면 생명이 위험해 진다.

인류의 멸망 가능성도 그려

생화학무기에 의한 위협 정도가 아니라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설정의 영화로는 ‘12 몽키즈(Twelve Monkeys; 1995)’가 있다.

서기 2035년 무렵 인류는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99% 정도가 절멸하고, 소수의 생존자들만이 지하 세계에서 생활하게 된다.

감옥에 있던 제임스 콜(브루스 윌리스 분)은 특수 임무를 띠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막으려 애쓴다는 이야기다.

최근 4편까지 나온 ‘다이하드’ 시리즈로 잘 알려진 브루스 윌리스가 주인공을 맡은 이 영화는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성찰보다는 인류를 바이러스로부터 구해 내기 위해 미래와 과거를 오가면서 분주히 활약하는 다이하드 만큼이나 영웅적인 주인공의 모험담이 주된 내용이다.

각종 바이러스와 미생물 중에서도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으로 영화에 곧잘 등장하는 것이 바로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다.
아무래도 급속한 감염과 높은 치사율로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로 일컬어지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인 듯하다.



이를 심도 있게 다룬 영화들로는 ‘바이러스(Robin Cook's Virus; 1995)’와 ‘아웃브레이크(Outbreak; 1995)’를 들 수 있다.

1995년 동시에 나온 이 두 영화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창궐하기 시작한 에볼라 바이러스를 주제로 한 것뿐 아니라 내용의 전개에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바이러스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의문의 죽음들에 얽힌 미국 의료계의 음모에 대항하는 젊은 여의사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이에 비해 아웃브레이크는 육군 대령인 주인공(더스틴 호프만 분)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둘러싼 각종 비밀을 파헤치며 미국 군부의 음모에 온몸으로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바이러스보다 아웃브레이크가 보다 흥미 있고 여러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아웃브레이크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발생과 전파 과정, 바이러스의 특성 등을 묘사하는 부분이 과학적으로 오류가 거의 없고 매우 개연성 있게 그려져 있다. 또한 사건을 은폐하려고 무리한 방법을 서슴지 않는 세력 및 그 이유 등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특히 이 영화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의문의 출혈열이 처음 발병한 것으로 나온 1967년은 실제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된 해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 백신의 개발에 성공하고도 생물학 무기화를 위한 보안 등을 이유로 이를 은폐하고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을 감내하려는 미 군부의 음모를 그린 것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근래에 영국을 위시해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광우병 사태, 요즘도 겨울철에 자주 찾아오는 조류 인플루엔자 등을 겪으면서 일반 시민 대중들에게 진실을 신속하게 알리고 최적의 대응책을 함께 모색하는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방역작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각국 정부가 얼마나 자국의 국민들에게 최선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노력하는지 돌아볼 일이다.

다만 에볼라 바이러스의 숙주인 원숭이를 하필 한국인들의 선박인 ‘태극호’가 운송, 미국에 바이러스가 옮아온다는 내용 때문에 이 영화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영화가 나올 당시만 해도 에볼라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자연 숙주가 원숭이인 것으로 생각됐지만 이후의 연구에 의하면 원숭이는 숙주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박쥐가 아닌가하고 추정하기도 하지만 자연 숙주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정확히 모르는 형편이다.

실재하는 바이러스와 생화학무기의 위협

바이러스나 세균, 혹은 생화학무기에 의한 위협이나 테러가 영화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1995년 일본의 옴진리교라는 종교단체 관련 인물들은 독가스인 사린가스를 도쿄의 지하철역에 살포, 십여 명의 사망자와 수많은 부상자들을 낸 바 있다.

또한 2001년 가을부터 미국에서는 우편물을 이용한 탄저균 테러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9.11 사태 직후 가뜩이나 뒤숭숭한 미국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전 세계에 ‘백색가루 공포증’을 몰고 온 것.

제1, 2차 세계대전 및 베트남전은 물론 그 이전부터 전쟁에서 생화학무기가 실제 이용된 사례는 매우 많다. 미국과 이라크 전쟁 역시 ‘가난한 자의 핵무기’라고 불리는 대량살상용 생화학무기를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가 빌미가 됐다.

생물학무기로 실제 이용될 가능성이 큰 병원체로서는 탄저균, 페스트, 두창,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꼽힌다. 탄저균은 원래 소나 돼지 등의 가축에 질병을 일으키는 병균이지만 가축과의 접촉, 혹은 호흡기에 의한 흡입을 통해 사람에게도 감염되면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탄저균은 특히 ‘내생포자’라고 불리는 형태로 전환이 돼 매우 강한 생명력과 전염력을 지니기 때문에 테러에 이용되기에 적합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탄저균 10kg 정도면 수백만 명을 살상할 수 있다고 한다.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는 페스트는 중세 및 근대에 유럽 전역에서 엄청난 사망자를 낸 바 있듯이 매우 급속히 전염되며 치사율도 아주 높다. 근래에는 백신의 발달로 예전보다 피해 정도는 줄었지만 1990년대에 인도에서 크게 유행하는 등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천연두, 혹은 마마라고 불리는 두창 바이러스는 25년 전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고된 전염병이다. 하지만 바로 이 같은 이유로 인해 더욱 위험한 생물무기 후보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두창 예방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연구실에 보존돼 있는 두창 바이러스가 테러단체 등에 의해 퍼진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에볼라 바이러스 역시 감염이 됐을 때 높은 치사율을 보이기 때문에 생물무기 후보 중의 하나로 꼽힌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창궐이나 생물학무기에 의한 인류 멸망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바이러스가 인류를 완전히 멸종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바이러스는 숙주에 기생해 살 수밖에 없는데, 숙주를 모두 다 죽게 만들면 자신들에게도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세, 근대의 페스트 대유행 사례나 20세기 이후 스페인 독감 등 각종 인플루엔자에 의한 대규모 희생, 그리고 에이즈의 발병 등을 감안한다면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의한 인류 멸망의 가능성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듯하다.

글_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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