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3년이면 우리나라도 주·야간을 모두 포괄하는 지구탐사 위성시대가 본격 개막될 전망이다.
이미 아리랑 1호와 2호 등 2기의 지구탐사 위성을 운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지구탐사 위성시대로 보기에는 두 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 이들 위성의 경우 낮 시간인 주간에만 활용할 수 있는데다 위성으로부터 촬영된 영상을 수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제가 완전히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계를 모두 극복하게 되는 시기가 바로 2013년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축적된 기술력은 2020년으로 예정된 달 탐사 위성 발사에 고스란히 활용하게 된다.
달 탐사 위성의 경우 지구 궤도가 아닌 달 궤도를 돌면서 달을 탐사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위성 및 영상처리 과정 등 일반기술은 지구탐사 위성과 동일하다. 다시 말해 완벽한 지구탐사 위성체제가 확립되면 달 탐사 위성 계획 역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악천후 속에서도 지구탐사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오는 2009년 통신해양기상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2010년 아리랑 5호, 2011년 아리랑 3호, 2013년 아리랑 3A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들 위성이 현재 가동 중인 아리랑 1호와 2호 등 2기의 지구탐사 위성과 다른 점은 야간 및 악천후 속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
기존 아리랑 1호와 2호는 해상도만 다를 뿐 동일한 형태의 광학계 카메라를 탑재해 주간에만 위성 촬영이 가능하고, 구름 낀 날이나 야간에는 촬영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말 발생한 태안지역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해 아리랑 2호가 위성 촬영을 실행하지 못한 것도 구름 등 현지 기후 악화 때문이다.
2009년 발사될 예정인 통신해양기상위성은 저 궤도 정지위성으로 해양 및 기상 관련 탐사장비가 탑재된다. 2대의 카메라 모두 광학계지만 기존 아리랑 1호 및 2호와 달리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해양과 기상 관측을 위해서는 보다 넓은 범위를 탐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해상도는 기존 위성보다 높지 않지만 각각의 목적에 최적화된 지구탐사가 가능하다. 해양용 카메라의 경우 해상도는 약 500m, 기상용 카메라는 1km, 그리고 지표면·바다·구름 등의 온도를 측정하는 열상탐사의 해상도는 4km다.
위성 영상의 해상도는 한 점으로 표시되는 크기의 범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500m 해상도는 가로 세로 500m 범위의 크기가 한 점으로 표시된다는 의미다.
통신해양기상위성의 경우 아리랑 1호와 2호에 비하면 정밀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아리랑 1호와 2호의 해상도는 각각 6.6m와 1m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해양기상위성은 한반도 전체와 주변지역 등 보다 넓은 지역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저 궤도 위성으로 24시간 한반도 상공에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바다 속 잠수함까지 포착
2010년 발사 예정인 아리랑 5호에는 기존의 광학계가 아닌 SAR(합성개구레이더)이 탑재된다. 고분해능영상레이더로도 불리는 SAR은 레이더로 전파를 쏘아 반사된 정보를 분석, 이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영상으로 바꾸는 것이다.
과거의 레이더가 2D 형태의 정보만을 수집하는 것과 달리 SAR은 3D 형태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구름으로 지표면이 가려진 날씨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지구탐사가 가능하다.
위성에 탑재되는 SAR의 분해능에 따라 성능 차이가 크지만 지형 및 건물의 높낮이는 물론 얕은 바다 속을 운항중인 잠수함까지 포착할 수 있다.
아리랑 3호는 2011년 발사될 예정으로 기존 위성과 같은 광학계 카메라를 탑재하지만 해상도를 70cm급으로 향상시켜 지상의 차종이나 사람의 움직임까지 식별할 수 있게 된다.
2013년 아리랑 3A호를 발사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지구탐사 위성체제가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아리랑 3A호에는 적외선 카메라가 탑재돼 일반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 영상을 포착, 야간 촬영이 가능하다.
또한 간단한 위장막 등으로 가려진 시설물이나 깊지 않은 지하시설물의 유무 등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적외선 탐사장비의 경우 2010년 발사되는 과학기술위성 3호에도 우주탐사용으로 탑재될 예정인데, 기반기술은 동일해 탐사대상을 지구로 하면 동일한 탐사가 가능하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13년 이후에도 아리랑 6호와 7호 등의 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위성은 기존 위성의 수명이 다한 후의 임무대체 및 해상도 향상 등 성능 강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지구탐사 위성체제가 완료되는 것은 2013년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군사용 첩보위성을 보유하지 않고 있지만 이들 지구탐사 위성은 해상도와 분해능의 성능이 다소 낮아도 기반기술에는 큰 차이가 없어 ‘다목적 실용위성’이라는 공식명칭처럼 촬영된 각종 위성 영상을 군사용으로 활용하는데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위성 영상 활용체계 구축 시급
이 같은 지구탐사 위성체제가 완료되기 위한 또 다른 요건은 위성 영상의 활용체계다. 지구궤도에 올려진 위성이 정상적으로 지구 영상을 촬영해도 이를 효율적으로 수신, 일반적인 사진처럼 볼 수 있는 기술이 없다면 무의미해진다.
이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해 말 노르웨이 수신국 설립 및 위성정보연구소 설립을 마쳤다.
현재 운용중인 아리랑 1호와 2호 위성의 경우 매우 한정된 시간에만 위성 영상을 수신할 수 있다.
아리랑 2호의 경우 하루에 지구를 14바퀴 반 돌지만 위성 영상을 수신하는 것은 오전과 오후 2번뿐이다. 최대한으로 늘린다고 해도 1일 3회 이상 수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에 있는 위성수신국을 기준으로 반경 2,500km 범위 안에 위성이 있어야만 수신이 가능하고, 야간 시간대에 있는 지역은 촬영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리랑 2호가 한반도를 지나는 오전에는 실시간으로 위성 영상을 수신하지만 오후 시간대에는 위성 내부에 있는 96GB의 메모리에 저장된 약 9분 내외(한반도 전체 촬영에는 약 2분소요)의 영상을 수신하는 형태다.
즉 위성이 대전 위성수신국의 수신 범위를 벗어났을 때 촬영된 영상은 메모리에 저장되고, 영상을 수신해 메모리가 비워진 상태여야만 새로운 영상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극지방 가까운 곳에 수신국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는 아리랑 2호 위성이 98도의 경사각으로 남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극궤도 위성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에 설치된 위성수신국이 본격 가동되면 한반도를 지날 때 실시간으로 위성 영상을 수신한 뒤 한반도를 벗어난 지역의 영상은 메모리에 저장됐다가 노르웨이 수신국 범위에 있을 때 수신하면 된다.
반대로 노르웨이 수신국의 범위를 벗어난 반대쪽 지역의 영상 역시 메모리에 저장됐다가 대전 위성수신국 범위에 들어왔을 때 수신하면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정보연구소 원격탐사실의 김용승 실장은 “노르웨이 위성수신국이 본격 가동되면 아리랑 2호로부터 최대 1일 10회의 위성 영상 수신이 가능해지고 그만큼 위성 영상 활용도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위성 영상의 해석 능력도 중요
위성 영상 활용을 위한 또 다른 요건은 위성이 촬영한 위성 영상의 해석 능력이다.
아리랑 2호의 경우 한반도 전체를 촬영하는데 단 2분이 소요된다.
1초에 7km를 이동하는 등 빠른 속도로 지나가며 촬영한다는 의미다. 또한 촬영하는 순간순간에도 지구는 자전을 하며, 빛의 각도나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각 영상마다 미세한 오차가 발생한다. 이 같은 오차를 수정해야만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아리랑 1호의 경우 가로 세로 6.6m 크기를 한 점으로 표시하는 흑백 영상을 촬영하며, 이를 위해 1,592개의 CCD로 영상이 포착된다. 일반 디지털카메라 개념으로는 한번 촬영할 때 세로 6.6m에 가로 폭 17km의 영상이 포착된다.
1호보다 해상도가 우수한 아리랑 2호는 가로 세로 1m 크기를 한 점으로 표시하며, 1만5,000개의 CCD가 장착돼 한번 촬영할 때 세로 1m에 가로 폭 15km의 영상이 포착된다.
만약 아리랑 2호로 세로 폭이 100m인 영상의 경우 100장의 영상을 이어 붙여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빛의 각도나 강도가 다른 환경에서 촬영된 100장의 영상을 하나로 연결하고 오차를 수정해야만 한다.
이를 위성 영상의 검·보정 작업이라고 부른다. 즉 똑같은 위성 영상을 수신했다고 해도 이 검·보정 기술에 따라 보다 정밀한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아리랑 2호의 경우 탑재된 광학계 카메라는 1대지만 영상을 포착하는 CCD가 달라 1m급 흑백 영상과 4m급 컬러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이 두 개의 영상을 수신해 검·보정 작업과 합성작업을 거치면 1m급 컬러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리랑 2호를 통해 촬영된 그리스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산불 위성 영상 역시 모두 이같은 작업을 거쳐서 만들어낸 영상들이다.
하지만 동일한 지역을 촬영할 때도 컬러와 흑백영상 간에는 약 11km의 상하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합성해 내는 것이 단순한 기술은 아니다.
더욱이 SAR을 탑재한 아리랑 5호와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한 아리랑 3A호의 경우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기존 광학계와는 전혀 다른 위성 영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검·보정 작업과 합성작업 등에도 다른 기술이 요구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를 위해 우주응용센터 내에 있던 위성운영실의 원격탐사팀과 위성정보처리팀을 위성관제팀과 분리해 지난해 말 위성정보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위성정보연구소는 위성 영상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만 주력하게 된다.
이 같은 지구탐사 위성체제 기술은 2020년으로 예정된 달 탐사 위성과 직결된다. 또한 2025년의 달착륙선을 띄우기 위해서는 달 표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우주분야 개발에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 달 착륙에 앞서 달 탐사 위성을 띄운 것도 모두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주탐사 기술이 로켓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위성과 다른 관련 기술들이 갖춰져야 한다. 한마디로 ‘자기’(지구)를 똑바로 보는 기술을 확보해야만 ‘타인’(우주 또는 달)을 바로 볼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는 것이다.
강재윤 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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