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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유통혁명 일으킬 전자태그

전자태그(RFID)가 전 세계 물류유통 분야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RFID는 제품 정보가 담긴 전자 칩을 물체에 부착해 무선으로 인식하는 기술, 즉 무선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작은 컴퓨터 칩을 뜻한다.

제품 표면이나 아예 소재 안에 들어가는 이 장치는 인간과 물체, 또는 물체 사이의 의사소통에 반드시 필요한 매개체다. 이에 따라 이 기술을 어느 기업이 먼저 장악하느냐를 놓고 세계는 지금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재단

RFID는 물체에 두뇌를 달아주는 격

모든 무선장치들은 국제적으로 약속된 주파수로 신호를 주고받게 돼 있다. 전자태그는 라디오 주파수(RF)를 이용한다.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RFID용 주파수 대역은 860~960MHz다. 이 가운데 한국은 910~914MHz를 사용한다. 900MHz 대역의 경우 지금은 사라진 수신전용 전화 CT-2, 일명 시티폰이 한때 사용하던 것이다.

RFID의 구조는 간단하다. 전파를 발신하는 안테나와 제품 정보를 담은 반도체 칩, 그리고 정보를 읽어 들이는 판독기로 구성된다.

깨알만한 크기의 반도체 칩에는 전파 송신장치가 내장돼 있어 판독기가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그 정보를 읽을 수 있다.

일례로 바코드 상품은 직원이 카트에서 물건을 일일이 꺼내 판독기에 갖다 대고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있는데 비해 RFID가 부착된 상품은 카트에 담아 판독기 앞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정보가 전달된다.

반도체 칩에는 상품의 생산ㆍ유통ㆍ가격의 모든 정보가 저장돼 있고, 안테나는 이 같은 정보를 무선으로 전송한다. 그러면 가까운 거리에 설치돼 있는 판독기가 이 신호를 받아 상품 정보를 해독한 뒤 컴퓨터로 보낸다.

따라서 RFID가 부착된 모든 상품은 언제 어디서나 자동으로 확인 또는 추적이 가능하다. 사무실에 앉아서도 무선으로 어떤 물건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팔리는지 알 수 있는 첨단기술인 것이다.

RFID의 기본적 역할은 바코드와 비슷하지만 바코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을 해낸다.

바코드는 특정한 상품 전체에 부여된 기호이기 때문에 그 상품 하나하나를 식별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상품 낱개를 식별하기 위해서는 상품마다 고유의 꼬리표(태그)를 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제조업에 RFID를 도입하면 제조 공정의 모든 단계를 완벽하게 감시ㆍ관리하기 때문에 물류관리에 소비되는 시간과 비용은 물론 불량률 역시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또한 의류나 음식물에 RFID가 부착되면 세탁기와 냉장고 등이 지능화된 기능을 수행한다.

세탁기는 스스로 의류의 옷감 상태에 대한 정보를 판독해 의류 소재별로 가장 적절한 세탁 방식을 적용, 세탁을 한다.

냉장고는 음식물에 부착된 RFID의 정보를 식별해 적정온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저장중인 음식의 종류와 수량을 파악해 음식물이 떨어지면 혼자서 척척 주문한다. 바로 사물에 두뇌를 달아주는 격이다.

RFID 기술의 발전은 사람이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모든 물체가 스스로 정보를 교환한다는 유비쿼터스로 가는 첫 관문과도 같다. 그 관문을 통과할 장소 중 하나가 21세기 부엌이다.

음식재료의 포장지와 그릇, 양념 통에까지 RFID를 붙여 조리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려는 일명 선반지능화(Counter Intelligence) 프로젝트가 MIT 미디어랩 연구팀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반의 지능화가 이뤄지면 여러 조리용품 중에서 소금 통을 찾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고, 맞춤형 조리환경이 갖춰져 조리 순서에서 적정 양념의 양까지 모든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척척 알아서 지능 요리를 만들어 주는, 놀라운 조리 혁명이 일어나는 셈이다.


기업으로 확산되는 RFID

사실 RFID가 우리 실생활에 들어 온지는 꽤 됐다. 비접촉식 태그의 원형중 대표적인 것이 교통카드와 주차카드다. 플라스틱 카드를 센서에 갖다 대기만 하면 요금지불이나 신원확인이 가능하다.

현재 의욕적으로 RFID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쪽은 유통과 물류 분야다. 스캐너를 가까이 갖다 대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바코드에 비해 수~100m 인식거리를 가진 RFID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가장 적극적으로 RFID 도입에 앞장서고 있는 곳은 미 국방성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군수품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모든 군수품에 RFID를 부착한다는 계획을 갖고 벌써부터 작업 중이다.

세계 최대의 할인점 월마트는 3년 전 ‘재고 없는 판매’를 목표로 RFID 기술을 도입, 현재 미국 내 1,000여개 점포에서 RFID 시스템을 통해 재고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이 물건을 사려고 해도 매장 내 재고가 없는 품절률을 20% 줄였고, 2006년에만 2,280만 달러의 비용을 줄였다.



우리나라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건설은 공사 현장에서 철골, 레미콘 등 건설자재를 실은 트럭이 몇 대나 들어왔는지, 공사 인력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했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RFID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충남 온양 반도체 공장과 중국 쑤저우(蘇州) 공장에서 미국 실리콘밸리로 보내는 반도체 상자에 RFID를 부착해 재고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 재고 비용을 대폭 줄이고 있다.

항만이나 공항에서도 RFID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나리타 공항과 영국 히드로, 미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공항 등 유명 국제공항에서는 RFID를 사용하고 있다.

수화물이나 컨테이너에 칩을 붙이면 통관을 할 때 검역 절차와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현재 유로화 위폐 방지를 위해 RFID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값이 싼 RFID를 지폐에 붙여 진위 여부를 가려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다량의 지폐를 빠르게 판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유통 과정도 소상히 추적할 수 있다. 현금을 동원한 불법자금 제공과 ‘차떼기’가 영원히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2010년까지 모든 제품에 지능형 RFID를 붙여 네트워크로 연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가정자동화는 물론 텔레매틱스, 동물관리, 물류관리, 환경감시에 RFID를 이용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2010년까지 첨단 RFID와 이를 뒷받침할 무선망, 운용 소프트웨어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물체에 칩을 심어 인터넷으로 연결

무선 인식기술은 역사가 짧지 않다. 이 기술의 뿌리는 2차 세계대전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영국은 자신의 나라로 들어오는 비행기 중 아군과 적군의 비행기를 구분하기 위해 최초의 무선 인식기술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레이더에서 발신되는 신호로 친구와 적을 확인하는 장치였던 셈이다.

그 뒤로 무선 인식기술은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공항에서는 화물 추적, 박물관에서는 소장품 관리, 사무실에서는 출입 통제에 무선 인식기술이 사용됐다.

심지어 동물 애호가들은 개나 고양이의 피부 속에 무선 태그를 이식시키고 분실됐을 때 추적이 가능하도록 대비했다.

무선 인식기술에서 발전한 RFID는 무선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해 사물을 인식, 추적,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그런 까닭에 RFID는 혜택만 있지 않고 개인정보 유출 등 암울한 이면도 있다.

예를 들어 승용차에 요일제 RFID를 부착할 경우 차량의 운행 정보가 고스란히 데이터베이스(DB)에 기록된다.

또한 2008년에 도입되는 전자여권에는 여권 소지자의 이름과 성별, 여권 유효기간 등 여권의 개인정보란에 기재된 것과 똑같은 내용의 정보가 담긴다.

결국 비자 없이 미국을 출입할 수 있지만 한국인들의 여행 경로가 미국 정부에 그대로 노출되는 위험을 안게 된다.

이처럼 RFID는 사람의 손이 필요 없는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자칫 인식기가 복제돼 여권에 담긴 정보를 빼내거나 데이터베이스가 유출돼 개인정보가 순식간에 노출될 위험이 상존한다.

하지만 실보다는 득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RFID의 초기 개념은 모든 사물에 칩을 심어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전자제품은 물론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상에 자기 주소를 갖게 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RFID가 본격적으로 실용화되면 일상생활에 편리함의 변화가 숱한 곳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RFID에 의한 사물의 지능화로 수많은 일자리를 잃을 일이 걱정이다. 물론 모든 기술에는 ‘양날의 칼’이 있기 마련이지만….

글_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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