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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전투형 잠수함의 핵심 전력 UUV & UAV

잠수함 내에 자체 전투 가능한 무인잠수정과 무인항공기 탑재, 육·해·공 모두에서 전투 가능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잠수함은 탁월한 기밀성과 은닉성을 바탕으로 현대 해전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잠수함이 전쟁 전체의 승패를 좌지우지하게 될 지도 모른다.

오는 2020년의 미래 잠수함들은 함 내에 자체 전투가 가능한 자율운행 무인잠수정(UUV)과 무인항공기(UAV)를 탑재, 해전은 물론 지상전과 공중전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UUV와 UAV로 무장한 미래 전투형 잠수함들의 출현으로 미래의 전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다 속의 스나이퍼]

잠수함은 바다 속의 스나이퍼, 심해의 게릴라다.

그 어떤 해상 전투함들도 따라올 수 없는 기밀성과 은닉성을 기반으로 해상의 적들에게 조용히 다가가 불시에 공격, 일거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실제 잠수함은 자체 크기와는 상관없이 수 만 톤급의 함정도 단 한방에 침몰시킬 수 있는 강력한 어뢰를 장착하고 있다.

아무리 막강한 화력을 지닌 전투함이라도 적 잠수함의 접근을 탐지해 내지 못할 경우 순식간에 종이배로 전락할 수 있는 것.

군사전문가들이 항공모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잠수함을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적국의 잠수함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해전의 승리가 좌우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셈이다.

그렇지만 잠수함이라고 해서 천하무적은 아니다.

적 잠수함의 제압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대잠초계기, 대잠헬기의 성능 발전으로 은밀한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전투함들의 대잠수함전(ASW) 능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사실 잠수함은 그 존재가 발각되는 순간 36계 줄행랑이 최선일 만큼 종이호랑이로 변한다.

물론 서브-하픈(Sub Harpoon) 등의 잠대함(潛對艦) 미사일이 개발돼 있지만 해상 함대와 전면전을 치르기에는 아직 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해전에서 잠수함의 가치는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게 모든 전문가들의 일관된 전망이다.

테러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으로 전쟁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작전 수행이 가능한 유일무이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세계 각국도 전시 상황에서 잠수함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 전술의 개념을 새롭게 짜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 잠수함의 한계를 극복할 해법으로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는 공격형 무인잠수정(UUV, Unmanned Undersea Vehicle)이 그 주인공이다.

[해전 승리의 보증수표 UUV]

UUV는 글자 그대로 소형 무인잠수정이다.

이를 잠수함의 내부에 탑재하거나 외부 선체에 결착시킨 채 다니다가 필요할 때 수중에서 분리, 다양한 군사적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UUV 활용의 골자다.

프레데터(Predetor), 글로벌호크(Global Hawk) 등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무인항공기(UAV)를 물속에서 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각국이 이처럼 UAV에 더해 UUV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먼저 UUV를 활용하면 수중과 해상에 대한 잠수함의 각종 정찰·감시·정보수집 능력의 극대화가 가능하다.

잠수함의 예정 진로를 선행 탐색케 함으로서 적 잠수함이나 함선의 존재 여부, 기뢰 설치 유무 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잠수함은 작전수행력과 임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며 잠수함과 승무원의 안전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한 UUV는 모함인 잠수함과 아군 병력과의 통신 중계기로도 쓸 수 있다.

잠수함은 음파로 통신을 하기 때문에 수중에 잡음이 많거나 물이 혼탁한 연안에서는 원활한 작동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는데 UUV를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것.

그만큼 아군 함대나 전투기, 특수부대 등과의 연합작전 능력이 강화됨은 물론이다.

특히 UUV에 스텔스 기능과 함께 무기를 탑재할 경우 무시무시한 대잠전, 대함전 무기로 변모된다.

탐지가 어려울 정도로 크기가 작아 적들은 누가 어떻게 공격했는지도 모른 채 최후를 맞을 수 있다.

편대 단위로 운용하면 철통같은 방어망을 뚫고 항공모함을 잡아내는 뜻밖의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

모함의 입장에선 기존 무기와 달리 자신을 전혀 노출시키지 않고 안전한 장소에서 원격 공격을 할 수 있고, 교전 중 파괴돼도 인명손실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다.



미 해군 무기시스템사령부(NAVSEA)의 찰스 영 부사령관은 “미래 전투형 잠수함은 지금과 동일한 크기에 지금보다 10배 가량 많은 공격 능력을 탑재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이 목표를 달성할 유일한 방법은 UUV 밖에는 없다”고 말한다.

미 해군의 미래 잠수함 연구그룹 창설자인 에드먼드 기암바스티아니 제독도 “함 외 발사체, 즉 잠수함 탑재형 UUV를 활용한 탐지 능력 확대는 무기 탑재량 증진이나 첨단무기의 장착보다 미래 잠수함의 운용에 전략적으로 더 중요한 요인”이라며 “공중전에서 UAV의 비중이 강화되고 있듯이 미래의 해전에서는 UUV가 승리의 보증수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UUV 마스터플랜]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UUV의 이점을 흡수, 실질적인 해상 전력 증강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2000년대 초부터 군사용 UUV에 주목하고 기술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군용 UUV 개발의 선봉에 서 있는 국가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인 미국.

미국은 지난 2000년 ‘UUV 마스터플랜’까지 세워가며 관련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래 해양권력 유지의 청사진을 제시한 ‘씨파워 21(Sea Power 21)’ 플랜에서도 2020년에 대양을 누비게 될 미래 공격형 잠수함의 핵(核)으로 UUV를 지목, 지속적인 연구와 신속한 도입을 거듭 강조한바 있다.

구체적으로 UUV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미국의 잠수함 탑재형 군사용 UUV 개발은 배수량을 기준으로 사람이 휴대할 수 있는 45kg 이하의 휴대형, 227kg 이하의 소형, 1,360kg 이하의 중형, 9,072kg 이하의 대형 등 총 4종으로 구분돼 진행 중이다.

UUV가 보유해야할 능력으로는 앞서 언급한 수색·정찰·정보수집, 적국의 잠수함 및 함선 공격, 기뢰(수뢰)탐지 및 제거, 통신네트워크 확장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특이한 점은 수중에서 모함으로의 귀환 능력 확보를 핵심기술의 하나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UUV를 잠수함에 필요한 물자와 무기의 재공급 루트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 근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기능이 확보된다면 이론적으로 잠수함들은 육지로 귀환하지 않고도 얼마든 바다에서 임무수행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UUV의 개발과 구형 잠수함의 재활용을 접목시켰다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퇴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로스앤젤레스급 SSN 잠수함을 최신 핵잠수함인 버지니아급으로 개조하면서 UUV 탑재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술개발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최근에는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미국 보잉사가 미 해군과의 계약에 따라 총 1억 달러를 들여 개발한 어뢰형 UUV ‘AN/BLQ-11’이 그것.

기뢰 탐지 및 정찰·수색용으로 개발된 직경 53cm, 길이 6m의 이 UUV는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에 탑재돼 어뢰발사관을 통해 수중에서 발사됐다.

이후 정위치 유지(station keeping), 모함과의 동행 항해 등 예정된 임무를 완벽히 마친 뒤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귀환은 잠수함에 설치된 로봇 팔을 통해 이루어졌다. 군사용 UUV를 잠수함에서 발사해 회수까지 모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보잉의 우주항공 및 지능형시스템 부문 책임자인 댄 존스는 “이번 성과는 군용 잠수함의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며 “UUV에 의해 미래 잠수함들의 군사적 가치가 월등히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육·해·공을 넘나들다]

지난 2006년 미국 록히드마틴사는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아 UUV의 미래를 예측케 해 줄 눈에 띄는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수중에서 활동하는 UUV가 아니라 공중기인 UAV를 잠수함에 탑재하는 것이 바로 그것.

‘코모란트(cormorant)’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U-2와 블랙버드 정찰기를 개발해낸 록히드마틴의 비밀 실험실에서 주도했는데,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의 핵 발사관을 통해 수중 45m 깊이에서 발사돼 적진을 정찰하거나 목표물을 파괴하는 UAV의 개발이 목표였다.

문제는 비행체를 수중에서, 그것도 2m 남짓한 원형 통 안에 넣어 발사해야 한다는 것.

특히 UAV는 바다 속 45m의 수압을 견딜 만큼 튼튼해야 하는 반면 비행에 무리가 없을 만큼 가벼워야 했다.

이에 연구팀은 티타늄 동체의 접이식 날개를 지닌 4톤짜리 비행체를 그 해결책으로 내놓고 프로토타입 모델을 개발해 냈다.

연구팀은 또 일반적인 UUV와는 달리 코모란트를 어뢰처럼 쏘아 올리지 않고 별도의 도킹선과 함께 천천히 수면으로 부상시킨 뒤 모선이 현장을 빠져나가면 엔진을 점화, 적진으로 날아가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설계했다.

갑작스런 UAV의 출현으로 잠수함의 존재가 발각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물론 코모란트 또한 임무를 마친 뒤 잠수함 인근 해상에 착륙하면 특수 UUV에 의해 다시 잠수함으로 회수된다.

록히드마틴의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잠수함은 해저, 해상, 지상, 공중 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전방위 공격 능력을 확보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기술은 현재 관련연구가 공식 중단됐다.

발사시스템, 회수시스템 등 기초 단계의 연구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2007년 DARPA의 예산이 삭감되면서 추가 자금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코모란트 프로젝트가 재가동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국방 관련 민간 싱크탱크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의 로버트 워크 애널리스트는 “2020년의 미래에는 공중전과 함께 육·해·공을 아우르는 잠수함전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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