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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폭발 충격파의 위험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만든 이 충격 튜브는 폭발물의 폭발 때 생기는 충격파를 재현한다. 실험에서는 이 충격 튜브를 통해 뿜어 나온 제트기류가 사람머리 모형을 강타하게 된다. 충격 튜브 안에는 센서가 있어 바람의 세기를 측정할 수 있다.

■ 폭발의 보이지 않는 위험

이라크에서 발생한 미군 부상병 중 97%가 목숨을 건졌다. 이 전쟁의 부상병 생존율은 어느 전쟁보다도 높다. 그 원인은 방탄복, 부상병 후송체계, 치료기법의 발전에 있다.

현대의 병사들이 입는 케블라 방탄복과 헬멧은 치명적인 총탄과 파편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케블라는 벨트, 방화복, 콘크리트 보강재 등으로 폭넓게 쓰이는 섬유인데, 방탄 성능이 좋아 방탄복이나 헬멧 등에도 사용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폭발물의 폭발로 영구적인 부상을 입은 병사들은 더욱 많아졌다.

폭발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람을 해친다. 폭발물은 터지면 고압가스로 변하면서 순식간에 확장, 파괴력에 있어 허리케인의 수배에 달하는 파동을 생성한다. 또한 엄청난 속도로 기체가 쓸고 지나가면서 진공상태가 발생하고, 기압차로 인해 인체의 장기는 확장되었다가 도로 축소된다. 이 과정에서 폐가 찌그러지기도 하고, 고막이 파열되기도 한다.

폭발 때 생기는 파편과 잔해들은 더 큰 상처를 입힌다. 또한 폭발 때 생기는 열로 화상을 입거나 폭발에 휘말려 날아가다 뭔가에 부딪쳐 다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폭발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둔기로 머리를 맞으면 뇌진탕이 발생한다. 하지만 머리에 아무것도 맞은 게 없는 병사들에게 뇌진탕 증세가 생기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난 4월 미군의 특별조사단은 이라크 전쟁에서 발생한 뇌손상 비율이 과거 어느 전쟁보다도 크다고 발표했다.

공공정책 두뇌집단인 랜드 협회에서 발행한 보고서 ‘보이지 않는 부상’에 따르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된 미군 164만 명 가운데 19.5%에 해당하는 32만 명이 뇌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들 중 몇 명이나 실제로 뇌손상을 입었는지 확인해볼 길은 없다. 진단을 내리려면 여러 가지 검사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보고서에 언급된 인원 중 57%는 뇌손상 여부를 진단하는 검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시는 이라크에서 귀환한지 1년이 지나서야 뇌손상을 입었음을 알았다. 물론 폭발로 뇌진탕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머리에 뭔가를 얻어맞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뇌손상이 생길 수 있단 말인가?

이 보고서를 편집한 랜드 협회의 수석분석가는 “우리는 참전용사 중 5분의 1이 뇌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만 알뿐”이라면서 “앞으로 그들이 어떤 장애를 겪을지, 그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문제는 공공보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과 의사들을 괴롭히는 문제는 또 있다. 뇌진탕 환자를 알아내기 위해 실시되는 군의 설문조사에서 묻는 사항들은 병사들이 잊어버리기 쉬운 것들이다. 병원에서도 가벼운 뇌손상을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뇌에 생긴 경미한 타박상이나 붓기는 스캔을 해도 잘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 치료 첫 단계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눈에 띄는 외상이 없다. 따라서 의사들은 환자에게서 두통, 수면장애, 빛과 소음에 대한 과민반응, 인지장애 증세를 나타내 주는 신경심리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치료는커녕 진단도 할 수 없다.

이런 증세를 나타내는 환자들은 화를 잘 내게 되고, 인격에 부정적인 변화가 생겨 인간관계나 직장에서도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허시를 치료하기도 했으며, 플로리다 주 탬퍼의 제임스 A. 찰리 보훈병원의 뇌손상 클리닉을 담당하고 있는 스티븐 스콧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 귀향합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감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들은 완전히 무감각한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폭발 피해를 당한 병사들을 실제 본다면 이 말이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폭발로 인해 뇌손상을 입은 병사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로 오진되기도 한다. 엄청난 폭발이 심리적, 정신적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원호병원의 사회복귀센터장인 신경과 의사 게리 에이브럼스는 “우리는 최대한 정확하게 진단하려고 하지만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 결과 뇌손상으로 판정받지 못한 병사들은 정확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미군은 폭발에서 살아남은, 외관상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병사의 전투 가능 여부를 정확히 판정하는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폭발물 공격을 당한 병사를 모두 후송 조치한다면 미군의 전투력은 급격히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군은 또한 전술적인 관점에서 뇌손상의 원인을 알고 그에 걸 맞는 보호 장구를 설계하려 하고 있다.

폭발의 충격파로 일어나는
뇌손상 메커니즘


전장에서 뇌손상은 파편이나 둔기 등에 맞아서 생기기도 하지만 폭발 때 생기는 충격파로 생기기도 한다. 이 그림은 그 같은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폭발물은 폭발할 때 뜨거운 압축가스로 이루어진 강력한 파동을 밖으로 내뿜는다. 파동의 속도는 시속 2,400km에 달한다. 폭발물이 클수록 파동의 속도와 힘도 강해진다. 충격파는 처음의 파동에 이어 진공상태가 몰려와 발생하는데, 엄청난 흡입력으로 장기를 망가뜨린다.

하지만 충격파가 어떻게 뇌를 손상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충격파는 머리를 흔들고 몸통을 압박하는데, 혈관에도 충격이 전달된다. 충격파가 혈액의 흐름을 따라 뇌에 도달, 오랜 시간에 걸쳐 뇌세포를 비틀어 죽인다는 이론도 있다.

■ 폭발 충격파에 따른 여파

허시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아내와 헤어져 10대인 두 아들을 데리고 포트 잭슨 근교의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는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 이외에도 매주 15~20번이나 여러 클리닉에 들러 신경과 의사,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직업성 질환 치료사, 물리치료사, 통증치료사 등으로부터 치료를 받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도 참가한다.

미 육군이 뇌손상 환자들을 위해 진료일정을 기록하는 개인 휴대용 정보 단말기(PDA)를 지급해주기 전까지 그의 차 뒷좌석은 진료약속을 적어놓은 쪽지로 지저분했다. 증세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허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및 물리적 상처 이상의 질환을 겪고 있음을 일찍 알아채지 못했다.

자신이 기억을 상실하고 있음을 알아챈 것은 이라크에서 귀환한 지 5개월이나 지나서였다. 동료 의무병이 2006년 바그다드 남쪽의 순찰기지에서 그와 만났을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기지 건물에 박격포 탄이 명중하자 이라크군 병사들은 땅에 엎드리는 대신 마구 뛰어 도망쳤다.

동료 의무병의 말이다. “그 때는 코미디가 따로 없었지요. 마치 닭장에 늑대가 들어오니까 닭들이 뛰어 도망치는 것 같았어요. 이라크군 병사들은 기지 건물 밖으로 도망쳐 버렸습니다.” 하지만 동료 의무병이 그 얘기를 해 주었을 때 허시는 웃지 않았다. 그는 그 때 처음으로 기억력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허시는 “그 친구는 나의 기억을 상기시키려고 계속 애를 썼다”면서 “하지만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생각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사건에 대해 동료가 몇 번이나 계속 상기를 시키고 나서야 허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기억을 해내기 시작했다.

허시는 이라크에서 귀환한 지 1년이 지나 원호병원의 정신건강 클리닉에서 열리는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그 때서야 자신이 뇌손상을 입었음을 알았다.

간호사는 정신건강 클리닉의 기본검사인 경미한 뇌손상에 대한 선별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난 후 뇌손상이 있다고 즉석에서 진단을 내렸다. 클리닉의 의사가 그 진단을 확인했고, 허시는 탬퍼의 뇌손상 센터로 갔다.

그는 거기에서 2주간을 지내면서 뇌 스캔, 정신 감정, 뇌파도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았다. 그렇게 하고 난 후 그는 스콧을 만나 사회복귀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사회복귀 프로그램은 만성통증, 두통, 불면증 등 여러 가지 질환을 극복하고 삶을 재건하는 내용이다.

PDA가 없을 때 허시는 아주 옛날 방식으로 미약한 기억력에 대처했다. 그는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적어놓고 그대로 하면 된다”면서 “커피를 마시면서도 해야 할 일을 적어놓은 수첩 페이지를 넘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만으로도 매일같이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반복 훈련으로 그의 기억력은 상당부분 회복됐다.

하지만 여러 가지 신체적 부상은 평생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 흉골 뿌리 부분의 연골과 뼈마디가 골절됐고, 눈 아래쪽에는 파편으로 인한 흉터가 남아있다. 경추가 부서져 가끔씩 돌발적으로 팔굽 아래쪽이 마비된다. 그리고 눈의 신경에도 피해를 입어 두통이 몰려온다.

허시의 사례는 복잡하지만 보기 드문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사례를 전투 관련 뇌손상으로 진단해 내는 것이 군의관들이 당면한 과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피해가 생기는지 알아내는 것은 더욱 큰 과제가 될 것이다.

풋볼용 헬멧 기술 도입한 신형 전투용 헬멧

전장에서의 뇌손상이 증가함에 따라 미 육군은 NFL에서 쓰는 장비, 즉 풋볼용 헬멧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과학자들이 폭발의 충격파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동안 미 육군은 뇌에 가해지는 충격을 막을 신형 전투용 헬멧을 찾고 있다.

사실 미국 풋볼리그의 게임장비 설계사만큼 이런 헬멧을 잘 만들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풋볼은 2게임마다 최소한 한 명씩 뇌진탕 환자가 발생하는 스포츠다. 그나마 풋볼리그에서 승인한 공식 충격흡수 헬멧이 있으니까 이 정도지 그렇지 않다면 뇌진탕 환자 발생 비율은 급상승할 것이다.

올 2월 미 육군은 헬멧 제조업체들에게 풋볼 헬멧의 기술을 도입한 신형 전투용 헬멧 개발을 의뢰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투용 헬멧은 내부에 조정 가능한 7개의 얇은 패드가 장착돼 있을 뿐이다.

NFL 선수들 중 83%가 쓰는 헬멧을 생산하는 리델 스포츠사는 3.17cm 두께의 3피스 발포 폴리우레탄 내피를 전투용 헬멧 내부의 측면과 후면에 부착했다. 이는 측면과 후면에서 가해지는 폭발 충격파가 뇌진탕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미군에서 실험한 결과 이 내피는 현재 쓰이고 있는 전투용 헬멧 내의 패드보다 50% 이상 충격 흡수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품은 또한 가볍고 내구성이 좋아 반복되는 폭발도 견딜 수 있다.



폴리우레탄 충격흡수장치를 채용한 제니트사의 신형 X1 헬멧도 미군이 찾는 유력 후보다. 이 헬멧은 올 가을부터 고등학교 및 대학 풋볼리그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과거 하버드 대학 풋볼 팀의 쿼터백이었고 현재는 물리학자이자 제니트의 창업자인 빈센트 페라라가 발명한 이 헬멧 안에는 공기를 채운 디스크형 충격흡수장치 18개가 장착돼 있다.

이 충격흡수장치는 충격의 강도에 따라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느리고 약한 충격을 받으면 공기 방출구멍으로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쉽게 찌그러진다. 반면 빠르고 강한 충격을 받으면 오히려 공기가 느리게 빠져나가 비교적 오랫동안 제 모양을 유지한다. 공기방출 구멍이 좁기 때문이다.

공기를 채운 디스크형 충격흡수장치는 이처럼 오랫동안 부푼 상태를 유지하면서 머리와 헬멧 사이의 빈 공간을 최대한 없애 폭발 후 머리가 헬멧 내부와 부딪히는 것을 방지한다. 물론 충격이 사라지면 충격흡수장치가 0.003초 내에 공기를 다시 흡입, 다음 충격파에 대비한다.

미 육군은 올 가을 내내 풋볼 헬멧의 설계를 도입한 신형 전투용 헬멧을 실험, 겨울쯤에는 이라크에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폭발 충격파와 뇌손상의 관계

탄도학이 생긴 이래 과학자들은 폭발물의 충격파를 연구해왔다. 하지만 충격파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낸 사람은 아직 없다.

물론 군인들은 옛날부터 고막, 폐, 장이 폭발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뇌는 두개골과 헬멧으로 보호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신경과학자 이볼랴 체르나크는 지난 1986년부터 2001년까지 베오그라드의 군병원에서 의사 겸 연구자로 근무했다. 유고 내전을 몸으로 겪은 것.

파퓰러사이언스 기자인 에릭 헤저먼이 그녀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개버딘 슈트를 차려입은 그녀의 모습은 다소 딱딱해 보였지만 태도는 따뜻했다. 동료들은 그녀를 이비(Ibi)라고 부른다.

기운찬 걸음걸이를 보니 과거 병사들의 혈액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베오그라드의 전장을 누비던 그녀의 모습이 연상됐다. 그 때 그녀는 병사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뇌손상이 생긴 것을 처음 알았다.

체르나크는 폭발로 인해 중상을 입었지만 눈에 띄는 뇌손상은 입지 않은 병사 1,300여명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여러 가지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절반이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알아내기 힘든 내상을 입었음을 알 수 있었다.

더욱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들 중 매우 많은 병사가 현기증, 두통, 메스꺼움, 어지럼증, 악몽, 기억 및 집중력 상실 등의 신경정신병적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혈액검사 결과 많은 병사들의 뇌 호르몬 수치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었다. 뇌파도 검사에서는 폭발로 부상당한 병사 중 36%의 뇌파가 비정상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폭발물 이외에 다른 원인으로 중상을 입은 병사 중에서는 12%만이 비정상적인 뇌파를 보였다.

1년 후 체르나크 팀이 신경 및 정신과 검사를 다시 실시했을 때 30%가 신경 이상을 보였다. 다른 그룹의 4%에 비해 대조적이었다. 즉 그녀는 머리 부상을 입지 않은 병사들도 장기간에 걸친 신경정신병적 증세가 나타남을 발견한 것이다.

체르나크는 이렇게 말했다. “이 병사들은 부상 후 1년이 지났는데도 증세에 차도가 없었어요. 폭발로 인한 아주 작은 피해라도 뇌기능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머리에 직접적인 부상을 입지 않은 병사가 이런 증세를 보이게 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 같은 선구적 연구를 해낸 체르나크는 폭발 충격파가 뇌에 간접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이론과 그 구체적 원리를 증명하려 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 존스 홉킨스 대학 응용물리학연구소의 국가 안보기술분과 의학부장이다. 그녀는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생체역학충격실험시설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보낸다. 이곳에는 자동차 좌석 실험을 위한 유압식 충격 슬레드와 폭발물의 폭발 충격파를 재현하는 18m 길이의 충격 튜브가 있다.

충격 튜브의 작동 원리는 이렇다. 안전설비가 갖춰진 이 시설의 통제소에서 컴퓨터를 조작, 충격 튜브 한쪽 끝에 달려있는 챔버에 압축공기를 집어넣는다. 그런 후 압축공기를 튜브 반대편으로 시속 1,216km로 쏘아 보낸다.

충격 튜브 반대편에 있는 표적은 분홍색 플라스틱제 인체 모형. 이 인체 모형에는 인공 장기가 완벽하게 달려 있으며, 압력계 및 가속계 수 십 개가 붙어 있어 충격량을 측정한다. 하지만 체르나크는 주로 쥐를 사용해 실험을 한다.

그녀의 연구 중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인용되는 것은 머리와 목을 보호하는 강철 헬멧을 착용한 쥐와 그렇지 않은 쥐를 폭발에 노출시킨 후 결과를 비교한 것이다.

연구 결과 헬멧을 사용해 머리가 완벽하게 고정되고 방호됐다 할지라도 신경경로 파손, 뇌세포 부어오름, 세포 사멸 촉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끈적끈적한 오물 등 뇌손상 환자들과 똑같은 증세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통해 헬멧만으로는 뇌를 폭발에서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렇다면 방탄복도 앞으로는 파편 뿐 아니라 폭발 충격파를 막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폭발과 뇌손상은 과연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체르나크의 이론에 따르면 몸체 내의 장기와 조직이 급격히 충격파를 받아 줄어들면서 혈관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파를 발생시키고, 뇌 속에 연결된 혈관에도 그 에너지파가 미친다는 것이다.

그녀는 폭발의 충격파가 뇌세포를 쥐어짜고 세포간의 연결을 왜곡시키지만 그 정도는 너무 작아 표준적인 MRI 스캔으로는 알아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뻗어 나온 신경말단에 피해가 누적되면서 뇌세포를 파괴하고 정보의 흐름을 막는 화학적, 분자적 도미노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고, 이 때문에 실험동물의 뇌에서 세포가 느리게 죽어가 장기간에 걸친 조직 퇴행이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 역경, 그리고 치료에 대한 희망

사실 체르나크만 이 분야의 연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DARPA 프로그램 중에는 폭발로 인한 신경손상 방지(PREVENT; PREventing Violent Explosive Neurologic Trauma) 실험도 있다.

이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돼지를 실제 폭발물 폭발에 노출시킨 다음 뇌 조직 손상을 분석한다. 폭발이 일어날 때 센서로 최고 압력, 충격파의 진동수, 전자기 펄스(EMP), 빛과 소리의 양, 가스의 양 등 폭발과 관련한 모든 물리적 특성을 측정한다.

폭발로 인한 신경손상 방지 실험을 감독하고 있는 링 대령은 다른 과학자들 대부분이 폭발의 충격파에만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충격파가 뇌를 손상시킨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며, 그 외에도 다른 요인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그는 전자기 펄스가 뇌에 전기화학적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과학자들은 그 같은 가능성에 대해 연구해보지 않았다.

링 대령은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썼던 철제 헬멧은 전자기 펄스를 반사하는데 비해 현대의 케블라 헬멧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155mm 포탄이 폭발하면서 나오는 전자기 펄스는 무전기를 단락시켜버릴 정도로 강합니다. 그렇다면 그만한 전자기 펄스가 뇌 속의 전기 통로를 단락시켜 기능을 저해할 수도 있죠. 저는 그 점을 밝혀내고자 합니다.”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환자에 대한 연구만큼은 되지 못한다. 따라서 링 대령은 브리처(breacher) 출신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많은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리처란 건물 진입 작전 때 닫힌 철문 등의 장애물을 폭파하고 돌입하는 병사를 말하는데, 임무의 특성상 평시에도 심한 귀 울음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앨버커키에 있는 방위산업체 ARA의 기계공학자인 리 앤 영은 버지니아 주 콴티코 기지의 브리처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해병대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해병대원들은 브리처 학교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동시에 MRI 검사 및 청력과 균형감각에 대한 신경행동학 검사를 받는다. 이들은 2주간의 교육과정 중 40번의 폭파를 실시하는데, 이 때 몸에 압력계를 장착하고 폭발의 강도를 측정하게 된다.

영은 이렇게 말한다. “브리처 학교에서 실시하는 폭파의 강도는 매우 약합니다. 특히 저는 실내에 있기 때문에 폭발은 록 콘서트에서 나오는 소음과 크게 다를 바 없죠. 제가 갖고 있는 의문은 여러 차례의 폭발이 과연 신경장애의 원인이 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허시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속속 나타나자 일부 전문가들은 실체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이런 질환에 대한 공포가 확산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 그의 증세는 엄청난 논란의 대상이 됐던 걸프전 증후군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걸프전 증후군 역시 무력감, 두통,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체르나크가 폭발로 인한 신경손상으로 부르는 이 증세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녀는 과학자들이 이 증세의 실체를 받아들인다면 진단 및 처방, 그리고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체르나크는 특히 이 같은 증세가 결코 사형선고는 아니라고 말한다. 즉 폭발에 노출된다고 무조건 뇌손상을 입는 것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나을 수 있는 병도 고치지 못하게 된다고 그녀는 주장한다.

물론 허시가 하고 있는 것, 즉 정신적 단련은 일부 인식 장애를 개선하고 뇌의 현저한 자체 치유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허시는 자신이 겪는 증상이 의학적으로 규명돼야 최고의 치료법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길 원했습니다. 탬퍼에서 머문 2주는 저의 신경정신적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당시의 모습이 바로 저인지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절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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