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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r. President,

존경하는 미국의 대통령께

효율적이고, 투명하며, 현명한 정부를 원한다면 네트워크의 힘으로 디지털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이 메일은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의 편집인 대니얼 잉버가 미국의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는 조언이다.

보낸 사람: 대니얼 잉버 danengber@yahoo.com
보낸 날짜: 2008년 11월 5일 오전 7시 22분
제목: 최초의 전자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안녕하십니까, 상원 의원님. 아니, 이제부터는 대통령 당선인으로 불러드려야 하나요?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당선인께서는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인터넷을 통해 여러 가지 공약을 했을 것이고, 당선인의 경쟁자 역시 그랬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 살펴보니 두 분 후보 모두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에 200만 명, 트위터와 유튜브에 수십 만 명의 지지자들이 있더군요.

정치자금 마련과 조직구축에 이 같은 네트워크가 매우 유용하다는 것은 굳이 설명드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인터넷을 사용해 수억 달러의 정치헌금을 긁어 들이고, 웹 비디오를 통해 선거운동 동영상을 살포할 수 있습니다.

리포터들이 웹 응용프로그램과 온라인 위키피디아에서 후보자에 대해 늘어놓은 칭찬은 선거운동원 활동과 폰 뱅크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번 선거는 미국의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디지털 미디어가 큰 영향을 준 선거였습니다.

취임식을 거행하고 나서 몇 달 내로 당선인께서는 인터넷 선거운동원과 방대한 온라인 지지모임을 가지고 새로운 형태의 정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려운 말씀을 드려 죄송하지만 새로운 버전의 백악관인 ‘백악관 2.0’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백악관 2.0이란 첨단기술을 사용해 행정부에 현대 인터넷의 막강한 위력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건 파르티잔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정한 현대의 대통령은 검색 가능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완벽한 상호 의사소통, 사회 네트워크의 문제 해결력을 통해 전 미국인들의 힘과 가능성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당선인이 이끄는 연방정부는 역사상 가장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무엇보다도 가장 효율적인 정부가 될 수 있습니다. 절대 애매모호한 얘기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걸어 놓기 좋은 일회성 구호가 아닙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정보기술로 민주주의와 정부의 발전을 이룩하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움직임을 이끌고 있는 엔지니어, 활동가, 공상가들로부터 여러 가지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당선인께 이 같은 의견을 전하고자 합니다. 인터넷을 사용해 정부를 혁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기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드리려고 합니다.

■ 미약한 네트워크 활용

우선 우리가 현재 어디 있는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당선인께서도 현재의 백악관 홈페이지인 ‘whitehouse.gov’가 웹 2.0의 커뮤니티 기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백악관과의 대화’ 섹션에 유저가 마지막 질문을 올린 것이 지난 2007년 3월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내용도 “조지 W. 부시가 미국의 몇 대 대통령인가?” 하는 아주 단순한 것으로 구글을 검색하면 순식간에 답이 나오는 것입니다.

물론 연방정부는 최근 IT 분야에 엄청난 힘을 쏟고 있기는 합니다. 지난 2002년 제정된 전자정부법안은 여러 가지 규정을 만들고, 정부기구 웹사이트에 공용 디렉토리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또한 정부기구가 제안한 법안을 인터넷에 올리고, 그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접수함으로서 가장 중요한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구상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더 큰 이득을 보고, 편안한 삶을 누리도록 했으니 말이지요. 인터넷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여권 양식을 다운로드받으며, 전화거부 등록부에 가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전 중 대부분은 문서를 디지털화하거나 파일 캐비닛을 사이버 공간으로 옮긴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뉴욕 대학교 법학과 교수이자 정치기술 선구자인 베스 노벡은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정보 대부분은 접속하기가 아주 힘들고, 검색하기는 더욱 힘듭니다. 일례로 의회의 투표기록이 인터넷에 있기는 하지만 정부 웹사이트를 통해 의원의 개인 투표기록을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하이오의 유권자가 지난주까지만 해도 당선인께 표를 찍을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던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렇게 된 원인은 후보자의 개인 기록, 예를 들면 기름 값 인하를 위해 활동한 내역 같은 것을 알지 못하는 탓도 어느 정도 있습니다.

유권자는 당신이 상원의원 시절 모든 에너지 관련 법안에 대해 어떤 표를 던졌는지도 검색해 보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정보를 알려면 수백 개의 웹페이지를 뒤져서 당신의 이름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말은 하기 싫지만 유럽에 있는 저의 친구들 중 일부는 이미 웹 기반 정부를 향한 실험에서 우리나라보다 더욱 나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비교적 보수적인 영국에서도 수상이 유튜브와 플릭커 스트림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의 정부 고관들과의 회의 내용을 트위터 피드백을 사용해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영국 수상 관저에는 시민정부의 인터넷 청원 플랫폼이 설치됐습니다. 국민과 상호작용하는 정부에 대한 구상은 여러 매체에서도 자주 논의되었습니다.

“이 같은 사이트를 사용하면 예산안과 실제 지출비용을 대조할 수 있고, 투표에도 도움이 됩니다.”

인터넷 청원을 사용하면 누구나 정부에 청원을 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청원에 서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지지를 받는 청원은 수상의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 청원 사이트는 국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부에 직접 건의하는 간단하고도 강력한 수단입니다. 많은 의원들이 간담회를 주최하거나 그 비슷한 활동을 하는데 머무르는 것에 비하면 대단한 발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었습니다. 웹 기반 정부를 꿈꾸는 사람들은 인터넷 청원 사이트가 진정한 혁신이 아니라 정부의 홍보수단에 더 가깝다고 여깁니다. 영국 정부는 가장 인기 있는 청원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답변을 하지만 이는 진정으로 국민에게 약속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판에 박힌 언론 플레이에 가깝다는 것이지요.

여러 모로 볼 때 이 인터넷 청원 사이트는 정부 고위층의 메시지를 전하는 브로슈어에 가깝습니다.

■ 국민의 두뇌 활용 필요

당선인께서는 차기 대통령으로서 온라인 노변담화, 24시간 운영되는 온라인 포럼, 그리고 회의내용을 담은 스트리밍 비디오 방송보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을 이룩해야 합니다.

이렇게 덩치는 크지만 피상적인 것들에 자원을 투자하지 말고 보다 간단히 생각해 보십시오.



노벡 교수는 미국인들의 여론과 전문적 지식을 활용해 정부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혁신적인 방법을 연구해 왔습니다. 정치인들이 진짜로 논의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의견을 묻는 척 해서는 소용이 없으며, 그보다는 정부가 절실히 답을 원하는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노벡 교수의 주장은 미국 특허청과 연계된 사회 네트워크 웹사이트인 피어 투 파텐트(Peer-to-Patent)에서 지금 실험 중입니다. 그 원리를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정부 직원들은 현재 특허 출원된 새롭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심시하느라고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피어 투 파텐트를 이용하면 정부 직원들은 특허 출원 신청서를 보내오는 사람 중에서 자원봉사단을 선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들은 전 세계의 발명 전문가들이죠.

이들은 자신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기술을 찾아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소와 터빈을 연결하는 새로운 방법에 관한 특허 출원이 있다면 컴퓨터 과학자들과 환경공학자들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이들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점수를 매기거나 동료들을 불러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인터넷에서 아이디어를 충분히 논의한 다음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특허청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마치 위키피디아에서 새로운 항목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정부 직원들의 노동량을 줄여줄뿐더러 아이디어의 수준 또한 높여줍니다. 특허소송 관련 비용도 줄어들 것입니다.

피어 투 파텐트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는 전혀 복잡하거나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사이트를 많은 대중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특정한 문제에 대해 대답을 할 능력이 있는 특정한 인원들의 관심과 참여만 유도하면 됩니다. 지나치게 비대한 상호 의사소통 체계인 인터넷 청원 사이트보다는 피어 투 파텐트 같이 특정 주제를 다루는 작은 사이트를 여러 개 만드는 것이 더욱 유리합니다. 각 정부기구는 이런 식으로 특정 정책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미 식품의약국(FDA)은 선 블록의 라벨에 더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담도록 하는 규정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그 제안을 내놓자마자 엄청난 댓글 공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법에 따라 그 모두를 일일이 다 검토해야 했습니다. 결국 FDA는 그 규정 시행을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거기에 전문가 집단을 위한 시스템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들은 일반 대중들과는 달리 제안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 꼭 고쳐야 할 곳만을 집어냈을 것입니다. 또한 댓글 자체에도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중 대답할만한 가치를 가진 것을 쉽게 찾아낼 수 있지요.

■ 인터넷 기반 정부의 진수

인터넷 백악관은 이처럼 ‘물으면 반드시 응답이 나오는’ 접근법에서 한 발 더 앞서나갈 수 있습니다. 당선인의 행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백악관의 데이터와 문서를 인터넷에 게시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조지 메이슨 대학 산하 메르카투스 연구소의 고참 연구원인 제리 브리토는 공문서를 체계적이고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보관하는 것이 인터넷 기반 정부의 진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부 직원들을 시켜 문서양식을 스캔해 PDF 파일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파일로 만들어 게시하는 것보다는 모든 공문서를 웹브라우저에서 볼 수 있고, 검색 엔진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그리고 모든 정보는 XML처럼 정부 내외에서 표준적이고 널리 쓰이는 데이터 포맷으로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용과 재구성이 용이합니다.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하면 정부기관은 특정 정보에 대해 자동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까 이야기했던 FDA의 선 블록 규정에 대해 새 댓글이 달릴 때마다 업데이트되는 RSS 피드를 구독할 수 있습니다.

RSS 피드란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와 데이터를 결합하는 포맷입니다.

이 같은 시스템은 일반적인 유저들의 호기심을 더욱 충족시켜줄 수 있습니다. 조직화된 데이터를 공개한다면 국민들은 정보를 의미 있게 재결합할 수 있습니다.

브리토는 RSS 피드 구독도 대단하지만 XML을 쓰면 데이터를 마음대로 뒤섞을 능력이 생긴다며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기술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국민들은 다양한 정부기구에서 모은 정보를 합쳐 정부 운영에 대해 더 명확히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의회 예산처에서 작성한 예산안을 실제 지출 내역과 비교해 정부가 예산에 비해 얼마나 돈을 더 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국민들이 정치자금 내역과 의회 투표 상황을 비교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로비스트들이 어느 곳에 얼마만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일부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이 같은 도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물론 매우 어렵긴 하지만 정부 웹사이트에서 유용한 데이터를 스크랩해 내는 것입니다. 이 정도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아무리 소신 있는 행정부라도 정책 운용에 불편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패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유권자들은 열린 정부에 더 큰 신뢰와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그 덕분에 더 나은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더욱 효율적인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저렴하고 확실한 방법

물론 이 같은 구상이 멋지게 보이기는 하지만 당선인께서는 따져봐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을 것입니다. 과연 미국은 이 같은 혁신을 이룩할만한 역량이 있을까요.

다행스럽게도 제가 말씀드린 것은 실현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이 같은 혁신을 실시하려면 종이문화의 디지털화를 완료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에 필요한 비용은 비교적 적을 것입니다. 이미 손만 뻗으면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와 인터넷 기술이 있습니다.

영국은 오픈소스 인터넷 청원 사이트를 마이소사이어티라는 비영리단체와 협력해 발전시켰습니다. 마이소사이어티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대기업이 아니며 재택근무를 하는 전일 근무자 4명, 그리고 다수의 자원봉사자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단체입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여러 미국 전자정부 구상들은 하나같이 저비용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선보인 연방기금 운용 책임 및 투명성 법의 야심찬 목적은 모든 연방 예산 지출을 추적하고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의 설립입니다.

의회 예산처는 이 프로젝트에 첫 5년 동안 1,500만 달러가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연방정부는 비영리 감시기구가 만든 시제품을 불과 60만 달러에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초기 비용을 투자로 봐야 합니다. 블로그 ‘techPresident.com’의 공동설립자이자 국회 감시기구인 선 라이트 재단의 고참 기술 자문위원인 앤드류 라시는 이 같은 개혁을 통해 정부의 의사 처리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방식은 극히 저렴하다. 데이터에 접근하기가 쉬우면 큰 효용성이 발생해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은 일반 국민들이 정부를 개방하고 민주주의 질서를 재편할 도구를 이미 가지고 있다는 점을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유저들과 집중적이고 목적성 있는 의사소통을 통해 정부가 극도로 투명해진다면 당선인의 행정부는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도 국민의 의사를 잘 받아들이고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게 될 것입니다.

백악관의 비밀주의를 전례 없는 개방과 투명으로 바꾸어 놓고 21세기에 맞는 대통령상을 확립할 기회가 지금 있습니다.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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