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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의 소형 열병합발전소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난방과 온수는 물론 전기까지 공급하는 장치가 있다? 사실이다.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이 바로 그런 장치다. 기존 가스보일러 대신 설치하면 도시가스에서 수소를 추출, 전기를 생산하고 이 때 발생하는 열로 물을 데워 집안의 난방과 온수를 해결한다.

연간 최소 수십 만 원 이상의 광열비 절감도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메리트에 힘입어 전 세계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시장은 오는 2030년 25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전기 만드는 보일러

연료전지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친환경· 고효율의 전기 생산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연료전지에 열광하는 것은 이것 말고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하나 있다. 전기와 함께 열에너지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여타 발전설비들과 비교해 동일한 양의 에너지를 투입하고도 이용 가능한 에너지 산출량이 훨씬 많은 것. 이는 에너지 자원의 고갈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없이 매력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은 바로 이 같은 연료전지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장치다. 기존 도시가스 보일러를 대체할 차세대 주택용 동력원으로 개발됐는데, 전체 에너지 효율이 무려 80%에 이른다. 이 가공할 만한 효율은 전력과 열에너지를 함께 필요로 하는 가정이라는 공간과 두 가지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연료전지가 만나면서 구현됐다.

실제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은 전력과 난방, 온수를 하나의 장치로 모두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도시가스에서 수소를 추출, 전기를 생산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물을 데워 집안의 난방과 온수를 해결하는 것.

일종의 소형 연료전지 열 병합발전소인 셈이다. 이렇게 가정용 연료 전지 시스템은 도시가스에서 전기에너지 35%, 열에너지 45%를 뽑아 쓸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은 지구 환경과 집안 살림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1㎾급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한 GS퓨얼셀의 윤봉국 과장은 “천연가스 화력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쓰고 일반 보일러로 난방·온수를 해결했을 경우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 줄일 수 있다”며 “1㎾급 1기당 연간 2톤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윤 과장은 또 “월 301kWh의 전기와 109 ㎥의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은 연간 20만원, 501kWh와 132㎥를 사용하는 가정은 연간 100만원에 가까운 광열비 절감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니터링 사업으로 내공 쌓아

전문가들은 이처럼 탁월한 효용성을 바탕으 로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이 전체 연료전 지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30년이면 25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

현재 이 분야의 선도국가는 단연 연료전지 기술 최강국인 일본. 일본은 이미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연료전지 스택, 개질기, 전력변환기, BOP(Balance Of Plant), 열회수 모듈 등 핵심 장비와 이들에 대한 통합기 술의 개발을 마쳤다.

BOP는 펌프, 송풍기, 센서 등 주변보조기기들을 말한다. 또한 전극 접합체(MEA), 카본 분리판, 멤브레인, 촉매 등 부품·소재도 100% 국산화를 완료했다. 특히 지난 2005년부터는 파나소닉, 도요 다자동차, 도시바, 산요, 에바라 발라드 등 5개사의 제품을 가지고 기술고도화를 위한 모니터링 사업에 나섰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까지 총 3,307가구가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설치·운용하고 있다. 자신감을 쌓은 일본은 올해를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상용화의 시발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본격적인 보급 사업을 전개하며 업체들의 양산체제 구축을 종용하고 있는 것.

이에 파나소닉 등 모니터링 참여기업들 도 연산 1만대 규모의 양산공장을 건설, 오는 4월부터 상용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 GS퓨얼셀을 시작으로 퓨얼셀파워, 효성 등이 잇따라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을 벤치마킹해 모니터링 사업으로 내공을 쌓은 뒤 상용화에 진입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데, 올해 3차 모니터링 사업이 개시된 상황이다. 2007년의 1차 모니터링 사업에서는 GS 퓨얼셀과 퓨얼셀파워가 각각 20대의 1㎾급 시스템을 공급, 국내 10개 도시가스사에서 시험운전을 했다.

이 시험운전에서는 전기 효율 30%와 발전효율 3,000㎾라는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2차 모니터링 사업에는 효성까지 참여, 총 70대가 서울시 등 6개 지방자치단체와 4개 가스기업에 납품돼 3년 예정의 운전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2차 모니터링 사업의 발전효율 목표는 5,000㎾로서 실외 설치 운용, 시스템 크기 축소 등 편의성 강화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퓨얼셀파워의 홍병선 부사장은 “2년여의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제조단가, 내구성, 효율, 운용기술 등에서 전반적인 증진이 있었다”며 “일본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들면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시작되는 3차 모니터링 사업의 경우 2012년까지 총 100대의 설치가 계획돼 있다. 특히 이번에는 일반 가정에도 설치될 예정이어서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의 실질적 효용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 된다.

보급사업 통한 산업화 서둘러야



그렇다면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250억 달러의 거대 시장을 놓고 세계 최강 일본과 경쟁해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산업육성 차원에서 연간 최소 수천 대 규모의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보급 사업을 조속히 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과 같은 수백 대 수준의 모니터링 사 업으로는 국내 업체가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즉 업체들이 신규투자와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최소한의 초기 시장을 창출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GS퓨얼셀의 윤봉국 과장은 “업체들의 산업화가 뒤처지면 일본에게 기술 주도권에 이어 산업 주도권마저 넘겨줄 우려가 크다”며 “이렇게 되면 세계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도 일본에게 빼앗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이상 정책적 무게중심을 모니터링 사업과 같은 연구개발에서 산업화 쪽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규모의 경제는 관련 장비의 국산화를 가속화시켜 가격 경쟁력 제고에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요 가 너무 적다는 이유로 개발되지 못한 부속 장치들이 국내에는 꽤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의 구성부품 중 가장 가격 비중이 큰 BOP다.

퓨얼셀파워의 홍병선 부사장은 “BOP는 일정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는 순간 즉시 국산화가 가능하다”며 “이들만 국산화 돼도 전체 시스템의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MEA, 촉매 등 기술력을 요하는 부품· 소재들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시장이 형성 되면 자기 돈을 들여서라도 기술개발에 나설 업체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점에서 최근 정부의 행보는 기대감을 가져볼 만하다.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지식경제부의 ‘그린 홈 100만호 보급 사업’ 과 연계, 내년부터 대대적 보급에 나설 움직 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정확한 보급 시기와 방법,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오는 2018년까지 약 10만 가구에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안을 놓고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와 업계 간에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비교 우위 많아

그런데 이 시점에서 궁금증이 들수 있다. 정말 이들의 주장대로 정부가 보급 규모를 확대한다고 단시일 내에 일본을 비롯한 연료전지 강국들과 맞서는 게 가능 하느냐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은 다르기 때문에 절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이미 성능 면에서는 일본과의 격차가 크지 않으며 격차의 폭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것. 단지 일부 부품·소재의 생산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 되지만 산업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또한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일본이 자국 기술의 유출 방지를 위해 오 는 2011년까지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의 해외수출을 금지시킨 것도 우리에게 이점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2012년까지 최소한 3년 동안은 일본의 방해(?) 없이 국내에서의 산업화에 매진하며 내실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 환경 측면을 보면 경쟁우위가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 우리나라는 대단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비중이 높고 도시 밀집형 거주 구조를 띄고 있어 단독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본, 미국 등의 국가보다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보급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도시가스 배관망 구축률이 국내 전체 가 구의 72%에 육박하는 1,200만 가구에 달해 연료보급 인프라에서도 앞서 있다. 또한 일본 등에 비해 기온이 낮아 열 이용량이 많다는 점도 보급 촉진의 메리트로 꼽힌다.

퓨얼셀파워의 홍병선 부사장은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은 전력 생산율을 높일수록 열 발생량도 상승한다”며 “난방·온수를 통 해 이 열을 소비하지 않으면 전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 이산화탄소 저감이나 광열비 절감 효과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 미국 등은 전력산업이 민영화돼 있어 발전업계가 자신의 밥그릇 보호를 위해 가스업계의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 보급을 방해(?)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전력분야가 공적산업으로 남아있어 업계 간 충돌 없이 원활한 보급이 가능한 상태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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