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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치료에 등불 밝히는 줄기세포 역(逆) 분화기술

줄기세포에는 발생 과정 중 수정란이 분열하면서 생기는 배아줄기세포, 성숙한 조직이나 기관 속에 들어 있는 성체줄기세포가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어느 장기로든 분화할 수 있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양 만큼 분화하도록 조절하기가 어렵다.

배아를 파괴해야 하는 윤리적 문제도 안고 있다.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윤리적 문제와 무관하지만 분화 가능성이 제한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줄기세포 역(逆) 분화기술이다.

줄기세포로부터 원하는 체세포를 만들려는 것이 분화기술이라면, 거꾸로 체세포에서 젊은 줄기세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역 분화기술이다.

역 분화기술이 상용화되면 환자 유래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어 면역 거부 문제가 없는 것은 물론 난치병의 원인 규명과 신약 개발에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올해로 인간 배아줄기세포가 탄생한 지 10년이 됐다. 지난 10년 동안 선진국 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줄기세포 연구 경쟁 은 가속화돼 왔다. 줄기세포 전쟁(戰爭)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줄기세포(stem cell)란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 즉 미분화 세포를 말한다. 분화란 초기 단계 의 세포가 각 신체조직으로서의 특성을 갖게 되는 과정을 말하는데, 미분화 상태에서는 다양한 신체조직 세포로 분화할 수 있어 손상된 신체조직을 치료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

줄기세포는 질병의 원인 및 발생 연구에 서부터 신약 개발, 재생의학, 심지어 암 연구에 이르기까지 생명과학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어 21세기 생명과학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줄기세포 역(逆) 분화기술 이라는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줄기세포 전쟁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이는 그만큼 줄 기세포의 잠재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며, 이 분야에 대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상식 깬 역 분화기술

최근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분화기술과 역 분화 기술이다. 줄기세포 분화기술은 줄기세포로 부터 우리가 원하는 체세포를 만들려는 것이고, 역 분화기술은 분화된 체세포로부터 거꾸로 젊은 줄기세포를 만들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반대되는 개념의 이 두 기술이 현재 줄기세포 연구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먼저 줄기세포 분화기술을 보자. 일반적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줄기세포를 원하는 체세포로 분화시킨 후 손상 장기에 이식해 기능을 대체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하지만 줄기세포가 원하지 않는 다른 체세포로 분화된다면 이식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분화와 관련된 단백질이나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화학물질을 처리해 필요한 체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줄기세포 분화기술이다.

사실 미분화 세포인 줄기세포가 성숙한 세포인 체세포로 분화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명현상의 일부다. 그렇다면 성숙한 세포인 체세포가 줄기세포로 되돌아가는 것은 어떨까. 결코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며, 상식도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비상식이 일본 교토 대학의 신야 야마나카 교수에 의해 깨져버렸다. 그는 일반적 생명현상에 반하는 자신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험으로 증명해 보였다. 그는 먼저 줄기세포에서 특이하게 혹은 다량으로 발현되는 많은 유전자 중에서 24개의 유전자를 골랐고, 이 중에서 역 분화에 필수적인 유전자 4개(Oct4, Sox2, Klf4, c-Myc)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지난 2006년 8월 이들 4개 유전자를 처음에는 생쥐 섬유아세포에 도입해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유도 만능줄기세포(iPS Cell)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07년 11월에는 사람 섬유아세포를 가지고 역 분화시켜 줄기세포를 만들어 보였다.

이 같은 연구결과에 과학자들은 환호했고, 그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해마다 그는 진일보한 기술을 선보였고, 일본 정부는 연간 200억 원이 넘는 연구비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2008년에는 특별히 400억 원의 연구비가 역 분화기술 연구에 투입됐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줄기세포 연구비보다 많은 액수다.

역 분화기술에 의한 줄기세포 제작은 MIT의 재니쉬 박사 팀, 위스콘신 대학의 톰 슨 박사팀, 그리고 하버드 의대의 데일리 박사팀 등 세계 최고 과학자들에 의해 재연되고 있다. 이는 역 분화기술이 확실한 줄기세 포 연구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복제연구에서 찾은 아이디어

역 분화기술의 아이디어는 복제연구에서 찾았다고 할 수 있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을 통해 난자 안에는 분화된 체세포를 거꾸로 원 시세포로 되돌릴 수 있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된 것.

이후 여러 차례의 실험을 통해 난자 또는 배아줄기세포 내에 역 분화 인자들이 존재하며, 이들을 활용하면 체세포를 원시세포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생기게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줄기세포 이식 때 나타나는 면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제를 통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획득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기술적인 어려움과 함께 난자 및 배아를 사 용해야만 하는데서 파생되는 윤리적 문제 때문에 난항을 겪었다. 바로 이즈음 난자와 배아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려는 시도가 시작된 것.

이 같은 접근의 첫 주자가 바로 야마나카 교수. 야마나카 교수는 결국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고 면역 거부 반응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줄기세포 제조 기술, 즉 역 분화기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혁신적 기술 개발의 영향으로 복제양 돌리를 만든 이 언 윌머트 박사조차도 이제는 복제 연구를 중단하고 역 분화기술 연구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역 분화기술은 탁월하다고 역설했다.

역 분화기술은 환자 유래 맞춤형 줄기세 포를 만들 수 있어 세포치료 때 면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난치병의 발병 원인 규명 및 신약 개발 등에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역 분화기술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유전자와 바이러스를 사용하는데 따른 위험성 문제의 해결은 물론 실제 배아줄기세포와 성질이 같은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 분화기술은 새로운 기술이고,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있기 때문에 국가의 예산과 역량을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윤리적 대안으로 떠 오른 역 분화기술에 대한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의 핵심, 분화

역 분화기술에 의해 줄기세포를 만들건, 수정 혹은 복제에 의해 줄기세포를 만들건 이 모든 줄기세포는 분화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원하는 체세포로 바뀔 수 없다. 특히 줄기세포로서의 가치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분화 과정은 줄기세포 연구에서 가장 핵심이 된다.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은 이 같은 분화기술을 개발하기 위 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종 분화에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내고, 발생학적 지식과 접목해 여러 가지 분화 유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마디로 분화라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 소 줄기세포는 의미 있는 세포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분화 연구의 중심에 있고 줄기세포 연구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바로 수정란 유래 인간 배아줄기세포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인간 배아줄기세포 를 임상에 적용하려면 적어도 5~10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의 한스 커스테드 박사 그룹과 제론사가 인간 배아줄기 세포에서 분화한 희소돌기아교세포를 척수 손상 환자에 적용하겠다고 선언하고 임상시험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연세대학교 의대 팀 역시 인간 배아줄기 세포에서 희소돌기아교세포를 효율적으로 분화시켜 척수손상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효능을 테스트 하고 있다. 이처럼 우수한 분화 기술이 개발되면서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임상적용은 점차 현실화 돼가고 있다.

최근 인간 배아줄기세포 분화기술이 가 장 발전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도파민 신경세포로의 분화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이라는 퇴행성 신경 질환은 뇌의 특정 부위에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어서 생기는 병이다.

이곳에 도파민 신경 세포를 넣어주면 파킨슨병이 호전될 수 있는 데, 이 같은 도파민 신경세포는 줄기세포의 분화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줄기세포가 임상에 적용될 때 최우선 대상이 될 수 있는 질환이 바로 파킨슨병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품질 좋은 도파민 신경세포를 줄기세포에서 얼마나 잘 분화시켜 만드느냐가 파킨슨병에 대한 임상적용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능하면 높은 수율로 분화시킨 후 아직 덜 분화된 세포를 제거하고 분화된 세포만을 순수 분리해 인간 질병에 상응하는 동물 모델에 이식, 그 효과를 테스트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임상시험을 거치면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게 되면 그 후엔 실제로 환자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분화 효율을 최대한 높여 안전 하고 효과 있는 세포를 대량으로 만드는 줄기세포 분화기술의 개발이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 수준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이후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는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이 중심이 돼 이뤄지고 있다. 실제 사업단은 국제 줄기세포 포럼 가입, 아·태 줄기세포 네트워크 구축 등 많은 국내외 활동을 통해 추락한 신뢰 회복과 국제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줄기세포 연구에서는 이 분야의 핵심에 해당하는 분화기술에 집중해 인간 배아줄기 세포로부터 파킨슨 질환·척수손상·당뇨병·혈관질환의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 췌장세포, 혈관세포의 고효율 분화에 각각 성공했다.







또한 역 분화기술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여 사업단 내 10여 개 팀이 역 분화기술에 의해 20여 종 이상의 줄기세포 주를 만들고, 새로운 역 분화기술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역 분화기술에는 저분자 물질 사용, 유전자 대신 단백질 사용, 배양 환경의 조절 등 비교적 안전한 방법들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셀 스팀 셀 지(紙) 2007년 7월호에 의하면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논문 수에 있어 우리나라는 세계 4위를 차지했다. 또한 2007년 6월 국제줄기세포학회에서 발표된 논문 초록 수도 122개로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의 논문 수만 해도 2005년 60편에서 2007년에는 120여 편으로 급증했다.

2006년 범부처 줄기세포 종합계획 수립 때 세계 7~8위로 진단됐던 국내 연구 수준을 감안하면 최근의 이런 지표들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기초 원천기술에 해당하는 질적인 기술 개발이 미흡하고, 황우석 사태 이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냉소적 분위기, 그리고 정부의 투자의지 약화 등은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재도약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윤리성 등의 문제 극복해야

줄기세포 연구의 잠재성은 줄기세포 자체가 갖는 고유한 특성인 전분화능 혹은 다분화능 만큼이나 무궁무진하다. 현재 이 같은 줄기 세포의 무한한 가능성을 질병치료에 이용하거나 산업적으로 응용하는 연구가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줄기세포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깨닫게 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연구 수준 역시 아직은 높은 편이 아니다. 비록 임상에 적용된 경우가 있다 할지라도 치료 기전의 이해나 표준화 된 프로토콜 확립 등 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실제 줄기세포 이식 때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에 대한 문제, 줄기세포의 유효성 증대 문제, 그리고 세포나 조직을 이식할 때 나타나는 면역 거부 반응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또한 줄기세포 배양 때 나타나는 염색체 이상, 고(高)순도 및 대량 분화를 위한 프로토콜 확립, 그리고 줄기세포를 효과적으로 이식하는 조건의 확립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줄기세포 이식 후 질병의 회복과 이식된 줄기세포와의 관계 기작 규명,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서 사회적 윤리와의 조화 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줄기세포가 곧 질병치료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꾸준한 줄기 세포 연구를 통해 언젠가는 난치병 치료에 희망의 등불을 켤 수 있을 것이다.

글_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 dwkim2@yuhs.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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