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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보조제의 위험한 유혹

미 FDA, 다이어트 보조제에 심장마비 유발 성분 함유 경고

다이어트 보조제 젠 데 슈(Zhen De Shou)의 유튜브 광고는 한편의 익살극에 가깝다. 이 광고에서는 우울했던 비만 소녀들이 점차 날씬해지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유사품에 주의하라는 경고도 덧붙인다.

하지만 이 광고의 이면에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실시한 검사에 따르면 젠 데 슈를 비롯해 총 69종의 다이어트 보조제에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치 않은 약물 성분이 나왔다. 이는 약국에서 다이어트 보조제를 사 가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약물 성분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섭취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다이어트 보조제는 중국, 브라질, 페루 등 해외에서 수입해 유통되는 제품, 그리고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해 제조되는 제품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 검사를 받은 대부분의 다이어트 보조제는 공통적으로 식욕억제제인 시부트라민을 함유하고 있었다. 시부트라민은 뇌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재흡수를 억제시켜 식욕을 떨어뜨리게 하는 약물이다. 당초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하던 중 이 약물을 복용한 환자의 체중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발견돼 장기 비만치료용 처방약으로 개발됐다.

처방약이란 의사가 진단하고 처방해 주는 약을 말하는데, 처방해준 사람에게만 안전한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처방약인 시부트라민을 의사의 진단과 처방 없이도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에 넣는 것은 불법일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행위다. 시부트라민은 혈압과 심박수를 높여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확률이 매우 높은 약물이다.

FDA는 일부 다이어트 보조제에 의사들이 권고한 안전 투여량의 4배나 되는 시부트라민이 함유돼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다.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케임브리지 병원의 내과의사 피터 코헨에 따르면 이 같은 다이어트 보조제가 처방약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한다. 이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사람들은 다이어트 보조제가 원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코헨은 일부 환자들이 심계항진, 즉 지나치게 강한 심장 고동을 일으킨다는 호소를 듣고 이 같은 문제를 처음 알아챘다. 심계항진의 원인은 브라질에서 만든 다이어트 보조제 때문이었다. 검사 결과 이 다이어트 보조제에는 체내에 흡수되면 각성제인 암페타민으로 바뀌는 펜프로포렉스가 함유된 것이 밝혀졌다. 펜프로포렉스는 처방약으로 분류되는 일종의 식욕억제제다.

FDA는 조사를 통해 미국 내에서 승인된 적이 없는 식욕억제제 리모나반트를 함유한 다이어트 보조제도 있음을 알아냈다. 리모나반트는 자살을 유도하고, 암을 일으키는 페놀프타레인을 함유하고 있어 유럽에서도 지난 1999년 판매 금지됐다. 지난해 12월 FDA가 소비자들에게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단 3종의 다이어트 보조제만이 시장에서 리콜됐을 뿐이다. FDA에서 신약 감독 및 내용물의 정확한 표기를 감독하고 있는 마이크 레비에 따르면 현재 FDA는 모든 다이어트 보조제를 검사하고 있다.

또한 제조업체가 자발적으로 다이어트 보조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수거해 검사하고 있다.



의약품의 원료 가운데 60~80%는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일반 의약품인 다이어트 보조제에 어떻게 처방약으로 분류된 약물 성분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일까. 이는 해외에서 수입돼 판매되는 제품은 물론 원료를 도입해 미국에서 제조하는 다이어트 보조제 역시 원료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약전의 수석 과학자 대럴 애버니티는 일반 의약품의 원료 가운데 60~80%는 생산기준이 엄격하지 않은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약전은 FDA에 과학적인 약품검사 기준을 제시하는 곳인데, FDA의 레비는 “중국의 불법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자에게 시부트라민을 넘겨주면 그 연구자는 1주일 내로 역설계를 통해 시부트라민을 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레비는 해외의 제약업체들이 처방약으로 분류된 약물이 섞인 다이어트 보조제 또는 이의 원료를 미국으로 수출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섞는 양이 미약해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 FDA의 조사결과 시부트라민을 함유한 베넘 하이퍼드라이브 3.0, 부메타니드가 함유된 스타캡스 등 미국 제약업체에서 제조 또는 유통시키는 2종의 다이어트 보조제도 문제가 있는 원료를 사용했다. 레비는 미국의 제약업체들이 다이어트 촉진을 위해 의도적으로 그 같은 약물 성분이 들어간 다이어트 보조제를 수입해 유통시키거나 그 같은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FDA의 대응 부재. FDA는 이들 다이어트 보조제가 출시되기 이전에 안전성 및 효능검사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2주 만에 20kg 이상을 감량시킨다는 이들 다이어트 보조제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까지 단속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변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회계감사원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미 의회가 FDA에 더 강한 권한을 주어 제약업체들이 내용물 일체는 물론 보고된 부작용까지 제품 라벨에 표기하게 할 것을 권했다. 사실 현재로서는 누가 다이어트 보조제에 이런 약물 성분을 섞는지 알아낼 방법은 없다. 그리고 누가 범인이건 간에 다이어트 보조제의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다. 다이어트 보조제 속에 함유된 알 수 없는 약물 성분 때문에 살이 빠진다면 다이어트 보조제를 계속 사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이어트 보조제의 투약을 중단하는 순간 다시 체중이 늘어나는데, 이는 비만과 관련해 의사가 직접 처방한 약에서도 나타나는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문제가 됐던 다이어트 보조제 스타캡스의 제품 회수 건을 맡은 뉴욕의 변호사 마크 얼맨은 이를 유통시킨 미국의 제약업체 니키하스켈도 페루의 제약업체에게 속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스타캡스는 페루에서 만들어진 다이어트 보조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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