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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게도 생각이 있다?

“후~, 이 지긋지긋한 파리. 생선장사 10년인데, 어떻게 아직도 파리를 제대로 못 잡는지.” 파리채를 휘두르던 생선가게 주인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 앉았다. 파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갈치들에 꼬여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파리를 잡을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빨리 날지는 않는 것 같은데, 영 잡을 수가 없네.” 생선가게 주인은 딴 곳을 보는 척하다가 갑자기 갈치가 있는 곳을 향해 파리채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

생선가게 주인의 파리채가 파리를 향해 떨어지는 동안 파리는 다리를 앞으로 들었다가 뒤쪽으로 강하게 밀어냈다. 파리가 몸의 각도를 틀어 파리채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속도는 100밀리 초. 1밀리 초는 1,000분의 1초에 불과하다.

파리들은 갈치 위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다. 파리는 걸으면서 먹고 몸치장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파리채가 날아오면 어느 곳으로 날아갈지 재빨리 계산한 다음 행동을 취한다.

또한 이전에 날았던 거리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도 허튼 동작 없이 치밀 하게 움직일 수 있다. 파리들이 앵앵거리며 갈치 위에 서 파티를 즐기는 동안 생선가게 주인은 소득 없이 파리채만 흔들고 있었다.

옆집 과일가게 주인이 말을 건다. “아이고, 오늘 유난히 파리가 들끓네요.”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파리만 들끓으니 속이 상해 죽겠네요.” 생선주인의 대답.

그러자 과일가게 주인은 이렇게 말한다. “파리채라는 게 파리 잡으라고 만든 물건이라도 웬만치 기술이 있지 않으면 잡기 힘들죠. 어찌나 나는 기술이 좋은지 과학자들도 파리 나는 법을 연구한다고 하잖아요.”

“아니, 과학자들이 파리 나는 걸 왜 연구하는데요?”라고 하는 생선가게 주인의 말에 이어지는 과일가게 주인의 말.



“그러게요. 우리에게는 잡아 없애고만 싶은 파리지만 과학자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질 않나 봐요. 파리 같은 로봇을 개발하는 게 대단한 일이라고 합니다. 헬리콥터 같은 거 생각해보면 뜨고 내릴 때 대단히 요란하죠? 파리나 벌처럼 빠르고 사뿐하게 뜨고 내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 기술을 가진 비행로봇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한대요. 실종자 수색이니 군사용 정보수집이니 쓸모가 얼마나 많겠어요.”

“나는 그런 기술 다 필요 없으니 파리만 쫓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라는 생선가게 주인의 말에 과일가게 주인은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대답한다.

“하하, 파리가 재빨리 도망치는 기술, 실은 이게 제일 대단한 거죠. 파리만큼 날다가 재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생명체가 없답니다. 수컷 파리는 마음에 드는 암컷 파리가 조금이라도 비행 궤적을 변경하면 0.03초 내에 비행 자세를 수정해 암컷을 따라갑니다. 정말 빠르죠. 우리가 파리채를 들어 올릴 때 파리는 벌써 날개를 움직이고 있다고 해요. 파리가 눈으로 보면 몸은 이미 달아나고 있는 셈이죠. 얼마나 두뇌가 빠르고 치밀한지 몰라요.”

그렇다면 파리를 잡을 방법이 없느냐는 생선가게 주인의 질문에 과일가게 주인은 “설마 그럴 리야 있겠습니 까. 단지 어렵다는 얘기죠. 파리가 워낙 빨리 움직이니까 파리가 있는 곳을 파리채로 내려치는 것보다는 도망갈 걸로 예상되는 곳을 치는 게 조금 더 효과적이겠네요”라고 말한다.

파리들은 생선가게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앵앵거리며 생선 위에 앉았다 날아 올랐다하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파리는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파리를 영어로 플라이(fly)라고 한다네. ‘날다’라는 뜻의 플라이(fly)와 철자도 같지. 나는 걸로는 우리를 따라잡기 힘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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