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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사와 악마’에 등장하는 반물질의 실체와 위력

최근 개봉한 영화 ‘천사와 악마’에는 반물질(反物質) 폭탄으로 바티칸을 폭파시키려는 테러리스트가 등장한다. 반물질은 보통의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인 양성자·중성자·전자의 반대되는 입자, 즉 반양성자·반중성자·양전자로 구성된 물질을 말한다.

이론상 반물질이 쌍소멸하면 투입되는 질량의 430억 배에 달하는 에너지가 나온다.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면 그만큼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것도 없다. 하지만 입자가속기를 통해 반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며, 얻어낼 수 있는 양도 극히 적다. 이 때문에 NASA에서는 목성 등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반물질을 채집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천사와 악마’에는 자못 흥미진진한 소재가 나온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거대강입 자가속기로 만든 반물질(反物質)이 바로 그것. 일루미나티(Illuminati) 소속의 테러리 스트가 카톨릭 교회에 복수하기 위해 이것으로 바티칸을 폭파해 버리려고 한다는 설정이다.

흔히 광명회(光明會)로 번역되는 일루미나티는 지난 1776년 예수회 회원이자 독일 바이에른에 있던 잉골슈타트 대학의 평신도 교수 아담 바이스하우프트에 의해 설립된 비밀 결사단체다. 라틴어로 ‘계몽하다’ 또는 ‘밝히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스스로를 ‘완성을 추구하는 이들’이라고 칭했던 이 단체의 회원들은 유럽 여러 국가 에 침투해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게 아마추어 역사가들의 주장이다.

일루미나티는 현재 합법적인 단체이기는 하지만 권력 뒤에 숨은 그림자 세력으로 각 나라의 정부와 기업 정세를 살피며 세계를 지배하려드는 음모조직으로 묘사되곤 한다. 물론 과학기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반물질인데, 영화에서 다룬 반물질 관련 지식은 잘못된 것이 많다. 반물질은 과연 무엇이고, 만일 실용화된다면 어떤 위력이 있을까.

반물질의 존재 알아낸 디랙

반물질에 대해 알아보려면 어떻게 그것의 존재를 인지하게 됐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반물질은 보통의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인 양성자·중성자·전자의 반대되는 입자, 즉 반양성자·반중성자·양전자로 구성된 물질을 말한다. 반물질의 존재를 처음 알아챈 것은 입자 물리학 분야였다.

아인슈타인이 빛의 속도에서는 시간이나 공간도 상대적이라는 골자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이후 입자물리 학계에서는 원자핵에 대한 연구가 러시를 이뤘다.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중성자· 전자 등의 입자를 상대성 이론, 더 나가서는 빛의 속도라는 화두에 결부시키기 위해 애를 쓴 것.

특히 전자가 빛의 속도를 내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운동하는 전자의 에너지를 설명하려고 도전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영국의 과학자 폴 디랙이다. 그가 전자의 에너지를 설명하기 위해 1928년 만든 방정식이 바로 디랙의 방정식이다. 그런데 디랙의 방정식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전자의 에너지를 나타내는 해(解)에 양(陽)의 해도 있고 음(陰)의 해도 있었던 것.

알기 쉽게 말하자면 ‘면적이 100m²인 정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는 얼마인가?’ 라는 물음에 10m와 -10m가 수학적으로는 모두 정답인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도 -10m라는 개념을 꿈이라도 꿀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전자의 에너지가 마이너스라고 하면 일반인들로서는 감히 짐작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수학은 과학의 언어다. 수학적으로 타당한 과정을 거쳐 얻어진 가설이라면 실험을 통해 잘못됐음이 증명되거나 반대의 사례가 나오지 않는 한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때부터 에너지가 마이너스인 양전자의 존재를 상정했다.

원래 전자는 음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에 그 반대라면 양의 전하를 가진 전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양전자의 존재가 실제 입증된 것은 불과 4년 후인 1932년 미국의 과학자 칼 데이비드 앤더슨에 의해서다.

그는 전리방사능 입자를 탐지하는 실험 장비인 윌슨 챔버를 사용해 우주선(宇宙 線)을 관측하던 도중 전자와 동일한 질량을 가졌지만 전하는 반대인 양전자의 궤적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를 사진으로 남겼다.

즉 강한 에너지를 가진 감마선 두 줄이 적절한 환경에서 상호작용을 일으켜 전자-양전자의 쌍이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에너지가 물질로 바뀌는 이 같은 탄생과정을 쌍생성이라고 한다.

이로써 전자의 반물질인 양전자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또한 프랑스의 졸리오퀴리 부부가 만들어 낸 방사능 원소 중 여러 가지는 붕괴하면서 전자 대신 양전자를 방출했다. 졸리오퀴리는 프랑스의 물리학자로 퀴리 부부의 장녀다. J. F. 졸리오와 결혼한 후 공동연구를 통해 보테 베카의 방사선, γ선에 의한 음양 전자쌍생성, 인공방사능의 발견 등 뛰어난 성과를 올려 1935년 남편과 함께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반물질, 즉 반입자의 세계를 더욱 잘 보여준 것은 바로 입자가속기였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두개의 양자를 쏘아 충돌시키는 이 장치는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을 작은 스케일로나마 재현하기 위한 것이다.

두개의 양자가 빛의 속도로 충돌하면 무수한 종류의 입자가 나온다. 그 중에는 반양성자, 반중성자 등 원자를 이루는 입자들의 반입자도 있다. 원자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에 모두 반입자가 있다면 반원자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에서는 양전자와 반양성자를 입자가속기로 생성한 후 적절한 온도와 밀도에서 이것들을 섞어 놓고 결합하기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9개의 수소 반원자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반원자가 있다면 반원자로 이루어진 반물질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반물질과 물질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상호공존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입자가속기를 통해 극미량의 반물질을 만들어냈지만 물질과 만나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모든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는, 즉 쌍생성의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 쌍소멸 과정을 거쳐 사라져 버린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에서 만들어낸 수소 반원자도 생성된 지 불과 40나노초, 즉 1억분의 4초 만에 일반 원자와 만나 소멸돼 버렸다. 소멸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단지 빛과 감마선만 나올 뿐이다.

에너지원으로서의 반물질 위력

쌍생성은 에너지로 인해 물질과 반물질이 생겨나는 것을 말하고, 쌍소멸은 물질과 반 물질이 서로 만나면서 에너지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물질과 에너지의 함수관계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공식이 있다. 바로 아인슈타인이 말한 질량-에너지 동등성에 관한 유명한 공식 E=mc²이다.

여기에서 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광속을 의미한다. 즉 물체가 가지고 있는 전체 에너 지는 물체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만큼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쌍소멸 과정을 통해 생기는 에너지는 물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전부’라는 것. 이것은 얼마만한 에너지일까.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위의 공식을 가지고 간단한 계산을 해 보면 된다. 1g의 반물질이 1g의 물질과 만나 쌍소멸을 일으킬 경우 반물질과 물질을 합쳐 투입된 총 질량은 2g이다. 그리고 광속은 초속 30만km. 물론 정확히 30만km는 아니고 29만9,792.458km지만 계산 편의상 30만 km라고 가정한다.

에너지를 줄(J)로 계산할 때 질량은 kg, 속도는 초당미터(m/s)로 한다. 이를 적용 하면 2*10.³kg*(3*10 )²m/s이며, 이를 계산하면 1.8*10¹⁴J이라는 에너지가 나온다.

TNT 1,000톤이 폭발할 때 나오는 에너지가 4.184*10¹²J인 만큼 결국 1g씩의 물질과 반물질이 쌍소멸을 일으켜 발생시키는 에너지는 대략 TNT 4만3,000톤의 폭발력에 해 당한다.

이 정도면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의 2배가 좀 넘는 위력이다. 영화 천사와 악마의 대사 속에서도 도난 당한 반물질 0.25g이 TNT 5,000톤의 위력 과 맞먹는다고 했는데, 이는 쌍소멸을 할 때 같이 없어지는 물질의 에너지를 무시하고 반물질 자체가 갖고 있는 에너지로만 본다면 거의 정확한 수치다.

이론상 반물질이 쌍소멸하면 투입된 질량의 430억 배에 달하는 에너지가 나온다 는 얘기다. 430배도 아니고 430억 배라면 에너지원으로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이상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천사와 악마 이외에도 여러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반물질을 동력원, 또는 살상 무기로 많이 등장시켰다.

대표적인 예가 반물질을 우주선의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영화 ‘스타트랙’이다. 만약 반물질의 실용화에 성공한다면 일반적인 로켓 엔진의 100억 배의 힘을 가진 엔진을 만들 수 있으며, 그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행성 간 여행을 할 수도 있다.

반물질의 에너지화에 따르는 난제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다. 이 이론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훌륭한 에너지원이 되려면 가격이 싸야 한다. 그런데 반물질은 인간이 얻어낼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고가의 물질이다.

1g의 반물질을 얻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62조 5,000억 달러다. 이는 엄청나게 비싼 장비인 입자가속기를 가동시켜야 간신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돈이면 1조 배럴 이상의 원유를 구입할 수 있다.

입자가속기를 돌리는 비용이 비싸다고 할지라도 가동하는 만큼 나와 주면 다행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반물질의 양이 처절할 만큼 적다는 얘기다. 지난 2002년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수소 반원자 1만개를 생산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반물질로 자동차를 움직인다면 2억분의 1cm를 움직일까 말까다. 영화에서처럼 g단위의 반물질 생산이 이루어진다면 학계뿐 아니라 언론에 대서특필될 것이다. 실제 인류가 입자가속기로 만들어낸 반물질의 양은 100경분의 1g도 될까 말까할 수준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이렇게 만든 반물질을 둘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 반물질은 물질에 닿으면 곧장 소멸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식 가운데 하나가 자기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전하를 띤 반입자, 즉 양전자와 반양성자의 경우 고도의 진공상태를 유지하고 강력한 자기장을 걸면 반물질을 진공 속에 띄워놓아 물질과 접촉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전하를 띠고 있지 않은 반원자의 경우라면 자기장을 걸어도 그 속에 가두어 둘 수 없다. 따라서 반원자 이상의 반물질은 보관할 수 없고, 반원자를 만들어야 하 는 순간까지 양전자와 반양성자를 다른 용기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합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고 해도 치명적이고 본질적인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 바로 질량-에너지 동등성 공식에 의거, 반물질을 만들려면 그 반물질이 내는 에너지와 동등한 수준의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만드는 반물질의 질량이 높아질수록 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에너지원으로서는 경제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면 불과 300톤의 반물질을 얻으려고 할 때 지금보다 반물질 생산효율을 1 만 배 높인다고 하더라도 원자력발전소가 30억년 동안 생산하는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반물질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내연기관, 발전기, 무기 등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량의 100%를 모두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반물질은 과학자 들을 크게 매료시키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 (NASA)의 첨단개념연구 등에서는 지금처럼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입자가속기 대신 지구의 반알렌대나 태양계의 목성 등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반물질을 ‘채집’하는 방식으로 반물질 제조단가를 낮추는 방식도 구상하고 있다. 만약 반물질을 저렴하고 안전하게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법이 등장한다면 그것은 불, 전기, 원자력의 발견에 이어 인류의 에너지 역사에 길이 남을 발견이 될 것이다.

영화대로라면 바티칸 사라졌을 수도

영화 끝 부분에 패트릭 맥키나 궁무처장은 반물질을 담은 자기장 트랩의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자 헬리콥터에 싣고 높이 올라가 공중폭발, 바티칸을 구한다. 그런데 실제 상황에서 그랬다면 어떻게 됐을까. 실제 상황이었다면 바티칸은 물론 로마 시내까지 쑥대밭이 됐을 것이다.

궁무처장이 탄 벨222 헬리콥터의 잔여시간(5분 이하)과 헬리콥터 상승률(8m/s)을 전제로 하면 아마 고도 2.4km도 못 올라가서 폭발했을 것이다. 그리고 핵무기는 지면에서 폭발하는 것보다 공중에서 폭발할 때 파괴력이 극대화된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리틀 보이도 580m의 높이에서 폭발했다.

한마디로 영화에 나온 상황은 고도 2.4km 이하 상공에서 약 10킬로톤 수준의 핵무기가 폭발한 것이다. 리틀 보이가 8 만명을 즉사시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면적 0.44km², 인구 900명의 바티칸을 모조리 불태워 지도상에서 지워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인체에 극히 유해하고 유전자 파괴를 일으키는 감마선까지 쏟아져 내렸을 것이다.

반물질을 만들려면 그 반물질이 내는 에너지와 동등한 수준의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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