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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무하 한국식품연구원장

한국식품연구원은 이무하 원장에게 고향과 같은 존재다. 지난 1988년 창립 당시 이 원장이 몸담고 있었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물공학부가 식품연구원의 한 축이 되면서 창립 멤버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 20년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와 학장을 거치며 후학 양성에 힘썼던 이 원장은 이제 다시 연구소의 수장으로 돌아와 건강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대담=정구영 편집장

Q. 일반인들에게 식품연구원의 존재는 다소 익숙하지 않은데?

식품연구원이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 산하기관으로 출범했던 탓에 일반 국민보다는 주로 농어민을 위한 연구가 주축이 됐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최종 결과물을 소비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그 역할과 성과, 가치를 피부로 실감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입니다.

또한 얼마 전까지 사회적으로 식품연구를 과학기술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식품은 단순히 생존의 조건이 아님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고 건강한 삶, 질 높은 삶을 위한 식품 과학의 중요성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Q.최근 식품과학 연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5조원을 투자, 농어업과 식품산업을 연계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달 초에는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 한다는 목표로 민·관 합동의 한식세계화추진단이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식품연구의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수의 연구기관들이 앞다투어 식품연구에 뛰어들면서 국가 전체를 포괄하는 체계화·일원화된 연구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연구기관별 과열 경 쟁과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조정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Q. 한식 세계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한식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문화의 상징이며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산업의 하나입니다. 특히 한식은 나물 위주의 채식 식단, 습식 조리법, 발효 식품 등 현재 세계 식품소비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건강식품, 웰빙 푸드, 슬로우 푸드에 모두 부합하는 음식입니다.

건강 지향적인 콘셉트와 음식 이외의 전통문화 요소를 결합하고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전략상품을 개발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Q.우주식품으로서 전통식품의 가치는 어떻 습니까?

식품연구원은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전통식품의 우주식품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연방우주청으로부터 김치, 고추장, 된장국, 밥, 녹차, 홍삼차 등 6종을 우주식품으로 공식 인증 받는 성과도 올렸습니다.

이 우주식품은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직접 섭취했는데 외관, 냄새, 맛, 조직감 등에서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식품연구원은 현재 불고기·비빔밥 등 신규 우주식품 10종을 추가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6월 이후 러시아의 유인 화성탐사 프로젝트인 ‘Mars 500 Projects’ 모의실험에 이 식품을 제공하기 위해 러시아 연방우주청 산하 생의학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최근 식품 분야에도 친환경 연구 바람이 불고 있는데?

식품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산업인 반면 생산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17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이는 자동차가 80km 주행했을 때 발생되는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식품연구원은 크게 3가지로 압축해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농업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 매스 신재생에너지 개발, 식품공정의 에너지 사용량 절감 기술 개발, 그리고 유통 과정에서 농식품의 손실을 줄여 화석연료 사용량을 낮추는 기술이 그것입니다.

Q. 퇴임 전 이루고픈 목표가 있다면?

대외적으로는 ‘식탁에서 농장으로’라는 가치를 국내에 실현하고 싶습니다. 연초 미래기획 위원회에서 국가식품시스템을 재편하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논의가 계속 진전된다면 이를 반영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입니다.

내적으로는 미래식품 측면에서 장수식품을 어린이식품과 연계하는 연구를 시스템화 하고자 합니다. 현재 장수식품은 성인들을 위한 일종의 보약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식품을 섭취하게 되면 별도의 보약이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어린이식품의 토대 위에 장수식품이 연계된다면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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