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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학 강의의 온라인 개방학습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심지어는 북극권에서도 미국 명문대학의 강의를 공짜로 들을 수 있다. MIT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무료 온라인 강좌 개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코스웨어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독학생들에게 값비싼 등록금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대학을 졸업한지 오래된 사람들에게도 평생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각 대학이 제공하는 온라인 강의를 듣기 원하는 사람은 오픈코스웨어 사이트를 검색하거나 아이팟 및 유튜브를 통해 강의 내용을 내려 받을 수 있다. 물론 온라인 강의, 거기에다 무료라는 말은 내용이 어렵거나 의문이 있어도 질문은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물리학처럼 난해한 과목을 공부하기는 어렵다. 온라인 강의가 교실이나 실험실에서의 경험을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가이자 파퓰러사이언스 객원기자인 조시 딘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딘은 나이 35세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물리학 강의를 처음 들었는데, 교수의 이름은 월터 르윈이었다.

그는 MIT에서 가장 존경받는 교수 가운데 한 사람으로 스포츠 샌들인 테바 샌들을 신고 학생들 앞에서 편안하게 벡터를 도식화했다. 벡터란 크기와 방향을 가지고 있는 물리량을 말한다.

물론 딘이 MIT에 직접 가서 르윈 교수의 강의를 들은 것은 아니다. 딘은 르윈 교수의 강의 내용을 담은 인터넷 동영상을 집 뒷마당에 앉아 편안하게 시청했을 뿐이다. 게다가 교수와 마찬가지로 샌들을 신고서. 물론 테바 샌들보다는 좀 더 흔한 샌들이었지만. 르윈 교수는 MIT 오픈코스웨어(OCW; OpenCourseWare) 프로그램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오픈코스웨어란 이 대학의 거의 모든 강좌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다.

그는 열정적으로 가르친다. 때로는 인간진자를 만들거나 유리판 위에 골프공을 던지는 등 묘기도 부린다. 이 덕분에 전 세계의 물리학 팬들은 그의 강의를 경쟁적으로 다운로드 받으며, 뉴욕 타임스는 1면에 온라인 개방학습 시대를 연 선구자로 그를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르윈 교수의 팬들은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받는 첫 주자가 됐다. 이들은 미국의 명문대학은 물론 박물관, 비영리기구 등에서 제공하는 강의 내용을 방대하게 쌓아놓고 공부를 한다.

왜 3만8,000달러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지도 않고, 더욱이 그 대학에서 학점을 딸 일도 없는 사람들이 그 같은 교육을 받으려는 것일까. 우선 오픈코스웨어는 맞춤형 엘리트 교육을 제공한다. 다른 대학의 학생들도 르윈 교수 같은 사람을 스승으로 삼아 공부하고 싶어 할 정도다. 실제 MIT의 오픈코스웨어 이용자 가운데 32%는 다른 대학 학생이다.

고등학교 물리교사들도 르윈 교수의 강의를 듣고 열역학 법칙을 복습할 수 있으며, 다양한 교수법을 익힘으로써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다. 공학자라면 MIT의 상급 학생들을 위한 시험을 봄으로써 자신이 알아야 하지만 몰랐던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고, 그것들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딘과 같은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평범한 의문은 어쩔 수 없다. 도대체 MIT의 교육은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근 10년 넘게 학교를 떠나있던 딘 같은 사람들이 과연 젊은 영재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 딘은 MIT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교육기관에 파트타임 학생으로 등록했다. 정규수업을 흉내내기 위해 과학강좌와 언어강좌, 심지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강좌까지 수강했다. 그리고 그 외에 무수한 강좌를 수강했다. 딘은 한 달 동안 이런 준(準) 정규적인 스케줄과 무수한 의무를 소화하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오픈코스웨어 프로그램의 탄생 배경

MIT의 오픈코스웨어 프로그램은 지난 2000년 다음 2가지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교수위원회가 소집되면서 태동했다. 우선 인터넷이 교육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그리고 MIT는 그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게 바로 그것.

현재 360만 달러의 예산을 쓰는 오픈코스웨어 프로그램의 대변인 스티브 카슨은 “처음에는 영리목적으로 원격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했었다”며 “하지만 그런 모델은 아무리 생각해봤자 답이 나오지 않았다” 고 말했다.

문제는 MIT 자체의 속성에 있었다. 폐쇄적인 교육기관인 MIT는 지원자의 12%만 선발해 입학자격을 준다. 이 학생들이 받는 교육보다 질이 떨어지는 교육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온라인에서 유료로 실시하고 학점을 주면 MIT의 명성을 깎아먹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MIT는 정확히 그 반대로 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배우는 것과 똑같은 것을 무료로 개방하는 것이다. 다만 누구에게도 학점이나 학위는 주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학교의 이미지 관리에는 엄청난 효과가 있으며, MIT 재학생들에게도 엄청난 정보의 보고가 될 수 있다. 카슨의 표현을 빌자면 ‘MIT인들을 위한 위키피디아’가 만들 어지는 것이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사용자 참여의 온라인 백과사전.

또한 전 세계에 MIT의 교육 수준이 어떤지 알릴 수도 있다. MIT의 일본어학과 교수인 미야가와 시게루는 교수위원회의 핵심 멤버 중 한 사람으로 이 프로그램을 이상주의적 관점에서 이야기했다. “우리 학교가 이런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요? 사람들이 지식을 공유하면 그만큼 지식이 확산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MIT는 정말로 이 같은 일을 저질러 버렸다. 오픈코스웨어는 지난 2002년 50개 강좌를 보유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방송을 시작했다.

5년 후에는 1,800개의 강좌가 개설됐으며, 현재는 250개의 대학들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 대학은 MIT가 다른 대학들도 자신들의 선례를 따르게 하기 위해 만든 오픈코스웨어 컨소시엄을 통해 공개강좌를 열고 있다.

MIT는 5,600만 명이 오픈코스웨어 또는 6개 통역 사이트를 통해 강좌를 수강했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오픈코스웨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200개 이상 교육기관의 접속 수는 올 1·4분기만 해도 1,570만 건에 달했다.

애플은 강의 내용을 음성 및 영상으로 내보내주는 아이 튠 U를 선보였으며, 유튜브 역시 유튜브 EDU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MIT를 뛰어넘어 아카데믹 어스, 구글 코드 유니버시티 등 수천 개의 무료 및 유료 사이트들이 스웨덴어부터 태양전지 제작 및 작동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카데믹 어스는 학자와 지식인들의 강의 정보 교환센터다.

정말 뭐든지 풍요롭고 넘쳐나는 세상이 아닐 수 없다. 이 교육의 토끼 굴속에 한번 빠져들면 몇 주 후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나고 퀭한 눈을 한, 어느 파티에서도 끼워주지 않는 아웃사이더가 돼 나올지도 모른다. 또는 자신이 생각만큼 똑똑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오픈코스웨어 방식의 교육이 갖는 한계

인터넷 동영상에서 르윈 교수의 말이 이어진다. “물리학에서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 아주 큰 것까지 다룹니다.” 그는 주름진 카키색 건빵바지와 헐렁한 청색 옥스퍼드 상의를 입고 유럽 어느 동네인지 불분명한 억양의 영어를 구사했다. 실제 그는 네덜란드 사람인데, 마치 제임스 본드를 돕는 천재 과학자 같았다.

르윈 교수는 인치와 파운드를 사용하는 미국식 도량형을 ‘극도로 미개한 것’으로 매도하면서 강의에서는 미터법을 기본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영화 ‘10의 힘(Powers of Ten)’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순간 딘의 컴퓨터 스크린은 시커멓게 변하고 저작권 때문에 이 영화는 오픈코스웨어에서 보여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실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이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수강생은 저작권에 따른 제약을 받는 것.

이미 첫날부터 딘은 오픈코스웨어 교육방식의 엄청난 한계에 부딪친 셈이다. MIT를 비롯한 모든 대학은 저작권을 가진 것, 즉 영화나 교과서 등을 오픈코스웨어에 사용할 수 없다.

그나마 영화의 경우라면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유튜브에 가서 레이 임즈와 찰스 임즈가 지난 1977년에 만든, 우주 속 물체의 상대적 크기를 보여주는 약간 오래되고 몽환적인 영화 10의 힘을 보면 그뿐이다. 하지만 교과서의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엄청난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딘은 이 강좌를 완벽히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존닷컴에 가서 교과서를 구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엄청난 문제가 생겼다.

딘에게는 대학 첫 학기를 보내는 신입생만큼의 수학 및 물리학 지식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 지식의 부재를 메워줄 자료도 없었다. 따라서 르윈 교수가 칠판에 갈겨 적는 내용을 이해할 어떤 보조수단도 없는 셈이었다. 게다가 딘은 르윈 교수에게 어떤 질문도 할 수 없었다. 실제 교실에서 강의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딘은 한동안 매달렸다. 한 주 동안 르윈 교수의 50분짜리 강의 3편을 시청한 것. 하지만 제대로 알아들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의 유명한 묘기는 분명 재미있었다. 하지만 매 시간 강의를 끝낼 무렵 노트에 필기한 내용을 보니 그 내용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트 필기 내용은 차라리 고대 상형문자에 가까웠다.

아주 오래간만에 수업에서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노트에 낙서를 하면서 시계를 보았다. 시간을 때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진도를 나가는 게 두려워졌다. 그리고 마이애미 국제공항의 출국 라운지에서 르윈 교수가 “다음에는 좀 더 어려운 부분인 벡터 곱셈을 다루게 될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듣자 딘은 강의를 그만 듣기로 결정했다.







실험적인 대안형 대학원 교육

하지만 딘은 2가지 이유로 고등수학을 익히지 못한 데 따른 죄책감을 떨쳐버렸다. 첫 번째 이유는 오픈코스웨어 수강이 실제 대학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낙제에 따르는 당혹감이나 안 좋은 결과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창피함을 느끼며 대학 행정실로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것. 그리고 르윈 교수가 자신을 보고 싶어 할 일도 없다.

두 번째로 딘은 물리학 강좌 수강 말고도 하루에 2가지 이상의 언어를 배울 수 있었다. 딘은 온라인 외국어 강좌를 찾아다닌 끝에 BYKI(알기 전에라는 뜻의 Before You Know It의 약자)에서 실시하는 루마니아어 강좌를 찾아냈다.

이곳은 유료 사이트지만 방대한 양의 무료 강좌를 갖추고 있으며, 그 중에는 다운로드 가능한 팝업 플래시 카드 프로그램을 사용해 어휘와 기본어법을 배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 요약판도 있다.

이는 소비자들을 매혹시켜 최대 70달러를 내고 풀 버전 소프트웨어를 사게끔 만드는 일종의 미끼다. 게다가 무료 소프트웨어는 루마니아 여행을 가라고 끊임없이 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딘은 루마니아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딘은 그저 제5의 로망스어를 배우고 싶을 뿐이었다. 로망스어란 라틴어의 일종. 로마제국의 붕괴 후 옛 제국 영역 내의 각지에서 변천을 거듭하다가 중세에 이르러 다시 탄생과 성장의 길을 밟아 이루어진 근대어의 총칭이다. 사실 딘은 루마니아어가 전혀 쓰이지 않는 나라인 에콰도르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짜고 있었다.

5일이 흐른 어느 날 에콰도르 키토의 곰팡내 나는 침대 시트에 누워 딘은 이 프로그램의 직관적인 시스템을 사용, 루마니아어로 1에서 10까지 세는 방법을 3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배웠다.

처음에는 영어와 루마니아어로 숫자를 읽는다. 다음에는 영어와 루마니아어로 숫자를 적는다. 이 프로그램은 자체 오류 수정 기능을 갖추고 있다. 다시 말해 학습자가 실수한 단어에 높은 우선순위를 매겨 학습자가 제대로 익혔다고 판단될 때까지 그 단어가 자주 나오게 하는 것이다. 효과는 있었다. 잘 시간이 되기 전에 딘은 루마니아어로 전화번호를 쓸 수 있게 됐다.

사실 이런 방식의 자가 학습은 매우 흔하다. MIT의 발표에 따르면 오픈코스웨어 이용자 가운데 61%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 산다고 한다. 이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동아시아로 무려 22%나 된다.

오픈코스웨어 프로그램의 대변인 스티브 카슨은 인도네시아, 이란, 아일랜드, 나이지리아, 세인트루시아 등의 학생, 교육자, 독학자들의 이용사례 연구를 딘에게 주었다.

우선 앤 구엔과 앨리슨 콜이라는 두 여학생의 사례를 보자. 구엔은 매사추세츠의 앰허스트 대학, 콜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내피어 대학을 나왔다.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이 여학생들은 올 여름 인도에 가서 저렴하게 생활하면서 원대한 실험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 실험이란 오픈코스웨어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각종 강좌를 가지고 대안형 대학원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궁극적인 유학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강의가 이루어지는 실제 장소에서 아주 멀리 떨어지기는 했지만 연구 주제인 환경공학에 관련된 일을 접할 기회가 아주 풍부한 장소에서 대학원 과정의 수업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콜은 이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자신과 구엔은 여러 의문, 그 중에서도 교육기관의 울타리 밖에서 개인이 뛰어난 학술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에 해답을 찾고 싶었다고 말 했다.

콜의 말이다. “저는 뼛속까지 학자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공부를 계속할수록 빚만 늘어갈 뿐이며, 경제능력을 깎아먹고, 가족들에게 실망만 안겨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녀와 구엔은 MIT 오픈코스웨어의 수질화학 등 강의 내용을 응용해 황무지 복원을 연구하는 프로그램을 짰다. 황무지 복원은 인도에서 주목받는 연구 주제며, 미국으로 귀국한 후 취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녀들은 생각했다. 물론 각 회사의 인사 담당자들이 이 같은 교육 형태를 어떻게 평가할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콜과 구엔이 오픈코스웨어를 대안형 대학원 교육의 기반으로 생각한 최초의 독학자들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녀들만큼 지독한 독학자는 또 있었다.

어느 날 오후 오픈코스웨어 교육에 만족한 사람을 찾는다는 딘의 질문에 대답해 온 디바니의 본명은 이네스 루니로 34살 먹은 음악회사 중역이다. 그녀는 부업으로 라틴 음악의 영향을 받은 힙합, 특히 레게 톤 스타일의 곡을 작곡한다.

루니는 우르두어, 벵갈어, 북경어 등 12개 언어를 독학했다. 그리고 레코드를 제작하며 아이를 키우고, 남는 시간을 오픈코스웨어에 퍼부어 언어·문화·문학·경제·금융 등의 강의를 들었다. 그녀가 들은 강좌의 수는 약 80개 이상이다.

그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박사학위를 취득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학점은 하나도 받지 못했지만.” 루니의 말이 옳다. 이런 대안형 학습으로는 학위를 얻지 못한다.

카슨이 지적했다시피 어느 누가 만든 텍스트와 동영상도 진짜 MIT 교육의 대체재는 될 수 없다. 카네기 멜론, 노틀담, 기타 대학도 마찬가지다. 연구실을 사용할 수 없고 대학을 이끌어가는 교수와 대화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인터넷 교육도 다른 공개소스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진화하고 있다. 카슨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MIT 콘텐츠를 중심으로 모인 여러 그룹이 있습니다. 학위는 원하지 않지만 콘텐츠를 원하는 독학자라면 오픈코스웨어에 가서 그룹을 결성할 수 있습니다.”

오픈코스웨어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교수 또는 동료 수강생과의 접촉이 제한된 독학 코스이기 때문에 학습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종의 커뮤니티 서비스인 야후를 사용해 같은 과목을 수강하는 네티즌끼리 인터넷상에서 만나 지식을 공유하고 학습 효율을 증진시킬 수 있다. 딘도 이 같은 그룹을 이용할 수 있었다.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법

물리학에서의 실패에서 깨어난 딘은 3개의 MIT 생물학 강의를 들었다. 온라인 개방학습 시대의 효율성에 대한 실험에 들어선지 2주차 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딘은 더욱 쉽고 실용적인 과학 강의를 찾아다녔다. 딘은 화학자 패트리샤 크리스티가 주최하는 세미나를 찾아냈다. 그녀는 MIT 실험연구 그룹의 강사였다.

‘주방화학’ 강좌 설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요리는 아마도 가장 오래되고 대중적인 응용화학일 것입니다. 그리고 요리법은 아마도 가장 오래된 화학연구의 실용적 결과물일 것입니다.” 이 같은 말은 완벽하게 보였다. 이 강좌에 동영상 및 음성 강의가 없다는 결점이 보일 때까지는.

딘은 경악에 빠져 카슨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안 좋은 소식을 전했다. 오픈코스웨어 강좌 중 단 79개만이 동영상 강의를 지원하고 있으며, 그 외에 음성 강의만을 지원하는 강좌는 22개였다.

딘이 고른 프로그램은 인쇄물 기반 강좌였으며, 교수의 요청이 있어야만 동영상이 추가된다. 더 중요한 사실도 있다. 이것은 실험실에서 강의해야 하는 내용이었지만 실험실을 쓸 수가 없었던 것.

하지만 딘은 어떻게든 그 과정을 따라가기로 했다. 빵에 대한 강의 를 들으려면 가장 오래된 산업용 생물 작용제인 효모의 과학에 대해 조사해야 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딘은 오후 내내 제빵학을 배우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효모는 생화학적 원리를 이용해 살아 숨쉰다. 딘은 실제 연구실에서 실험하는 학생들처럼 효모 풍선을 만들어 그 과정을 실험했다. 딘은 효모와 설탕, 물을 병 안에 넣고 섞은 다음 거기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병 주둥이에 묶은 풍선을 부풀리는 장면을 보았다.

아마추어 수준의 과학이지만 어쨌든 과학은 과학이다. 그리고 딘은 유용한 지식을 얻었다. 유대교 안식일에 먹는 흰 빵 할라를 만들어 토스트 매니아인 여자친구에게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는 할라야말로 1년 동안 먹은 모든 빵 중에서 최고라고 하는 사람이다.

딘은 주방화학 강좌의 다른 강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험 마지막 주에 딘은 더욱 부드러운 팬케이크를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처음으로 스튜와 파이, 그리고 부드러운 레몬 치즈도 만들었다.

무엇보다 딘은 이 같은 자발적 학습 덕분에 음식 실력을 높일 수 있었다. 루마니아어 학습도 성공적이었다. 한 달간의 실험 기간 중 마지막 주에 딘은 상상 속의 부쿠레슈티에서 사람들에게 환영인사를 건넬 수 있게 됐고, 양배추 값을 10레이에서 5레이로 깎을 수 있게 됐다. 레이는 루마니아의 화폐 단위.

그리고 독수리를 포함한 16종의 동물 이름도 루마니아어로 알게 됐다. 놀랍게도 독수리를 지칭하는 루마니아어 단어는 영어 단어와 거의 비슷했다. 컴퓨터공학에 대한 도전 결과는 물리학보다는 나은 편이었지만 역시 실패였다.

딘은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을 작성해 보겠다는 웅대한 포부를 품고 도전했지만 마음에 둔 스탠퍼드 대학의 강좌를 들으려면 C언어 구사가 가능하고, 106B 또는 X등급 이상의 프로그램 경험자여야 했다. C언어란 벨연구소에서 지난 1971년부터 설계·개발한 것으로 시스템 기술용의 프로그래밍 언어다.

하지만 딘은 이게 뭔 소리인지도 몰랐고 결국 마음을 고쳐먹었다. 딘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강좌를 찾으러 두 주를 보낸 후 오래된 기초적 프로그래밍 언어인 로고를 배우기로 했다. 로고는 애들은 물론 딘도 배울 만큼 간단한 언어다.

딘은 인터넷 게시판에 적힌 글을 보고 관대한 영국인이 운영하는 로고 강의를 듣기로 했다. 딘은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은 후 몇 분 내에 첫 번째 강의를 다 뗐다.

강의 내용은 간단한 명령어를 사용해 스크린 속의 작은 거북이에게 갈 길을 지시하는 것이다. 딘은 로고를 사용해 사각형, 삼각형을 만들고 두 도형을 합칠 수도 있게 됐다. 또한 로고를 사용해 더하기 같은 간단한 것에서부터 삼각함수 같은 복잡한 것에 이르는 각종 방정식도 풀 수 있게 됐다.

여러 과정을 배우고 나니 프로그램을 통해 말소리를 낼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아 강의 계획서 한 귀퉁이에 적힌 ‘데이터 유형과 값’, ‘흐름 제어’ 같은 말들을 보니 자괴감이 느껴졌다. 손을 들고 이게 뭔지 설명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제2강과 제3강을 듣고 나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후 딘은 루마니아어를 포함한 모든 오픈코스웨어 학습을 무슨 수를 써서 건 미루고 피하게 됐다.

기초과학 강좌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던 것은 자신이 작가이지 과학자나 프로그래머는 아니기 때문이라는 해명은 무언가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딘은 앞으로 오픈코스웨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싶었다. 자신이 이번 실험을 통해 배운 경험이 바로 그것.

1. 투자하는 만큼 얻게 된다. 무료라는 말은 강의를 받는 중에 질문을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물리학처럼 어려운 과목을 공부하기란 매우 어렵다.

2. 교과서를 사거나 가지고 있다면 강의를 통해 뭔가 얻어 가는 것이 있다.

3. 무료 온라인 교육은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를 밤 새워가며, 또는 한 주 내내 가르쳐 줄 수 없다. 레인맨 같이 암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무엇을 들어야 할 것인지 계획을 짜야 한다.

4. 직접 빵을 만들어 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든지 있다. 그 빵을 맛있게 해 주는 과학 원리도 그 중 하나다.

5. 이 같은 실험을 한 사람은 우리가 처음이지만 마지막은 아니다. 오픈코스웨어가 MIT 교수진 및 학생들의 지식을 풍부하게 하고, 첨단기술의 선구자인 MIT의 평판을 높이며, 우수학생 유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사해 줄 것이라고 믿는 미야가와 시게루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우리가 오픈코스웨어를 통해 지향하는 바를 잘 알 것입니다. 또한 그것이 무엇인지 보일 것입니다. 여러 교육기관에서 오픈코스웨어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앞으로 5년 내 모든 주요 교육 기관이 인터넷에 강의를 올려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해 보일 것입니다. 어려울 것 없는 일이니까요.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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