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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만 거치면 지구촌 모든 사람 알아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

현대사회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다양해진 직업, 세분화된 전문지식, 그로인해 발생하는 생활의 빠른 변화 등 복잡함이란 말의 사용빈도는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느끼는 복잡함은 그렇게 늘어나는 각 부분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증폭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예측을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어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의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런 복잡함을 가지고 있는 세계를 복잡계(複雜系)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같은 복잡계에도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으며, 전체를 읽을 수 있는 흐름이 있다. 6명만 거치면 지구촌의 모든 사람을 알게 된다는 여섯 단계 분리가 대표적이다.

복잡계는 부분이 아닌 전체를 올바르게 보게 하는 길잡이로 생태계 보호, 부(富)의 불균형 해소, 유전자의 새로운 조합 등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에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원자의 구성입자와 그것들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로 지난 196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머리 겔만 박사는 복잡계(複雜 系)에 대한 연구가 미래에 가장 촉망받는 분야가 될 것이며,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할 분야라고 주장했다.

겔만 박사는 현재 미국 산타페연구소의 복잡계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그들의 연구대상은 정치학·사회학·경제학·생물학·물리학·컴퓨터공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하다.

그렇다면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말하고 있으며,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복잡계란 무엇일까. 흔히 인용되는 복잡계의 정의도 적용 분야만큼이나 다양하지만 공통요소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복잡계란 다양하고 많은 수의 구성요소들이 서로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구성요소 하나 하나의 특성과는 다른 새로운 복잡한 현상을 발생시키지만 나름대로의 질서를 보여주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우편 실험 통해 여섯 단계 분리 입증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거의 모든 것들은 다양하고 수많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복잡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의해 얽혀 있는 사회, 우리 몸속에서 여러 종류의 물질들이 여러 가지 생화학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 우리를 살아있게 만드는 생명현상도 복잡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많은 컴퓨터들이 여러 가지 통신수단을 통해 연결돼 있는 인터넷도 복잡계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복잡계에 대한 연구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최근 들어 주목받는 새로운 방법론은 네트워크 과학이다. 네트워크 과학이란 복잡계의 구성요소들과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점과 선으로 단순화시켜 네트워크, 또는 그래프로 바꾸어 연구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일련의 연구를 통해 전혀 다른 분야에서 발견되는 네트워크의 모양이 신기할 정도로 똑같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연구대상의 공통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타 학문 분야와의 접촉도 빈번해졌다.

결국 다양한 분야에 펼쳐져 있던 복잡계의 연구대상들이 간단히 네트워크라는 하나의 주제로 통일되면서 학제 간 연구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학제 간 연구란 어떤 대상을 연구할 때 서로 다른 학문 분야의 사람들이 제휴해 참여하는 연구를 말한다.

지난 1920년대에 '여섯 단계 분리'라는 말이 처음 나왔다. 이는 6명만 거치면 온 세상 사람들을 다 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의 인구가 60억 명을 넘어섰는데, 그 많은 사람들을 6명만 거치면 다 알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한동안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967년 하버드대 학교 사회학과의 스탠리 밀그램 교수가 여섯 단계 분리라는 용어를 세상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면서 관심을 모으게 됐다.

밀그램 교수는 사람들 간의 관계 형성을 연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수행했다. 그는 300통의 편지를 미국 중부에 위치한 캔자스 주의 위치타 또는 네브래스카 주의 오마하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부쳤다.

그리고 이 편지를 받은 사람들에게 보스턴 근교의 샤론에 살고 있는 아무개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편지 봉투에는 전달자의 이름을 기재토록 해서 편지가 전달된 경로를 알 수 있게 했다.

수신인들은 이 편지를 자기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샤론에 있는 아무개를 제일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전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 편지들은 최종적으로 샤론의 아무개에게 도 착했다.

이 실험을 통해 배달된 편지에 기재된 전달자의 수를 세어보니 평균 5.5명으로 나왔다. 이로써 밀그램 교수는 1920년대에 헝가리의 작가 커린시가 소설 '연쇄'를 통해 처음 등장시켰던 여섯 단계 분리의 내용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렇듯 여섯 단계 분리는 엄연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특징으로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사실임이 확인됐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복잡해 보이지만 사람들이 서로 얽혀있는 네트워크로 해석될 수 있는, 즉 '좁은 세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좁은 세상이라는 개념은 단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최근 들어 이 같은 질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놀랍게도 좁은 세상 현상이 사회만이 아닌 여러 다른 분야에도 있다는 게 발견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들 사이의 인맥,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망, 그리고 생명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여러 생화학 반응과 관계된 신진대사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좁은 세상 현상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경제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좁은 세상

네트워크란 말이 보편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인터넷 덕분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상의 가상 세계인 월드와이드웹(www; World-Wide- Web)은 네트워크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이다.

과연 지구상에는 몇 개의 웹페이지가 있을까. 지난 1999년 미국의 뉴욕 근처에 위치한 NEC연구소의 리자일스라는 과학자는 전 세계 웹페이지의 수를 약 10억 개로 추산했다.

물론 웹페이지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전제하면 현재는 아마도 100억 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05년 구글이 검색하고 있는 웹페이지만 해도 80억 개를 넘어섰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르는 게 현실이다.

논의의 편의상 전체 웹페이지의 숫자를 10억 개로 한정해보자. 그렇다면 10억 개의 홈페이지는 웹서핑을 통해 몇 단계를 거치면 서로 도달할 수 있을까.

지난 1999년 필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0억 개의 홈페이지는 단지 19번의 마우스 클릭을 통하면 모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어느 웹사이트는 2번의 클릭을 통해 다가갈 수 있었고, 어떤 웹사이트는 60번의 클릭을 통해 다가갈 수 있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19번이면 웬만한 웹사이트는 도달할 수 있는 좁은 세상이라는 게 연구결과의 핵심이었다.

60억 명의 인구를 6명만 거치면 다 알게 된다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일생 동안 3,000명 정도를 알고 지내는 반면 한 홈페이지에 연결된 링크 수는 평균적으로 7개 정도로 적다. 따라서 19번의 링크로 웬만한 웹사이트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사실이다.

6명을 거치거나 19번의 클릭을 통해 모든 사람 및 모든 웹사이트에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세상은 참으로 좁다. 이 같은 좁은 세상 현상 때문에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주변 사람들이나 웹을 통해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

좁은 세상은 비단 인간사회와 인터넷상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박테리아와 같은 아주 작은 세포 안에서도 좁은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박테리아와 같은 단핵 생물이나 그보다 고등한 진핵생물 할 것 없이 생물체의 신진대사 네트워크의 거리는 그 생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화합물의 개수에 관계 없이 짧은 거리로 일정하다. 결국 세포 내 신진대사 네트워크도 좁은 세상인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화합물을 만드는 경로를 짧게 유지, 빠른 시간 내에 필요한 화합물들을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짧은 경로의 좁은 세상 네트워크를 갖지 못한 생명체는 적응력이 떨어져 자연도태됐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세상은 매우 좁으며, 알게 모르게 서로 링크돼 있는 네트워크다. 이 같은 좁은 세상은 어떻게 생겼으며,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이 같이 좁은 세상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월드와이드웹은 19번 링크만으로 연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단순화시키면 사람을 점으로, 그리고 인맥을 선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것은 바둑판 위에 교차돼 있는 점, 그리고 선과 유사하다. 하지만 바둑판처럼 생긴 네트워크는 결코 좁은 세상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한쪽 구석에 있는 점 A에서 반대편 모서리에 있는 점 B로 간다고 생각해보자. 이 경우 바둑판의 많은 점과 선들을 거쳐 가야 하기 때문에 짧은 거리에 의해 연결될 수가 없다. 따라서 바둑판 모양의 네트워크는 우리의 좁은 세상을 잘 나타내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실제 네트워크는 어떻게 생겼을까. 실제 네트워크의 모양을 알아보기 위해 필자는 지난 1999년 미국 노트르담 대학교의 라즐로 바라바시 교수와 함께 다음과 같은 실험을 주도했다.

당시 필자는 월드와이드웹을 자동으로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으는 프로그램인 로봇(크롤러)을 만들어 월드와이드웹의 연결지도를 얻었다. 각 웹페이지가 어떤 웹페이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연구한 것이다.

그 결과 월드와이드웹의 지도를 통해 웹페이지가 평균적으로 19번의 링크만으로 연결돼 있는 좁은 세상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점은 실제 네트워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네트워크인 월드와이드웹의 지도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 연구팀은 네트워크는 무(無)작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무작위적 네트워크 이론의 지배를 받았던 탓에 웹페이지들이 모두 비슷한 수의 연결선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마 일반 사람들도 웹페이지에 링크된 다른 웹페이지의 개수가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놀랍게도 각 점들에 연결된 연결수의 분포함수인 연결선 분포함수가 푸아송 분포가 아닌 멱함수라고 불리는 새로운 분포함수를 따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푸아송 분포는 어떤 특정 시간대에 걸쳐 알려진 어떤 사건의 발생률 분포를 표현하기 위한 확률 분포. 푸아송 분포는 거리, 면적, 체적 등 다른 값의 특정 간격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의 확률을 다루는 데도 쓰일 수 있다. 주로 시간, 거리, 또는 공간상에서 무작위로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의 수를 묘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멱함수 분포는 평균 주위에 정점이 없고 계속 감소하는 모양을 갖는다. 따라서 멱함수 분포를 따르는 네트워크에서는 연결선이 적은 점들이 대부분이지만 동시에 연결선이 많은 점들도 함께 존재한다.

멱함수 따르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

기존의 무작위 네트워크와 새로운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네트워크 간의 가시적이고 구조적인 차이를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바라바시 교수는 고속도로 지도와 항공노선 지도를 제시했다.

고속도로 지도에서는 도시가 점이 되고,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들이 그 점들을 잇는 연결선이 된다. 각 도시들은 대부분 비슷한 숫자의 고속도로에 연결돼 있다.

따라서 고속도로의 연결선 분포함수를 그려보면 대부분의 점들이 비슷한 수의 연결선을 갖는 분포함수를 갖게 된다. 결국 무작위 네트워크는 고속도로 지도와 비슷한 모양을 갖는다는 말이다.

반면 항공노선 지도는 고속도로 지도와는 판이하다. 이 네트워크에서는 각각의 도시에 있는 공항들이 점이 되고, 여러 도시 간을 운항하는 항공편이 연결선이 된다.

항공기 좌석 뒤편에 꽂혀 있는 항공잡지를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항공노선 지도를 쉽게 기억할 것이다. 대부분의 작은 공항들은 몇 개의 주요 도시에 연결되는 적은 수의 연결선을 갖는 반면 대도시들은 많은 수의 연결선을 갖는 불균일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결국 대부분의 점들이 비슷한 숫자의 연결선으로 이어져 있는 고속도로와는 대조적으로 항공노선은 수많은 항공편을 가진 몇 개의 허브가 수백 개의 작은 공항들을 연결하는 모양이다. 이 같은 불균일성이 멱함수 분포를 가진 네트워크의 특징이다.

대다수의 점들은 소수의 연결선을 갖고 이례적으로 많은 링크를 갖는 소수의 큰 허브들이 이들과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멱함수 법칙이다. 이 같은 허브의 존재 유무는 여러 가지 네트워크의 특징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작위 네트워크와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네트워크의 또 다른 차이점은 고유한 척도의 유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종 모양의 무작위적 네트워크에서는 대부분의 점들이 평균 또는 최빈도값의 연결선을 갖는다. 결국 이 숫자는 그 네트워크를 특징짓는 대표적인 연결선 정도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멱함수 연결선 개수 분포에서는 정점이 없기 때문에 척도로 사용할 연결선 정도가 없다. 따라서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네트워크에서는 내재된 고유한 척도가 없고, 이 같은 이유에서 척도 없는 네트워크라고 불린다.

더욱 재미있는 점은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구조가 월드와이드웹뿐만 아니라 여러 네트워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네트워크의 예들이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라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 몸속의 신진대사망(網), 할리우드 배우들의 연결을 고려한 사회적 네트워크, 그리고 실제 인터넷 연결망도 그렇다.

결국 1959년 이후 네트워크의 구조에 관해 우리의 사고를 지배했던 무작위 네트워크 이론은 막을 내리고, 좁은 세상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척도 없는 네트워크라는 이론이 탄생한 것이다.





전체를 올바르게 보는 길잡이 역할

코넬 대학의 스티븐 스트로가츠 교수에 따르면 매 10년마다 알파벳 C로 시작하는 중요한 이론들이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 1960년대에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이론, 1970 년대에는 카타스트로피(Catastrophe) 이론, 1980년대에는 혼돈(Chaos) 이론, 그리고 1990년대에는 복잡계(Complex System) 이론이 그것이다.

약간은 억지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최근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복잡계에 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 미루어볼 때 꼭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복잡계에 대한 연구는 영국의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20세기를 마무리하며 꼽은 물리학의 10대 미해결 연구과제 중 하나다. 또한 미국 과학재단(NSF)이 선정한 4대 주요 연구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중요한 연구 분야임에 틀림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구 분야라고 하기보다는 다양한 응용 및 적용 분야로 말미암아 여러 학문 분야에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방법론적인 측면이 더 강조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 살펴본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은 복잡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공학자, 물리학자, 생물학자 등 모든 학자들은 연구대상을 잘게 쪼개서 분석을 하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왔다. 이 같은 환원주의적 접근 방식은 19~20세기에 걸쳐 자연이나 사회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잘게 쪼개진 부분에 관한 수많은 정보, 즉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생물이나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개개인에 관한 정보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전체로 모일 때 생기는 특이한 현상들을 설명해주지는 못했다.

그들은 부분이 서로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연결돼 전체라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복잡한 네트워크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정확히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이다.

물론 구체적인 구성요소는 연구대상마다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큰 그림으로 본다면 네트워크라는 연결구조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한다.

네트워크 과학은 각 구성성분의 세부사항 같은 가정과 추측을 최대한 줄이고, 그들의 전체적인 연결구조와 작동원리를 파악해 제한적이나마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 과학은 우리가 보고자 하는 전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보게 해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네트워크 과학은 사회학자들이 생각했던 좁은 세상 문제를 과학자들이 네트워크 모형을 통해 연구하고, 과학자들의 모형을 통해 다시 사회학자들이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다. 이 같은 네트워크 과학은 여러 학문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도약대다.

물론 지금까지의 네트워크 과학 발전 단계가 복잡계의 모든 난제에 대한 해답을 정확히 제공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네트워크 과학이 세상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생태계 파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생물을 보호 혹은 제한해야 할까. 부(富)의 불균형, 장기적인 경기침체 등 경제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네트워크 부분을 살펴봐야 하는 것일까. 생명체의 기본 구성요소라고 하는 유전자들이 어떻게 조합해 생명현상을 드러내는 것일까.

이 같은 모든 수수께끼들이 당분간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은 이것들을 풀어낼 탄탄한 토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_정하웅 KAIST 물리학부 교수 hjeong@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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