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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자판기의 과학기술, 완벽한 한잔의 커피를 위하여

커피는 커피나무의 씨, 즉 커피콩을 볶아 가루로 낸 것을 따뜻한 물로 우려내 마시는 음료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6,000억 잔이 소비되며, 석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다. 독특한 풍미를 가진 이 음료는 커피 자판기로 인해 더욱 수요가 늘고 있다.

자판기는 동전이나 지폐를 이용한 무인 판매기로 현대 유통의 중요한 장비 가운데 하나다. 24시간 무인판매 시스템에 의한 인건비 절약, 현금 판매에 의한 자금회전, 좁은 면적 이용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커피 자판기에 놀라운 과학기술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프로그램 수순처럼 정해져 있는 식사 후의 커피 한잔. 기분 좋게 음식을 먹고 난 뒤에 따르는 또 하나의 행복한 향연이다. 음식에 비하면 커피는 쓸데없는 사치 음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커피 한잔이 인생을 가늠한다.

사람들을 말한다. "인생의 맛을 느끼는 데 커피 한잔만큼 찐한 게 없다"고. 특히 추운 겨울 커피 자판기 앞에서 동전을 넣고 선택 버튼을 꾹 눌러 마시는 커피 한잔은 살아가는 맛의 쓸쓸함과 달콤함을 온몸 가득히 채운다.

기계식 자판기의 작동 메커니즘

우리는 지금 자동판매기, 즉 자판기 시대에 살고 있다. 공원, 지하철, 사무실의 휴게 공간은 물론이고 공중화장실 앞이나 목욕탕, 심지어 산꼭대기까지도 자판기가 없는 곳은 찾아 보기 힘들다. 오죽하면 '남산에서 동전을 던지면 자판기에 들어간다'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일까.

역사상 최초의 자판기는 BC 215년경 헤론이 발명한 성수(聖水) 자동판매기다. 이것이 1857년 영국에서 부활해 상업화되었는데, 처음에는 우표를 취급하다가 점차 담배·껌·사탕·서적·과자류 등을 판매하는 자판기로 발전됐다.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인 자판기는 1975년 4월 대한가족협회가 미국으로부터 들여온 남성용 피임기구, 즉 콘돔자판기다.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 가운데 아무런 생각 없이 이용만 하는 기계의 하나가 자판기다. 그런데 별 것 아닌 이 자판기에 놀라운 과학기술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처음의 모든 자판기는 기계식이었다. 기계식 커피 자판기는 지레의 원리를 이용해 위조 동전을 가려내는 것이 핵심이다. 위조 여부를 가려내는 요소는 동전의 크기. 투입구에 동전을 넣으면 완전한 평형 상태를 이루고 있는 자판기 안의 깔딱쇠(지렛대)에 동전이 떨어진다.

깔딱쇠는 받침점이 고정돼 있고, 힘이 작용하는 힘점과 물체에 힘을 작용하는 작용점으로 구성된다. 힘점과 받침점 사이의 거리, 작용점과 받침점 사이의 거리에 따라 더 큰 힘을 내거나 짧은 길이를 움직여서 물체를 멀리 움직일 수 있다.

자판기에 투입된 동전의 무게가 무거우면 깔딱쇠가 기울어져 경사진 홈으로 들어가고, 무게가 너무 가벼워 깔딱쇠를 기울이지 못한 동전은 반환 통로로 떨어진다.

깔딱 쇠를 무사히 통과한 동전은 유사 물질과 동전을 구별하기 위해 만든, 자석이 설치된 통로를 따라 내려간다. 이때 정확한 성분을 갖춘 정상적인 동전은 일정한 자기력을 받아 아래의 분리기에 정확한 각도로 부딪히면서 수납 통로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동전과 유사하지만 다른 물질이라면 받는 자기력이 달라 통로로 들어가지 못하고 배출구로 그냥 나온다.

전자식 자판기의 작동 메커니즘

하지만 이 같은 기계식 자판기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오늘날의 커피 자판기는 전자식이다. 전자식 자판기는 동전과 지폐를 전자 공학적으로 검사한다. 자판기의 내부는 생각보다 구조가 복잡하다. 어떤 자판기든지 그 내부에는 기본적으로 동전 감지와 저장 장치, 버튼과 신호전달 장치, 전력공급 장치, 급수장치, 소모품 저장 장치, 물건공급 장치 등이 장착된다.

액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배수장치, 냉동설비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간단한 열 교환 장치 또한 요구된다. 이렇게 많은 장치들이 좁은 공간 내에 효율적으로 배치돼야 하기 때문에 자판기 안은 복잡해 보일 수밖에 없다.

전자식 자판기의 핵심은 10원짜리, 50원짜리, 100원짜리, 500원짜리 동전을 정확하게 분류하는 동전 처리 기능이다. 동전을 구별해 주는 동전 감지 센서는 자판기의 심장과 같다. 이 센서는 각 동전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재질에 따라 동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또한 얼마짜리 동전인지 인식한다.

자판기의 투입구에 동전을 넣으면 동전에 전류가 흘러 금속 함유량과 크기를 검사한다. 일정한 크기의 전류가 흐르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전은 구리, 아연, 니켈 등을 일정 비율로 섞어 만들기 때문에 동전이 자기장을 통과할 경우 그 재질에 따라 자기장에 미치는 변화 값이 다르다.

즉 금속 함유량에 따라 전류의 크기가 다르다는 뜻이다. 동전을 선별하는 내부 전자장치에 이 값을 미리 입력해 두기 때문에 적절한 양의 금속을 함유하고 있지 않은 동전은 전류의 세기에서 차이가 나 자판기가 인식하지 못한다.

실제 시험 삼아 자판기에 동전 비슷한 것을 넣으면 자판기는 그것을 귀신같이 알아내 토해낸다. 이 검사를 통과한,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동전들은 통로의 입구를 지나 두 개의 자석이 설치된 경사로로 들어가 얼마짜리 동전인지 검사받는다. 자석을 통과하는 속도는 동전의 성분에 따라 다르다.

그 속도가 감광장치에 의해 측정되고, 측정치가 기계에 입력된 메모리와 일치할 경우 에만 다시 통로의 입구가 열리면서 동전을 받아들인다. 물론 일치하지 않으면 동전은 거부 당한다.

계속해서 동전은 광센서가 늘어선 곳을 지나가는데, 여기서 비로소 동전의 지름과 속도가 측정돼 최종적으로 동전의 종류가 확인된다. 확인된 동전이 100원짜리면 100원짜리 동전 통, 500원짜리면 500원짜리 동전 통에 각각 떨어진다.









지폐 사용할 때의 잔돈 지불 방식

물건 값을 제하고 사용자가 거슬러 받는 잔돈은 자판기의 '잔돈 지불 프로그램'에 의해 지불된다. 동전이 검사 체제를 통과할 때 금액이 확인되고, 그 동전이 종착점에 도달하면 금액이 적은 동전더미로부터 알맞은 거스름 돈을 내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500원짜리 동전을 넣을 경우 500원보다 적은 100원짜리나 50원짜리 동전 더미에서 거스름돈이 나오는 것. 그렇다면 지폐를 넣을 경우엔 어떻게 될까. 자판기 내부로 들어간 지폐는 지폐 선별기에 의해 검사를 받는다. 투입구 가까이에 위치한 지폐 선별기는 내부에 부착된 광센서와 자기센서를 사용해 지폐 표면의 각종 데이터를 읽는다.

우선 광센서가 지폐의 두께와 색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양을 감지한다. 빛의 투과량으로 지폐 측면에 숨겨진 그림과 표식 등 지폐 특유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훼손되거나 구겨진 지폐 또는 위조된 지폐를 감별한다. 지폐의 가장자리에 분포한 자기 성분도 가려내는데, 이 일은 자기센서의 몫이다.

광센서와 자기센서가 받아들인, 지폐의 위치에 따른 빛의 투과량과 자기 성분의 데이터 값이 내부에 저장된 진짜 지폐의 데이터와 비교해 일치하면 지폐는 일시 보유 상태에 머문다.

이때 지폐 선별기는 상품을 판매하라는 매상 신호를 컨트롤 보드로 보낸다. 그러면 상품 아래의 해당되는 버튼의 램프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마시고자 하는 커피의 버튼을 누르면 원통형으로 감긴 전기 코일이 작동돼 커피가 투출된다. 그제야 지폐 선별기는 일시 보유 상태인 지폐를 완전히 받아들여 지폐 보유 통에 차곡차곡 저장한 후 동전더미에서 거스름돈을 내보낸다.





자판기에서 커피 만들어지는 과정

커피 자판기의 커피 투출은 커피 재료나 종이컵을 위에서 자동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자판기 투입구에 돈을 넣으면 센서에 의해 금액이 입력되고, 그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의 버튼이 활성화된다.

그 중 원하는 커피 버튼을 선택해 누르면 이것을 신호로 해 먼저 컵 배출기에서 컵이 배수기 밑으로 떨어진다. 보통 컵은 컵 플랜지라고 하는 집게에 의해 잡혀 있는데, 이 장치의 둘레는 나사면을 이루고 있다.

고객이 커피 선택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장치에 연결된 배출 캠이 회전하면서 컵 끝의 말린 부분을 잡고 있던 집게가 느슨해지고, 그럼으로써 컵 하나가 아래로 떨어진다. 집게에 걸쳐 있던 종이컵이 아래로 떨어지면 떨어진 컵 바로 위에 있던 컵이 다시 집게에 걸려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게 된다.

컵이 떨어진 바로 뒤에는 원하는 성분의 커피가 떨어진다. 먼저 열탕 공급기에서 한 컵 분량의 뜨거운 물이 쏟아진 다음 커피 공급기에서 일정량의 커피가 뜨거운 물속으로 다이빙한다. 물론 열탕 공급기의 물은 자동급수관에서 공급받고, 열탕의 온도는 온도 조절 장치로 조절된다.

물통의 뜨거운 물, 커피와 프림, 설탕의 저장고가 돌아가면서 재료를 떨어뜨리면 그것들은 하나의 큰 통으로 흘러나온다. 그런 다음 통 아래쪽 경사면 끝에 이어진 관을 타고 종이컵 바로 위까지 쭉 내려온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혼합 용액의 섞임이다. 그 문제는 우회도로처럼 설계한 통 끝의 관에 커피의 내용물을 통과시켜 해결한다. 통과 관이 만나는 길목에서 커피의 내용물이 회전하면서 컵에 쏟아지는데, 이는 티스푼이 재료들을 젓는 효과와 같다.

그렇다면 사이다와 같은 탄산음료는 자판기 안에서 어떻게 보관돼 나오는 것일까. 기포가 들어 있는 상태에서 탄산음료를 보관하면 자판기 내부의 뜨거운 열로 인해 터질 위험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탄산음료 자판기는 기체 성분을 뺀 사이다만 보관한다. 이산화탄소는 별도의 탱크에 준비했다가 소비자가 탄산음료를 빼내기 바로 전에 공급해 주기 때문에 병마개를 바로 딴 것 같은 사이다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자판기는 무선통신 장비를 갖추고 무선 결재와 원격제어 능력으로 무장하는 등 첨단화된 모습을 갖출 것이다. 통신위성까지 동원한 자판기의 네트워크화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자판기가 네트워크화 되면 운영자는 가만히 앉아서 자판기의 상황은 물론 고객의 제품 구매 정보를 알 수 있다. 또한 앞으로는 휴대폰이나 신용카드의 결제로 동전 없이 커피의 맛을 음미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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