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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찍는 방사능 사진

즉석필름과 라듐 원반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방사능 사진 찍을 수 있어

필름이 빛에 노출되면 변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방사능 역시 필름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를 이용해 뭔가 색다른 방식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실 이 방식으로 방사능이 처음 발견되기도 했다.

1896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리 베크렐은 서랍 안에 X선 필름과 우라늄 원석을 함께 두었다. 그는 우라늄이 햇빛에 노출되면 이상한 광선을 발산하지 않을까 우려해 우라늄 원석을 빛이 들지 않는 서랍 안에 둔 것이다. 하지만 우라늄 원석 옆에 있던 X선 필름을 현상해보니 방사능으로 필름이 이미 노출돼 버린 것이었다. 그는 이 자연 상태의 방사능 발견으로 노벨상을 탔다.

가정에서 일반 필름으로 베크렐의 실험을 따라해 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필자는 후지필름의 ISO3000 즉석필름 10팩을 사서 분해한 다음 하나씩 은박지로 쌌다. ISO3000 정도 되는 즉석필름은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이 작업은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암실에서 실시해야 한다. 필자도 모르고 작업했다가 맨 처음 분해한 팩을 날려 먹었다.

그 다음 큰 나비모양의 귀걸이를 은박지로 포장된 필름 위에 둔다. 그리고 예전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사용하던 작은 라듐 원반을 즉석필름의 몇cm 위에 매달아 놓는다. 그래야 라듐의 방사능이 귀걸이와 은박지를 투과해 즉석필름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즉석필름을 낡은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롤러를 통해 잡아당겨 현상했다. 이 작업 또한 어둠 속에서 해야 한다.

이 노출에는 숙련도와 실수 횟수에 따라 약 3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더 오래 기다릴 시간이 있고, 방사능이 덜한 소재를 쓰고 싶다면 소금을 쓰는 방법도 있다. 나트륨이 없는 소금인 염화칼륨은 방사능을 내는데, 소금통 하나 정도에 들어갈 염화칼륨이면 수개월간 쪼여줘야 즉석필름에 노출시킬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아침마다 방사능 물질을 먹고 있는지도 모르는 셈이다.









ACHTUNG!
야광시계의 바늘에 있는 라듐이나 기타 잘 부스러지는 고준위 방사능 물질은 방사능 피폭을 최소화하고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취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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