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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 발견 위한 슈퍼지구 탐사

현재 태양계에 있는 행성은 크게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으로 나뉜다. 수성·금성·지구·화성 등의 지구형 행성은 암석 형태의 행성을 말하며,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등의 목성형 행성은 가스 형태의 행성을 의미한다.

슈퍼지구는 지구형 행성 중에서도 지구에 비해 질량이 2~10배 큰 것을 말한다. 질량이 크면 중력이 강해져 대기를 안정적으로 표면에 잡아둘 수 있고, 내부 에너지를 쉽게 잃어버리지도 않는다.

특히 내부 에너지는 화산폭발 등의 지각운동을 일으켜 생명체 탄생에 유리한 상황을 제공한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슈퍼지구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또 다른 지구를 찾기 위한 노력도 슈퍼지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지구보다 반지름이 2.7배 크고 표면의 절반 이상이 물과 얼음으로 덮인 행성 GJ1214b가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우주공간에서 발견됐다. 이 행성은 지금까지 태양계 바깥에서 발견된 행성 가운데 지구의 모습과 가장 비슷한 슈퍼지구로 평가되고 있다. 슈퍼지구란 암석 형태의 지구형 행성 중에서도 지구에 비해 질량이 2~10배 큰 것을 말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진은 GJ1214b가 지구에서 40 광년 떨어진, 태양의 5분의 1 크기의 적색왜성 GJ1214 주위를 38시간에 한 번씩 돌고 있다고 밝혔다. 적색왜성이란 태양보다 훨씬 작으면서 온도 역시 낮아 붉은 색을 띤 것을 말한다.

GJ1214b의 표면은 온도가 120.282℃에 달하지만 75%의 물과 얼음, 그리고 25%의 바위로 뒤덮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뜨거운 온도에도 불구하고 물과 얼음이 증발하지 않는 것은 가스로 이루어진 대기가 행성에 가득 차 있는데다 수면 기압이 지구 해수면에 비해 2만 배나 높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마치 사우나처럼 축축한 행성일 것으로 추정된다.

밀도는 cm³당 1.9g으로 지구의 5.5g보다 낮은 편이다. 연구진은 "이처럼 밀도가 낮은 것은 행성의 절반 이상이 물과 얼음으로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어 "생명체의 생존에 필요한 물과 얼음이 풍부한 편이지만 너무 뜨거워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가 지속적으로 살아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GJ1214b 발견은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는 과정에서의 주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구와 가깝기 때문에 허블 망원경을 이용하면 대기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 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찾기 위한,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을 찾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관념적이기는 하지만 인간은 나름대로의 우주관을 갖고 있으며, 우주에 어떤 형태로든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에 익숙해져 있는 것.

천체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고 인간이 우주로 날아가는 시대가 되면서 인간은 과거부터 품어왔던 이 같은 관념을 과학이라는 수단을 통해 검증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외계생명체 탐사, 그리고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의 탐사는 인간이 이 넓은 우주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시도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 같은 탐사에는 보다 실질적인 목적도 있다. 장차 인간의 활동무대를 우주로까지 뻗어나가기 위한 사전조사의 성격이 강한 것.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행성이라면 그렇지 않은 행성에 비해 인간이 살기에도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행성

생명체가 살기에 적절한 행성은 어떤 곳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액체상태의 물과 에너지원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역시 생명체가 태어나기 위한 기본적 조건을 "복잡한 유기분 자가 결합되기에 적합한 조건인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함과 동시에 신진대사를 가능케 해 주는 에너지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사실 액체상태의 물은 생명체의 존재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지만 액체상태의 물에서 생겨났다는 게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로 통용된다.

생명작용은 결국 화학작용인데, 액체상태의 물은 이 같은 화학작용을 촉진시켜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즉 세포 간 상호작용을 촉진시키며,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배설물을 버리는 데 액체상태의 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액체상태의 물을 갖추려면 어떤 행성이어야 할까. 우선 목성이나 토성 같은 가스 형태의 행성은 안 된다.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하려면 지구나 화성 같은 암석 형태의 행성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항성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항성에 너무 가까우면 에너지를 너무 많이 받아 뜨거워지기 때문에 물이 모두 증발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항성과 너무 멀면 충분한 열을 받지 못해 물이 다 얼어버릴 공산이 크다. 일반적으로 행성 표면에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만큼 알맞은 거리를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또는 생태권이라고 부르는데, 항성의 밝기와 온도의 변화에 따라 변한다.

대기의 존재 및 특성도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중요한 요인이 된다. 대기는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운석이나 혜성 등의 해로운 요소로부터 행성과 생명체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적절한 온도를 유지함으로써 물이 증발해 달아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대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농도 및 조성 또한 생명체의 존재 조건을 규정하는 변수가 된다. 예를 들어 금성은 대기의 97%가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어 엄청난 온실효과가 발생, 표면 온도가 무려 400℃에 달한다.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대기 내의 이산화황과 수증기가 태양빛과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황산을 생성하기 때문에 생명체의 생존에는 여러 모로 좋지 않다.

화산활동 빈도, 질량, 그리고 위성과의 기조력도 생명체의 존재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즉 화산활동의 빈도가 높을수록, 자체 질량이 클수록, 그리고 위성이나 타 행성과의 기조력이 적당할수록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우선 화산이 폭발하면 행성 내부의 열에너지를 대기권 내로 방출시킬 뿐 아니라 휘발성 화합물을 대량으로 배출한다. 이는 아미노산을 구성하는 4개의 원소, 즉 탄소·수소·산소·질소를 결합시키는 데 유리한 조건을 조성한다. 아미노산은 생명체의 기본 성분인 단백질을 구성한다.

또한 행성의 질량이 클수록 중력이 강해져 대기를 안정적으로 표면에 잡아둘 수 있다. 질량이 큰 행성은 직경이 크기 때문에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율이 낮아져 지니고 있던 에너지를 쉽게 잃어버리지 않는다. 또한 내부의 에너지는 화산폭발 등의 지각운동을 일으켜 생명체 탄생에 유리한 상황을 제공해 준다.

이와 함께 행성의 질량이 크면 커다란 중심핵을 가질 확률이 높은데, 중심핵은 자기장을 형성해 항성풍으로부터 표면의 생명체를 보호한다. 항성풍이란 항성으로부터 질량이 방출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주로 전자와 이온의 플라즈마로 이루어져 있다.

위성이나 타 행성과의 기조력 역시 지각활동을 활발히 해주는 것은 물론 적도경사각을 안정시켜 행성의 기후를 안정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기후가 안정돼야 생명체, 그것도 온도 변화에 민감한 고등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좋기 때문이다. 적도경사각이란 행성의 적도와 행성이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면 사이의 각도를 말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슈퍼지구

GJ1214b의 발견 당시 언론들은 슈퍼지구라는 말을 사용했다. 엄밀히 말하면 슈퍼지구란 지구와 같은 암석 형태의 행성 가운데 지구보다 질량이 큰 행성을 말할 뿐 생명체의 존재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용어다.

하지만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만족시키는 여러 요건, 즉 암석 형태의 행성과 높은 질량으로 인한 지각활동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명칭을 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지구보다 질량이 커서 지각운동이 활발한 행성이라면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슈퍼지구는 총 30여 개에 달한다.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2005년 에 우헤니오 리베라 연구팀에 의해서다. 글리제 581이라는 적색왜성 주변에서 발견된 글리제 876d는 지구 대비 7.5배 정도의 질량을 가지고 있으며, 지구에서는 15광년 떨어져 있다. 액체 형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항성과의 거리가 너무 짧아 생명체 거주 가능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지난 2006년에는 지구 질량의 5.5배인 OGLE-2005-BLG-390Lb와 10배인 HD69830b가 발견됐다. 그리고 2007년 4월에는 생태권 내에서 처음으로 슈퍼지구가 발견됐다. 생태권이란 행성 표면에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만큼 알맞은 거리를 말하는데, 글리제 581 주변에 있는 글리제 581c와 글리 581d가 바로 그것이다.

글리제 581c의 질량은 지구의 5배, 항성과의 거리는 0.073AU다. AU는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천문단위로 약 1.496×1011m다. 글리제 581d의 질량은 지구의 7.7배, 항성과의 거리는 0.22AU다. 이 가운데 글리제 581d가 좀 더 생명체 거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8년에는 현재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작은 슈퍼지구인 MOA-2007-BLG- 192Lb가 발견됐다. 이 행성의 질량은 지구의 3.3배며, 갈색왜성 주변을 돌고 있다. 갈색왜성이란 수소핵융합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진홍색과 갈색 사이의 약한 빛을 내는 것을 말한다.

같은 해 6월에는 태양보다 질량이 약간 작은 항성 HD40307 주변에서 3개의 슈퍼지구 가 발견됐다. 이들의 질량은 각각 지구의 4.2배, 6.7배, 9.4배다. 또한 HD181433 주변에서도 지구 질량의 7.5배인 슈퍼지구가 발견됐다.

지난해 2월에는 질량이 지구의 4.8배이고 공전주기가 0.853일인 슈퍼지구 COROT-7b의 발견이 발표됐다. 밀도를 추측해본 결과 이 행성은 태양계 내의 수성·금성·지구·화성과 마찬가지로 규산염 광물을 암석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슈퍼지구를 관측하는 방법

슈퍼지구는 지구에서 수십 광년 이상 떨어진 곳에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질량, 대기, 그리고 지질성분을 알아낼 수 있을까. 사실 슈퍼지구에 관련된 데이터는 실측이 아니라 천문학적 관찰에 의한 추측에서 나온다.

슈퍼지구와 같이 상대적으로 질량이 작은 암석 형태의 행성을 찾기 위해서는 중력렌즈 관측법이 가장 유용하다. 중력렌즈관측법은 항성과 행성의 중력이 볼록렌즈처럼 작용해 주변 빛을 휘게 만드는 현상을 이용한 것으로 행성의 크기, 항성과의 거리, 그리고 공전주기 등을 계산할 수 있다.

얼핏 항성은 가만히 있고 행성만 그 주변을 돌 것 같지만 항성도 행성의 중력으로 약간씩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항성이나 행성을 옮길 정도의 중력이 작용하면 빛도 휘어지는 것이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다. 시선속도측정법이나 행성횡단관측법이 바로 그것. 이들 관측법은 행성의 질량과 크기는 행성의 신호에 비례한다는 점을 이용한다. 가령 질량이 100배 작아지면 신호도 100배가 약해지는 것. 따라서 질량과 크기가 큰 가스 형태의 행성을 발견하는 데 유용하지만 작은 암석 형태의 행성은 쉽게 발견할 수 없다.

중력렌즈관측법에서는 질량이 100배 작아져도 신호의 세기는 10배 정도만 줄어든다. 질량이 지구의 10분의 1에 불과한 화성조차도 엄연히 중력렌즈 효과를 낼 정도다. 따라서 질량과 크기가 작은 행성을 관찰하는 데는 중력 렌즈관측법이 유용한 것이다.

행성의 대기 조성물은 항성 앞을 행성이 지나갈 때 분광기를 이용해 관측·분석한다. 또한 행성이 항성 뒤로 돌아가는 2차 통과를 통해 행성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복사를 감지할 수 있다. 적외선 관측을 하면 행성의 표면 온도가 어떤지 알 수 있다.

행성의 질량은 일단 추정치로 얻은 항성의 질량을 토대로 계산한다. 즉 천문학적 관측을 통해 얻은 항성과 행성의 공동 질량중심을 구해 항성과 행성 간의 질량비를 구하는 것. 질량중심이란 질량을 가진 모든 입자의 평균적인 위치. 이렇게 얻은 질량을 항성의 크기와 견주어 밀도를 추산한다.

사실 슈퍼지구와 같은 암석 형태의 행성 이외에도 이런저런 외계행성은 2009년 12월 18일 현재 총 415개가 발견된 상태다. 하지만 우주에 존재하는 약 1022개의 항성 가운데 10% 정도가 행성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추측을 감안해본다면 인간이 발견한 것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한 것이다.





글_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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