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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되고 있는 사이보그 시대

시간이 흐르면 인간의 신체는 노쇠해 결국 죽고 만다. 살아가는 동안에도 각종 사고나 질병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드디어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바로 사이보그가 탄생한 것.

사이보그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나오는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이미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미국 특이점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의 총장 레이 커즈와일은 인간이 조만간 단백질로 이루어진 신체를 버리고 기계에 신체는 물론 정신도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뇌(腦) 이외의 장기나 수족을 기계로 교체한 개조인간, 즉 사이보그보다 한발 앞선 개념이다. 현재 사이보그를 만드는 기술은 어디까지 왔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까.


30대 후반이나 40대의 사람이라면 지난 1970~1980년대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던 외화 '600만불의 사나이'를 기억할 것이다. 항공기 사고로 양다리, 한쪽 팔, 그리고 한쪽 눈을 잃은 조종사 출신의 주인공이 이를 모두 기계로 대체한 후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 각종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는 신체를 기계로 대체한 새로운 인간, 즉 사이보그(Cyborg)의 시대가 다가옴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했다.

사이보그의 명확한 정의

사이보그라는 말처럼 흔하게 쓰이면서도 제대로 된 정의를 알지 못하는 용어도 드물 것이다. 일부에서는 사이보그를 로봇, 인공지능, 인공생명체 등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사이보그란 뇌(腦) 이외의 부분, 즉 장기나 수족을 기계로 교체한 개조인간을 말한다.

즉 뇌를 제외한 장기나 수족을 기계로 대체, 장애로 인해 상실한 능력을 복구하거나 원래 능력보다 한층 우월한 능력을 추구한 인간을 의미한다. 전체가 기계로만 이루어져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로봇과는 엄연히 다른 개념인 것이다.

물론 인간만이 사이보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 이외의 동물도 인공장기나 인공수족이 장착되면 엄연한 사이보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이보그는 주로 인간과 연계돼 사용되고 있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은 기계가 진화해 인간과 닮아가는 것인데 반해 사이보그는 인간이 기계를 통해 인공적으로 진화,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킨 존재인 것이다.

사이보그는 인공두뇌학이라는 뜻의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유기생명체라는 뜻의 오가니즘(Organism)을 합친 것이다. 이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60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천체물리학자인 맨프레드 클라인스와 네이선 클라인이 저서 '사이보그와 우주'를 통해 먼 우주에서 활동할 인간- 기계 결합 시스템에 대해 논하면서부터다.

그들은 사이보그를 '무의식적으로 통합된 항상성 체계를 통해 외인적(外因的)으로 훨씬 확장된 기능을 갖는 유기복합체'를 부르는 용어로 사용했다. 과학자들의 글이 흔히 그렇듯 알아듣기 힘든 말로 적혀 있는 이 표현을 간단히 풀이하면 이렇다.

'현재도 인간은 이런저런 기계를 사용해 자신의 능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계는 물리적, 정신적으로 인간과 분리돼 있다. 따라서 사용법을 의식적으로 배워야 활용할 수 있으며, 역시 의식적으로 정비 및 수리를 해줘야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기계는 인간의 신체와 별개인 만큼 기계로부터 떠난 인간은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아예 인간의 육체와 정신체계에 하나로 통합된 기계장치를 만든다면 어떨까.

사용법을 따로 배울 필요도 없이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이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몸이 가는 곳마다 기계도 따라가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기계의 강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기계와 인간이 진정으로 일심동체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이 같은 용어를 쓰면서 앞으로 인류가 우주개발을 하는데 사이보그가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사이보그를 통해 우주공간에서도 우주복 없이 생존이 가능할 만큼 인간의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것.

다니엘 스티븐 핼러시 역시 지난 1965년 펴낸 저서 '사이보그: 슈퍼맨의 진화'를 통해 우주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도 과학이 탐구하고 개척해야 할 새로운 지평이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 즉 과학을 통해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기계를 통합함으로써 그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을 주장했던 것.

이 같은 발상이 갖는 매력적 요인 덕택에 사이보그는 수많은 픽션의 단골소재가 됐다. 600만불의 사나이는 물론이고 공각기동대, 스타트랙, 스타워즈, 닥터 후, 로보캅, 아이언 맨 등의 각종 공상과학 영화에서 사이보그 주인공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흥미를 추구하는 대중매체의 특성에 걸맞게 이들 사이보그는 주로 전투에 동원돼 관객들에게 현란한 액션과 볼거리를 선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현실에도 존재하는 사이보그

사실 사이보그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뿐 아니라 현실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인간 신체의 상실된 기능을 복구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료 목적의 사이보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픽션에 나오는 슈퍼맨 스타일의 사이보그가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을 최초의 사이보그로 볼 것인지는 기준에 따라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1970~1980년대부터 이미 사이보그라고 불릴 수 있는 것들이 존재했다는 것. 지난 1970년대부터 뇌-기계 인터페이스가 연구되기 시작해 시험적으로나마 기계를 통해 시각장애를 치료하고, 1982년에는 세계 처음으로 인공심장이 사람에게 이식됐기 때문이다.

인공심장을 이식받은 말기 심장병 환자 버니 클라크는 이식 후 112일간 생존했다. 그에게 이식된 인공심장 자비크-7은 다소 큰 동력 장치를 환자의 체외에 연결해야 쓸 수 있는 불편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인간에게 인공심장, 즉 기계를 이식해 생존시킨 사례가 됐다.

이렇듯 질병치료 및 장애극복을 목적으로 신체에 기계를 통합시킨 사람을 사이보그로 볼 경우 오늘날 꽤 많은 사이보그들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인공지능형 심장 페이스 메이커나 당뇨 치료용 인슐린 펌프, 로봇의 수족 등을 몸에 달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맨손으로 철판을 휘는 능력은 없어도 이들 역시 기계를 이용해 신체의 일부 기능을 보강한다는 점에서는 분명 사이보그인 것이다.

현실 속의 사이보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뇌심부전기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을 통해 파킨슨병이나 우울증을 치료하는 요법이 등장하고 있다. 뇌심부전기자극술은 환자의 뇌 속 깊은 부위에 전극을 이식하는 것이다.

즉 전극으로 전류를 흘려보내 뇌세포를 자극, 원하는 치료효과를 얻는 것. 시술받은 환자는 이 전극을 계속 달고 살게 되는데, 이처럼 사이보그 기술은 인간의 뇌에까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사이보그 가운데 가장 놀랄 만한 것은 따로 있다. 지난 1998년 8월 24일 영국 리딩 대학의 인공두뇌학 교수 케빈 워윅이 시작한 '프로젝트 사이보그'가 바로 그것.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연구자인 워윅이 자신의 몸을 사이보그로 개조하는 것. 그는 첫 번째 단계로 간단한 무선인식(RFID) 송신기를 자신의 피부 아래 이식한 후 이것으로 근처에 있는 문, 조명기기, 난방기기, 기타 컴퓨터 제어식 기기를 조절하려고 했다.

워윅은 이 프로젝트의 초기 목적이 인간 신체의 한계를 시험하고, 각종 가전기기가 신체에 장착된 RFID 송신기로부터 유효한 신호를 수신하는 데 따르는 문제점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2년 프로젝트의 두 번째 단계로 마크 가슨 박사 연구팀이 만든 신경망 인터페이스를 자신의 신경계에 연결했다. 신경망 인터페이스는 칩에 붙어 있는 100개의 전극을 말한다.

이 신경망 인터페이스는 워윅의 뇌 신호를 수신한 후 동료 연구자 피터 키버드가 만든 로봇 팔에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워익이 팔을 움직일 때마다 키버드의 로봇 팔도 똑같이 움직인 것. 또한 이 신경망 인터페이스는 로봇 팔의 손가락 끝에 붙은 센서가 받은 촉감 등의 신호를 워윅에게 전달해주는 기능도 했다.







사이보그 가능케 하는 기술

사이보그를 만들려면 단순히 인공장기나 인공수족 이외에도 필요한 것이 많다. 이들 구성요소들이 인간 두뇌의 통제에 따르고 인간 두뇌에 정보를 전달하게끔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시스템이 조화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 통합도 요구된다. 물론 이 같은 기술은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기술이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 뇌-기계 인터페이스

뇌-기계 인터페이스는 인간의 뇌와 외부기기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외부기기를 뇌의 지시에 따라 조종하고, 외부기기에서 얻은 자극을 뇌에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실제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의 주요 목적은 인간의 인지 및 감각기능을 보조, 교정, 증대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뇌-기계 인터페이스는 사실상 사이보그 개발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우수한 인공장기나 인공 수족이 있다고 하더라도 뇌에서 내리는 명령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사이보그로서의 존재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은 지난 1970년대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에서 미국 과학재단 및 미 국방고등연구기획국의 재정지원을 받아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미 이 시기에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기계'의 실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사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기계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영역에 불과했다.

그 이후 현재까지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은 커다란 진보를 이루었다. 여러 해 동안의 실험 끝에 1990년대 중반부터는 인간에게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

특히 손상된 청력, 시력, 운동능력을 회복시켜 주는 신경보철기술 분야로의 적용 및 연구가 두드러졌다. 신경보철기술이란 전자공학과 금속재료공학을 이용해 손상된 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 잃어버린 기능을 되살려주는 것을 말한다.

대뇌피질은 매우 적응력이 뛰어난 덕분에 인공 감각기관에서 받아들인 정보도 본래의 감각기관, 또는 효과기(效果器)를 통해 받아들인 정보와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효과기란 생물이 외계에 대해 능동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근육·분비선·발광기·발전기 등이 이에 속한다. 자체의 활동은 세포 내에 저장되는 화학에너지에 의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적용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은 침습 정도에 따라 침습성, 반(半)침습성, 그리고 비(非)침습성 기술이 있다. 침습이란 주사, 수술, 임플란트처럼 의료 도구가 피부 또는 조직에 손상을 입히고 조직액이 새나오게 하는 것을 말한다.

침습성 기술은 맹인의 시력회복이나 마비 환자의 재활을 위해 개발됐다. 이 기술은 신경외과 수술을 통해 뇌의 회백질에 전극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회백질이란 뇌와 척수 등 척추동물의 중추신경에서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으로 육안으로 관찰했을 때 회백색을 띠고 있다.

회백질에 전극을 부착하면 뇌와 기계 사이에 가장 감도가 좋은 신호를 수신 또는 발신할 수 있다. 하지만 침습성이기 때문에 반흔조직의 생성을 일으키고, 면역체계가 장치를 공격하면 신호감도가 저하되거나 두절될 수 있는 부작용도 있다. 반흔조직이란 죽은 세포와 그 주변부의 비(非)삼투성 보호물질로 형성된 조직을 말한다.

미국의 연구자 윌리엄 도벨은 지난 1978년 침습성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시각장애자를 치료한 바 있다. 제리라고 하는 환자의 시각령에 전극을 장착하고, 그 전극을 카메라에 연결한 것이다. 제리는 빛과 어둠을 분간할 수 있게 됐으며, 상태가 호전되면서 간단한 일은 스스로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시력을 회복했다.

지난 2005년에는 미식축구 선수였던 마비 환자 매트 네이글이라는 사람이 침습성 뇌- 기계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뇌 신호만으로 로봇 의수를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침습성 뇌-기계 인터페이스는 인간의 면역체계에 의한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침습성, 그리고 비침습성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반침습성 기술은 뇌의 회백질 대신 두개골 표면에 전극을 부착한다. 반흔조직의 생성이 없으면서도 비침습성 기술에 비해서는 훨씬 선명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반침습성 기술의 일종으로 두개골 대신 대뇌피질과 뇌 경막 사이에 전극을 부착시켜 외부기기와 소통하는 뇌파측정법도 있다. 지난 2004년 뇌파측정법을 이용해 10대 소년이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플레이하기도 했다.

비침습성 기술은 단순히 머리에 전극을 탈부착하는 방식으로 면역반응에 따른 부작용이 없고, 사용하기도 간편하다. 하지만 신호전달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 대표적인 기술로는 뇌파전위기록술(EEG), 뇌자도(MEG), 그리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술(MRI) 등이 있다.

뇌파전위기록술은 뇌 활동 때 생기는 전류를 탐지, 신호를 전달한다. 뇌자도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술은 뇌 활동 때 전류와 함께 생기는 자기장을 탐지,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2. 인공장기

인공장기는 문자 그대로 환자의 신체 능력을 개선하거나 회복시키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장기를 말한다. 기존의 장기를 대체해 인체에 이식되거나 통합되는 것.

인간은 뇌만으로 살 수 없으며, 여러 가지 장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한 인공장기 개발은 심장이나 신장 등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장기를 위주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이로 인해 인체에 이식 또는 통합이 가능한 인공장기 개발은 뇌-기계 인터페이스만큼이나 사이보그 개발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인공장기를 인체에 이식 및 통합할 만큼 소형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가 가능한 인공신장 같은 것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인공장기의 경우 개발 및 생산은 물론 정비유지에 막대한 돈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인공장기에 대해서는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심장과 같이 환자의 생명유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없으면 바로 죽는 장기, 그리고 인공수족 같이 환자의 자가 치료능력을 극도로 향상시키는 장기 등이 그것. 또한 인공 와우처럼 환자의 사회생활 능력을 향상시키는 장기와 암수술 및 사고를 당한 환자의 미용성형과 관련된 장기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현재 여러 가지 장기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환자의 몸에 이식되고 있다. 이 같은 인공장기 가운데는 귀, 눈, 심장, 신장, 간, 폐, 이자, 방광, 난소 등이 있다. 다만 이들 인공장기의 성능이나 수명 등은 인간의 원래 장기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단적인 예가 인공심장을 이식받고 24개월 이상 생존한 환자는 없다는 것. 물론 부분 인공심장을 이식받은 환자 중에서 7년이나 생존한 환자도 있기는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

심장 이상으로 중요한 두뇌의 인공화는 기약조차 없다. 현재 핫이슈가 되고 있는 줄기세포 는 바로 이 같은 인공장기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면역 거부반응이 없는 대체장기를 생산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인공장기의 이식을 통해 원래 인간이 가지기 힘든 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기대해 봄직하다. 이는 인간의 기존 능력을 초월하는 슈퍼맨 스타일의 사이보그로 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현재 인공장기를 통해 장기 및 단기 기억력 향상, 외국어 해독 및 통번역 능력 획득 등의 효과를 거두려는 구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는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억이나 언어능력은 뇌의 고유한 기능인데, 아직 이 같은 기능을 실현하는 인간 뇌의 체계나 작용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컴퓨터로 이루어지는 기억저장이나 외국어 통번역도 현재로서는 불만족스러운 점이 상당히 많은 실정이다.

3. 인공수족과 외골격

인공수족, 즉 팔다리가 절단된 장애인을 위한 의수와 의족이 등장한 것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기원전 3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인공장기가 그렇듯 인공수족 또한 오랜 세월 동안, 심지어는 현재까지 인간의 원래 수족에 비해 그리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사용자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은 아직도 꿈의 영역이다. 팔다리가 없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외관상의 문제점, 즉 흉측함을 커버하기 위해 모양만 낸 것도 있다.

또한 어느 정도의 기능성과 가동성은 있지만 원래 인간의 수족과는 동떨어진 모양의 것도 있다. 하지만 인공수족에 로봇공학이 접목되면서 인공수족은 단순한 보형물이 아닌 인체에 진정으로 통합된 사이보그의 구성요소로 진화하고 있다.

우선 로봇공학은 착용한 사람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의수를 만들었다. 비결은 바로 근육전기에 있다. 근육전기란 수족을 움직일 때 해당 근육에서 나오는 전기신호. 그렇다면 이 전기신호를 해독해 인공수족이 작동하도록 하면 어떨까.

로봇공학의 발전은 이 같은 꿈을 현실로 이루어 주었다. '유타 암 3', '보스턴 디지털 암' 등의 의수들은 이 같은 기능을 구현한 제품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관절로 연결된 인간의 손은 재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영국의 터치 바이오닉스가 개발한 아이림은 로봇공학에 힘입어 인간의 손 모양을 제대로 재현해냈을 뿐만 아니라 악력 조절, 다섯 손가락의 독립적 구동이 가능하다.

현재 인공수족에 쓰이는 기술에는 표적 근육 재자극, 표적 신경 재자극이라는 것도 있다. 이는 팔다리가 잘리더라도 해당 팔다리의 동작 및 감각을 주관하는 신경은 아직 환자의 몸에 남아 통증을 일으킨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다.

표적 근육 재자극은 절단된 팔다리를 움직이는데 사용되는 동작신경을 외과수술을 통해 멀쩡한 상태의 근육, 예를 들면 대흉근 등으로 재배치시키는 것이다. 대흉근은 상체의 운동에 관여하는, 가슴에 있는 삼각형의 근육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환자가 잘려진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려는 생각을 하면 대흉근이 대신 움직이게 된다. 이때 센서를 통해 대흉근의 움직임을 읽고 로봇 팔에 작동신호를 보내는 것.

기존의 근육전기 방식은 팔다리를 한 번만 작동시키려고 해도 꽤나 큰 집중력과 힘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표적 근육 재자극 방식은 훨씬 적은 힘으로도 원하는 동작을 취할 수 있다.

표적 근육 재자극 기술이 응용되면서 인공수족에 감각을 부여하기 위한 표적 신경 재자극 기술도 선보이게 됐다. 표적 신경 재자극 방식에서는 잘린 팔다리의 감각신경을 가슴 피부로 재배치한다. 가슴 피부에 이식된 감각 신경이 온도나 압력을 받으면 환자는 원래의 팔다리에 온도나 압력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미래에는 자체적인 압력 및 온도센서가 장착돼 착용한 사람에게 감각을 전달하는 인공 수족도 개발될 것이다. 마치 스타워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가 착용했던 의수처럼 바늘로 찌르면 아픔을 느끼는 인공의수가 등장한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인공수족의 장착 방식 역시 인체에 통합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불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착용한 사람에게 고통을 수반시키는 소켓 방식의 인공수족 대신 티타늄 볼트를 이용해 착용자의 뼈에 반영구적으로 장착되는 인공수족이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내구성은 물론 근육을 통한 인공수족 제어능력을 훨씬 향상시킬 것이다.

인체에 직접 이식되는 방식은 아니지만 인공수족 기술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외골격 기술도 눈여겨 볼 만하다. 외골격은 인간이 몸 밖에 착용함으로써 팔다리의 기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외골격이 등장한 유명한 영화로는 역시 아이언맨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연구 중이거나 실용화된 외골격은 착용한 사람이 동작을 할 때 생기는 압력, 또는 근육을 움직일 때 생기는 신호를 감지하는 방식이다.

그 다음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통해 이 신호를 데이터로 변환, 착용한 사람이 동작하는 것만큼 정확히 동작하도록 한다. 동력으로는 유압, 또는 전기 등이 사용된다.

현재 외골격은 미국과 일본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본 사이버다인 사에서 만든 외골격 HAL-5의 경우 보통 인간의 5배에 달하는 팔 힘을 자랑한다. 인간이 직접 착용하고 조종한다는 특성상 외골격 역시 인공수족과 마찬가지로 팔다리 움직임을 충실하게 재현해야 한다.

또한 인간의 동작명령에 맞춰 바로바로 움직여야 한다. 기술 진보로 외골격의 힘과 인공수족의 외관이 합쳐지는 날이 온다면 600만 달러의 사나이도 꿈은 아니게 될 것이다

사이보그의 미래와 문제점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사이보그를 현실로 만들기에는 아직 기술의 완성도나 통합 정도가 취약한 상황이다. 진정한 사이보그 개발을 위해서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 인공장기 제조 기술, 그리고 인공수족 제조 기술이 균형 있게 발전 및 통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모자라게 된다면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사이보그는 공염불이 될 것이다.

현재 수준의 인공심장으로는 원자력 인공 심장을 단 아이언맨의 흉내를 낼 수 없으며, 지금의 인공눈으로는 강력한 줌 기능으로 수 km 떨어진 사물도 볼 수 있는 600만 불의 사나이를 모방할 수 없다.

또한 현재의 인공수족은 공각기동대에 나오는 쿠사나기 모토코의 인공수족에 비교할 수 없다. 쿠사나기는 뇌를 제외한 전신이 기계인 사이보그로 비합법적인 작전과 암살의 전문가.

이 같은 슈퍼맨 스타일의 사이보그는 차치하고라도 현존하는 의료목적의 사이보그 역시 갈 길이 멀다. 슈퍼맨 스타일의 사이보그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

물론 이와 정반대의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특이점이 온다-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이 대표적. 그는 가까운 미래에 인간은 자신의 능력 확장을 위해 단백질로 이루어진 육체를 버리고 기계에 몸과 마음을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진화 속도는 산술급수적인데 반해 기술의 발전 속도는 기하급수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의 주장이 현실화된다면 심장뿐만 아니라 두뇌도 인공으로 만들어질 것이며, 인류의 사이보그 변환은 필연적 수순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실현되더라도 인간의 신체를 기계로 바꾸는 사이보그는 개발 과정에서부터 적잖은 윤리적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각종 사이보그 실험에 동원돼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받은 사람들은 보통 다음과 같은 부류다. 첫 번째는 환자들이다. 이들은 사이보그 말고는 도저히 다른 방도를 찾을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나 난치병 환자,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들이다.

두 번째는 범죄자. 물론 워윅 교수처럼 과학발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도 있지만 중죄를 저질러 사형을 선고받은 재소자 신분의 사람이 훨씬 많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자칫 생명 존엄성에 대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물론 신규 약물도 이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진행된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한다면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사이보그가 실용화된 이후 나타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뇌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기계화된 사이보그를 인간으로 분류할 수 있는가의 여부. 이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현재까지 각종 사이보그 관련 기술은 국가와 기업이 주도해오고 있다. 국가는 국방을 위한 첨단기술 습득, 기업은 이윤추구를 위해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온 것.

만일 인간 능력을 훨씬 초월하는 슈퍼맨 스타일의 사이보그가 완성된다면 그것은 국가와 기업의 목적을 이루는 데 가장 먼저 사용될 것이다. 장애극복이나 치료 같은 목적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물론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또한 그동안의 사이보그 개발 사례를 감안해 보면 자연인과 사이보그 간의 지배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굳이 사이보그로 개조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 자연인들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사이보그로 개조된 사람들의 생존에 필요한 각종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 권한을 독점하고, 이를 통해 생사여탈권까지 갖는 디스토피아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

기술이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어 발전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이런 걱정을 해야 할지 모른다. 지금 당장만 해도 두뇌에 전극을 심고, 로봇공학이 적용된 의수족을 장착한 초보적 사이보그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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