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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자연의 선물인가, 악마의 유혹인가

엄밀히 말해 마약은 의학적 또는 과학적으로 정의된 용어가 아니다. 법률적으로 정의된 용어다. 현재 유엔(UN) 마약위원회가 지정한 마약은 133종, 향정신성물질은 111종이나 된다.

마약은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지만 중독성이라는 공통된 특징이 있고, 투여량이 부족하면 엄청난 심신의 고통을 초래하는 금단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마약은 옛날부터 의료 목적에 사용됐으며, 지금도 마약성 마취제와 진통제 없이는 병원에서의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과연 마약은 자연의 선물일까, 아니면 악마의 유혹일까.


오늘날 대다수의 국가는 마약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마약을 허가 없이 유통시키거나 사용하는 사람은 중형으로 다스려진다.

싱가포르의 경우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도 15g 이상의 마약을 소지할 경우 사형에 처할 수 있다. 또한 마약사범에 대해서는 판사가 재량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마약은 의학적 또는 과학적으로 정의된 용어가 아니다. 법률적으로 정의된 용어다. 이는 마약이 각종 부작용은 물론 사회적 문제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명백한 반증인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1961년 마약에 관한 단일협약, 그리고 1971년 향정신물질에 관한 협약을 통해 마약의 생산·유통·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마약에 탐닉하게 되는 이유
이 같은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마약에 손을 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마약 외에는 그 어떤 수단으로도 얻을 수 없는 진정효과, 각성효과, 그리고 환각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효과는 아편과 모르핀, 각성효과는 코카인과 암페타민에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환각효과는 엘에스디(LSD), 엑스터시, 대마 등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아편을 투여하면 불안감이 없어지고, 행복한 기분을 맛보게 된다고 한다. 혹자는 도원경을 걷는 기분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장기간에 걸친 전쟁을 겪었던 중국·베트남·아프가니스탄 등지에 서 아편 중독자가 대거 양산된 것도 이 같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코카인이나 암페타민 등 각성효과가 있는 마약을 찾는 사람들은 아편을 찾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투여 후 나타나는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 마약에 대한 기대치 역시 다르다는 것.

이들은 문제에서 도피하기 위해 마약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약을 찾는다.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는 굴려야 하는데 원하는 대로 머리가 굴러주지 않으니 각성효과가 있는 마약에 의존하는 것.

일례로 어느 예술가의 경우 코카인을 흡입하면 재기와 활력을 느낄 수 있으며, 좋은 기분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속도가 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코카인을 흡입하지 않으면 곧 싫증이 나고, 피로감을 느끼며, 집중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영국의 전 수상 안소니 이든의 경우 1956년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탈환할 때 각성효과가 있는 암페타민을 투여 받았으며, 독일의 총통 히틀러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코카인 및 암페타민을 처방 받았다고 한다.

섹스를 위해 각성효과가 있는 마약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의 성기능도 결국은 뇌에서 관장하기 때문에 뇌의 활동을 증대시키면 성적 능력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과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진정효과가 있는 마약은 대뇌기능 억제제의 기능을 하고, 각성효과가 있는 마약은 대뇌기능 자극제의 기능을 한다.

즉 아편은 대뇌피질과 척수 등 고통이 전달되는 신경 부위에서 통증 전달을 차단, 진통작용과 함께 쾌감을 발생시킨다. 반면 코카인과 암페타민은 신경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을 과다 방출시켜 각성 및 흥분을 일으킨다. LSD, 엑스터시, 대마는 도파민을 과다 분비시키고 이를 통해 환각과 망상을 유발시키는 마약이다. 도파민은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로서 중요한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 합성체의 전구물질(前驅物質)이다.

환각효과가 있는 마약을 사용해 본 사람들에 따르면 공감각적 지각과 환청 등 정상 상태의 인간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실제 LSD를 자신에게 투여해 본 스위스의 화학자 알베르트 호프만의 경우 주변의 모든 공간이 회전하고, 가구가 흔들리며, 옆집 여자가 마녀로 보였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눈을 감아도 이 같은 환각이 계속됐다는 것.

다만 이 같은 환각은 내용의 좋고 나쁨에 따라 굿 트립(good trip)과 배드 트립(bad trip)으로 구분된다. 배드 트립이 나타날 때는 주변의 모든 것이 자신을 죽이려는 악마요 괴물로 보이게 된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마약 사용자는 주변 사람을 괴물로 착각하고 폭행 또는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전 부인이던 여배우 샤론 테이트 살인사건이다.

당시 살인범들은 환각효과를 내는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도저히 정상인의 짓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잔혹한 방법으로 테이트를 살해했다. 임신 중이던 테이트를 죽이고 배를 갈라 태아의 피로 벽에 낙서를 한 것. 마약이 제공하는 이 같은 경험은 비사용자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자극적이며, 매력적이다.

반면 마약의 효과가 떨어지면 이전보다도 더욱 큰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따라서 한 번 마약을 찾은 사람은 대부분 이 같은 체험을 또 한 번 느끼고,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비싼 약값도 마다않지 않게 된다. 하지만 마약을 사용하면 할수록 인체는 약물에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같은 자극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마약을 필요로 하게 된다. 사람들이 마약을 끊지 못하는 이유로는 금단증상도 무시하지 못한다.

마약을 계속 하다가 갑자기 끊게 되면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고통을 겪게 된다. 그 동안 마약의 존재에 적응하며 살아왔던 사용자의 신체는 오한, 소름, 눈물, 콧물, 발열, 탈수증, 현기증, 헛소리, 메스꺼움, 구토, 설사, 심계항진, 복통, 신경통 등의 고통을 겪게 된다. 또한 불안, 초조, 고민, 신경질, 분노, 의지박약 등의 정신적인 증세도 나타난다. 금단증상이 심해져 사망을 일으키는 환자도 있을 만큼 마약의 금단증상은 심각하다. 한 마디로 이 같은 금단증상을 피하고 더욱 큰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중독자들은 계속 마약에 매달리는 것이다.

마약의 다양한 원료와 특성
마약은 얼핏 보면 그게 그것인 것 같지만 원료, 특성, 기능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현재 유엔(UN) 마약위원회가 지정한 마약은 133종이며, 향정신성물질은 111종이다. 향정신성물질이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각성이나 환각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을 말한다.







마약의 원조 아편
아편은 마약의 원조로 통할 만큼 역사가 오래됐다. 덜 익은 양귀비의 과피(果皮)에 상처를 내면 우유 색깔의 유액이 나오는데, 이를 받아 건조시켜 굳히면 생아편이 된다. 중추신경 계통에 작용해 진통, 진정효과를 낸다. 의약용으로는 생아편을 분쇄해 가루로 만든 아편말을 사용한다. 아편말은 갈색의 가루며, 특이한 냄새가 나고 맛은 매우 쓰다.

민간에서는 아편말을 복통, 기관지염, 불면, 만성 장염 등의 질환에 사용했다. 흡연용 아편은 생아편을 물에 녹여 불용분(不溶分)을 제거한 후 증발·농축해 만든 것으로 전용 담뱃대를 사용한다. 이렇게 흡연을 통해 아편을 투여하면 마취상태에 빠져 몽롱함을 느끼고, 습관성이 되면 중독현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주로 인도, 터키, 유고슬라비아, 파키스탄에서 재배 및 제조되지만 원산지는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이다. 그리고 최초로 재배된 것은 발칸반도와 흑해 인근의 동유럽 지역이다. 아편을 마약의 원조로 부르는 이유는 재배된 역사가 길고, 현대 마약류의 주요 성분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편의 알칼로이드 중에는 모르핀, 코데인, 나르코틴, 파파베린, 테바인 등이 함유돼 있다. 이 가운데 나르코틴과 파파베린을 제외한 나머지 성분이 모두 마약류로 지정돼 있다.

폭발적 쾌감의 헤로인
아편 성분 가운데 하나인 모르핀에 초산을 탈수해 얻는 무색의 액체인 무수초산을 반응시켜 만든 염산디아세틸모르핀이 바로 헤로인이다. 백색 결정성분말형태를 띠며, 흡연 또는 주사를 통해 투여한다.

진통효과는 모르핀의 10배 이상이며, 부작용 및 유해성 역시 모르핀보다 훨씬 강력하다. 헤로인을 처음 상품화한 곳은 1898년 독일 제약회사인 바이엘. 아편과 모르핀의 우수한 진통효과에 주목한 바이엘에서는 이 같은 진통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중독성을 제거한다면 안전성이 탁월한 진통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헤로인의 상품화에 매달린 것이다. 헤로인은 기침, 천식, 기관지염 등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진통제로 팔려나갔다.

하지만 1911년 헤로인의 중독성이 밝혀지면서 약전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약전이란 의료에 사용되는 중요한 의약품에 대해 제조·성능·품질·저장의 적정을 기하기 위해 마련된 기준서를 말한다. 투여 직후 3~4시간 동안 폭발적인 쾌감을 느끼게 되며, 강력한 마취 및 진통효과가 있다.

하지만 쉽게 의존성이 생겨 중독에 빠지게 되고, 내성이 강해짐에 따라 처음의 수십 배를 사용하지 않으면 듣지 않게 된다. 사용을 중지하면 금단현상을 일으켜 불안, 불면, 고민, 침울, 발양 등의 정신적 증세가 나타난다. 또한 구토, 발한, 발열, 설사 등의 신체적 증세도 발생한다. 특히 심신이 함께 쇠약해져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비교적 부작용 적은 대마
대마는 대마초라는 식물에서 얻는 마약을 가리킨다. 수지 형태인 해시시, 대마의 잎을 잘게 썬 마리화나가 있다. 진정, 이완, 행복감, 환각 등의 효과가 있다.

흡연과 경구복용하는 형태로 투여한다. 효과는 흡연 후 10분, 경구복용 후 90분 뒤부터 나타난다. 부작용으로는 편집증, 정신질환, 주의산만, 무기력, 무관심, 호흡기 질환, 폐암 등이 있다.

대마는 아편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마약으로 취급되며, 근대에 들어와 화학적 공법으로 만들어진 각종 마약들에 비해 효능이나 부작용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일각에서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장하는 근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시적 쾌감 주는 코카인
남미가 원산지인 코카나무의 잎에서 활성 알칼로이드를 화학적으로 추출, 코카인 염산염으로 전환해 만든다. 코카인은 신경, 눈, 코, 인후의 점막을 자극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마취제로 사용 한다. 복용은 가루를 낸 후 빨대 등을 사용해 흡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코의 점막을 통해 혈류 속으로 빠르게 흡수된다.

코카인을 흡입하면 중추신경을 자극하며, 피로회복 및 각성효과가 커져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지나친 양의 코카인을 흡입하거나 반복해서 사용하면 우울증, 불안감, 수면장애, 만성피로, 정신혼란, 편집증, 그리고 경련을 일으키다 사망할 수도 있다.

혈관수축 작용을 하기 때문에 만성 코감기를 일으키며, 심한 경우에는 비강에 궤양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 외의 부작용으로는 코 부위 함몰, 심박 불규칙, 성욕감퇴, 정신이상 등이 있다. 코카인을 흡입할 때 생기는 쾌감의 효과는 일시적으로 30분 뒤에는 없어진다. 가장 흔한 금단현상은 우울증이다.

환촉 일으키는 정제 코카인
속칭 크랙이라고도 불린다. 1980년대에 등장한 것으로 코카인에 베이킹 소다와 물을 넣고 가열해 정제 형태로 만든 것이다.

물 담뱃대를 사용해 흡연하는 방식으로 투여한다. 정제 코카인을 계속해서 사용하면 극심한 인성장애, 수면장애. 식욕저하, 그리고 폭력적 경향이나 비이성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 의 증가 등을 유발한다.

피부 밑에서 무엇인가 기어 다니는 것을 느끼는 환촉으로 고생하며, 이것이 자해 및 편집성 망상으로 진전될 수도 있다. 환촉은 실제 자극이 없는데도 몸에 닿거나 찌르거나 누르는 등의 감각을 갖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강력 범죄 일으키는 LSD
맥각균에서 분리된 리세르그산 디에틸아미드(LSD: Lyserg Saeure Diathylamid)라는 성분명이 그대로 이 마약의 이름이 됐다. 맥각균은 호밀, 밀, 귀리 등의 씨방에 붙어사는 곰팡이. LSD 성분을 인공으로 합성하면 강렬한 환각효과를 나타낸다. 물기를 빨아들이는 방식의 정사각형 압지, 알약, 그리고 액체 형태로 만들 수 있다.



투여 방식은 경구복용이며, 효과는 투여 후 8~12 시간이나 계속된다. 강렬한 자의식, 황홀감, 영적 감정 체험 등이 나타난다. 하지만 주변 세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 끔찍한 환각 체험, 만성 건강질환을 유발한다. 또한 장기 복용했을 때는 분열증, 조율증, 플래시백 현상이 나타난다. 플래시백 현상이란 마약 투여를 중지 한 상태에서도 마약을 투여한 것과 같은 환각상태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투약 이후 환각상태 또는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긴 효력의 암페타민
이른바 공부 잘 하는 약에 암페타민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투여 방식은 비강 흡입, 주사, 흡연, 경구복용 등이 있다. 복용 후 15분부터 6시간, 심지어는 수일에 걸쳐 효력이 지속된다. 중추신경을 자극해 흥분, 활력, 자신감, 집중력, 정신적 능력을 높인다.

하지만 호전적 행동, 정신이상, 피로감, 우울증, 심장질환 등의 부작용이 있다. 또한 망상증이나 정신분열증 등 잠복성 정신 질환 증상도 나타난다. 암페타민 계열의 마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메타암페타민 성분의 필로폰(히로뽕)이 있다.

과거 일본에서 전쟁수행을 위해 군인이나 방위산업체 직원들에게 투여했던 히로뽕은 전후에도 막대한 양이 남아 섹스용 약물, 살 빼는 약, 운동선수의 도핑 등 다양한 용도로 밀거래됐다. 오늘날까지 꾸준한 팬(?)을 확보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파티용 마약 엑스터시
암페타민 계열의 인공 화합물인 메틸렌디옥시메타암페타민 (MDMA) 성분의 마약이다. 알약 형태로 경구 투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효과는 LSD와 암페타민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즉 흥분과 환각효과를 일으키는 것.

사용자에게 도취감, 평온함, 냉정함을 선사해 준다. 그리고 사회성을 증대시키는 효과도 있어 파티용 약물로 불린다. 하지만 정신이상, 우울증, 뇌 및 간 손상 등의 부작용이 있다.

먼로가 애용한 바르비투르산염
바르비투르산에서 추출한 화학물질인 바르비투르산염은 진정 및 대뇌기능 억제 효과가 있는 인공 화합물로서 알약 형태가 일반적이다. 투여 방식은 복용, 주사 등이 있다.

평온 및 해방감 등의 효과가 있어 진통제, 수면제, 최면제 등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폭력적이고 혼란스러운 행동, 폐렴, 정서장애 등의 부작용이 있다. 또한 내성으로 인한 과용 및 이에 따른 사망 위험이 있다. 배우 마릴린 먼로가 이것을 과용한 끝에 사망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상상외로 오래된 마약의 역사
마약의 역사는 상상외로 길다. 이라크에서 발굴된 6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에서는 메타암페타민 성분이 들어있는 꽃이 발견됐다. 마황도 발견됐다. 마황은 현대의 암페타민이나 엑스터시와 비슷한 성분인 에페드린이 들어 있는데, 선사시대 중앙아시아의 신전 유적에서도 발견됐다.

또한 수메르 유적에서 출토된 기원전 5,000년경의 상형문자에서는 양귀비를 홀 길, 즉 '환희의 식물' 로 부르고 있다. 그리고 기원 전 1,500년경 파라오 아멘호테프 3세 시대에 살았던 이집트 건축가의 무덤에서는 아편이 발견됐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아편뿐만 아니라 합환채, 대마초 등도 사용했다고 한다.

지중해 연안에 자생하는 다년생 초본인 합환채는 가지과(科)의 식물로 불임증 치료제나 최음제의 효력을 갖고 있다. 오늘날의 비아그라와 같은 섹스용 약물이었던 셈. 고대 중국에서도 대마 재배와 그의 약용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기원전 2,727년 중국 황제 신농씨가 지은 의약서 본초경에는 대마사용이 최초로 기록돼 있다.

이 책에서 대마는 그물, 깔개, 천 제작에 필요한 섬유와 요리용 기름을 제공한다고 돼 있다. 또한 말라리아, 각기병, 변비, 류머티즘, 얼빠진 상태, 생리통에 효과가 있는 강장제로도 묘사돼 있다. 남미의 경우에는 5,000~7,000년 전부터 코카나무 잎을 씹음으로서 다양한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코카나무 잎에는 칼슘, 철분, 인, 비타민A, 비타민B, 비타민E가 있다. 가지에는 티아민, 리보플라빈, 비타민C가 있다. 특히 코카나무 잎은 산소가 희박한 안데스 산맥의 고산지대에서 생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이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에서도 마약의 섭취는 범죄시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시민들은 저녁식사 후 소화를 돕기 위해 대마 씨의 즙을 마셨다고 한다.

그리고 고대 올림픽 당시 참가 선수들은 대뇌활동을 자극하는 버섯이나 대마 씨 즙을 먹고 운동능력을 향상시켰다. 아편, 맥각균, 대마초의 사용도 이미 일상화돼 있었다고 한다. 현대의 아편 추출법은 이미 로마시대에 완성돼 있었으며, 이 같은 기술과 이 기술로 생산된 아편은 로마제국 멸망 이후 아랍 상인들에 의해 세계 각지로 퍼졌다.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인 18~19세기 이전까지 인류는 그리 큰 죄의식 없이 여러 가지 천연 마약과 함께 살아왔다.

그리고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마약 생산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다. 인류는 태고 때부터 마약과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식물에 약간의 인위적 가공을 가해 만든 정도에 불과했다. 마약의 원료 식물을 오렌지로 비유한다면 과거의 천연 마약은 오렌지 주스 정도였던 것.

그런데 산업혁명을 맞아 인류의 과학기술 지식, 특히 각종 약물 제조에 필요한 화학적 지식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식물에 들어 있던 마약 성분을 농축하고 정제해 극소량만 섭취해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과거 오렌지 주스 한 사발을 마셔야 섭취할 수 있던 비타민C를 알약 하나만 먹어도 섭취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이렇게 발전된 과학기술을 사용해 과거 자연물에서만 얻을 수 있던 마약 성분을 인위적으로 합성해 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헤로인, 엑스터시, 암페타민 계열의 마약들은 천연 마약 성분을 합성하거나 반합성해 만들어낸 합성마약이다. 이렇듯 산업화 시대에 걸 맞는 방식으로 제조된 마약은 그 이전의 천연 마약에 비해 매우 적은 부피로도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LSD의 경우 450㏄짜리 마요네즈 병에 무려 5,000회의 투약이 가능한 양을 담을 수 있다.

과거 남미 사람들이 약물효과를 얻기 위해 코카나무의 잎을 우적우적 씹던 것에 비하면 천양지차다. 게다가 효과도 이전의 천연 마약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졌다.




산업화 시대와 마약의 불법화
이처럼 각국의 산업화는 마약에 과학기술이라는 날개를 달아주었지만 동시에 강력한 규제라는 족쇄도 채웠다. 과거 가내수공업을 통해 비효율적으로 소량만 만들어지던 여러 상품을 공장제 기계공업을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끔 한 것이 산업혁명의 본질이다.

그리고 공장제 기계공업을 유지하려면 노동자들과 공장 관리자들이 정시에 출근해서 공장과 생산기계를 관리하고 작동시켜 주어야 한다. 그런데 환각효과나 진정효과가 있는 마약을 복용하고 헤매는 사람은 정시 출근할 가능성이 적으며, 설령 출근한다고 하더라도 일을 제대로 못한다. 심지어 기계에 치여 사고를 당할 확률도 높아진다.

물론 일본처럼 군인과 방위산업체 직원들에게 히로뽕을 투약시켜 근무 효율을 높이려고 한 시도 역시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보면 마약의 부작용과 치료 및 재활로 인한 실이 득보다 많았다. 결국 산업화 시대에 돌입한 각국 정부는 마약을 계속 용인하는 것이 자국의 산업육성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마약이 근대국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19세기 서구 세력과 중국 간에 벌어진 아편 전쟁. 영국이 대중 무역적자를 만회하고자 동인도회사에서 독점 재배한 아편을 중국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자 중국 내에는 아편 중독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게다가 아편 대금으로 막대한 은화가 영국으로 유출되자 중국 정부는 강력한 아편 단속을 벌였다. 이에 반발한 영국은 1840년 무역항을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중국을 상대로 제1차 아편전쟁을 일으킨다.

2년간 끈 전쟁의 결과는 명약관화한 것이었고, 이 전쟁에서 패배한 중국은 홍콩을 할양한다. 또한 광둥 이외 5개 항구를 개항해 주고, 조계지까지 설치해 주기에 이른다. 중국의 개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영국은 프랑스, 러시아와 합세 해 1856년 제2차 아편전쟁을 일으킨다. 4년간의 격전 끝에 중국은 수도 베이징이 유럽 연합군에 점령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아편전쟁에서 드러나듯이 마약은 제국주의 국가가 후진국을 통제하고 착취하는 데도 유용한 수단임이 증명됐다. 실제 제국주의 일본은 중국과 전쟁을 벌이면서 대량의 아편을 보급, 중국인들의 전투의지를 꺾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이 같은 여러 사정 때문에 20세기에 들어오자 마약은 각국 정부에 의해 금지 품목이 되어갔다. 국제적인 마약 통제의 효시로는 1912년에 맺어진 헤이그 아편 조약을 꼽는다.

이후 여러 가지 협약을 통해 마약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사용이 국제적인 규제를 받게 된다. 마약이 사라진 자리는 술과 담배가 메웠다. 넓은 의미에서는 마약일 수도 있지만 비교적 중독성과 폐해가 적은 술과 담배는 용인된 것. 심지어 각국 정부는 술과 담배의 제조 및 유통을 관리함으로서 여기서 생기는 이득을 국가재정에 보태기까지 했다.

최근 불거진 마약 합법화 논란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마리화나, 즉 대마의 잎을 잘게 썬 마약의 합법화를 위한 움직임이 벌어졌다. 오클랜드에 있는 마리화나 옹호 단체인 옥스테르담 유니버시티가 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한 주민발의안을 상정하기 위해 68만 명의 서명을 확보한 것.

주민발의안의 주요 내용은 21살 이상 성인들이 1온스, 즉 28.3g 까지 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소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모든 주민들이 2.3㎡ 규모의 대마 밭을 만들어 대마초를 재배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이미 의료용, 즉 치료제 차원의 마리화나 판매는 허용하고 있다. 마리화나의 전면 합법화를 찬성하는 측은 의료용뿐만 아니라 마리화나 소지와 대마초 재배를 합법화할 경우 거두어들일 세수입으로 주 정부 뿐만 아니라 시 및 카운티의 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 및 카운티 정부가 마리화나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연간 10억 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여론도 의외로 긍정적이다. 지난해 초 여론조사기관인 조그비가 캘리포니아 주 전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 가량이 마리화나 합법화에 찬성했다. 비교적 보수적인 LA 인근 오렌지카운티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역 일간지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의견이 무려 86%에 달했다.

캘리포니아 주의 이 같은 마리화나 합법화 움직임은 언뜻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인류는 태고부터 마약과 함께 살아왔으며, 대부분의 마약이 불법화된 것은 인류 역사에서 극히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세기 초반까지 집집마다 양귀비를 심어왔으며, 여기서 추출한 아편을 가정상비약으로 사용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의 담배 흡연은 줄고 있는 반면 마리화나를 피우는 경우는 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연예인이나 부유층이 마약에 손을 대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경우로 볼 수 있다. 서민과 같이 정규적인 직장생활을 하지 않아 비교적 시간이 남아도는 대신 여러 가지 이유로 더욱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이들의 특성상 술과 담배는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다. 특히 마약이 불법화돼 과거에 비해 매우 비싼 값을 줘야 구할 수 있게 됐지만 이들에게는 그럴만한 충분한 경제력이 있다. 바로 이 같은 조건들이 엮이면서 연예인과 부유층 마약사범이 줄지 않는 것이다.

마약을 졸업하지 못한 인류
인류는 21세기 현재까지도 마약에서 졸업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마약성 마취제와 진통제 없이는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의료 목적과는 별 상관없는 이유로 마약을 원하고 있고, 어떤 나라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마약을 팔아 자국의 재정을 조달하고 있다.

북한이나 아프가니스탄처럼 마약 제조 및 판매 이외에는 마땅한 산업이 없는 국가가 대표적이다. 국가 체제조차 갖추지 못한 여러 게릴라 조직도 마약을 만들어 팔아 운영비와 전비를 충당하고 있다. 심지어 초강대국 미국도 아프가니스탄 반소 게릴라들과 중국 국민당의 마약 생산, 그리고 라오스와 미얀마의 마약 거래를 방조하거나 지원했다. 공산주의 타도라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마약처럼 나쁜 수단도 상관없다고 여긴 것이다.

지난 1994년 타계한 미국의 코미디언 빌 힉스는 마리화나를 피 우는 것이 잘못이라면 신은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리화나는 자연의 선물이기 때문이라는 것. 힉스의 이 같은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마약의 원료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히 마약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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