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의 유리를 보고 액체나 기체라고 한다면 정신 나간 사람으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사실 고체와 액체를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유동성, 즉 그 물질이 물처럼 흐르는 지의 여부에 있다.
유동성이 있으면 액체, 전혀 없다면 고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준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물질이 있다. 과냉각 액체라는 물질이다.
과냉각 액체는 쉽게 말해 고도의 점성을 지닌 액체다. 유리가 바로 여기에 속하는데, 상온에서의 유리는 누가 봐도 고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유동성을 갖춘 액체다. 고체는 일반적으로 고정된 규칙적인 결정구조를 지니고 있는 반면 유리를 포함한 과냉각 액체에는 이것이 없다. 이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흘러내린다.
실제 수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유럽의 성당에 가서 유리창을 보면 상단부와 하단부의 두께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상단부는 다소 얇고 하단부는 다소 두껍다. 이는 상단의 유리가 하단으로 흘려 내렸음을 입증하는 증거다. 흘러내리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서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것일 뿐이다.
이 점에서 유리는 고체라기보다는 액체라고 하는 것이 옳을 수 있다. 단지 유리의 특수성을 감안, 비정질 고체라고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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