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나 항공은 김포공항과 일본 하네다공항을 오가는 노선에 '에코 플라이트(Eco Flight)'라 명명된 친환경 항공기(A330-300 모델)를 투입했다. 이 항공기는 비행 전 정비, 준비, 이륙, 순항, 착륙에 이르는 전 부문에서 에너지 절감을 구현해 운항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출되는 탄소량이 기존 항공기 보다 550㎏나 적다.
1년이면 무려 800톤에 이르는 탄소 저감이 가능한 것. 이는 16만 그루의 소나무를 새로 심은 것과 동일한 효과다.
하늘을 나는 굴뚝
이처럼 최근 들어 항공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항공기 운영 전반의 환경성을 높이고 연료 효율을 배가하며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사실 항공기는 탁월한 효용성과는 달리 지구환경에는 치명적인 존재다. 이산화탄소(CO₂)를 비롯해 질소산화물, 유황, 탄화수소 등 온갖 유해물질을 지구 상공에 뿜어내는 하늘의 굴뚝이자 공해 공장이다. 일례로 제트A 항공유 1파운드(0.45㎏)가 연소되면 그 3배에 달하는 1.35㎏의 탄소가 대기권 상층부에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항공기가 만들어내는 비행운(飛行雲) 속의 수증기가 배기가스 내 탄소산화물의 온실효과를 3~4배나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현재는 전 세계 CO₂ 배출량 중 항공기의 비중이 2~3% 에 불과하지만 항공기 이용객 증가세를 감안하면 오는 2050년경 지구 기후변화의 최대 10%가 항공기에 의해 유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7년 유럽연합 의회가 유럽 내에 노선을 가진 모든 항공사들을 탄소 배출권 거래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배경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 근거한다. 이에 해당되는 항공사들은 오는 2011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0% 이상 낮춰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탄소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바이오연료가 대세
이런 상황에 맞서 항공업계가 가장 먼저 빼어든 무기는 친환경 바이오연료다. 자동차업계가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의 도입에 앞장서고 있듯 항공업계도 공해발생의 최대 원인인 연료를 바꿔 친환경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그 첫 번째 시도는 2008년 이뤄졌다. 영국의 버진 애틀랜틱 항공과 보잉, 제너럴일렉트릭이 힘을 합쳐 보잉747 기종에 코코넛오일과 야자오일을 혼합한 바이오연료를 넣고 영국에서 네덜란드까지의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 당시 3사는 제트A 80%, 바이오연료 20%를 혼합 사용해 항공업계에 바이오연료 도입열기를 가속화하는 촉매가 됐다.
실제로 자신감을 얻은 보잉이 2008년말 에어뉴질랜드, 롤스로이스와 함께 자트로파 식물로 만든 바이오연료와 제트A를 50대 50으로 혼합하여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작년초에는 일본 JAL, 미국 프랫 앤 휘트니와도 공동으로 아시아 최초의 바이오연료 비행을 마쳤다. JAL의 시험비행에서는 카멜리나, 자트로파, 조류(藻類) 등 3종의 바이오매스로부터 얻은 혼합 바이오연료가 50% 쓰였다.
이외에도 미국 컨티넨털항공이 지난해 1월 바이오연료 화물기 시범운항을 성공리에 완수했으며 네덜란드 KLM항공도 작년 11월 석유화학기업 UOP가 개발한 카멜리나 연료 50%를 사용하여 1시간 30여분의 시험비행을 무사히 끝냈다. 특히 KLM항공은 세계 최초로 승객 40명을 태운 채 비행함으로서 바이오연료 항공기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공해 항공기를 위한 도전
바이오연료의 도입과 맞물려 기존 항공유의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다수 진행 중이다. 효율을 높여 연료소비량을 줄이면 그만큼 탄소 배출량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대표주자 역시 보잉으로 올 4/4분기 인도 예정인 차세대 여객기 '보잉 787 드림라이너'로 승부수를 띠웠다. 드림라이너의 최대 강점은 경량화를 통한 막강한 연비. 기체의 제작에 있어 탄소강화 플라스틱, 탄소 복합소재, 티타늄 등 강하고 가벼운 복합재 비중(중량기준)을 50%대로 높여 전체 중량을 대폭 경감했다. 보잉 777의 경우 복합재 비중이 12%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경량화로 드림라이너는 동종 기종 대비 연료사용량이 20%나 적다.
미국은 또 2003년부터 '넥스트젠(Next Gen)'이라는 차세대 항공교통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220억 달러가 소요되는 이 프로젝트는 항공교통체증 완화와 이를 통한 연료절감이 핵심 목표의 하나다. 그 첫 번째 과제로 공항에서 항공기의 착륙 순서를 세밀하게 조정해 효율성을 제고하려 하고 있다.
현재 항공기 간의 수직 분리 간격이 600m에서 300m로 축소된 것도 넥스트젠의 결실이다. 이로써 더 많은 항공기 들이 고고도에서 운행하게 되면서 적지않은 연료절약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예 공해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 항공기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영국 리액션 엔진이 EU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A2'가 그 실례다. A2의 연료는 바로 액체수소로서 연소시켜도 극소량의 아산화질소와 수증기 밖에 배출되지 않는다. 특히 A2는 터보 제트 엔진과 램제트 엔진을 결합한 일명 '시미타(Scimitar) 엔진'을 채용, 순항속도가 마하5에 이른다. 환경과 속도라는 항공기의 양대 화두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로선 A2의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다. 하 지만 이 같은 노력이 하나 둘 모아진다면 100% 무공해 항공기의 출현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이 틀림없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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