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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휴머노이드 大戰

한국과 일본의 로봇 연구실에서는 성인 크기의 보행이 가능한 독립형 휴머노이드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는 그런 로봇이 단 1 대뿐이다. 과학기술 강국 미국이 이 분야에서만 왜 이렇게 뒤처진 것일까.

미래에 가정용 휴머노이드 도우미가 상용화된 세상을 상상해보자. 이 로봇은 사람과 생김새가 유사하고 관절 구조, 이족보행 등 구동 메커니즘도 동일하다. 때문에 집안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사람이 사용하는 모든 도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빨래를 개킬 수도, 할머니가 계단을 오르는 것을 도와줄 수도 있다. 주말이면 늦잠을 청하는 가족들을 위해 맛있는 브런치를 침대로 배달해주기도 한다. 사실상 거의 모든 가사노동을 척척 해낸다.

한 아버지가 앞마당에서 아들과 함께 축구공을 가지고 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마당 저편에는 휴머노이드 도우미가 등을 돌린 채 열심히 하수관을 고치 고 있다. 이때 아버지가 찬 공을 아들이 받지 못하면서 공이 휴머노이드 앞으로 굴러간다.

아버지는 이렇게 소리친다. "이봐, 로봇! 공 좀 건네줄래?" 그러자 휴머노이드가 몸을 돌려 공을 확인하고 아버지에게 패스를 한다. 그렇게 이 부자의 축구 게임은 다시 시작된다. 미래에 우리가 휴머노이드에게 시키고자 하는 작업 중에서 축구공을 가져오게 하는 것은 아마도 무척 단순한 일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2010년 현재 이를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할머니를 부축하거 나 셔츠를 다림질하는 동작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기술로는 로봇 스스로 기존에 입력된 명령을 중단하고 새로운 계산을 거쳐 행동하도록 하는 것은 그것이 설령 공을 차는 단순한 동작일지라도 놀라우리만치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로봇공학자들이 휴머노이드의 기술적 성숙도를 평가하는 표준화된 테스트로서 공을 차는 동작을 보고 있을 정도다. 이들이 매년 6월 '로보컵(RoboCup)'이라는 대회를 개최하고 서로가 개발한 로봇의 공차는 능력을 견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세계 최강 과학기술 강국인 미국에는 로보컵에 출전, 공을 차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는 성인 크기의 독립형 휴머노이드가 단 1대 뿐이라는 점이다.

이 로봇의 이름은 '찰리-L(CHARLI-L)'이다. 찰리는 '학습지능을 지닌 인지형 휴머노이드 자율주행 로봇(Cognitive Humanoid Autonomous Robot with Learning Intelligence)'의 약자며 그 뒤에 붙은 L은 '경량형(Lightweight)'의 앞 자를 딴 것이다.

이 로봇의 신장은 약 150㎝며 사람과 같은 사지를 갖고 있어 사람처럼 이족보행을 한다. 본체 외부에는 로봇을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그 어떤 전원장치나 컴퓨터 시스템도 찾아볼 수 없다. 미국 최초의 '진짜' 휴머노이드라 할 수 있는 찰리-L의 제작자는 버지니아공과대학의 학생들이다.

찰리-L은 입회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제휴머노이드로봇클럽의 정회원이다. 이 클럽에 소속된 로봇들은 모두 일상생활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것 들이다. 현재 이 클럽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로봇연구에 투입하는 예산은 미국의 민간 로봇공학자들이 쓰는 돈의 몇 배에 달한다.






일본의 대표 휴머노이드인 '아시모'는 지난 1986년 첫 모델이 등장한 이래 벌써 12번째 개량형이 나왔다. 이에 대응하는 한국의 대표 모델은 지난 2004년 KAIST의 오준호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휴보'다. 두 로봇은 각각 일본과 한국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다.

혼다에 따르면 아시모를 처음 개발했을 때 무려 3억 달러의 자금과 막대한 인력, 시간이 투입됐다고 한다. 버지니아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로서 찰리-L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재미 한인 과학자 데니스 홍 박사는 이를 놓고 실소를 터뜨린다. 찰리-L은 학부생과 대학원생 12명이 1년 6개월간 2만 달러의 종잣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홍 박사는 찰리-L 이전에 사람과 비슷한 모양으로 걷는 거미 로봇 '스트라이더(STRiDEr)'나 스스로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운전 유도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는 저명한 로봇공학자다.

하지만 홍 박사와 그의 학생들이 찰리-L을 통해 로보컵 트로피를 품에 안으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올해 대회에서 홍 박사팀은 총 6개팀이 참가한 성인 사이즈 휴머노이드 부문에 '최우수 휴머노이드상'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했다. 대회 규칙에는 경기시작 전 로봇은 공이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로봇은 경기시작 즉시 고개를 돌려 공부터 찾아야 한다. 그리고 표적을 향해 공차기, 드리블, 다른 로봇이 슈팅한 공 막기 등 다양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찰리-L팀의 팀원이자 석사과정 학생인 로버트 구엔의 말을 빌자면 로봇이 제자리에서 몸을 돌리게 하는 것조차 매우 힘든 상태다. 공을 차는 능력을 갖추려면 추가 적으로 엄청난 기술적 난관들을 극복해야 했다. 홍 박사도 "로보컵은 오락의 탈을 쓴 초고난도 과학행사"라며 기술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6월 19일 개막한 '2010 싱가포르 로보컵'에서 홍 박사팀은 부단한 노력 끝에 성인 사이즈 휴머노이드 부문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1위와 2위는 모두 싱가포르에게 내주고 말았다. 미래의 완벽한 도우미 로봇을 탄생시키려면 우선 로보컵 우승컵부터 들어 올려야 하지만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닌 것이다.

홍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완벽한 휴머노이드의 개발은 로봇공학계의 성배라고 생각합니다. 문자 그대로 시스템 중 의 시스템인 것이죠. 이런 로봇을 완성하려면 로봇공학에서 가르치는 모든 과목이 전부 필요합니다. 인공지능, 자율행 동, 역학, 제어학, 기계설계학까지 모두 다요." 그렇다면 이들이 지금껏 추진해 온 프로젝트는 결국 무의미한 일에 불과한 것일까.




미국 휴머노이드 연구의 딜레마

일 잘하고 믿음직한 로봇도우미를 원치 않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미국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찰리-L 하나밖에는 없는 것일까. 그리고 대체 어쩌다가 월급도 받지 않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팀이 이 로봇을 만들게 된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미국이 중시하는 실용성과 효용성이라는 가치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가치에 따라 미국이 지금까지 집중적으로 개발해왔던 것은 자동차, 식기세척기, DVR 등 모두 그 용도가 명확히 정해진 제품들이다.

실제로 로봇청소기 룸바와 군용로봇 팩봇 등을 개발하며 유명해진 미국 아이로봇의 콜린 앵글 사장은 "휴머노이드를 보면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와 기술이 필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고 말하고 "휴머노이드 개발에 매달리는 로봇공학자들은 정말 훌륭하고 흥미로운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는 "현재 로봇 산업계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은 그들이 아니다"며 "그들이 만든 휴머노이드는 그저 오락용 일 뿐" 이라고 단언한다. 오늘날의 휴머노이드에는 실용적인 부분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현존하는 가장 정교한 휴머노이드라는 일본의 아시모를 보자. 이 로봇은 탁월한 균형감각을 갖고 있으며 적응성 또한 뛰어나다. 걷는 것은 물론 계단도 오르내린다. 심지어는 달릴 수도 있다. 그 모습이 아직은 상당히 어색하고 너무나도 로봇스럽지만 이 정도면 가히 혁신적 수준이다.

그렇지만 아시모가 닫힌 문 앞에 서는 순간, 게임은 끝이다. 아시모조차 문을 열지 못한다. 로봇으로 하여금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아 돌리는 동시에 문을 밀면서 앞으로 전진 하도록 하는 연산은 끔찍할 만큼 복잡해 현재로선 구현이 불가능하다.

견고성도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난제다. 아이로봇의 앵글 사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 제품은 이층집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무사하지만 아시모를 그렇게 한다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본은 아시모를 버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아시모를 통해 재료공학에서 인공지능에 이르는 다양한 과학적 과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일본에게 아시모는 단순한 로봇이 아니다. 미래에 일본 이 생산한 유용하고 감성적인 제품들이 지구촌을 휩쓸 것 이라는 믿음을 대변하는 상징물이자 국가의 미래에 대비한 보험이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미국의 연구자금 지원 담당자들은 미래의 상징물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이들은 즉각 눈으로 확인 가능한 실용적 결과물을 원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일본이나 한국에서와 같은 미래비전은 잘 통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수많은 로봇공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머노이드 개발에서는 한국, 일본보다 한참 뒤떨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006년 미국과학재단(NSF)과 세계기술평가센터(WTEC)가 발간한 '로봇공학 연구개발에 관한 국제적 평가'라는 보고서에서도 "미국은 군사 및 의료용 로봇에서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로봇의 기동성 향상과 휴머노이드 개발 분야에서는 기술적 우위를 잃어가면서 외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는 또 "로봇공학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한국, 일본, EU는 미국의 민간부문을 압도하는 막대한 금액을 로봇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과 2005년, WTEC팀을 인솔해 한국과 일본에 연구 여행을 다녀온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조지 베키 박사 역시 "한국은 로봇 공학을 연구하는 대학과 연구소 등에 연간 8,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며 "반면 NSF가 미국 내 민간 로봇공학 연구자들에게 주는 돈은 연간 1,000만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대신 미국은 군용 로봇에 천문학적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것이 휴머노이드로 연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가깝다. 군용 로봇은 주로 폭탄해체나 항공 정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휴머노이드 기술과는 전혀 다르다.




WTEC의 보고서에는 자국의 로봇공학 연구예산 지원의 한계를 이렇게 적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국가 발전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로봇공학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미 국방부가 지원하는 첨단로봇 분야의 예산 대부분을 지닌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나치게 실용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단기간 내에 결과물 산출을 요구한다. 게다가 기초 로봇공학 연구 예산은 눈에 띄게 줄이고 있다."

이런 면면을 통해 미국에서 휴머노이드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얼마나 홀대당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홍 박사와 같은 로봇공학자들은 가정용 도우미 로봇은 로봇청소기나 군용로봇과 다르게 반드시 사람과 유사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계단과 방문, 전자레인지, 병따개 등 이들이 가정 내에서 맞닥뜨리게 될 모든 것이 인간에 맞춰 디자인됐기 때문에 사람을 닮지 않고서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아직도 휴머노이드 연구자들이 작성한 보조금 지급요청 제안서를 받아 든 예산 지원 기관들의 눈에 휴머 노이드 도우미 로봇은 너무나도 멀리 있는 꿈일 뿐이다. 현재의 로봇 기술이 자율보행을 하고, 냉장고를 여닫고, 맥주병을 따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에 이들에게 휴머노이드의 개발은 마차가 말을 끌도록 하겠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해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 교수이자 이 대학의 휴머노이드 상요작용팀의 팀장으로서 기계학습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제임스쿠프너 박사는 "미국은 문제가 생기면 가장 간단하고 저렴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며 "결국 미국에서의 로봇 연구는 미국식 실용주의를 토대로 이뤄져야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시아에서 로봇공학을 연구하는 여러 미국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쿠프너 박사도 일본 도쿄대학과 맺은 로봇공학연구협력계획의 일환으로 일본에서 몇 년간 로봇을 연구한 경험이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로봇공학연구소의 대니얼 리 소장도 그와 비슷한 관점에서 현실을 설명한다. 그는 "미국에서 음악 연주 로봇에 대한 투자제안서를 제출했다면 연구자금 모집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즉석 재즈 연주로봇이 개발되면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 등 다양한 첨단로봇공학 분야를 알 수 있는데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리 소장은 또 "아시아와 유럽은 이런 종류의 투자에 미국보다 훨씬 개방적이지만 미국에서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완전한 휴머노이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 요소들이 한 군데 모여 있지 못하고 각 분야별 도 전국 각지에 산재돼 있다. 실제로 인간의 사지(四肢)와 기능적으로 동일한 로봇의·수족, 암 검진이 가능한 로봇 눈, 정밀한 조립을 할 수 있는 로봇 팔 등이 고도로 특화된 임무에 맞춰 개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상태다.

물건을 집어 드는 행위를 예로 들어보자. 이 같은 동작은 로봇공학에서 가장 흔하게 연구되어 온 과제다. 홍 박사의 말에 의하면 이 부분에서는 미국도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세그웨이 발명가 딘 카멘이 이끄는 연구개발기업 데카리서치는 극도로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한 의수 '루크암(Luke Arm)'을 개발했고 매사추세츠 소재 바레트테크놀로지는 다양한 움직임과 섬세한 조작이 특징인 경량의수 'WAM 암'과 '바레트 핸드(Barrett Hand)'를 개발 중이다.

또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선구자인 스코트 하산이 세운 기업 윌로우 가라지는 두 팔과 이동용 바퀴를 지닌 'PR2'라는 서비스 로봇을 개발했다. PR2는 물체를 취급하는 방식의 연구에 특히 유용한 로봇으로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 연구팀은 얼마전 PR2를 활용, 매우 복잡한 타월 개키기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미국 연구팀들은 또 이족보행기능 개발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족보행은 인간의 신체구조를 정밀하게 연구해야만 하는 휴머노이드의 기술과제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인체 구조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어 혁신적인 의수와 의족의 개발 토대가 될 수 있다.

이 분야의 대표자는 다족보행 로봇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크 라이버트다. 그는 지난 1980년 지금은 MIT로 이전한 다리연구소(Leg Lab)를 카네기 멜론대학에 세웠고 1992년에는 로봇 개발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군용 사족보행 로봇 '빅도그(Big Dog)'와 이를 업그레이드한 이족 보행 로봇 '페트맨(Petman)'의 개발사로 유명하다. 이들 로봇은 평탄치 않은 지형에서도 걷는 데 무리가 없다. 또한 외부의 물리적 충격으로 중심이 무너져도 사람처럼 신속히 균형을 회복한다. 이는 전장에서 보급품을 운반하거나 주요 물품을 싣고 병사들과 함께 수색·순찰 임무를 수행하기에 최적화된 능력이다.

MIT 다리연구소 출신의 연구자 44명이 세운 요보틱스도 페트맨을 닮은 M2라는 이족보행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한 다리만으로도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미시간대학 인간생체역학 제어연구소의 아트 쿠오 교수 팀의 경우 탄성운동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모델은 사람이 어떻게 급격한 체력소모 없이 장시간 걸을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을 합치면 가까운 미래에 이 모든 능력을 겸비한 강력한 미국산 휴머노이드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이들을 융합하지 못하거나 융합을 위한 지원에 인색하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각각의 첨단 기술들은 서로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로보트 태권V와 터미네이터

휴머노이드 개발의 진정한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로봇공학자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은 마치 철학자들에게 왜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느냐고 묻는 것과도 같다.

이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논리적이다. 휴머노이드는 사람과 생김새가 유사해 사람들에게도 그만큼 친숙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의 일에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 다양한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관련기술의 연구는 미래에 분명히 그에 걸맞은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이다. 인공지능이나 특정 문제를 해결 해주는 로봇 도우미의 형태로 말이다.

로봇공학자들은 이 점에서 휴머노이드의 가치에 대한 일말의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개념은 현재로 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꿈의 영역에 남아있다.



미국 핸슨 로보틱스의 데이비드 핸슨 최고기술책임자 (CTO)는 휴보를 만든 KAIST 오준호 교수와 제휴해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한 로봇 '앨버트 휴보'를 개발한 인물이다. 이 로봇의 얼굴에는 인공피부와 액추에이터가 채용돼 있어 얼굴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핸슨은 현재 소년의 모습을 한 '제노(Zeno)'라는 소형 휴머노이드 개발에 매진 중이다. 그는 제노가 향후 가정용 도우미 로봇과 휴머노이드 연구의플랫폼으로 널리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핸슨은 휴머노이드형 로봇의 효용성에 대해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다보면 인류는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그는 인간형 로봇이 로봇의 특정기능 연구에도 상당한 발전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층 개선된 팔과 다리, 물건 잡기 능력, 그리고 인간의 신체 균형 메커니즘을 제대로 재현한 로봇의 개발 등이 그것이다.

최종적으로는 로봇의 의식 능력 확보도 여기에 포함된다. 휴머노이드에 있어 성능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의식은 로봇공학의 모든 과제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부분으로 꼽힌다.

한국과 일본의 공학자 및 투자자들은 휴머노이드 연구에 대한 이 같은 믿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두 나라가 휴머노이드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휴보와 아시모가 양국 최고의 기술력을 다져넣어 만들어진 작품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기술력에는 기계기능 등 눈에 보이는 것에서부터 인공지능과 같은 추상적인 것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 미국처럼 개발된 각각의 기술들이 특정 연구팀의 연구실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세대별 휴머노이드에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2004년형 아시모에는 안면 인식 기능, 음성 인식 기능, 미묘한 동작 및 자세의 해석 기능, 주변 환경의 디지털 매핑기능 등이 통합됐다.

핸슨은 "토요타와 혼다는 트럼펫을 불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등 로봇은 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복잡한 손동작의 구현에 성공했다"며 "만약 그 손동작을 응용해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로봇공학자들을 만나본 미국 학자들 대부분은 두 나라가 열성적으로 휴머노이드 개발에 매달릴 수 있었던 원인을 기술친화적 분위기에서 찾는다. 쿠프너 박사는 일본의 민속신앙인 신도(神道)에서 로봇과 같은 무생물조차 자비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한국의 불교도 마찬가지다.

또한 1950~7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양국의 아이들은 태권V, 아톰, 마징가, 건담 등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로봇을 우호적이며 멋진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쿠프너 박사는 "이와 달리 미국은 터미네이터, 우주전쟁 등에 나오는 파괴적이고 비인간적인 로봇들을 먼저 떠올린다"며 "한국 및 일본의 국민들과 미국 국민들이 로봇을 바라보는 시각은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민관합동 학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이를 토대로 연구하고, 연구결과를 산업에 접목시킨다. 정부는 기금을 지원, 연구를 보조함으로써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분위기에서 아시모를 만들기 위한 투자가 아낌없이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전 세계의 로봇공학자들이 일본을 동경하게 만들었다.
일본에 비해 한국은 아직까지는 로봇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적다. 기술력 측면에서도 일본에 다소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역시 세계 로봇 시장을 석권할 충분한 잠재력을 내재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정부가 10대 차세대 성장 엔진의 하나로 로봇공학을 꼽았다.

배터리,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이미 세계적 기반을 갖춘 산업들과 로봇 산업을 동일선상에 놓은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휴머노이드인 휴보를 만든 오준호 박사는 당초 아시모급의 로봇을 원했지만 일본에서 이를 사올 만한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휴보를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깔끔한 외모를 갖춘 휴보는 일본의 아시모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에서 아시모 이상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뛰거나 계단을 오르내리지는 못하지만 아시모가 할 수 없는 가위바위보 게임을 할 수 있다. 아시모는 5개의 손가락이 동시에 움직이지만 휴보는 각 손가락을 따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모보다 훨씬 많은 41개의 모터를 보유, 한층 부드러운 몸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휴보의 강점이다. 이에 힘입어 휴보는 사람과 블루스를 추거나, 손목에 실리는 힘을 감지해 사람과 악수를 할 때 적당한 힘으로 손을 위아래로 흔들 수도 있다.

이 휴보를 보고 매력을 느낀 한국 정부는 지난 2004년 자금 지원을 결정했고 오 박사는 이후 여러 버전의 다른 휴 보도 만들었다. 성인 남성이 앉아서 이동할 수 있는 '휴보 FX-1', 핸슨 로보틱스가 참여한 '앨버트 휴보' 등이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특히 앨버트 휴보는 한동안 휴보 시리즈의 자랑거리이자 한국의 홍보대사 역할도 수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조지 부시 등의 외국 정상들과 악수를 한 경험도 있다.

이후 오 박사팀은 지난 2007년부터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달리기가 가능한 '휴보2'의 개발에 착수, 지난해 12월 최종 성공을 거뒀다. 휴보2는 한국 최초이자 세계 2번째의 달리는 이 족보행 휴모노이드로 아랫배에 균형 센서를 탑재, 무게중심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최초 모델인 2004년형 휴보가 신장 125㎝, 중량 55㎏, 최대 보행속도가 시속 1.25㎞에 불과했다면 휴보2는 같은 키에 무게가 45㎏으로 줄었다. 일반 성인이 걷는 속도인 시속 1.8㎞로 걷거나 최대 보폭 30㎝로 1초당 3보 이상 시속 3.6㎞로 뛸 수 있다. 향후 휴보2는 지속적 연구를 통해 보다 빠르고 방향전환이 자유로운 휴머노이드로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이러한 오 박사팀은 현재 충분한 연구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연구에 필요한 부속을 다른 회사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제작하고 있을 정도다. 오 박사는 "필요한 것을 연구실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 훨씬 신속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그의 연구실에는 엄청난 숫자의 볼트와 너트, 수많은 전선들이 보관돼 있다.

이는 비단 오 박사 연구실만의 얘기가 아니다. 안산 소재 한국산업기술대학도 학부에 자체 응용로봇 연구실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대학 외에 삼성, LG, 현대 같은 대기업은 물론 유진 로봇, 마이크로로봇 등의 벤처기업들도 왕성한 로봇개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는 상태다.

지능형 로봇 전문기업 유진로봇의 경우 지난 2003년부터 정부 지원으로 수행한 '인공지능기반 가정용로봇 개발'을 시작, 2008년까지 가정용 로봇에 적용되는 5가지 분야인 감정교류, 얼굴인식, 대화, 위치인식, 상황인식의 핵심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회사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 '아이로비큐'와 로봇청소기 '아이클레보', 완구로봇 '아이꼼빠 뽀로로'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특히 한국은 유아 교육용 로봇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미 50여개 유치원에서 교육용 로봇 도우미가 활동하고 있는데 오는 8월부터는 교육과학기술부 로봇기반교육지원단의 인증을 거쳐 전국 각지에 로봇들이 순차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이 로봇에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입력돼 있어 동요 부르기, 동화 구연, 대화하기가 가능하다. 출석점검, 행사소개, 일정관리 등도 할 수 있어 교사 업무보조 역할을 한다.

펜실베이니아대학 로봇공학연구소의 대니얼 리 소장은 "한국 정부는 로봇프로그램에 아낌없는 투자를 제공함은 물론 최고의 인재를 투입함으로써 로봇을 통해 한국인의 생활방식을 바꾸려고 작정한 듯 보인다"며 "이는 마치 과거의 미국이 아폴로 우주개발 프로젝트에서 취했던 태도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휴보 기반 공동연구 프로젝트

버지니아공대 홍 박사 연구팀이 기부 받은 2만 달러의 예산과 부품만으로 18개월 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찰리-L을 개발했음을 생각하면 미국의 인재들도 휴머노이드에 있어 한국이나 일본에 버금가는 뜨거운 열정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찰리-L은 로봇 공학적 기술력 측면에서 아직은 한국, 일본에 상대가 되지 못한다. 사실 찰리-L의 주요 부품도 다름 아닌 한국에서 공수한 것들이다. 한국의 교육용 로봇 전문회사인 로보티스로부터 로봇공학시스템에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전용부품들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로보티스의 김병수 사장은 "표준형 플랫폼에 서 구동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오픈소스가 컴퓨팅에 혁신을 불러온 것처럼 미국의 로봇공학기술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여러 기업들은 현재 자신의 로봇을 이 같은 표준형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재 윌로우 가라지의 PR2 로봇이 그 선두주자다. 현재 스탠포드대학과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로봇은 모두 PR2에 기반한 모델이다.

로봇 회사에서는 하드웨어를 만들고, 이를 대학이나 연구소에 판매 또는 대여하면 거기서 동작 알고리즘을 작성하고 실험하도록 하자는 것이 윌로우 가라지의 지향점이다. 드렉셀대학의 폴 오 박사 역시 홍 박사나 대니얼 리 소장과 함께 지난 3년간 휴보용 오픈소스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WTEC 보고서 발간 직후 드렉셀대학은 버지니아공과 대학, 펜실베이니아대학, 브린마워 대학, 콜비대학 등과 협력해 국제연구교육파트너십(PIRE)이라는 NSF의 보조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폴 오, 데니스 홍, 대니얼 리는 모두 미국 이민 한인 2세다. 특히 폴 오 박사는 KAIST 오준호 교수의 사촌이기도 하다. 이런 밀접한 관계를 바탕으로 지난해 6월 오준호 교수 팀은 폴 오 박사를 통해 NSF에 휴보를 연구용으로 임대해 줬다. 휴보는 다국간 협력에 참가하는 미국 학생들을 위한 교재로 사용되며 이를 대가로 KAIST측은 연간 8만달러씩 5년간 총 40만 달러의 연구비를 NSF로부터 지원받는다.

휴보를 모델로 삼은 국제공동연구팀은 드렉셀대학을 포함, 앞서 언급된 5개 대학으로 구성됐다. 현재 학술 목적으로 버추얼 휴보, 미니 휴보, 온라인 휴보 등 3종의 휴보를 개발 중이다. 이중 버추얼 휴보는 온라인상의 로봇 시뮬레이터다. 학생들이 돈을 내고 로봇을 사거나 만들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받아 가상공간에서 로봇공학을 배울 수 있는 것.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스크린 상에서 기본적인 로봇공학 체험을 할 수 있다.

물론 교육 프로그램상 로봇이 외부의 힘을 받을 때, 가령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등의 상황에서 생기는 변화를 연구하려면 역시 실물 제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물 휴보는 그런 목적으로 쓰기에는 너무 비싸다.

미니 휴모는 바로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다. 가격이 8,000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 크기는 실제 휴보보다 작지만 실물과 다를 바 없는 운동학적 특성과 구조 비례를 갖추고 있다. 이 로봇에 알고리즘을 입력하면 장애물을 피하거나 물체를 조작하는 등의 일을 수행할 수 있다. 드렉셀대학 학생들의 경우 설명서를 보면서 미니 휴보를 제작하는 시험을 치기도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니 휴보를 오픈소스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버지니아공대는 이미 온라인상에 청사진, CAD 도면, 제작 및 조립 설명서 등을 업로드 해놓은 상태로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현재까지 미니 휴보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미 2개 대학에서 미조립 상태의 미니 휴보 발주를 신청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5년간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드렉셀대학에서는 폴 오 박사의 연구실에 실물 휴보를 설치할 계획이다. 다른 대학에서 알고리즘을 보내오면 '온라인 휴보'라 명명된 이 로봇에 적용시켜 원격으로 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데니스 홍 박사는 "가장 좋은 점은 온라인 휴보와 미니 휴보, 버추얼 휴보 모두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라며 "이로써 휴머노이드 연구를 위한 모든 장비가 다 갖추어진 셈이다"고 밝혔다.




늘어가는 수요

완벽한 휴머노이드를 꿈꾸는 찰리-L의 앞길은 아직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찰리-L과는 별도로 전 세계 휴머노이드 연구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카네기 멜론대학 쿠프너 박사는 "지난 2000년에만 해도 사람들은 제대로 걷는 로봇이 나오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알지 못했고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불과 2년 반 만에 그런 로봇이 나왔다"고 설명한다.

휴머노이드를 연구하는 로봇공학자들은 결코 몽상가가 아니다. 그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이며 휴머노이드 연구를 통해 무한한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핸슨 로보틱스의 핸슨 최고기술책임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동화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미래 사회의 핵심입니다. 자동화를 통해 더욱 저렴한 상품과 효율적인 교통체계, 삶의 질 개선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제한된 자원으로도 더 문명적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지능형 자동화는 우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할 가장 큰 희망입니다."

실제로 현재 미국이 당면에 있는 다양한 문제 중에는 휴머노이드가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노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들을 돌보는 로봇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두면서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노령인구로 맞아야 하는 운명에 처해있다. 노인이 된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접근성이 낮은 교외에 거주하며 건강상 취약한 인구층을 형성하게 될 수 있다. 현재 가용 가능한 도우미와 도움이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4:1이지만 20년 후에는 1:1이 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휴머노이드에게 가장 어울리는 임무라 할 수 있다.

미국 아이로봇은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부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족보행이 아니라 기존 전차의 캐터필러 같은 주행기구를 부착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것이 계단을 오르고, 장애물을 피하고, 사람을 이동시키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완전히 자동화된 가정용 도우미 로봇이 나오려면 선결돼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그렇다고 '고작 공이나 걷어차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의 개발을 위해 지금까지 투자된 노력과 시간을 못 본 척 할 수는 없다.

올해 처음으로 미국에서 개발된 휴머노이드 찰리-L이 로보컵이라는 무대에서 앞으로 걷고, 넘어지지 않은 채 다른 사물과 소통했다는 사실은 그 의미가 크다. 이 모든 것이 불과 얼마 전에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이기에 그렇다.

중요한 것은 불가능을 모르는 연구자들의 혼이다. 무한 한 열정이야말로 미래의 어느 날 우리 가정에 도우미 로봇을 들여놓는 데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일 것이다.

아들과 함께 마당에서 편안하게 토요일을 보낼 수 있도록 배수관을 고쳐주는 로봇은 지금 당장은 잊어야 한다. 대신 하루 종일 아들과 며느리 대신 손자를 돌봐야 하는 노인의 미래를 상상해보자. 이들이 과연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을까. 누가 약을 챙겨줄 것이며 목욕탕에 모시고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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