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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친환경 항공기 '인간 동력 항공기'

현재 전 세계 항공기 업계에는 친환경 열풍이 거세다. 태양전지, 연료전지, 바이오연료 등 첨단기술의 산물들이 속속 연구·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궁극의 친환경 항공기는 따로 있다. 바로 사람의 힘만으로 구동되는 인간 동력 항공기다.

인간 동력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석유도, 내연 기관도, 발전소도 없었던 태초의 인류에게는 사실상 사람의 힘 말고는 동력이 존재할 수 없었다. 이러한 인간 동력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동력원이 개발되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우주관광 시대를 앞두고 있는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손수레, 자전거, 노도선(櫓棹船) 등 오직 인간 동력으로 움직이는 운송수단이 적잖이 남아있다.

인간 동력의 최대 장점은 단연 무한성과 친환경성이다. 인력(人力)은 인류가 종말을 맞지 않는 한 영원히 고갈되지 않으며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환경 유해 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

승객이 곧 연료

미국의 친환경 디자이너 앤서니 레트코브는 얼마전 이 같은 장점에 매료돼 혁신적인 인간 동력 항공기(HPA, humanpowered aircraft)의 콘셉트 모델을 설계했다.

승객 200명과 승무원 6명이 탑승할 수 있는 이 항공기에는 모든 좌석 아래 자전거 페달처럼 생긴 동력장치가 구비돼 있다. 승객들이 자전거를 타듯 페달을 돌릴 때 발생하는 전력으로 전기모터에 동력을 공급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항공기의 양쪽 날개에 각각 2기씩 전기모터가 장착되며 이는 대형 프로펠러와 연결돼 있다.

레트코브에 따르면 이 방식으로 항공기는 최대 시속 240~320㎞로 비행이 가능하다. 물론 이 항공기는 평범한 일반인을 위한 것은 아니다. 아무나 승객이 될 수 없다.

승객이 곧 연료인 만큼 자칫 승객들이 페달링을 멈추기라도 하면 추락을 면키 어려운 탓이다. 때문에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 심장병환자 등 신체적·체력적 조건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은 탑승이 불허된다.

또한 모든 승객은 반드시 전문의의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해 야하며 이륙 후 착륙할 때까지 페달링을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을 입증해야 한다. 승객들에게는 용변 등을 위해 비행 중 잠깐의 휴식이 허용되지만 비행 동력 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동시에 휴식을 취하는 승객은 전체의 5%(10명)를 넘을 수 없다.

도버해협을 횡단하다

극단적 환경론자가 아니라면 누가 이런 중노동을 감내하며 탑승하려 할지는 차치하고라도 과연 인간 동력만으로 이처럼 대형 항공기를 띄우는 게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사람 1명이 고정된 페달을 돌려 얻을 수 있는 전력은 시간당 200 ~600W 정도다. 모든 승객이 600 Wh급 발전기가 된다고 해도 출력은 시간당 120㎾에 불과하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2인승 전기항공기의 전기모터 출력이 75㎾급임을 감안하면 이 정도 파워로는 200인승 항공기의 비행은 불가하다.

그렇지만 HPA는 결코 만화적 상상이 아니다. 프로토타입 수준이지만 이미 다수의 실물기가 개발돼 있으며 성능은 생각보다 놀라운 수준이다.



사실 조종과 지속적 비행이 가능한 HPA의 역사는 장장 33년이나 된다. 지난 1977년 미국 에어로바이런먼트의 폴 맥그레디와 피터 리사맨이 설계한 '가서머 콘도르(Gossamer Condor)'가 그 효시다.

조종사가 페달을 밟는 힘으로 프로펠러를 회전시켜 동력을 얻는 이 1인용 HPA는 당시 1마일(1.6㎞)의 거리를 8자 선회비행하며 인간 동력 비행의 역사를 열었다. 2년 후 맥그레디와 리사맨은 이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가서머 알바트로스'로 2시간 50여 분에 걸쳐 35.8㎞를 날아 도버해협 횡단에 성공하기도 했다.







태양전지, 비행선 등 현대기술과 접목

이후 HPA는 괴짜 발명가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아야했던 수 많은 엔지니어들을 통해 꾸준히 업그레이드 됐다.

현재까지 1인승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탄소섬유 등 초경량·고강도 소재의 등장에 따라 글라이더 형태였던 외관이 항공기답게 변모됐고 비행성능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가 지구촌을 강타한 이래 HPA는 한차원 진지한 연구대상으로 격상된 상태다. 일례로 우리가 88올림픽 준비로 분주했던 지난 1988년 미국 MIT는 NASA 등의 지원을 받아 '다이달로스 88'이라는 HPA를 개발, 그리스의 크레타섬에서 산토리니섬까지 3 시간 54분 동안 199㎞를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금껏 깨지지 않은 HPA 최장 비행기록이다.

우리나라 또한 작년 9월 공군사관학교가 3억원을 들여 전장 9m, 전폭 30m의 국내 최초 HPA를 개발, 150m의 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최근에는 최신 기술을 접목, HPA의 편의성과 실용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동체에 태양전지를 부착, 보조동력을 제공받거나 헬륨가스 비행선에 인간 동력 장치를 더한 HPA 비행선 등이 그런 노력의 하나다. 전자는 에어로바이런먼트의 '가서머 펭귄', 후자는 비행선 설계자 빌 왓슨의 '화이트 드워프'가 그 실례다.

이와 관련 얼마 전에는 독일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오터스 바흐가 배의 돛대를 형상화한 2~4인승 HPA 비행선 콘셉트 '아이올로스(Aeoius)'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구상의 모든 성인이 하루 8시간씩 페달을 돌리면 무려 80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60~80개소에 해당하는 전력량이다. 인력으로 원전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HPA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한 수치다.

양철승 기자 c 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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