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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발명거리로 가득찬 보물창고"

[청소년 미래상상기술경진대회]

발명품: 저온납을 활용한 소화보드
수상자: 전남공업고등학교 2학년 박태랑, 송명기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불편함을 해소해 줄 수 있는 것, 그게 가장 큰 발명 아닌가요?" 전남공업고등학교 2학년 박태랑, 송명기군. 이들 미래 발명왕의 생각은 야무지다. 너무나 절실한 필요에 의해 안전 면도기를 발명할 수밖에 없었다던 발명가 킹 질레트의 천진한 신념을 꼭 빼닮았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에게 세상은 발명해야 할 거리로 가득한 곳이다. 이런 점에서 어느 날 문득 주변을 둘러보던 태랑군이 교실 뒤편 게시판에 자리 잡고 있는 소화보드판에 시선이 머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당시 그의 머리엔 이런 생각이 스쳤다. '저 소화보드를 천정 마감재 형태로 만들면 초기에 화재를 완벽히 진압할 수 있겠구나! 인체에 유해한 석고보다는 인산암모늄을 주재료로 한 소화분말을 이용하면 더 좋겠네.'

저온납 이용, 초기 화재 효과적 진압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지난해 5월. 이미 지역 내 여러 발명대 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태랑 군은 이 소화보드의 완성을 위해 교내 발명·창업동아리 '기람철공소'의 회장 명기 군과 의기투합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뉴 챌린지(New Challenge)'의 약자를 따 (주)N·C로 팀명을 정하고 경진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두 명의 작은 에디슨이 힘을 합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10월에 시제품을 완성했으니 대략 5개월 만에 아이디어를 발명품으로 만들어낸 셈이다. 이 소화보드의 핵심은 저온납에 있다.

40~70℃에서 녹는 저온납을 100원짜리 동전 크기로 잘라 소화보드의 분사구에 장착했는데 화재가 발생하면 그 열기로 약 1~2초만에 저온납이 녹으면서 용기 안에 충전돼 있던 소화분말이 즉시 분사되는 구조다.

이는 스프링클러와 같은 기존 소방시설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보통 72℃에서 반응하는 스프링클러는 화재를 발견하고 진압하기까지 약 4~5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때 화재가 완전히 진압될 확률은 93%. 반면 초기 진압에 성공하지 못해 10분이 넘어가면 화재진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명기 군은 "저온납 소화보드는 초기 진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스프링클러와는 달리 한 평 남짓의 좁은 공간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며 "물이 아닌 소화분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2차 재산 손해도 막을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이밖에 석고보드 및 소화보드와 다른 다양한 디자인을 구성 할 수 있다는 점, 버튼에 의한 수동제어시스템 혹은 중앙소화전에 의한 자동제어시스템 중 편의에 따라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이 아이템의 장점으로 꼽힌다.

실패하며 문제 해결하는 과정 흥미로워

하지만 다른 모든 발명이 그렇듯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태랑 군은 "처음에는 소화보드를 감싸는 코팅제나 분사 노즐을 구상했는데 적절한 재료를 찾지 못했다"며 "한참 후에야 저온납을 생각해 냈다"고 설명했다.

이후 저온납을 이용해 시제품을 완성했을 때는 정작 가장 중요한 분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명기 군은 "나중에 알고 보니 보드 내부의 공기압축기가 터져 충전을 해도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라며 "덕분에 6 ~ 7번이나 시제품 제작을 거듭해야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런 과정이 결코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태랑 군은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부터 선생님과 부모님께서 많은 지원을 해주셔서 작업이 수월했다"고 했고 명기 군 역시 "동아리실에서 둘이 밤늦게까지 작업하며 우정이 돈독해진 것 같아 좋았다"며 웃었다.

특히 두 사람은 "실패하면서 조금씩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흥미로웠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면서 점점 성공에 다가가는 재미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두 발명가는 하루빨리 이 소화보드의 완제품을 완성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래야만 상용화도 더 앞당겨 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무게를 경량화 하고 최적의 온도에서 분사가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태랑 군은 "완제품 작업은 겨울방학이 되면 바로 들어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지금은 우선 명기와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는 것. 그 여행지에서 새로운 발명 아이템이 떠올라 제대로 쉬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다음 목표는 '수직 바비큐 그릴'

이들의 못 말리는 '발명 본능'은 이번 경진대회를 포함, 많은 발명대회에서의 성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기술의 요람'을 줄여 '기람'이란 이름이 붙은 교내 발명동아리의 태랑, 명기 군을 포함한 총 11명의 괴짜(?)들은 일상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기조 하에 그간 엉뚱한 발명품을 많이도 만들어 냈다.

그중 가장 유용한(?) 것은 바비큐 그릴이다. "가끔 늦게까지 작업에 몰두할 때 선생님이나 선배들이 고기를 사 주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를 위해 우리식 바비큐 그릴을 만 들었다"고 태랑 군은 말했다.

이는 철판에 모터를 장착, 자전거 기어에 연결한 형태로서 모터를 켜면 그릴이 돌아가면서 자동적으로 고기가 구워진다. 명기 군은 이 그릴과 관련해 한 가지 야심찬 계획을 덧붙인다. 그릴의 업그레이 버전을 개발하는 것이다.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된 바비큐 그릴이 그것이다. 철판을 수직으로 만들면 한 번에 더 많은 고기를 구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앞으로 두 사람의 발명 본능은 계속될 예정이다.

졸업 후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선택할 계획이라는 두 사람에게 발명은 재미와 창업 아이디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일이니 더욱 의미가 크다.

졸업 전까지 여러 아이템을 구상해서 대회에 출품해 볼 생각이다. 짬이 날 때마다 마트 같은 곳에서 이것저것을 구경하며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두 사람은 "발명이란 게 어려운 일일 수 있지만 주변으로 눈을 조금만 돌리면 금세 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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