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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권사 '매도' 분석보고서 못 내면 자본시장 죽는다

지난달 말 교보증권의 한 애널리스트가 하나투어의 실적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목표주가를 대폭 내린 분석보고서를 냈다. 이를 본 하나투어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강하게 항의하며 기업탐방을 금지하겠다고 윽박질렀다. 하나투어의 이런 사례는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은 물론 자본시장의 존립마저 해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갑인 상장사가 분석보고서 내용에 불만을 제기하면 을인 애널리스트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분석보고서는 왜곡될 우려가 크다. 특히 이번처럼 기업탐방까지 막는다면 애널리스트는 상장사 분석이 불가능해지고 분석보고서 없는 투자는 눈 감고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 증권사 32곳의 리서치센터장들이 하나투어 사례에 대해 7일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까지 낸 것은 그동안 분석보고서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쳐온 상장사의 횡포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애널리스트가 내놓는 상장사 실적 전망치가 실제 발표치와 얼마나 비슷한지에 따라 애널리스트의 능력을 평가하는 게 관행이다. 발표치에 근접한 전망치를 내놓으려면 상장사 IR 담당자의 귀띔이 필수적이며 따라서 애널리스트는 상장사에 잘 보여야 할 수밖에 없다. 애널리스트뿐 아니라 증권사도 상장사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공개(IPO), 기업설명회, 채권 인수, 주식발행 등 증권사 수익에 직결되는 업무를 상장사로부터 수주할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제대로 된 분석보고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한 분석보고서의 비중이 0%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설득력이 떨어지는 분석보고서를 내는 증권사도 반성해야 한다. 지난해 ‘매도’ 의견이 나온 당일에는 주가가 폭락했지만 이후 곧바로 주가가 회복되고 오히려 더 오른 종목이 여럿 있었다. ‘강력 매수’ 의견을 냈는데 주가는 하락하는 경우와 주가가 목표주가를 넘어간 뒤에야 목표주가를 올리는 경우도 많았다.



분석보고서는 자본시장의 소중한 인프라다. 품질 좋은 분석보고서가 많이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좋은 투자가 이뤄지려면 투자받는 상장사와 분석 틀을 제공하는 증권사가 더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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