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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전성기 김흥국 "무명 설움 잘 알기에...이젠 '나의 독무대' 아닌 선후배 돕는 무대 만들고파

[Culture&Life]

*녹록지 않던 삶 딛고 유명 가수로*

밴드생활·솔로 전향 거치며 10년 고생

서른두살에 낸 앨범 '호랑나비'로 인기

'국민 노래·춤'으로 집안 빚까지 다 갚아

'아, 응애예요' 등 유행어로 방송인 변신

*가수협회장 오른 '만능 엔터테이너'*

후배 호통 등 솔직한 모습 시청자에 어필

'꼰대 개그' 통해 절정의 인기 다시 찾아

영화 카메오 출연...

방송인 김흥국이 13일 오전 서울 목동 SBS 본사 인근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송은석기자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가까이서 보는 나의 인생은 자기 연민으로 작은 불운에도 비극으로 보이지만 멀리서 보는 타인의 인생은 즐겁게만 보일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최근 그가 나오면 무조건 시청률이 보장돼 ‘시청률 보증수표’ ‘예능 치트키(컴퓨터 게임을 쉽게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조작할 때 사용하는 문장)’ ‘흥궈신(중국어에서 ‘국(國)’을 ‘궈’로 발음하는 데서 착안한 ‘흥궈’와 ‘신(神)’의 합성어로 ‘예능의 신’이라는 의미)’으로 불리며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가수 겸 방송인 김흥국(57·사진). 특유의 웃음소리와 표정만 보면 비극은커녕 즐거운 인생만 살았을 것처럼 보이는 그에게 결코 녹록지 않았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989년 ‘호랑나비’로 전 국민에게 커다란 사랑을 받은 김흥국. 비틀거리면서 나비가 나는 모습을 흉내 낸 안무는 당시 누구나 한 번쯤은 시도해보는 ‘국민 춤’이 됐다. ‘호랑나비’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별 고생 없이 스타 덤에 오른 행운아처럼 보이지만 길고 긴 무명 시절을 버티다 이 곡으로 서른둘의 나이로 겨우 빛을 본 것. “10년 무명 생활을 했어요. 해병대를 제대하고 ‘오대장성’이라는 밴드에서 드럼을 쳤고 나중에는 팝송도 불렀어요. 그룹사운드를 이끈다는 것도 어렵고 생활도 물론 많이 어려웠죠. 1985년 솔로로 나와 앨범을 만들었는데 두세 장은 날려버렸어요. 그런데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호랑나비’가 정말 국민들이 다 아는 노래가 돼 집안 빚도 다 갚았어요. 10년 전쯤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호랑나비’가 효도했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고맙습니까. 평생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다짐으로 얼마나 노래를 부르고 다니셨는지 몰라요. 어머님이 동네 분들에게 밥도 원 없이 사셨어요. ‘호랑나비’가 효자죠 뭐.”

10년 무명 생활 끝에 국민이 다 아는 유명한 가수가 됐지만 당시 어려웠던 기억은 늘 마음에 남아 있다. 그가 대한가수협회장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당시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말 임기 3년의 대한가수협회 5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무명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음반 하나 낸다고 해도 홍보도 어렵잖아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어요. 원로 가수 선배님들 어려운 분들 많은데 어떻게 해서든지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K팝이 한류를 이끄는 것도 선배 가수들이 다져놓은 기반 같은 것이 있으니까 그렇지 않나 싶어요. 또 우리 가요사를 기록으로 남길 만한 공간 같은 것도 임기 내에 진행하고 싶어요.”

과거에도 김흥국은 가수뿐 아니라 방송인으로의 인기도 상당했다. 특히 현재 ‘웃기는’ 가수 겸 방송인으로 대중에게 사랑을 받은 것은 1991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패널로 출연해 “아, 응애예요”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면서부터다. 이후 “아! 나의 독무대” “아! 거의 예술이죠” “아! 들이대 들이대” 등도 잇달아 유행어가 됐고 ‘호랑나비’ ‘우주의 용사 반달가면’ 등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요즘이야 가수가 연기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에 입담을 과시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가수와 개그맨 등의 경계가 확실했던 시대다. 이렇게 보면 그는 어쩌면 ‘1호 만능 엔터테이너’가 아닐까 싶다.

그랬던 그가 요즘은 ‘아재 개그’의 한 갈래라고 할 수 있는 ‘꼰대 개그’로 절정의 인기를 되찾았다. 꼰대 개그는 이를테면 마치 꼰대처럼 막무가내로 후배들에게 꾸중을 한다든가 하는 식의 일종의 호통 개그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김흥국은 후배 개그맨 조세호에게 갑자기 “너 안재욱 결혼 때 왜 안 왔어?”라며 호통을 쳤다. 이에 조세호는 당황하고 억울해하면서 “(안재욱을)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라고 말하자 다시 그는 “왜 몰라, 같은 동료 연예인인데”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해당 부분만 편집돼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김흥국 어록’으로 커다란 웃음을 주고 있다. 이 덕분에 조세호에게까지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을 정도로 꼰대 개그는 예능계에서 대세가 됐다. 요즘 젊은이들은 ‘꼰대’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데 인기를 끄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솔직함’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솔직한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계산하지 않고 ‘막 던지고’ 그런 모습을 재미있게 봐주시고 좋게 봐주시는 거죠. 완벽한 사람보다는 허술한 사람이 매력이 좀 더 있지 않나요? 요즘은 대본 같은 게 잘 짜여 나오는데 하다 보면 내 이야기나 내 생각이 아닌 것도 같아요. 대본대로 다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틈틈이 제 생각을 솔직히 이야기하는데 그런 부분을 재미있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중년·노년 방송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요즘 가장 ‘핫한’ 방송인으로 꼽히는 김흥국. 그러나 현재의 인기를 누리는 것에 대해 젊은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이를테면 카메오 출연 부탁은 모두 들어준다든가 그가 언급하면 인기를 얻는다고 하니 자신의 이름을 좀 방송에서 불러달라고 하는 후배가 있으면 그렇게 해준다든가 하는 식이다. “최근에도 초등학교 후배 장서희가 출연하는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했고 제목은 기억이 안 나는데 후배가 또 뮤지컬에 목소리만 좀 빌려달라고 해 이것도 해줬어요. 제가 필요하다면 기분 좋은 거죠. 제 유행어 ‘나의 독무대’가 있잖아요, 이제 ‘나의 독무대’ 말고 선후배들과 ‘함께 하는 무대’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가 만들어낸 “아! 나의 독무대”라는 유행어는 아마<

도 긴 무명 시간을 보내면서 그토록 바랐던 무대였을 것이며 그 바람을 여전히 갖고 있는 후배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그이기 때문에 이런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닐까.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He is...

◇약력

△1959년 서울 출생 △1978년 서라벌고등학교 졸업 △2004년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 학사 △1997년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화산업관리자과정 수료

◇주요 활동

<앨범>△1989년 ‘호랑나비’ △1993년 ‘내게 사랑이 오면’ △1994년 ‘레게 파티’ △1997년 ‘성공시대’ △1999년 ‘무정’ △2000년 ‘불타는 사랑’ △2004년 ‘친구’ △2005년 ‘으아!’ △2008년 ‘사나이 가는 길’ △2010년 ‘앗싸! 월드컵’ △2014년 ‘형광나방 한 마리가’

<라디오 진행 방송>△1997년 MBC ‘김흥국·박미선의 특급작전’ △2002년 ‘김흥국·정선희의 특급작전’ △2003년 SBS ‘김흥국·박미선의 대한민국 특급쇼’, TBC ‘김흥국·송정애의 2시의 운전석’ △2007년 TBC ‘김흥국·정연주의 행복합니다’ △2009년 SBS ‘김흥국의 브라보 라디오’ △2010년 MBC ‘김흥국·김경식의 2시 만세’ △2015년 라디오 코리아 ‘김흥국의 들이대 SHOW’ △2016년 SBS ‘김흥국·봉만대의 털어야 산다’

◇주요 수상

△1989년 MBC 10대 가수상, KBS 가요대상 올해의 가수상, 제4회 골든디스크 인기가수상 △1993년 국민봉사 장려상 △1996년 자랑스러운 서울시민상, 제14회 MBC 연기대상 라디오 부문 우수상 △1999년 제17회 MBC 연기대상 라디오 부문 최우수상 △2004년 제11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라디오 부문 방송진행상, MBC 방송연예대상 공로상 △2010년 MBC 라디오 골든마우스상, 제17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라디오 진행상 △2012년 제20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라디오 진행 공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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