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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배스’ 필요하지만...선뜻 못나서는 수출입은행

조선사 구조조정 등으로

위험노출액 10.5조 달해

부실대비 추가 충당금 시급

李행장 취임때부터 피력불구

설립 40년만에 사상 첫 적자

통상마찰 우려에 고민 깊어





구조조정 여파로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수출입은행이 거액의 충당금을 한번에 쌓는 ‘빅 배스’ 단행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조선사 등의 추가 부실 가능성을 고려하면 당장이라도 빅 배스로 부실을 털어내야 하지만 이럴 경우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수은이 창립 후 첫 적자를 낼 수 있는데다 통상 마찰로도 이어질 우려가 있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선사 구조조정 등으로 부실 여신이 급증한 수은이 ‘빅 배스’ 카드를 두고 고민이 깊다. 빅 배스는 회사가 과거의 부실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손실을 털어내는 것을 말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수은 고정이하여신의 충당금 적립 비율은 78%로 시중은행 평균 145.3%의 절반 수준이다.

수은 내부에서는 2014년 3월 이덕훈 행장 취임 때부터 빅 배스를 통해 부실 여신을 털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급격히 증가한 부실 여신이 수은의 건전성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은은 2010년 들어 여신 확대 정책을 펴면서 2006년 36조9,427억원에 불과하던 여신은 2012년 84조2,857억원, 2013년 90조8,941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다 이덕훈 수은 행장이 취임한 2014년에는 106조2,335억원으로 수은 최초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여신 규모가 커지면서 부실 여신도 자연히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12년 0.66%에서 2015년에는 3.24%까지 치솟았다.

3년간 빅배스를 미루는 사이 올 들어 조선업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부실 여신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은의 STX조선해양(1조2,245억원)과 대우조선해양(9조2,711억원)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만 거의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STX조선이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수은은 1조원에 육박하는 충당금을 새로 적립해야 한다. 대우조선도 골칫거리다. 수은은 대우조선 익스포저를 정상(0.85%)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를 다음 단계인 요주의로만 반영해도 6,500억원에 가까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이외에도 자구안을 제출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익스포저가 각각 5조7,738억원, 4조3,289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선업 전망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추가 부실 우려는 여전히 크다”며 “지금이라도 빅 배스가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수은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은도 같은 이유로 빅 배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이를 단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는 입장이다. 수은이 조선업에 대한 충당금을 한꺼번에 쌓으며 빅 배스를 감행하면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는 수은 설립 40년 사상 첫 적자가 된다. 수은 관계자는 “1976년 창사 이래 1997년 IMF 구제금융,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흑자를 내왔기 때문에 적자전환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수은이 빅 배스를 통해 적자를 기록할 경우 이는 외부적으로 통상 마찰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협약에 따르면 수은과 같은 정부기관이 자국 산업 지원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는 것을 무역질서 왜곡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행장이 임기 3년차에 들어서면서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해라는 것도 빅 배스의 걸림돌이라는 관측이다. 통상 빅 배스의 경우 최고경영자(CEO) 임기 첫해에 전임 CEO에 대한 과실을 터는 의미로 시행되는데 만약 올해 빅 배스로 수은이 적자를 기록할 경우 이는 이 행장의 과오로 남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수은은 숱한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흑자를 내왔기 때문에 충당금을 두고 고민이 더욱 깊을 것”이라며 “이는 또 통상 문제와도 연결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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