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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울산 지진, 원전 안전점검 기회로

윤병조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지진·쓰나미 버틴 후쿠시마 원전

냉각장치 기능 상실에 결국 폭발

韓원전 구조 日보다 안전하지만

방심말고 모든 상황 재점검해야





지난 5일 울산 동쪽 52㎞ 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공포와 불안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기상 관측 이래 다섯 번째로 큰 규모라는 이번 지진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과 맞물려 한 지역에 다수의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다수호기 위험성’ 논쟁에 불을 붙였다.

다행히 지진 발생에도 월성·고리 등 인접 원자력발전소들은 아무런 영향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시급한 문제는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성을 차분히 진단하고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의 기억 속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쓰나미로 시작돼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됐다는 점에서 과거 책에서나 보던 사례와는 다르다. 하지만 더 구체적으로 사고 진행 경과를 살펴보면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2011년 3월11일 발생한 규모 9.0의 지진으로 후쿠시마에 위치한 10기의 원자로 가동이 자동으로 정지됐다. 원자로 가동이 정지된 후 안정 상태가 유지됐으나 한 시간쯤 지나 쓰나미가 덮치면서 비상 노심 냉각장치(대량의 냉각재를 핵연료가 들어 있는 원자로 핵심 부품에 공급해 노심을 안전하게 냉각시키는 장치)가 기능을 상실했다. 이로 인해 원자로 건물 상부에 차 있던 수소가 공기와 반응해 폭발에 이르게 됐다. 쓰나미에 의해 직접적으로 원전이 폭발한 것이 아니라 원전을 정지시키는 2중·3중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고 하겠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원전 대부분이 가압경수로(PWR) 방식이라 일본의 비등경수로(BWR)보다 기술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한다. 특히 최악의 경우 노심이 녹아 수소가 발생하더라도 우리 원전은 전기 공급 없이도 작동하는 ‘수소 재결합기’가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수소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 후쿠시마 사고 후 후속대책으로 한수원은 쓰나미에 대비해 10m 높이의 해안 방벽을 설치하고 자연재해로 원전 내 전원이 상실될 경우 이용 가능하도록 원전별로 이동형 발전차를 확보했다.



신고리 5·6호기와 같이 신규 원전을 건설할 경우 지진에 대비해 부지조사 단계부터 최대지진 평가를 시행한다. 그리고 설계 시 최대지진값을 산정한 후 안전 여유도를 더해 강력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를 한다. 이어 원자로 건물 역시 일반 토양이 아닌 단단한 암반 위에 짓는다. 건설 과정에서는 자재 선정, 설비 및 기기 제작, 구조물 건설 등 모든 단계에서 엄격한 품질 관리가 이뤄지며 정부 규제기관으로부터 철저한 검사와 점검을 받는다.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에너지다. 화석연료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규모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또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감축해야 하는 신기후체제(Post 2020)에서 새롭게 조명받는 에너지가 바로 원자력이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은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구조물이나 설비보다 더욱 튼튼하고 정밀하게 시공돼야 함은 자명하다.

울산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으로 원전 안전성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하는 국내외 에너지 환경에 맞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원전 안전 확보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를 모색하는 건설적 소통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

윤병조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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