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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 4단계까지 원가이하 공급" 정부, 앞뒤 안맞는 전기료 셈법

4단계 단가 280.60원으로

가정용 평균판매가의 2배 수준

2014년 113.16원 판매에도

한전 5조7,000억 영업익 기록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 개편 압박이 커지자 정부는 10가구 중 9가구가 사용하는 1~4단계 주택용 전기공급가격이 원가를 밑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계를 곱씹어 보면 이는 여러 부문에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밝힌 4단계의 전기 판매가격은 kWh당 280원60전(2014년 기준 가정용 저압)이다. 한국전력이 공개한 2014년 기준의 판매원가(113원16전)보다 배 이상 높다. 판매가격이 원가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의 이날 발표는 그간 3단계까지만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지난해의 발표와도 맞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누진제 개편=부자감세’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통계 비틀기를 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주택용 요금은 누진 4단계까지 모두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6단계도 전체 가구의 4% 정도에 불과해 누진제로 국민 대다수에게 징벌적으로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구간별로 다른데 △1단계(사용량 100㎾ 이하, 저압 기준) 60원70전(㎾h) △2단계(101~200㎾) 125원90전 △3단계(201~300㎾) 187원90전 △4단계(301~400㎾) 280원60전 △5단계(401~500㎾) 417원70전 △6단계(501㎾ 이상) 709원50전이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주택용 전기요금의 원가는 최소 4단계의 공급가격인 280원60전을 초과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전력이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ALIO)에 공개한 ㎾h당 적용단가는 평균 113원16전(2014년 기준)으로 주택용은 123원70전, 산업용은 107원40전이다. 누진 4단계의 절반을 밑도는 가격으로 전기를 팔았음에도 그해 한국전력은 연결 기준 5조7,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자료를 좀 더 상세히 뜯어보면 전력구입비와 인건비·판매비 등을 포괄하고 있는 영업비용은 물론 영업 외 비용, 법인세 비용, 영업 외 수익까지 포함한 ‘적정원가’는 53조6,279억원이다. 한전은 그해 47만9,969GWh의 전기를 ㎾h당 113원16전에 팔았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총수익은 54조3,137억원이었다. 순수하게 전기판매의 수익만 떼놓고 봐도 한전은 6,858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정부의 주장대로 4단계 이하의 가구가 원가 이하의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면 10가구 중 9가구가 원가보다 낮은 전기를 사용하는 혜택을 본다. 2015년 8월 기준으로 누진 단계별 가구 비중은 △1단계 13.5% △2단계 19.1% △3단계 23.8% △4단계 27.2% △5단계 12.3% △6단계 4.1%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누진 2~3단계까지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한다는 발표는 수긍할 수 있지만 4단계까지라는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6월, 한시적(7~9월)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자료를 내면서 누진 3단계까지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채 실장은 이와 함께 한전이 주택에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누진제가 징벌적이라는 주장도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요금이 크게 뛰는 구간은 6단계인데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며 “마치 누진제로 인해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엄청난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양 인식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누진제 개편은 결국은 부자 감세의 역효과만 나타나기 때문에 부정적이라는 의견도 냈다. 그는 “누진제를 개편하면 결국 전기를 적게 쓰는 사람에게서 요금을 많이 걷어 전력소비가 많은 사람의 요금을 깎아주는 부자 감세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서 에어컨조차 못 트는 가정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벽걸이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사용하거나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사용하면 월 요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다”며 “다만 에어컨을 두 대씩 사용하거나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이상 가동하면 20만원가량 낼 수 있다”고 말했다. 3~4시간씩 적절하게 사용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 아이를 두고 있다는 조 모씨는 “늦은 밤과 아침에도 에어컨을 켤 정도로 실내가 덥다”면서 “아끼고 아껴도 하루 8시간 이상을 사용하는 게 현실인데, 에어컨은 3~4시간만 사용하면 된다는 정부 당국자의 인식에 너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에어컨 사용으로 인해 평상시 4만~5만원하던 요금이 20만원 이상으로 4~5배가 급등하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더욱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주택용 대신 산업용 전기요금에 과도한 지원을 한다는 지적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채 실장은 “산업용의 원가가 더 적게 드는데 요금을 더 물릴 수는 없지 않으냐”며 “산업용 요금의 경우 지금도 원가 이상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0년 동안 산업용은 76%, 주택용은 11% 정도 요금을 인상했다”며 “주택용에 요금을 징벌적으로 부과하고 산업용 요금은 과도하게 할인해준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정부는 이날부터 문을 연 채 냉방영업을 하는 상가에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초로 위법행위가 적발된 상가에 ‘경고’ 조치를 취하고 △1회 50만원 △2회 100만원 △3회 200만원 △4회 이상 300만원 등 단계적으로 과태료를 중과할 예정이다. /세종=이철균·박홍용기자 fusionc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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