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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마·서울경제 클래식 우승 이승현] "은퇴 후 퍼팅 아카데미 차리는 게 꿈...후배들에 보탬 되고파"

3R 중반 역전 당하는 위기에도
떨리지 않는 척 마인드 컨트롤
지금도 매일 1시간씩 퍼트연습
대회 기간엔 커피도 안 마셔
3년전 혼마클럽 만난 건 행운
아이언샷도 잘 봐주셨으면...
내년 LPGA 출전 기대돼요

  • 양준호 기자
  • 2016-10-31 18:10:47
  • 스포츠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가장 큰 일탈요? 2010년 월드컵 때 친구들이랑 밤샘 응원하느라 외박한 거요.”

얌전한 이미지와는 다른 깜짝 반전을 기대하고 물었지만 ‘역시나’였다. ‘퍼트 달인’ 이승현(25·NH투자증권)은 자신의 똑바른 퍼트만큼이나 의외의 구석을 발견하기 힘든 모범생 골퍼다. 프로 데뷔 후에도 매일 1시간 이상 퍼트 연습을 거르지 않은 그는 심지어 “은퇴 후에도 퍼팅 아카데미 같은 것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시즌 2승으로 최고의 한 해를 찍은 다음날인 31일 이승현은 “축하 문자를 정말 많이 받아서 답장하는 데만도 몇 시간이 걸렸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난 30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혼마골프·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3라운드 합계 17언더파의 놀라운 스코어로 우승했다. 5명이 공동 선두로 나선 안갯속 승부에서 이승현은 버디 9개로 7타를 줄였다. 10m가 넘는 버디 퍼트도 3개나 꽂아넣었다. 2010년 데뷔 후 통산 3승에서 4승에는 2년2개월이 걸렸지만 5승까지는 3개월이면 충분했다.

최종 3라운드 중반에 역전을 당하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워낙 침착한 데다 올 시즌부터 심리전문가의 도움까지 받고 있는 이승현의 강철 멘털은 결국 재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그는 “위기 상황이면 저도 똑같이 떨리지만 겉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는 편”이라면서 “행동과 표정도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외적인 부분들부터 자신감이 묻어나와야 마음도 안정된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대회 기간에는 좋아하는 커피도 거의 입에 대지 않는 철저한 자기관리로도 유명하다. 주량은 맥주 3잔이란다.



클럽에 대한 믿음도 한몫 했다. 이승현은 4년째 같은 회사(혼마골프)의 클럽을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같은 모델을 2년째 쓰고 있는데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씩 바꾸는 게 보통인 우드와 유틸리티 클럽도 그대로 쓴다.

이승현의 연관검색어가 있다면 단연 퍼트다. 올 시즌 20m가 훨씬 넘는 거리에서 한 번에 넣은 적도 있다. 국내 투어에서 가장 퍼트를 잘하는 선수로 꼽히는 이승현에게 동료들은 ‘이럴 때는 어떻게 퍼트하느냐’고 대회 중에 레슨을 요청해오기도 한다. 이승현은 그러나 “저도 퍼트가 제일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퍼트가 생각대로 잘되는 날은 한 시즌에 10~20%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명. 그래서 지금도 하루 1시간 이상의 퍼트 연습을 빼놓지 않는다. 아마추어 때나 프로 데뷔 초에는 하루 3시간씩 퍼트에 투자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은퇴 후에도 이승현은 퍼트에 헌신할 계획이다. “제가 잘한다고 평가받는 퍼트를 좀 더 공부해서 후배들한테 보탬이 되고 싶어요. 저도 거의 감으로만 치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외국에도 나가서 이론적으로 배워온 뒤 퍼팅 아카데미 같은 것을 차리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퍼트에 가려있을 뿐 이승현은 드라이버 샷 거리(평균 244야드)도 짧지 않고 특히 아이언 샷 정확도는 ‘톱 클래스’다. 마치 볼이 놓여 있지 않은 것 같은 일관된 리듬의 샷은 라운드당 3.4개에 이르는 버디 쇼로 이어지고 있다. 이승현은 “긴 클럽도 부담이 없어서 5~7번 아이언 샷을 좋아한다. 이 사이의 아이언을 잡을 때 오히려 버디 확률이 높은 것 같다”고 밝혔다. “퍼트만 보지 마시고 아이언 샷도 주의 깊게 보시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는 수줍게 웃었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랭킹 3위(약 6억4,700만원)까지 올라선 이승현은 상금 상위 자격으로 내년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도 종종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 경험이 4~5년 전쯤의 에비앙 챔피언십 한 번뿐이라 정말 설렌다는 이승현은 “당시는 낯선 장시간 비행 탓에 목에 담이 걸리는 바람에 제대로 경기하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성적에 욕심도 나고 정말 기대된다”고 했다.

아버지가 치과의사이고 언니도 의사인 이승현은 중학교 때까지 골프와 학업을 병행했다. 이 때문에 의대 진학에 대한 집안의 압박도 있었을 것 같지만 이승현의 부모는 딸의 진로 선택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제일 감사해요. 한 길로만 밀지 않으시고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를 접하게 해주셨어요. 제 선택을 믿어주신 게 돌아볼수록 감사해요.” ‘골프를 하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에 이승현은 “골프 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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