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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시국선언, “‘지잡대’는 시국선언 하면 안되나”…‘지방대’ 학생의 글 SNS에서 화제 (전문)

대학가 시국선언, “‘지잡대’는 시국선언 하면 안되나”…‘지방대’ 학생의 글 SNS에서 화제 (전문)




대학가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신이 ‘지방대’의 학생이라고 밝힌 한 대학생의 글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 되고 있다.

서울대, 이화여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명문대’로 불리는 대학교의 총학생회가 연이어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스스로 자신을 ‘지방대 학생’으로 지칭한 한 배재대 학생의 글이 SNS를 통해 급격히 확산되며 많은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일 배재대 학생 페이스북에는 “어제와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인터넷에서 “‘지잡대’(지방의 대학을 낮춰 부르는 인터넷 속어)는 시국선언을 하지 말라”는 악플에 대응한 한 배재대생의 촛불집회 참여 독려문으로 3일 현재 많은 커뮤니티로 확산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다음은 ‘어제와 같습니다’ 글의 전문이다.

어제와 같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 우리의 일상은 어제와 같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돌아가는 세상은 어제와 같지 않습니다. 어쩌면 어제와 같아지기 싫은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최순실씨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가끔은 듣다 보면 너무 복잡해서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마디 욕을 내뱉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와 같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우리 배재대학교와 같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대학교입니다. 우리 배재대학교는 명문대인가요? ‘네’라는 한마디의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학생들은 학생을 무시한, 학위 장사에 불과한 총장의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에 반대했습니다. 또한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를 향한 각종 특혜를 보고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작은 목소리를 뭉쳤고, 그 울림은 결국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이뤄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학생들은 이화여자대학교라는 이름을 위해서 행동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친구들은, 부모님들은, 어르신들은, 우리보다 앳된 얼굴의 동생들은 거리에 나섰습니다.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상식적인 답변을 듣길 원합니다. 대통령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본인의 입맛에 맞게 권력을 사용했고, 더 나아가 한 사이비 종교의 신도에게 권력을 넘겼습니다. 그 작태를 보고 부끄러워했습니다. 분개했습니다. 좌절했습니다. 슬퍼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거리로 나섰고, 그들은 행동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짧은 글이 있습니다. 지방대는, 아니, 지잡대는 시국선언을 하지 말랍니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격이 없다고 합니다. 관심 받으려고 하지 말랍니다. 허탈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졌습니다. 조용히, 숨어있던 의심이 커져갔습니다. 그래도 공부를 한 애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건가? 끝없이 커져가는 자괴감은 무거운 족쇄가 되었습니다.

거리에 나가있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애인,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딸, 누군가의 부모님과 어린 동생. 사랑하는 그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간단했습니다. 옳은 일을 위해 목소리를 내길 원했습니다. 힘들게 내민 손을 뿌리치지 않길 바랬습니다. 함께 걸어갈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 사람은 가까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였습니다. 보통사람인 우리가 필요했습니다. 민중이라는 우리가 필요했습니다.

이제 거짓의 족쇄를 끊을 때가 됐습니다. 대학교 입학점수라는 잣대에 맞춰서 하는 헛소리에 상처받을 필요 없습니다. 서울대생의 1표와 배재대생의 1표는 모두 값진 1표입니다. 행동하는 젊은이가 상처받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바라는지요? 내 옆에 있는 친구와 사랑하는 가족, 다음 세대의 안위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은지요? 역사와 함께해온 배재대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가 찾아왔습니다. 명문이라는 이름은 오래되었다고 해서 붙여진 게 아닙니다.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닦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들 앞에는 우리를 맞이한 숙제가 생겼습니다. 역사의 앞에 서서, 왜곡되지 않는 시민정신을 가지며 살아가는 배재대학교 학우 여러분! 다가오는 11월 12일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때가 왔습니다. 우리의 것을 되찾을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움직일 때가 되었습니다. 행동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어제와 같습니다. 틀림없이 어제와 같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제와 같고 싶지 않을 겁니다.

11월 12일 우리 모두 행동합시다.

[사진 = 배재대 대신 전달해드립니다 페이스북]

/김경민기자 kkm261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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